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93화 (293/296)

293화 이것이 야구다 03

4회 초, 마지막 타자는 5번 엔드류.

로버트는 생각했다.

‘엔드류로는 어렵다.’

엔드류가 나쁜 타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월드시리즈 진출팀의 5번 타자였다.

나쁜 타자라면 월드시리즈 진출팀이 그를 클린업에 넣었겠는가?

로버트가 어렵다고 생각한 것은 김민과 상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킴은 정직한 승부가 거의 없는 투수다.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도 그것은 대부분 타자의 허를 찌르는 공이다. 반면 엔드류는…….’

엔드류는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투수들에게 강했다.

탬파베이에서 찾는다면 설리반과 클락 정도?

탁!

배트에 빗맞은 공이 좌익수 머리 위에 높이 떠올랐다.

“케니히가 공을 따라갑니다! 글러브에 들어가는 공! 킴! 메츠의 4회 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막아 냅니다.”

“킴의 강함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이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밥, 강함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구위가 훌륭하지 않아도 킴은 타자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왜?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운영이 가장 뛰어난 투수입니다.”

유리 감독은 김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힘이 빠진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킴은 강하다. 운영의 마술사. 그냥 얻은 별명이 아니군.’

그는 조금 더 김민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4회와 5회.

두 팀은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빈공에 허덕였다.

특히 탬파베이의 빈공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플로리다 출신 기자들이 미간을 좁혔다.

“탬파베이가 두 번째 타순에서도 점수를 뽑지 못하는군.”

“그만큼 메츠의 수비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하루를 쉬고 복귀한 로버트 역시 훌륭한 시프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란 말, 과언이 아닙니다.”

탬파베이 코칭 스텝들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포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긁히는 날이군요.”

에이스가 긁히는 날.

이는 상대 팀의 악몽을 뜻했다.

아군에게는 든든한 수호신.

상대 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

포타는 그렇게 마운드를 지배했다.

“포타의 컨디션은 그렇게 좋은 건 아니야.”

이반 감독의 말은 바이슨의 말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었다.

“예?”

탬파베이 강타선을 5이닝 무실점으로 막아 냈다.

그런데 이반 감독은 컨디션이 좋은 게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뭔가 잘못 보신 건 아닐까?’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이반 감독이 말했다.

“시프트, 볼 배합, 그리고 운영. 세 가지가 완벽해.”

“그 말씀은…….”

“로버트가 예전보다 더욱 강해졌어. 평범한 투수조차 긁히는 날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과거의 로버트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을 선호했다.

한데 오늘 로버트는 달랐다.

그는 상대의 허를 찌르기보다는 포타에게 힘을 불어넣는 볼 배합을 펼치고 있었다.

‘경기를 제대로 보고 있어.’

바이슨 수석 코치가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무엘의 경기를 보고 자극을 받은 모양이군.”

“어제 경기 말입니까?”

“메츠가 패하긴 했지만, 로버트에게는 큰 자극이 되었을 거야. 만약 우리가 오늘 패하고 메츠가 6, 7차전을 이긴다면 유리 감독의 사무엘 투입은 대성공이라고 봐야겠지.”

물론 그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린 오늘 이곳에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이반 감독은 말없이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6회 초.

메츠의 공격.

선두 타자는 1번 타자 브론송.

그는 이번 타석에서도 크게 배트를 돌렸지만, 안타와는 인연이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의 다섯 번째 삼진.

“킴이 6회 초를 상큼하게 시작합니다.”

“지쳐 보이는 얼굴이지만, 상당히 크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던졌습니다.”

김민은 삼진을 잡은 뒤 소매로 땀을 닦았다.

‘힘들다.’

솔직한 심정.

“후우…….”

길게 한숨이 나온 순간 김민이 손을 들었다.

“타임!”

그는 타임을 걸곤 다시 한번 소매로 땀을 닦았다. 그리곤 몸을 숙여 신발 끈을 고쳐 묶었다.

모든 동작이 평소보다 느렸다.

‘몸에 이상이 있는 건가?’

주심이 앞으로 나와 김민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킴, 괜찮나?”

주심의 물음에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

주심은 김민이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하긴 킴이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코칭 스텝이 아닌 내가 그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는 자리로 돌아간 뒤 경기 재개를 알렸다.

“플레이!”

이윽고 2번 타자 더들리가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슉!

초구는 안쪽 빠른 공.

더들리는 시작부터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툭.

“투수 앞으로 가는 타구!”

김민은 투구 직후 빠르게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그러나 더들리의 타구는 그대로 파울이 되었다.

“초구 기습 번트는 파울입니다!”

“메츠, 다양한 작전을 구사해 봅니다.”

록튼은 더들리의 기습 번트 시도에 미간을 좁혔다.

‘킴의 체력을 소모시키려는 건가? 아니면 킴이 지친 것을 이용한 기습 번트인가? 어느 쪽이든 킴은 평소보다 안으로 들어오는 속도가 늦었어.’

그는 김민이 지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늦지 않게 교체해야 해.’

6회 1사까지 무실점.

지금 교체된다고 해도 김민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김민은 마운드를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왼쪽 어깨에 손가락을 올려 사인을 내고 있었다.

‘킴!’

록튼이 속으로 목소리를 높인 순간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록튼, 잘 받으라고!’

슉!

90마일(145km) 패스트볼이 코너를 향했다.

탁!

배트가 그 공을 밀어냈다.

공은 파울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파울!”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떨어진 구속이 염려스러웠다.

“킴이 지친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불펜을 준비하게.”

“누구로…….”

“스페이츠, 라우리, 모두 올려.”

이반 감독은 김민이 해 줄 만큼 해 줬다고 생각했다.

‘시즌 최다 투구, 그리고 3일 휴식 후 등판, 게다가 5이닝 이상 무실점 피칭. 킴에게 더 바란다는 것은 사치다. 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감독이 아니야.’

김민이 완봉으로 승리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그것은 무임승차나 다름이 없었다.

‘감독이 무임승차를 해선 안 된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킴을 교체한다.’

그는 팔짱을 끼고 경기를 주시했다.

딱!

타구가 높이 뜨자 김민이 오른손을 들었다.

플라이볼이라는 사인.

“산체스가 앞으로 달려오며 공을 잡아냅니다!”

“더들리,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됩니다. 메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공격하면 어떨까요? 킴은 지금 지쳐 보입니다.”

로버트는 생각했다.

‘여기서 한 타이밍 끊고 싶다.’

김민은 지금 당장 무너질 듯 보이지만 교묘한 볼 배합으로 타자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로버트는 김민을 지탱하는 것이 교묘한 볼 배합보다는 좋은 투구 리듬이라고 생각했다.

‘리듬을 끊어야 한다. 그 리듬이 끊기는 순간 킴은 태엽이 다 돌아간 인형처럼 멈춰 설 것이다.’

터커가 배터 박스에 들어선 순간 로버트가 캄진 수석 코치에게 말했다.

“타임을 걸고 타자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시죠.”

“로버트?”

“흐름을 끊어야 합니다.”

“그런가?”

캄진 수석 코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로 나아갔다.

“타임!”

그는 타임을 요청한 뒤, 주심에게 말했다.

“터커가 사인을 잘못 알고 들어갔다는 동료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주심은 미간을 좁히곤 빠르게 사인을 전달하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빠르게 바뀐 패턴만 지시하겠습니다.”

김민은 터커가 캄진 수석 코치와 말하는 동안 마운드에 우뚝 서 있었다.

‘공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던질 수가 없다.’

이번 타임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김민의 초구는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났다.

“크게 빠지는 공, 초구는 볼입니다.”

“킴, 클린업을 상대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모양입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고 하지만 구속은 형편없었다.

“90마일(145km). 교체를 하지 않는 게 이상한 구속이군.”

유리 감독은 곧 김민이 마운드를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은 초구보다 더 느린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크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터커의 배트가 허공을 가릅니다.”

“이 체인지업은 좋군요.”

카운트 1-1.

터커는 미간을 좁혔다.

‘킴이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니군.’

그는 배트를 세우곤 패스트볼을 노렸다.

‘체인지업과 커브, 그 두 가지는 봐주지. 내가 노리는 건 패스트볼이다.’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이라면 제구가 아무리 좋아도 때려낼 수 있었다.

슉!

김민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을 향했다.

‘바깥쪽 코너 패스트볼이군. 이건 코너에 꽂힌다고 해도 문제없어.’

충분히 쳐 낼 수 있다.

터커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오산이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2루수 정면을 향했다.

“칼튼, 빠르게 잡아 1루에 송구! 터커, 그대로 아웃입니다!”

로버트는 타구 방향을 본 뒤 혀를 찼다.

“터커, 순진하긴.”

그는 김민이 어떤 공을 던졌는지 알 수 있었다.

“커터군. 87마일(140km)짜리.”

6이닝 무실점.

지금 교체된다고 해도 김민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관중들은 그가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킴! 킴! 킴!”

동료들은 그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피칭!”

“킴, 좋았어.”

“훌륭했어.”

“그렇게만 해 달라고.”

김민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라커룸이 아니라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이것은 다음 이닝도 던지겠다는 뜻.

블렛소 투수 코치가 그에게 다가갔다.

“킴, 괜찮나?”

김민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구속이 많이 떨어졌어. 교체를 생각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군.”

이 순간 김민은 블렛소 투수 코치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

“그냥 구속이 떨어진 게 아닙니다. 9회까지 던지기 위해서 체력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뭐?”

블렛소 투수 코치의 눈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 모든 것이 운영의 일부라니.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구속을 조절해서 힘을 아끼고 있었단 말인가?’

“그럼 어디까지 던질 수 있나?”

김민은 자신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오기였을까?

아니면 에이스의 자존심?

그것도 아니면 불펜에 대한 불신?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다 아니야.’

더 던질 수 있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김민이 블렛소 투수 코치의 물음에 대답했다.

“점수를 주면 바꿔 주십시오.”

“이닝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면 끝까지 던지겠습니다.”

에이스의 한마디.

블렛소 투수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께는 내가 말하지.”

“감사합니다.”

이반 감독은 블렛소 투수 코치의 보고를 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든 아니든, 킴은 대단한 투수군.”

“감독님은 사실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시즌 마지막 게임, 킴은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싶은 거야.”

“설마…….”

이반 감독이 말했다.

“내 추측일 뿐일세. 그의 말대로 체력을 아끼고 있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킴이 정말로 체력이 떨어졌다면 바꾸는 것이…….”

이반 감독이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니, 그대로 두게. 킴이라면 그 상태로도 삼진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김민이 가진 힘을 믿었다.

‘킴은 내가 본 투수 중 최고다. 그라면 기적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다.’

6회 말.

탬파베이 공격.

포타는 이번 이닝도 완벽한 투구로 탬파베이 타선을 내리눌렀다.

오늘 삼진은 무려 11개.

“포타! 이번 이닝도 삼진 2개를 뽑아내며, 완벽하게 막아 냅니다.”

“포타는 이닝이 거듭 될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천재 산체스도, MVP 후보 윌리엄도 오늘만큼은 포타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유리 감독은 그 모든 것이 로버트의 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 시즌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도…… 로버트의 성장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는 이번 월드시리즈가 선수들에게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7회 초.

김민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중계진은 그의 등판에 고개를 갸웃했다.

“불펜이 대기하고 있어 투수가 교체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킴이 그대로 올라옵니다.”

“코칭 스텝은 킴이 아직 던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90마일(145km) 포심 패스트볼과 그 이하의 슬라이더와 커터 그리고 투심.

김민은 생각했다.

‘그래도 프로를 은퇴할 때쯤보다는 훨씬 나아.’

그는 90마일 초반의 패스트볼과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만으로 KBO 타자들을 잡아냈다.

‘물론 내가 지금 상대할 타자들은 KBO 타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이들이다.’

“후…….”

긴 호흡.

그는 손을 어깨에 가져갔다.

빠른 사인 교환.

그리고 초구 투구.

슉!

초구는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라이언은 이 공에 속지 않았다.

김민은 귀 뒤로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속구의 위력이 떨어져서 다른 것도 통하지 않는 건가?’

순간 라이언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라이언은 이번 이닝 선두 타자였다.

‘선두 타자를 피해서 어쩌자는 거야.’

그는 빠르게 사인을 낸 뒤 안쪽으로 패스트볼을 찔러 넣었다.

딱!

강한 타격음과 함께 외야 관중석에 타구가 떨어졌다.

“파울!”

타구는 파울이 되긴 했지만, 관중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맞았어.”

“공이 배트를 견디지 못하고 있어. 이러다가 홈런을 맞는 것 아니야?”

“3일 휴식 후 7이닝…… 무리야.”

내야 관중들의 목소리가 김민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왜? 라이언은 내가 지쳤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라이언의 집중력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 조금 전 공은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민의 체력이 떨어지는 만큼 라이언의 집중력도 떨어지고 있었다.

‘킴, 왜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는 것이냐?’

투쟁심보다 동정심이 앞섰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를 상대로 동정심.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툭!

배트에 맞은 공이 유격수 쪽으로 흘러갔다.

‘아차.’

상대를 동정한 나머지 상대가 누구인지 잊고 만 것이다.

‘포심이 아니라 투심이군. 쯧, 상대를 걱정할 처지가 아닌데.’

뉴욕 메츠는 엘리미네이션 게임에 몰려 있었다.

오늘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리를 쟁취해야 했다.

그러나 라이언은 너무나 인간적으로 김민을 상대했다.

“브라이튼! 원 바운드로 캐치! 그대로 1루에 송구합니다!”

팡!

아울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1루심이 강하게 오른손을 세웠다.

“아웃!”

해설을 맡은 밥은 김민의 운영이 환상적이라고 찬양했다.

“88마일(142km) 투심 패스트볼이었습니다. 라이언은 이 공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허를 찔렸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라이언은 포심 패스트볼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김민은 다음 타자를 확인했다.

‘엔드류, 또 왔는가?’

엔드류의 타석이 너무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았다.

‘뭐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김민의 관점으로 볼 때, 엔드류는 상성이 좋은 타자였다.

‘성급하지만 한 방이 있는 타자.’

그런 타자라면 브레이킹볼과 완급조절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슉!

초구는 빠른 공.

따악!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1, 2루 사이를 통과했다.

“엔드류! 2사 후에 안타입니다!”

“안쪽 코너에 들어가는 공을 제대로 당겼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주먹을 꾹 쥐며 말했다.

“감독님, 투수를 교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킴이 뭔가 자네에게 말하지 않았나?”

블렛소 투수 코치가 주먹을 펴며 대답했다.

“교체는 점수를 줄 때뿐…….”

“난 킴의 뜻을 따를 생각인데 자네는 아닌 것 같군.”

이반 감독은 김민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블렛소 투수 코치는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여기서 1점이 아니라 2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오늘 포타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탬파베이 타선이 좋다고 해도 3점 이상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홈런이 나오면 오늘 경기는 여기에서 끝이다.’

이반 감독은 블렛소 투수 코치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홈런은 나오지 않을 걸세.”

“어떻게 그것을?”

“그냥 내 감일세.”

세상에 가장 믿지 못할 것이 감독의 감이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지금이라도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악!

강하게 맞은 타구가 높이 떠올랐다.

“높이 뜹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역시라고 생각했다.

‘홈런이군.’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타구는 펜스를 넘지 못했다.

펜스 앞쪽에서 급격히 떨어진 공은 워닝 트랙에서 윌리엄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이게 잡혀?’

혼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윌리엄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블렛소 투수 코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감독님의 감이 맞아서 다행이야.'

“메츠! 2사 후에 안타가 나왔지만, 점수와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킴, 대단한 운영입니다. 강속구 없이 쉽게, 쉽게 타자를 잡아내고 있습니다.”

로버트는 김민이 호투하는 것도 이번 이닝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킴에게 점수를 뽑지 못했다.’

7이닝 무실점.

김민은 오늘도 완벽했다.

‘하지만 경기는 지금부터다.’

그는 처음부터 8, 9회에 승패가 갈릴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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