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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2화 (12/203)

012. 다 각도로. (2)

“그건 카운팅 안 해도 돼.”

“왜요?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로 차가 많이 오잖아요.”

“주차장은 카운팅 시스템이 있으니깐 괜찮아. 관리사무소에서 협조해 주기로 했거든. 하루에 몇 대가 드나들고 하는지가 전산 자료로 남기 때문에 일일이 카운팅할 필요가 없어. 물론, 한 대에 몇 명이 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당 1.2명 정도로 수치 보정을 하면 될 거야. 이해됐지?”

“네.”

“자. 위치로!”

정해진 위치로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일에 대해서 의문을 표한 여자애의 이력서를 들춰 봤다.

김이서라는 이름의 아이는 삼일 디지털 고등학교 자퇴 이후 검정고시를 보았다고 되어 있었다.

옛날로 치면 상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다 자퇴를 한 것이었다.

다른 남자아이들의 이력서도 보니 4명 모두 다 자퇴 한 아이들이었다.

“4명 모두 결손가정 애들이야. 남자애들은 오토바이 훔치다가 보호처분 받은 거 이제 돈 모아서 오토바이 사겠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어.”

“여자애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뭐머?”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놀랐다.

“가출한 중학생들 데리고 팸을 만들어서 성매매시키려고 했거든. 뭐 기망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자기 반성하고 제대로 살고 싶다고 협회에 도움을 요청해 왔어.”

“이야. 정진이 너 힘든 일 하는구나. 존경스럽다야.”

“그래도 얘들은 나름대로 갱생의 의지가 있는 애들이야. 정상적으로 살아서 사회의 일부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애들이니깐. 그래서 정상적인 직장인들을 볼 수 있는 알바에 데리고 온 거야.”

“하긴, 정장이나 캐주얼한 옷을 입고 제시간에 출근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무리에 끼고 싶어 할 테니깐.”

“그래서, 내가 여기 일하면서 옷에 엄청 신경을 쓰는 거야. 정상적으로 노력하면 일반인도 이렇게 입고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그럼 나도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벌고 쓴다는 걸 보여줘야 하겠네.”

“그래. 부탁 좀 할게.”

죄는 지었지만, 법원이 미성년자들을 처벌하기보다는 선도하려고 하는 이유가 다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올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사회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잘 이끌어줘야 하겠다는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어느 정도는 느껴졌다.

일단, 아침 7시까지 오기로 한 약속을 아이들이 잘 지켜 주었다는 것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애초에 막장인 애들은 시간 약속 따위는 그냥 무시해 버리는 애들이었으니, 이 애들은 나름의 각오가 선 애들이었고, 약속은 지키기 위해 몸을 움직인 애들이었다.

이렇게 바로 살려는 마음을 먹은 애들을 지원해주고 버틸 수 있게 해 준다면 다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 터였다.

괜히 정진이 때문에 책임감이 생겨 버린 것 같았다.

관리사무소에서 앉을 수 있는 의자까지 마련해 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카운팅 기계를 누르는 일에 재미를 느낀 것인지 아이들은 딴짓도 하지 않고 열심히 카운팅을 했다.

아이들이 7시에서 10시까지 3시간 동안 카운팅할 동안 지하 2층의 공간에 배수구 자리나 전기코드 등이 나오게 사진도 찍었고, 도면도 관리사무소에서 받아 챙겼다.

그리고, 7시부터 시간대별로 카운팅된 숫자를 받았다.

“이번 주는 매일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출근 카운팅을 하고,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사람을 카운팅할 거야. 그리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퇴근 카운팅을 할 거구. 총 7시간 근무에 하루 일당 3만 원. 중식 제공.”

내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1시 반까지 시간이 되니깐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너네 아침 뭐 먹었어? 정진이 아저씨 눈치 보지 말구.”

“밥 안 먹었는데요.”

다들 아침을 안 먹었다고 하기에 해운대에서 유명한 대구탕집으로 갔다.

“내가 현장에 없을 때는 이걸로 다 같이 밥을 사 먹어.”

그래도 이서가 한 살이 더 많았기에 따로 만들어 온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이서는 이 카드를 받아도 되는지 정진이의 눈치를 봤다.

사실 체크카드를 만들어 올 때도 약간은 걱정을 했다.

범죄 이력이 있는 애들에게 체크카드를 줘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게 놔둘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럴수록 너희를 믿는다는 그런 신뢰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과의 신뢰 관계.

그것이 있다면 앞으로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신뢰를 저버리고 사고가 난다고 해도 100만 원만 넣어두었기에 큰 손해는 없을 터였다.

그리고, 정진이 녀석에게 100만 원어치 밥을 얻어먹을 작정이었다.

“받어. 밥이랑 음료수 안 사 먹을 거야? 그리고, 하루 동안 작업한 거는 이서에게 넘겨주면 되고. 혹시라도 나나 정진이 아저씨가 나오지 않더라도 너희가 ID카드 목에 걸고 카운팅하면 되는 거야. 할 수 있겠지?”

“네.”

아직도 망설이는 이서의 손에 카드를 쥐여줬다.

그리고 애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건물을 나오는 사람들을 카운팅할 때 다른 중요 빌딩의 관리사무소에 들러 구내식당 입점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30층 이상의 대형 비즈니스 빌딩에서는 다들 대환영이었다.

일반 음식점이 있긴 있으나 가격 측면에서 이득인 구내식당이 들어온다면 다들 괜찮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의 반응만 보면 분명 이런 대형 빌딩의 구내식당은 성공할 수 있었다.

좀 더 디테일한 조사를 위해 동생이 근무하는 호텔에 들렀다.

해운대에 있는 뉴클라우드 호텔.

성급으로 치면 3.5성급이라고 불리는 어중간한 호텔이었다.

해운대 백사장을 바로 볼 수 있는 조망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객실이 그렇다고 고급인 것도 아닌, 그냥 무난한 그런 호텔이었다.

하지만, 꼭대기 층인 스카이라운지에서는 바닷가를 조망할 수 있기에 이 시간에도 사람이 많았다.

다들 에프터눈 티를 시켜 여유 있게 차와 쿠키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팔자 좋구만.”

스카이라운지에서 근무하는 동생 빽을 믿고 나도 에프터눈 티를 시키곤 창밖을 보며 여유를 즐겼다.

물론, 채 3분도 되지 않았다.

“법인카드로 마시는 거 아니면 취소한다.”

“야야, 취소하지 마, 회사 카드야 회사 카드. 그냥 같이 먹자.”

회사 카드라고 해서 먹게 된 차와 쿠키, 초콜릿은 확실히 고급스러웠다.

나름의 여유를 느끼며 동생 학교 후배들 중에 놀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지를 물었다.

“뭐 하는 일인데?”

“해운대 비즈니스 빌딩에 들어가 있는 업체에 방문해서 리서치를 해야 하는 일이야. 정장 입고 나름의 서비스 정신을 교육받은 친구들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리서치라면 사교성 있는 애들이 좋긴 하지. 그런데, 나도 졸업한 지 꽤 되어서 이제 연락되는 후배가 몇 없는데, 몇 명이 필요한데.”

“학생이 아니라도 괜찮아. 8명이 필요한데.”

“음 그럼, 동문 카톡 방이 있는데, 거기에서 단기 알바 할 애들 구해 볼게. 이메일이랑 연락처는 오빠 거로 올린다.”

“오케이. 카톡으로 아르바이트 조건 보내줄게. 하루 7시간 근무 4만 원이면 되겠지? 식사 제공이고.”

“뭐, 그 정도면 될 거야.”

동생에게 아르바이트생 용건을 말한 이후로 스카이라운지에서 여유를 좀 즐기고 싶었지만, 동생 눈치가 보여 빨리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남은 과자류를 다 챙겨 나왔다.

그렇게 생긴 쿠키들은 점심 카운팅 이후 쉬고 있는 애들에게 건네주었다.

“와! 이런 고급 쿠키 처음 먹어봐요. 초콜릿도 비싼 거네.”

“나도 겨우 얻어왔다. 다음에도 챙겨 오마.”

애들은 간식으로 과자류를 아주 잘 먹었고, 저녁 카운팅 이후로 저녁으로 수영 로터리에 있는 김밥 천국에서 밥을 먹었다는 카드 알람을 확인했다.

해운대에서 비싼 걸 안 먹고 수영구로 넘어와서 밥을 먹고 헤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밤에 엑셀로 정리된 카운팅 데이터가 메일로 와 있었다.

이서에게 명함을 줬기에 그 메일로 보낸 것이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알아서 하는 이런 것만 보면 신뢰성을 떠나 애가 일머리는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부터는 동생의 호텔경영학과 후배들이 투입되었는데, 호경과 애들답게 검은색 정장에 구두를 신고 온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관리사무소의 사람들도 이런 깔끔한 친구들이라면 각 업체에 방문해서 리서치를 해도 클레임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고 안심했다.

그리고 카운팅을 하고 온 이서와 아이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인 것 같았다.

“부산에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관광의 도시답게 호텔 관련 학과는 나름 취업이 잘 되는 학과야. 그리고, 너희도 저렇게 정장을 입고 일을 할 수 있어.”

괜한 오지랖 같지만, 애들에게는 롤모델이라는 것도 필요했다.

거창한 위인이나 학자 같은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또래인데, 달리 보이는 그런 롤모델이 이런 친구들에게는 필요했다.

20대 대학생으로 가장 빛이 날 시기에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호텔과 비즈니스 빌딩을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이 아이들에게 자극이 되고,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애들에게 자극을 줬으니 당근도 필요했다.

“카운팅 알바가 끝나고 나면 리서치에도 너희를 투입할 수 있게 정진이 아저씨랑 같이 옷 한 벌씩 해 줄 테니까, 중간에 지각하지 말고 우리 제대로 해 보자.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근데, 메이커로 사주는 거예요?”

고1인 남자애들은 그저 메이커였다.

“아울렛은 안 되겠냐?”

“오예! 근데 아울렛도 메이커 똑같은 거 아니에요?”

“그래 비슷하지. 그럼 아울렛표로 해주마.”

그리고, 이런 자극이 도움이 되었는지 이서는 다음 날부터 정장을 입고 나왔고, 그런 모습을 본 정진이가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남자애들 세 명의 옷을 구해와 입혔다.

추리닝에서 검은색 바지와 구두로 바뀐 것이었다.

“야 너 돈 좀 썼다.”

“공짜야. 신애원이라고 장애인들 자활 협동조합이 있어. 거기서 옷이랑 신발을 만들어서 파는데, 안 팔리는거 협조 좀 해달라고 해서 받아왔어.”

“시민단체는 별의별 게 많네.”

“그런데, 애들 알바 끝나고 나면 다시 어디 써줄 곳이 없을까?”

“흠. 일단 내가 이야기한 법인이 잘되고, 빌딩에 구내식당이 들어가게 된다면 조리원이든 카운터든 내가 애들 고용할 수 있게 해 볼게.”

“일단은 그 기획이 잘되어야 한다는 거네.”

“일단 더 스타 빌딩은 리서치까지 다 끝냈으니 자료 취합해서 내일 한번 들어가 봐야지.”

***

“그래 한 달 가까이 바쁘게 다니던데 뭔가 나오긴 나왔어?”

건호는 기획서를 이수길 차장과 허문도 팀장에게 건네었다.

“응? 비즈니스 빌딩 내 구내식당 운영 건이라. 어디 보자. 보증금 4억에 월 250만 원 월세? 월 순이익 계산은 300만 원? 쯧쯧. 이걸로 일이 되겠어?”

“네. 단순한 구내식당 운영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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