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94화 (294/296)

294화 이것이 야구다 04

7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포타는 바깥쪽 코너에 완벽한 패스트볼을 던졌다.

무브먼트, 속도, 그리고 제구.

세 가지가 모두 완벽했다.

로버트는 생각했다.

오늘 이 이상 완벽한 공은 없었다고.

하지만 그 완벽한 공은 미트에 들어오지 않았다.

따악!

강하게 맞은 공이 펜스 너머로 사라졌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사실이었다.

“홈런! 홈런입니다! 칼튼의 솔로 홈런! 탬파베이가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배트가 나왔습니다. 아마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윌리엄이나 산체스가 홈런을 때려냈다면 천재의 경이로움이 또 한 번 발현된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공을 펜스 너머로 날려 버린 선수는 바로 칼튼이었다.

“이게 가능한 건가?”

로버트는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는 칼튼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칼튼은 97마일(156km)의 스피드로 코너를 노리는 공을 펜스까지 넘길 수 있는 파워가 없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해도 펜스 직격 2루타.

그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데 공은 깔끔하게 펜스를 넘어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제기랄, 미치겠군.”

순도 100%의 진심.

놀란 것은 공을 던진 포타도 마찬가지였다.

‘내내 좋지 않았던 패스트볼이 완벽한 코스로 날아갔는데…… 그게 홈런이 되는군. 야구는 역시 모르겠어.’

탬파베이 선수들도 뜻밖의 홈런에 놀랐다.

“칼튼! 멋진 녀석!”

“솔직히 말할게! 네가 해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어메이징! 이것밖에는 할 말이 없다!”

김민도 칼튼이 포타를 상대로 홈런을 쳐 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행운은 천재의 재능마저 무력하게 만드는군.’

블렛소 투수 코치가 다가와 말했다.

“이제 공을 넘겨주겠나?”

“조금 더 던져 보겠습니다.”

“승리 투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 같군.”

김민이 말했다.

“주자를 내보내면 바꿔 주십시오.”

주자를 내보내면……

이것은 점수를 줄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겠다는 말보다 한 발 뒤로 후퇴한 것.

블렛소 투수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탬파베이 1:0 뉴욕

전광판의 스코어가 바뀐 순간 탬파베이 팬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칼튼! 칼튼! 칼튼!”

“오늘 MVP는 너다!”

이반 감독은 이 한 방의 홈런이 시리즈를 끝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경기는, 아니 이번 시리즈는 우리가 잡았다. 라우리, 스페이츠, 볼튼을 총동원하면 2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가 있다.’

그는 뉴욕으로 원정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했다.

반면 유리 감독은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탬파베이의 공격력을 생각하면 1점도 잘 막은 것이다. 칼튼의 홈런은 의외의 결과지만, 그도 메이저리그 타자. 언제 홈런을 때려도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우리 타선이다. 8, 9회 남은 2이닝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주자가 홈에 들어오고, 다음 타자가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배터 박스에 들어선 것은 브라이튼입니다.”

캄진 수석 코치는 오히려 지금이 홈런을 맞기 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어설픈 공을 던지면 산체스와 윌리엄에게 찬스가 난다.’

대량실점.

이것은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로버트가 진정한 포수가 되었다면, 어떻게든 이 위기를 막아 낼 것이다.’

팡!

초구는 바깥쪽에 빠지는 패스트볼.

로버트는 포타의 패스트볼 제구가 더 나빠졌다고 판단했다.

‘틀렸어.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지 않아.’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커브를 요구했다.

‘커브는 그래도 좋아.’

휙!

안쪽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공.

브라이튼은 그 공을 강하게 당겼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베이스 옆을 통과해 외야로 빠져나갔다.

“안타! 다시 안타입니다!”

“브라이튼이 커브를 노리고 정확히 받아쳤군요.”

칼튼의 홈런에 이은 브라이튼의 안타.

탬파베이는 순간 기세를 탔다.

“브라이튼! 잘했어!”

“계속 그렇게 하는 거야!”

“고! 탬파! 고! 탬파!”

다음 타자는 천재 산체스.

포타는 팔을 뻗어 로진백을 만졌다.

‘내 공이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 건가?’

그 순간 로버트가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포타.”

“로버트.”

“다음은 산체스야.”

포타가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대답했다.

“알고 있어.”

“거르자.”

포타는 로버트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

“뭐라고?”

“그런 자신 없는 투구를 할 거면 볼넷으로 거르자고.”

“…….”

로버트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거르기 싫다면 한가운데에 패스트볼을 던져.”

“한가운데? 그게 되겠어? 상대는 산체스야.”

“포타, 짧게 말하지. 자기 공을 믿지 못하는 투수는 절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설 수 없어.”

포타는 에이스였다.

그것도 월드시리즈에 오른 강팀의 에이스.

로버트의 한마디는 루키 투수에게 하는 조언과 같았다.

포타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에이스나 루키 투수나 같다는 건가? 아니야. 녀석의 말은 지금 내 꼴이 루키와 같다는 거야.’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로버트, 한가운데에 넣겠어. 가장 빠른 공으로.”

로버트는 포타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싸울 준비가 된 거군.’

“좋아. 이다음은 내가 모두 책임지겠어.”

로버트는 마운드를 내려오며 생각했다.

‘흔들리는 투수, 산체스는 공을 하나 보려고 할 테지. 난 그 여유를 꿰뚫는다.’

홈플레이트로 돌아온 로버트가 빠르게 사인을 냈다.

그러나 이 사인은 아무 의미가 없는 손짓이었다.

다음 공에 대한 사인은 이미 말로 주고받은 뒤였다.

산체스가 배트를 세우자 포타가 투구에 들어갔다.

“포타는 셋업 피치일 때도 구위가 나빠지지 않는 투수 중 한 명입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이 끝나자마자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를 통과했다.

파앙!

미트를 울리는 소리만 들어도 어떤 공이 들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8마일(158km).

“포타! 7회 말에 98마일을 기록했습니다!”

“아직 힘이 남아 있다는 뜻이군요!”

산체스는 포타의 초구를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설픈 코너웍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군. 제구가 어긋나고 있다면 이쪽이 더 나은 판단이지.’

힘과 힘의 대결.

산체스는 밀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물론 나야 그렇게 나와 주면 고맙지.’

정면승부에서는 패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산체스였다.

배트를 세우자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아무리 빨라도 랜디 존슨의 패스트볼보다는 느리다.’

산체스는 타이밍을 최대한 당겨 잡았다.

휙!

허공을 가르는 느린 커브.

산체스는 커브를 본 순간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속았군.’

기대했던 정면승부는 없었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산체스의 배트가 크게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캐스터는 큰 헛스윙에 목소리를 높였다.

“산체스! 크게 헛스윙입니다! 이것으로 카운트는 0-2입니다!”

“산체스가 칼튼의 홈런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요? 배트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같습니다.”

클락이 산체스의 헛스윙을 보며 말했다.

“산체스는 천재이긴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부르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로버트의 완급조절에 완전히 당했어. 이건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그러나 김민은 조금 생각이 달랐다.

“이번 헛스윙은 완급조절에 당한 게 아니야.”

“그럼?”

“연출된 거야.”

클락이 눈을 크게 떴다.

“연출이라고?”

그의 물음에 김민의 설명이 이어졌다.

“브라이튼의 안타 직후, 로버트가 마운드에 올라갔잖아.”

“그랬지.”

“이럴 때 타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투수가 흔들리고 있구나.”

클락은 대답을 한 뒤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렇구나! 흔들리는 투수를 연출한 뒤 빠른 공으로 한가운데 스트라이크, 산체스는 당할 수밖에 없었겠지. 두 번째 헛스윙은 그 패스트볼을 의식한 나머지 나온 것이고.”

흔들리는 투수를 상대로 빠른 승부를 가져가는 타자는 많지 않았다.

보통 하나 정도는 공을 보기 마련이었다.

부르스가 오른손 식지를 들며 말했다.

“연출에 허를 찔렸다고 했지만, 산체스 정도 되는 타자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배팅 포인트를 잡고 있지 않아?”

김민이 대답했다.

“산체스도 가운데 들어오면 친다는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포타의 공은 그런 어설픈 생각으로는 칠 수 없어. 98마일(158km)이거든.”

98마일은 칠 수 없는 마구가 아니었다.

하나 언제든 칠 수 있는 공 또한 아니었다.

다른 구종을 포기한 채 패스트볼에 완벽히 타이밍을 맞췄을 때, 비로써 공략이 가능한 공이 바로 98마일 패스트볼이었다.

“다음은 어떻게 될까?”

클락의 한마디에 산체스는 파울로 답했다.

딱!

“짧게 잡고 커트하는군.”

산체스는 여기서 그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포타는 마운드를 내려갈 수밖에 없다.’

포타가 내려간다면 탬파베이는 단순히 오늘 경기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시즌의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천재의 집중력은 연속으로 3개의 파울 타구를 만들어 냈다.

김민은 파울 타구가 나올 때마다 2루를 향해 뛰는 브라이튼을 주목했다.

‘브라이튼이 2사를 너무 강하게 의식하고 있어.’

그는 브라이튼이 2루로 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주루사는 흐름을 끊는다.’

바로 그 순간 포타의 공이 바깥으로 크게 빠져나갔다.

“피치아웃!”

로버트의 어깨는 사무엘과 차원이 달랐다.

그는 2루를 향해 뛰는 브라이튼을 정확히 저격했다.

“브라이튼! 2루에서 아웃!”

“상황이 이렇게 끝나는군요.”

이반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브라이튼을 바라보며 말했다.

“브라이튼 말이야. 분위기를 깨는데 일가견이 있어.”

바이슨 수석 코치가 그를 변호하듯 말했다.

“2사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적극적이었어. 3번 파울에 모두 뛰다니, 내가 포수라고 해도 하나 정도 빼서 상황을 봤을 텐데…….”

투수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카운트.

이럴 때 주자는 피치아웃을 경계해야 했다.

그러나 브라이튼은 피치아웃을 경계하기보다 4번 연속 도루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무모했군.”

클락의 말을 부르스가 받았다.

“그건 결과론이야. 산체스의 파울 타구 3개 중 안타가 하나라도 나왔다면 주자는 2사 1, 3루가 되었을 거라고.”

“하지만 안타가 나오지 않았잖아.”

“그래서 결과론이라고.”

포타는 7회 말 칼튼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로버트의 레이저 송구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8회 초.

뉴욕 메츠 공격.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민이었다.

기자들은 김민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했다.

“킴이 또 올라오는 건가?”

“하위 타선이라 여유 생겼다는 뜻일까?”

“하위 타선이라고 해도 주자를 내보내면 아마 교체될 거야.”

불펜의 부하를 줄여주기 위해 1, 2명의 타자를 상대하고 내려간다.

기자들은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로버트의 생각은 달랐다.

“킴은 완봉을 노리고 있어.”

“완봉이라고?”

“그래.”

라이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어지간히 얕보인 모양이군.”

“얕보고 있는 건 우리야.”

로버트의 한마디에 라이언이 발끈했다.

“뭐라고?”

“떨어진 구속 때문에 킴이라는 투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 녀석은…… 라이징 패스트볼이 없어도 강한 투수야.”

“다양한 구종 때문인가?”

로버트가 대답했다.

“다양한 구종,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녀석의 진짜 무기는 그게 아니야. 완급조절과 시프트. 그 두 가지 화음이 빚어내는 운영이라는 앙상블. 운영의 마술사가 마술을 깨지 못하는 한 우린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안을 수 없어.”

그는 김민을 마운드에서 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연습 투구가 끝난 뒤 록튼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킴, 체력을 아낀 게 아니지?”

포수의 눈은 오래 속일 수 없었다.

김민이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안타를 맞지 않는 선에서 끝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겠어?”

김민이 대답했다.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선두 타자는 7번 레너드.

강함이 느껴지는 타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쉬운 타자 또한 아니었다.

록튼이 레너드를 살핀 뒤 말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진 지금, 제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곤란해.”

“제구는 조금 괜찮아졌어.”

“그래?”

김민이 대답했다.

“7회에 봤잖아.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인정하지. 평소의 80%는 되는 것 같더라.”

“오늘 경기가 끝나면 한턱 쏠게.”

“설마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려는 건 아니겠지?”

“안타를 맞지 않는다면.”

록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안타 하나가 홈런이 될 수도 있어.”

“알고 있어.”

“알고 있다면 다행이고.”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자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빨리 끝내지.”

록튼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내려갑니다.”

그가 자리로 되돌아가자 경기가 재개되었다.

“플레이!”

김민은 빠르게 사인을 낸 뒤, 초구를 던졌다.

슉!

바깥쪽 코너를 노리는 패스트볼.

구속은 대략 90마일(145km).

레너드는 생각했다.

‘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공은 아니다.’

그는 배트를 앞으로 뻗었다.

탁!

느낌이 좋았다.

‘그대로 밀어낸다.’

그러나 배트에 맞은 공은 3루수 키를 넘어 라인을 벗어났다.

“레너드, 바깥쪽 공을 밀었지만, 라인을 크게 벗어납니다.”

라이언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레너드가 좋은 공을 놓쳤군.”

로버트가 배트를 들며 그의 말을 받았다.

“레너드에게는 좋은 공이 아니야.”

“로버트, 킴을 칭찬하는 건 좋지만, 이번 건 90마일에 불과했어.”

“패스트볼은 스피드만이 아니야. 킴의 제구는 완벽했어. 그래서 파울이 나온 거야.”

체력이 떨어지면서 김민의 제구가 살아나고 있었다.

록튼은 제구라는 무기가 있는 한 김민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점점 킴다운 공이 들어오고 있다. 이 상태라면 완봉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두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레너드의 배트는 이 공에 크게 헛돌고 말았다.

로버트가 혀를 차며 말했다.

“구속이 떨어졌다고 얕보고 있어.”

유리 감독은 경기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목이 탔다.

“물.”

캄진 수석 코치가 물병을 건네자 바로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사막을 다녀온 사람처럼 물이 목을 타고 흘러들었다.

“후…… 이제 살 것 같군.”

유리 감독은 그라운드로 고개를 돌렸다.

상황은 아직도 0-2였다.

“어떻게든 점수를 내야 해.”

김민은 누가 봐도 지친 상태였다.

지친 투수를 상대로 점수를 뽑지 못하는 팀은 절대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차지할 수 없었다.

“세 번째 공!”

슉!

86마일(138km) 커터.

레너드는 이 공을 간신히 커트하는 데 성공했다.

“파울! 타구가 홈플레이트 뒤쪽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구속은 느리지만, 위력은 상당해 보입니다. 이게 바로 대투수의 관록일까요?”

관록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젊었다.

하지만 김민의 지금 피칭은 관록이라는 말이 맞춘 옷처럼 어울렸다.

“결정구를 던질 타이밍입니다.”

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민이 결정구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1루수 아울의 품에 안겼다.

“1루수가 잡아서 그대로 베이스를 밟습니다.”

1루수 땅볼 아웃.

레너드는 고개를 숙였다.

“빌어먹을.”

라이언은 구속을 확인하곤 혀를 찼다.

“또 86마일(138km)이었군.”

로버트가 대기 타석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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