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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3화 (13/203)

013. 거의 연금복권?

“뭐? 비즈니스 모델?”

허문도 팀장은 웃음이 나왔다.

이 바닥 영업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두 달짜리 과장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운운하는 것이 웃겼다.

“방금 그 첫 장의 수치는 일반적인 구내식당 운영의 수익구조 수치입니다. 하지만, 제가 조사를 하다 보니 그 일반적인 수치가 아닌 특수한 수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다음 장의 데이터 수치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 그래프를 스크린에 띄웠다.

화면의 한쪽은 더 스타 빌딩의 입주 업체 수와 출퇴근 인원, 그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서는 인원수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그래프에는 KNM 타워의 출, 퇴근 인원과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 수가 표시되어 있었다.

“수치에서 확인하시다시피, 현재 해운대 더 스타 빌딩에 입주해 있는 업체는 122곳이며 하루 고정 출근 인원수는 700명대입니다. 이중 우리의 예상 고객은 400명 내외입니다.”

“700명 중에 400명? 수치를 너무 긍정적으로 잡은 거 아니야?”

허문도 팀장은 빌딩 체류 인원의 50% 이상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수치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수치이긴 합니다. 하지만, 해운대 센텀시티라는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입니다. 주위에 구도심이라던지 재래시장 같은 구역이 아예 없습니다.”

건호는 지역의 특수성을 강조할 수 있게 부산시에서 초기 공개했던 센텀시티의 구성 조감도를 보여주었다.

한눈에 봐도 센텀시티는 내륙의 섬이었다.

군사시설과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공항과 항만부지 허허벌판을 센텀시티로 개발했기에 주위에 뭐가 없었다.

“이 특수성을 보여주는 자료는 더 있습니다. 이 KNM 타워의 수치를 보십시오. 방송국 직원은 14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KNM 타워의 구내식당을 점심때 이용하는 인원은 일일 600명이 넘습니다.”

“KNM 타워 내에는 방송국 외에도 일반 입주 업체도 있으니 그런 것이겠지.”

“KNM 타워 내 입주 업체는 39곳이며 상시 근무 인원은 15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KNM 방송국 직원과 입주 업체 직원을 다 합쳐도 300명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은 600명이 넘습니다.”

마우스로 클릭해 일일이 아이들이 카운팅을 하는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며 밑바닥까지 직접 움직여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KNM 구내식당의 경우 관찰한 15일 동안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원이 일일 평균 450명 이상이었습니다. 즉, 구내식당 이용객의 대부분이 외부인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을 써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주니 허문도 팀장도 더는 토를 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외부인들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바로 주변의 비즈니스 빌딩 근무자들이었습니다. 별첨 3번 표를 봐주십시오.”

“준비를 많이 했군.”

“네. 약 한 달간 센텀시티 내 30층 이상의 모든 비즈니스 빌딩의 출퇴근 인원과 점심시간 빌딩을 나서는 인원을 카운팅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근무 인원이 많은 상위 5곳의 빌딩을 선정하여 입주 업체 960곳을 일일이 방문하여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방대하게 스크린에 뿌려지는 수치와 사진들을 보자 이수길 차장은 물론이고 허문도 팀장도 입이 벌어졌다.

대충 봐도 10여 명 이상의 인원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품의 올려서 진행한 거 맞아? 아님 어디서 진행한 걸 가져온 거야?”

“품의를 올리면 시일이 걸릴 것 같아 우선 제 사비로 집행을 했습니다. 차후 사용 비용은 서류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허문도는 직접 사비로 먼저 진행을 했다는 말에 더 추궁하지 않았다.

한 달간 카운팅 알바와 960곳의 업체에 일일이 방문하여 리서치를 진행하는 데 몇백만 원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백만 원을 사비로 넣을 정도로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별첨 자료 4번을 보시면 근무 인원이 많은 상위 5곳의 빌딩 입주 직원들은 현재 평균 9천 원대의 점심을 사 먹고 있으며, 5,500원대의 구내식당이 생긴다면 97%가 구내식당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도시락을 싸 오는 직원도 구내식당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70%가 넘는군.”

“네. 센텀시티 자체가 신도시이기에 주변에 주거지가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수영구인데, 그 이외에는 다들 출근에 30분 이상 걸리니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힘들 겁니다.”

“리서치 설문에 응답한 2700명 중 80%가 빌딩 내 구내식당이 생긴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라. 너무 긍정적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군.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노다지 시장이야.”

“그럼,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서 더 스타 빌딩의 그래프를 봐주십시오. 700명 인원 중에서 400명이 이용할 거라는 예상 수치를 이 설문 조사의 80% 응답에 비교한다면 아주 보수적으로 낮춰 잡은 수치인 것입니다.”

“흐음.”

허문도는 이것도 다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입을 털고 싶었지만,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니 단순히 숫자 놀음이라고 치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5곳의 빌딩에 구내식당이 생기면 30층 미만의 다른 빌딩에서도 사람들이 KNM 타워의 구내식당처럼 몰려들 것이었다.

“그래서. 일 400명, 객 단가 5,500원이라고 했을 때 하루 매출은 220만 원, 한 달 중 주말을 제외한 평일 22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 달 매출은 4,840만 원이로군.”

“네. 기업체 위탁 급식의 경우 이익률을 30%로 잡더군요. 그렇게 계산했을 때 한 달에 약 1,450만 원의 영업이익이 생기게 됩니다.”

허문도 팀장과 이수길 차장의 머리에는 이미 판관비(판매관리비)와 원가, 인건비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초반 시설비와 월세, 기타 예비비를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월 900만 원의 이익은 떨어진다는 거군.”

“네 리서치 자료를 100% 맹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유동 인구 상위 5곳의 빌딩에 구내식당을 만들게 되면, 해운대의 심장인 센텀시티의 위탁 급식을 손에 넣게 되는 것입니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는 것입니다.”

허문도 팀장은 센텀시티 KNM 타워의 구내식당을 영업할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결국, CT그룹에 KNM을 빼앗기고는 기업체 위탁 급식 강화를 위해 3과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리고, 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했듯이 빌딩 내 큰 업체가 없는 경우는 구내식당이 대부분 없었습니다. 다들 보유하고 있는 일반적인 구내식당 운영 수치만 보고 진입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인근에 구도심이 없고, 빌딩 내 큰 업체가 없을 경우라는 특수성을 경쟁사인 CT그룹도 몰랐고, 허문도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케이스의 비즈니스 빌딩에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방식을 전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건호의 말에 허문도 팀장은 부산뿐만 아니라 인천이나 경기도의 새로 만들어진 산업단지들이 생각났다.

인위적으로 허허벌판에 만들어진 빌딩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맞았다.

하지만, 진행을 하기에는 걸리는 것이 많았다.

물론, 일반인이 보기에는 영업이익이 인건비나 원재료비를 다 제하고 나오는 금액이니 월 1,450만 원이 떨어지고 보수적으로 잡아도 900만 원대의 이익이 난다면 꽤 좋은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 특히 사업팀의 입장에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규모였다.

특히 보증금이 문제였다.

나중에 돌려받는다곤 하지만, 2년간 묶일 돈이었다.

사업팀의 예비비를 쓰는 게 아니라면 보증금 때문에라도 내년에나 추진할 수 있었다.

사업을 진행해도 욕은 안 들을 정도는 되지만, 그렇다고, 이 건을 위해 추가 예산을 본사에 요청하고, 운영 인원을 배정하며 들어가는 수고를 계산하자 기회 비용적 측면에선 애매한 그런 건이었다.

“KNM처럼 그 빌딩에서 공간을 무상 임대해 주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거야?”

“네. 빌딩의 실제 주인들인 운영위원회 회장들과 몇 번 미팅을 해보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관리사무소는 아예 실권이 없었습니다.”

“애매하군. 애매해.”

허문도 팀장의 전매특허와 같은 버릇이 나오기 시작했다.

턱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고민을 했다.

고와 스톱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 양쪽 다 수긍이 가는 건이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각 사업부에서 1년간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갑자기 4억을 끌어다 집어넣기에는 사업부의 예비비가 빠듯했다.

물론, 예비비가 좀 더 넉넉하다고 해도 예비비를 보증금에 박아넣어 버릴 수는 없었다.

하반기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으니깐.

“보증금을 없애는 대신 월세를 더 올리는 방안은? 그건 협의가 아예 불가능했어?”

허문도 팀장의 말에 건호는 테이블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미끼를 물은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빌딩의 전주들인 운영위원회 회장님들과 미팅을 하며 회사 입장에서는 보증금이 걸린다고 이야길 했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적자가 났을 때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한 안전장치가 없다고 그런 조정을 거부했습니다.”

“허어 참. 우리 거산랜드를 신용하지 않는다는 거야?”

허문도 팀장은 대기업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저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든 설득을 했는데, 그러자 운영회의 다른 분이 이런 조건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건호는 준비되어 있던 플랜B의 방법이 나와 있는 서류를 팀장과 차장에게 건네었다.

“운영위원회의 몇 분이 제시하신 조건입니다. 보증금을 대신 내어주는 조건으로 월세를 더 올려 받는 재임대의 방법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돈이 들지 않는 재임대의 방식이라. 흠. 나쁘지 않군. 빌딩의 공간을 자신들이 임차해서 재임대하는 조건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 500만 원이라.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조건이야.”

월세가 2배가 되었지만, 수치상 그렇게 월세를 더 부담하게 되겠지만, 보증금을 넣지 않아도 되니 사업부 예산 증액 없이도 추진이 가능했다.

“이 재임대를 제안한 곳은 믿을 만하고?”

“제가 나름 조사를 해 보니 부산 지역 의사와 법조계 분들이 만든 부동산 법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더 스타 빌딩뿐만 아니라 다른 4곳의 빌딩에도 공간을 임대해 우리에게 재임대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흐음.”

허문도 팀장은 이제까지 턱을 좌우로 돌려가며 고민하던 것을 멈추었다.

결론을 낸 것이었다.

“월세가 2배로 뛰지만, 일단 사업부에서 추가 예산 없이 바로 진행이 가능한 게 마음에 드네. 그리고, 이런 리서치 자료가 믿음이 가게 만들고 있고. 이 차장이 보기엔 어때?”

“저는 우리 임 과장을 믿고 있었습니다. 서울 물 먹고 고대 나온 사람답다고나 할까요. 다른 과 과장들이 좀 배워야 합니다. 이런 부분들은.”

이수길 차장은 나를 보며 마치 잘 키운 막냇동생을 보는 듯한 푸근한 눈빛을 보내었지만, 이미 화장실에서 이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런 눈빛에 속지 않았다.

“좋아. 임 과장은 자료 이 차장에게 다 넘기고, 사비로 쓴 거 지출계획서로 해서 올려. 이 차장이 기획서 한 번 더 가다듬고 바로 위에 올려보자고.”

“네. 팀장님 그럼, 우리 임 과장을 위한 4과를 만들어 주시는 겁니까?”

“통과만 된다면 당연하지. 전무님과 지사장님 승인 나면 바로 4과 만들고 이건 진행하는 거야.”

***

내 돈으로 쓴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 품의서와 지출서를 만드는데, 타이핑을 하면서도 건호는 웃음이 나왔다.

단순히 한 달 가까이 준비했던 기획이 팀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쾌감이 아니었다.

이 건이 전무와 지사장을 통과해서 진행되게 된다면 가만히 앉아서 월 천만 원 넘는 수익이 들어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비즈니스 빌딩의 공간을 임대하기 위해서 20억 넘는 돈을 보증금으로 넣게 되겠지만, 일도 하지 않고 매달 천만 원 넘는 이익이 생기는 것이었으니 뭔가 연금복권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증금도 떼이지 않게 법을 잘 아는 정진이가 확인해 줄 것이니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을 터였다.

돈이 많아지면 그 돈이 새끼를 치게 될 거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건만 잘 잡고 있다면 그냥 널널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월급루팡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암. 셜록홈즈 보다는 루팡이 더 멋지지.

***

“응? 입안자 임건호? 그 미친놈 이름이 임건호였던 거 같은데. 서울에서 전출 온 그놈이 만들어 올린 거야?”

“네? 미친놈이라고요?”

“그래. 내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뛰어들어서는 같이 타고 올라가자고 했던 미친놈이야 이거.”

“우리 임 과장이 그럴 사람은 아닌데. 하하하 뭔가 그날 급한 일이 있었던가 봅니다.”

“어이구, 이렇게 사람이 물러서야. 쯧쯧.”

김독수 전무는 나름대로 부하 직원을 카바쳐 주는 허문도를 보고 혀를 차면서도 아껴줬다.

자신은 이성적인 판단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던 반면에 허문도는 사람을 대하고 부리는데, 감정을 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허문도의 이런 성향을 알기에 김독수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허문도를 데리고 있으며 보완하고 있었다.

그런 허문도가 아주 당당하게 신사업 기획서를 들고 왔으니 한번 제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허문도를 통해 설명을 들은 김독수는 이게 뭔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 그 미친놈 아니, 임 과장 데리고 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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