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왕조의 서막 03
6회 초, 뉴욕 메츠는 벤치 클리어링까지 벌였지만, 동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탬파베이 더그아웃은 더블 플레이에 환호했다.
“나이스!”
“설리반 잘했어!”
“녀석들에게 한 방 먹여 줬군!”
이반 감독도 이번 플레이에는 만족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설리반이 한 건 해 주는군.”
“후반기 킴을 제외하면 가장 좋았던 투수입니다.”
“그리고…… 스미스도 괜찮군.”
“공격은 좀 떨어지지만, 기본기가 좋은 친구입니다. 백업 포수로서는 완벽하죠.”
블렛소 투수 코치도 말을 더했다.
“7회는 라우리로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7회 라우리, 8회 스페이츠, 9회 볼튼인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탬파베이 코칭 스텝은 오늘 경기가 물 흐르듯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6회 말.
탬파베이 공격.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헤르만이었다.
이반 감독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친구 또 올라왔군.”
“6회까지는 던질 모양입니다.”
헤르만도 투구수가 많은 편이었다.
삼자범퇴로 세 타자를 막아 낸다고 해도 이번 이닝이 한계였다.
“7회부터는 불펜 싸움이 되겠군.”
“불펜 싸움이라면 이쪽이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헤르만은 선두 타자 아울을 상대로 안쪽 깊은 볼을 던졌다.
파앙!
아울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고, 그라운드 분위기가 다시 한번 흉흉해졌다.
“저 자식! 고의잖아!”
“또 한번 해보자는 건가!”
로버트는 사구를 지시하는 대신 안쪽에 바짝 붙이는 공을 요구했다.
‘고의로 맞추진 않는다. 다만 녀석들의 신경을 긁을 뿐이다.’
그는 진흙탕 싸움을 유도해 경기 분위기를 다시 한번 바꾸고자 했다.
하지만 탬파베이 타자들은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왔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아울, 베이스 온 볼스, 볼을 골라 1루에 출루합니다.”
“이것이 바로 아울의 장점이죠. 미스터 기본기답게 선구안도 좋은 편입니다.”
유리 감독은 아울의 출루에 미간을 좁혔다.
“로버트가 너무 어렵게 가는군.”
“1점 싸움에 대한 압박이 클 겁니다.”
“그래도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건 좋지 않아.”
그는 로버트에게 오랜만에 사인을 냈다.
- 어렵게 가지 마라.
그러나 로버트는 감독의 사인에 미간을 좁혔다.
쉽게, 쉽게.
져도 좋다.
이렇게 운영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줄타기를 쉽게 할 수는 없잖아.’
그는 감독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지시에 따를 생각은 없었다.
‘다시 한번 줄타기다.’
헤르만에게 다행인 것은 타순이 점점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5번 타자 라이트를 넘으면, 케니히와 스나이더.
케니히는 조금 위험했지만, 스나이더와 스미스는 할 만했다.
‘버딩거도 아니고, 헤르만이 스미스에게 적시타를 맞을 일은 없다.’
계산을 끝낸 로버트가 1루 주자를 살폈다.
‘상대는 아울이다. 뛸 리 없다.’
그는 오른손을 아래로 내린 뒤 빠르게 사인을 냈다.
- 바깥쪽 빠른 공.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그러나 배트가 공의 앞을 막아섰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더그아웃 앞에 떨어졌다.
“파울!”
로버트는 라이트의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3번째 타석, 라이트 정도 되는 타자라면 확실한 타이밍을 잡는다는 건가? 정직한 승부는 역시 위험하겠어.’
라이트는 산체스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대형 신인이라 불릴 만한 요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파워, 선구안, 결정력.
세 가지 모두 메이저리그 평균을 넘어섰다.
그는 깊이 심호흡한 뒤 배트를 세웠다.
‘지명타자인 내가 안정적으로 출장할 수 있는 건 홈 3연전뿐이다. 이 세 경기마저 못 한다면 지명타자로서 자격이 없다.’
그는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펼쳐지는 홈 3연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했다.
두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라이트는 나가던 배트를 멈췄지만, 주심은 스윙을 선언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이제 카운트는 1-1입니다.”
“1-1이라면 다음 공이 중요하겠는데요?”
“밥은 다음 공을 어떻게 보십니까?”
해설을 맡은 밥이 대답했다.
“저라면 바깥쪽에 빠른 공을 다시 하나 넣겠습니다.”
“빠른 공, 느린 공, 다시 빠른 공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완급조절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클락이 김민에게 물었다.
“킴, 다음 공은 어느 쪽으로 올까?”
“바깥쪽, 가운데 낮은 공, 나라면 안쪽 코너에 넣겠어.”
“패스트볼로?”
“가능하다면 그쪽이 좋겠지. 조금 전 공이 체인지업이었으니까.”
김민은 해설인 밥과 코스는 달랐지만, 구종이 같았다.
클락이 말했다.
“내가 투수라면 높은 코스에 하나 넣을 거야.”
“왜?”
“무사 1루, 땅볼보다는 플라이가 타자에게 좋잖아. 높은 코스라면 볼이라고 해도 배트가 나올걸?”
이윽고 로버트가 사인을 냈다.
- 안쪽 패스트볼, 빠져도 좋으니까 깊이.
그의 사인을 정확히 맞춘 것은 김민이었다.
다만, 로버트는 스트라이크를 고집하지 않았다.
‘라이트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싶진 않지만, 안쪽 제구가 실패하면 장타가 나온다. 여기선 볼이 나와도 깊은 쪽이 좋다.’
로버트는 어떻게든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공시키고자 했다.
“헤르만 투구에 들어갑니다.”
슉!
빠른 공이 안쪽을 향했다.
팡!
로버트는 공을 잡은 직후, 3루심에게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3루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라이트가 볼을 골라냅니다.”
“너무 깊었던 것 같습니다. 1개 정도만 얕았더라도 타자의 배트가 나왔을 겁니다.”
주루 코치는 스톱워치로 헤르만의 동작을 체크했다.
“슬라이드 스텝이 좋지만, 도루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작전은 나오지 않았다.
‘5번 타자에게 맡긴다는 건가?’
그는 이번 타석이 오늘 경기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슉!
빠른 공.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다시 한번 파울 지역에 떨어졌다.
“볼을 쳤군요.”
“낮은 코스에 잘 던졌어. 라이트에게는 코너를 공략하는 공처럼 보였겠지.”
헤르만은 확실히 버딩거보다 뛰어났다.
“카운트 2-2입니다.”
“다음 공으로 승부가 갈리겠는데요?”
라이트를 잡아내면 1사 1루 상황에서 케니히와 맞설 수 있었다.
‘안타를 맞는다면? 무사 1, 3루에서 케니히다.’
케니히는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 타자였다.
그가 상대라면 1실점은 각오해야 했다.
‘2-1 상황에서 추가점은 크다.’
로버트는 3-1이 아닌 2-1로 이번 이닝을 마칠 생각이었다.
‘라이트, 미안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더블 플레이다.’
그는 이번 타석에서 처음으로 투심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헤르만은 고개를 끄덕이곤 바깥쪽을 향해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슉!
이 공을 좌타자 라이트가 때린다면……
유격수나 3루수 쪽으로 가는 땅볼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
딱!
예상하지 못한 큰 타격음.
로버트는 눈을 크게 떴다.
‘어째서!’
라이트가 투심 패스트볼을 예상했을 리 없다.
그런데 이 타구는 무엇인가?
공은 그대로 좌익수 키를 넘어갔다.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1루 주자 아울은 발을 빨리했다.
“아울 3루를 지나 홈으로 들어옵니다!”
미스터 기본기답게 아울은 주루도 빠지지 않았다.
촤악…….
짧은 슬라이딩과 함께 주심이 두 팔을 폈다.
“세이프!”
탬파베이의 추가점.
스코어는 3-1로 벌어졌다.
“라이트의 적시타! 헤르만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집니다!”
유리 감독은 혀를 찼다.
“고비를 넘지 못했군.”
“어려운 승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가지 말라고 사인을 낸 게 잘못이지.”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 포수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로버트를 너무 믿었군.’
로버트는 신인 때부터 빛을 발했다.
타격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특유의 리더쉽고 분석력으로 동료들을 사로잡았다.
2년 차에는 타자들의 신임을 얻었고, 3년 차에는 투수들마저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팀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반지를 얻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군.’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 감독은 이미 시리즈가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트로피카나 필드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고개를 더그아웃으로 돌렸다.
‘저 녀석들…….’
그곳에는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그라운드에 고정되어 있었다.
‘주전이 아닌데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라운드가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려고 했다. 감독으로서 부끄러운 일이군.’
유리 감독은 고개를 캄진 수석 코치에게 돌렸다.
“불펜을 가동하게.”
“누구부터 올릴까요?”
“발리스타부터 간다.”
“알겠습니다.”
발리스타는 팀이 동점 상황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리 감독이 발리스타를 선택했다는 것은 오늘 경기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6회 말 2점 차. 포기하기에는 매우 이르다.’
그의 결심에 부응하듯 헤르만이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헤르만, 라이트의 2루타로 추가점을 내줬지만, 3루 주자를 막아 내는 데 성공합니다!”
“메츠로서는 절반의 성공이군요.”
6이닝 3실점.
헤르만의 피칭은 여기까지였다.
그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동료들이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피칭.”
“수고했어.”
로버트는 장비를 벗곤 헤르만에게 다가갔다.
“미안했다.”
헤르만이 오른손을 들었다.
“사과하지 마.”
“헤르만…….”
“로버트, 넌 최선을 다했어. 난 그걸 알아.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사과는 어울리지 않아.”
헤르만은 로버트가 자신의 힘을 100% 끌어 냈다고 생각했다.
‘다른 포수였다면 5이닝도 채우지 못했을 거야.’
그는 고개를 그라운드로 돌렸다.
“로버트,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에게는 3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경기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게 어떨까?”
로버트는 생각했다.
‘3번의 기회, 우리가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탬파베이는 예상보다 강하다.’
벤치 클리어링과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
탬파베이의 강함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도망칠 수는 없다.’
로버트는 배트를 들었다.
“어떻게든 따라가 보겠어.”
7회 초.
탬파베이 투수가 바뀌었다.
“설리반이 내려가고, 라우리가 올라옵니다!”
라우리는 좌타자가 많은 메츠에 치명적이었다.
탁!
빗맞은 타구가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칼튼, 빠르게 타구를 처리합니다.”
“안정적인 수비입니다. 탬파베이 2루수는 역시 칼튼이죠.”
다음 타자는 로버트.
클락은 그를 보며 혀를 찼다.
“캡틴의 등장이군.”
“자네는 로버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맞아. 마음에 들지 않아. 풋내기가 벌써 썩었거든.”
“썩다니?”
“벤치 클리어링…… 녀석의 설계가 분명해.”
김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클락, 그건 너무 나간 거야.”
“너무 나가다니?”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킨 건 엔드류야. 녀석은 팀의 5번 타자, 로버트가 벤치 클리어링을 설계했다면, 중심 타자인 엔드류가 아니라 레너드나 에드를 이용했을 거야.”
“하위 타선으로 선발 투수를 보내 버리는 전략인가?”
“그렇게 해야 이득이 크거든.”
클락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럼 6회 말 안쪽 공은?”
“그건 로버트의 도발이 맞아.”
클락이 미간을 좁혔다.
“역시 난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는 다시 한번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면 로버트의 턱에 한 방을 꽂아 주겠다고 다짐했다.
탁!
파울 타구가 1루 관중석을 넘어갔다.
“로버트 쉽게 물러나지 않습니다.”
“반드시 출루하겠다는 기백이 엿보입니다.”
딱!
가볍게 친 타구가 2루수 옆을 빠져나갔다.
“안타, 안타입니다!”
1사 1루.
뉴욕 메츠의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물 흐르듯 진행되진 않는군요.”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에 이반 감독이 턱을 쓰다듬었다.
“월드시리즈 아닌가? 앞으로 1, 2번 고비가 올 거야. 그 고비를 넘겨야 승리를 가져갈 수 있어.”
1루에 나간 로버트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포수 스미스의 신경을 긁었다.
‘저 녀석이…….’
좌투수를 상대로 리드를 벌리길 3번.
라우리는 연속해서 견제구를 던졌다.
“세이프!”
김민은 로버트의 플레이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처음부터 뛸 생각은 없었어.”
“저 긴 리드는 그럼 페이크인가?”
“맞아.”
그는 이럴 때일수록 스미스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미스, 잊지 마. 지금 내야를 지휘하는 건 너야.’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수에 향했다.
스나이더는 순간 더블 플레이를 생각했다.
‘여기서 더블 플레이를 잡으면 순식간에 공수교대다.’
하지만 스미스의 콜은 단호했다.
그는 강하면서도 짧게 외쳤다.
“1루!”
스나이더는 스미스의 외침에 1루로 공을 뿌렸다.
팡!
아울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1루심이 아웃을 선언했다.
“스나이더 선행 주자가 아닌 타자 주자를 잡아냅니다!”
이반 감독은 스미스의 판단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좋았어. 2루 주자를 노렸다면 타자와 주자 모두 살려 줬을 거야.”
“2사 2루, 최악의 상황이라면 1점은 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라우리는 아마 아닐 거야.”
라우리는 다음 브론송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라우리,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갑니다.”
“너무 생각이 많았던 것일까요? 좌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는군요.”
2사 1, 2루.
뉴욕 메츠의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더들리.
“이 승부가 중요하겠군요.”
“여기서 안타가 나오면 분위기가 바뀌겠지.”
초구는 스트라이크.
두 번째 공은 바깥쪽 볼.
카운트 1-1.
라우리가 슬라이드 스텝에 들어갔을 때, 로버트가 스타트를 끊었다.
“로버트, 뜁니다!”
베터리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은 도루.
스미스는 공을 3루에 던져 보지도 못했다.
“세이프! 로버트가 3루 도루를 성공시킵니다!”
“좌투수였기 때문일까요? 과감하게 3루 도루를 성공시켰습니다.”
오른손 투수보다 왼손 투수일 때 3루 도루가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3루 도루는 기본적으로 2루 도루보다 어려웠다.
“스미스가 방심한 건가?”
“포수가 3루 도루를 시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랬다고 해도 이번에는 스타트가 아주 좋았어.”
2사 주자 1, 3루.
폭투 하나면 득점이 가능한 상황.
라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타자에 집중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좌익수 케니히가 두 팔을 벌리고 공을 기다립니다!”
로버트는 홈플레이트로 돌진했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케니히가 공을 잡아냅니다!”
라우리의 홀드.
탬파베이 불펜은 견고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말했다.
“라우리는 훌륭하군요.”
“우리 팀 최고의 좌완 불펜일세.”
“저 친구를 처음 보았을 때, 선발로 대성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에는 스테미너가 부족했지.”
이반 감독은 과거의 라우리를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는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선발로 컸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8회 초, 스페이츠가 공을 넘겨받았다.
그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메츠 클린업을 공략했다.
‘1차전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5번 타자 엔드류가 빠진 클린업은 상대하기 편했다.
“스페이츠, 4번 라이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합니다.”
“메츠, 이제 9회 공격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스코어 3-1.
유리 감독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대타 스윙스의 삼진.
월드시리즈 3차전은 탬파베이 레이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탬파베이, 홈 첫 경기에 승리하면서 2-1로 시리즈를 리드합니다.”
“불펜의 집중력이 돋보인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탬파베이 수비진의 집중력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탬파베이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나와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최고였어.”
“다들 수고했어.”
김민은 스미스와 가볍게 포옹했다.
“스미스, 오늘은 정말 좋았어.”
“나도 언제까지 백업으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레이몬드 수비 코치는 오늘 승리의 숨은 공신이 스미스라고 생각했다.
‘스미스는 백업 포수로 나와 3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반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스미스를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스미스.”
“감독님.”
“수고했네. 오늘 리드는 아주 좋았어.”
“감사합니다.”
이반 감독이 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빈말이 아니야. 오늘처럼만 플레이할 수 있다면 다음 시즌 30경기는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단순한 백업 포수를 넘어 제2의 포수로.
스미스는 오늘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