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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7화 (17/203)

017. 수정 좀 하자.

나도 놀랐지만 팔토시를 잡아당겨 벗겨낸 무영이 놈도 채인화의 팔을 보고 놀라서는 어버버거렸다.

쿨토시를 늘 차고 있던 채인화 조리사의 팔엔 문신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 화상 자국이 가득했다.

그것도 뜨거운 것이 한두 군데 튀어 만든 상처가 아니라, 큰 사고로 생겼다는 것이 명백히 보일 정도로 팔 전체가 화상 자국으로 가득했다.

“얌마! 뭐 하는 거야!”

멍청하게 서 있는 무영이의 뒤통수를 때리고는 토시를 다시 채인화의 팔에 끼워 줬다.

“죄송하다고 해 어서.”

“죄...죄송합니다. 이럴 줄 몰랐어요.”

채인화는 무덤덤하게 쿨토시를 다시 팔에 찼는데, 화를 내기보다는 씁쓸해했다.

조리사들이 화상이나 칼질을 하다가 많이 다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까, 임건호 과장님이 이 조리 일이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자리가 될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일도 있는 게 조리사야. 물론, 너희가 타고 싶다는 오토바이보다는 조리실이 안전하긴 하지만.”

“인화 씨 미안해요. 이놈들 천방지축이라 좀 더 주의를 줬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과장님.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채인화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괜히 그런 모습이 더 마음에 걸렸다.

저녁 겸 회식이 끝나고 모두 헤어질 때도 따로 채인화를 따라가 미안하다고 이야길 했다.

“괜찮아요. 과장님. 벌써 7년 전 일인데요. 뭐. 그저 상처일 뿐이에요.”

채인화는 괜찮다고 했지만, 28살. 20대의 여자가 숨기고 싶어 했던 상처가 드러나게 된 것이라 괜히 더 미안했다.

“그래도 미안해요.”

“아니에요. 뭐 이제 다들 알았으니 일할 때 불편하게 토시는 안 차고 있어도 되겠네요. 오히려 이게 계기가 되어서 토시를 벗을 수 있겠어요.”

“내일 내가 애들 한 번 더 뭐라고 할게요.”

“아니요. 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하시면 하실수록 이 화상 자국이 더 부끄러워지잖아요. 그저 상처일 뿐인데... 과장님도 다치고 아문 흉터 자국 있으시잖아요. 과장님은 그 흉터 자국을 부끄러워하세요? 부끄러워하지 않잖아요.”

채인화의 말에 건호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화상 자국을 부끄러워하고 감추고만 싶어 하는 상처로만 생각했는데, 타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화상 흉터를 가진 사람들을 부끄러운 상처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건호는 자신도 모르게 큰 화상 자국을 장애처럼 여기고 있던 것이었다.

화상 자국도 일반 흉터 자국과 같은 상처 자국일 뿐인데 왜 숨기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그런 상처로 여겼는지 채인화에게 미안했다.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도 되었어요. 들어가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멀어져 가는 채인화를 보니, 괜히 비싼 밥 먹자고해서 여자 마음에 상처만 준 것 같았다.

***

아침 일찍 출근하는 무영이와 재훈이 종환이를 따로 불러내었다.

“과장님. 조리사님께 사과를 할게요.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

건호는 어제 채인화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하며 오히려 그런 화상 자국을 특별하게 여기고 하는 것이 더 안 좋은 거라고 이야길 해줬다.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또 애매하잖냐. 그러니깐 무영이는 미안하다고 사과 편지 하나 쓰자.”

“반성문요? 그건 또 제가 잘 쓸 수 있어요. 학교에서 자주 썼었고, 판사님에게도 자주 썼거든요.”

“아니 쨔샤. 반성문이 아니라. 사.과.편.지. 먹는 사과 애플 말고, 미안하다는 사과의 마음을 담은 편지. 이해가 되냐?”

“그게. 반성문과는 다르게 쓰라는 거예요?”

반성문과 사과 편지를 구분 못 하는 무영이 때문에 속에서 열불 천불이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학교나 법원에서 쓰라는 반성문은 여러 번 써봤겠지만,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안한 감정을 담은 사과를 담은 편지를 써보지 않았을 터이니 못 쓰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자. 예를 들어 볼게. 네가 친구 바지를 벗기는 장난을 치다가 팬티까지 다 벗겨 버렸어. 그런데 그 모습을 여러 사람들이 다 봐버렸어. 부끄러워하는 친구에게 미안한 느낌 안 들어?”

“장난인데, 왜요? 그리고, 보여주고 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아니, 그게 죄는 아닌데...아니다...에혀, 그냥 반성문을 쓰자. 그게 빠르고 서로 편하겠다.”

더 이상 무영이를 가르칠 자신감이 없어졌다.

“헤헤. 네, 그건 금방 쓸 수 있어요.”

무영이가 반성문을 쓰는 동안 재훈이와 종환이에게는 채인화 조리사가 토시 벗고 일을 하더라도 상처 자국을 특별하게 여기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그냥 아문 상처와 같다는 설명을 하면서.

“그러니깐 그냥 쌩까라는 거네요. 이해했어요.”

“아니, 그런 느낌이 아닌데...아니다. 그래, 채인화 조리사의 화상 자국을 그냥 생까주면 되는 거다.”

생까는 건 잘할 수 있다는 아이들을 보니 머리가 다 아파졌다.

이서는 그래도 고2까지 다니고 자퇴하고 검정고시라도 봤는데, 이 세 명은 아예 검정고시를 따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니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서 이 애들이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사람 관리라는 게 참 어렵다고 느끼는 하루였다.

***

“좋네요.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을 하고 이 가격이라면 저도 자주 올 것 같습니다.”

오픈 하루 전 관리사무실과 빌딩 운영위원회 사람들이 시식을 위해 왔고, 우리 회사에서도 허문도 팀장님과 차장들이 와서 맛을 보았다.

그렇게 30여 명의 사람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으니 주차장으로 향하는 다른 사람들도 정상 운영하는지 알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과장님. 어떻게 할까요?”

“밥과 반찬이 충분하니깐 받아 봅시다. 아 돈은 받지 말구요. 홍보 차원이라고 생각합시다.”

공짜로 시식을 하게 해줬다는 말에 다들 ‘오예!’, ‘최고다!’를 외치며 식사를 했다.

그렇게 이용 가능한지 문의하며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다 무료로 시식을 겸한 식사를 제공했는데, 공짜로 먹게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들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내일 사무실 직원들 다 데리고 꼭 오겠다고 공치사를 하고 갔다.

그리고, 오픈 날에는 어제 먹었던 사람들이 홍보를 해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주차장과 정문에 붙어 있는 오픈 현수막 때문인지 11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준비가 다 되었으면 더 일찍 오픈해도 상관없어.”

첫날이라 현장에 나온 허문도 팀장의 말에 일찍 식당을 오픈했고, 식당을 마치는 오후 2시까지 480명을 쳐내었다.

“좋네. 석식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한 달 운영 후 배식 신청 인원을 받아 보고 100명이 넘게 나온다면 석식을 진행해볼 예정입니다.”

“좋아. 일단 오픈 후 사흘 치 데이터를 이수길 차장에게 보내. 임원 회의에서 쓸 거니깐.”

“아직도 전국 영업팀 소관 문제가 마무리 안되었습니까?”

“다음 주에 결정 날 거야. 영업 없는 주말에 조리 인원들 데리고 회식도 하고 잘 다독거려 주고 해.”

“네.

***

“야. 아예 우리 협회랑 거산 랜드랑 협정 같은 거 맺으면 안 되냐?”

“협정? 갑자기 무슨 협정?”

정진이도 아이들이 잘 하고 있는지 보러 왔는데, 조리실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곤 뜬금없이 협정 이야기를 꺼내었다.

“사실, 갱생지원을 협회에서 하고는 있지만, 내가 애들이 자립 할 수 있게 여러 업체나 관공서에 다니면서 일자리 협의를 한단 말이야. 사회적 공공 일자리라고 해야겠지.”

“어, 그런데. 응? 설마, 우리 회사에 사회적 공공 일자리 내놓으라는 거야? 우리 사기업이라 그런 거 안 해. 공공기관에 가서 해.”

“그런 공공기관에서는 진짜 시간 때우기 밖에 안되는 게 현실이야. 거기서 일을 한다고 해서 그 기관에 취업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네 회사가 딱이다. 아르바이트로 해서 일하다가 계약직으로 경력 쌓을 수 있는 게 최고인 거 같다.”

“쨔샤 그건 내가 애들을 케어해주고 하니깐 그런 거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그래서 더 딱이지. 앞으로 4곳 더 오픈할 거잖아. 거기에도 알바로 좀 애들 넣어주라. 아예 협회 차원에서 거산랜드에 협조 공문 보내고 할게. 너네 회사도 사회 환원 부서 같은 거 있을 거 아냐? 거기랑 협정 맺고, 자활 의지 있는 애들 좀 꽂으면 좋잖아. 언론사 뿌리기도 좋고. 어때?”

“몰라. 난 짬이 안되니깐 본사에 한번 문의 해봐라.”

“알았어. 일단 성과가 났으니깐 며칠 안에 기자 데리고 와서 애들 취재 좀 할게. 사회복지 일자리로서 너네 좀 띄어주고, 본사 사회 환원 팀으로 찾아가마.”

“와! 이제는 언론까지 마음대로 가지고 노네. 정진이 너 무서운 놈이 되었구나.”

“사회운동인 그런 거지. 언론사에서는 아주 좋아해. 그리고 너도 협회 일을 돕고 있는 거니깐 자부심 가져도 좋아.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노력해 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깐 기자 데리고 오면 너도 인터뷰 하자.”

“인터뷰? 괜찮긴 한데, 사진이 신문에 실려서 얼짱 회사원으로 화제가 되고 하면 곤란한데.”

“지랄 똥 싸고 앉았네.”

***

“전무님! 이거 보십시오.”

“뭐데?”

김독수 전무는 평상시에도 일을 할 때 방해받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나, 외식 사업부와의 업무 조정 건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인데, 비서가 신문을 들이밀었으니 화를 내려다가 마음을 돌려 먹었다.

10년이 넘게 자신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행동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여기 보시면 그 또라...아 임건호 과장이 나와 있습니다.”

생뚱맞게 엘리베이터 또라이가 신문에 나온 것이 뭐가 중요한가 싶었지만, 신문기사 제목이 김독수의 눈을 잡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사회복귀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거산랜드의 식품사업부!]

‘...청소년 시절 보호조치를 받았거나 전과가 있는 이들 중 새 출발을 하려고 해도 일자리 없어 다시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거산랜드의 ‘비즈니스 빌딩 내 구내식당 사업’은 사회복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체의 귀감이 되고 있다...일자리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임건호 과장.(사진)’

꺼벙하게 생긴 놈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김독수 전무는 이 신문기자의 워딩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한 구내식당 사업이 아니라, 공공적 성격을 가진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는 워딩은 임원회의에서 써먹을 수 있었다.

식당이 굴러가려면 결국 누군가를 고용해야 할 것이고, 자활 의지를 가진 사람을 고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좋은 이미지를 위해 돈을 들여 기업광고와 이미지 기사를 부탁하는 판인데, 이런 사회면에 긍정적인 기사를 낼 수 있다면 이익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관공서 위탁 급식의 경우에는 이런 사회 공공적 성격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이미지 마케팅이 제대로 먹히는 포인트였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 마케팅을 써 먹을 수 있다면 라이벌인 CT그룹의 푸드 사업부와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는 무기가 될 터였다.

그리고, CT그룹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임원회의에서 가산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특판팀 팀장 불러. 임원회의 자료 수정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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