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화 반지 사냥꾼 01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
미네소타 트윈스는 모든 투수를 불펜에 대기시켰다.
“오늘 지면 모든 것이 끝이다.”
탬파베이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 예정된 클락을 제외한 모든 투수가 불펜 대기에 들어갔다.
“불펜이 이렇게 북적이던 때가 있었을까요?”
“지난 시즌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트로피카나 필드 불펜은 그라운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투수들 대부분은 더그아웃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탬파베이 선발은 렉터가 아니라 설리반이군요.”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바로 교체할걸?”
“그건 미네소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뉴욕 메츠는 다수의 전력분석원을 오늘 경기에 파견했다.
“어제 경기가 대단했다면서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이 나왔지.”
“킴은 정말 대단하군요.”
“6차전 선발이니, 1차전부터 나올 수 있어.”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니군요.”
월드시리즈 1차전은 오늘 경기가 끝난 후 3일을 쉬고, 뉴욕 메츠의 홈구장 셰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우리가 오늘 해야 하는 일은 상대 타자들의 컨디션을 두 눈으로 정확하게 체크하는 거야.”
상대 타자를 분석할 때, 정규 시즌 기록보다는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 준 폼을 우선하겠다는 뜻이었다.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 하나까지 정확하게 체크할 겁니다.”
“자, 시작하자고.”
1회 초.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설리반이었다.
“초구는 스트라이크입니다!”
설리반은 1번 타자 카인과 2번 타자 번즈를 쉽게 잡아냈다.
그러나 3번 타자부터는 쉽지 않았다.
헐크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시몬스에게 안타를 맞았다.
“2사 주자 1, 2루입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행크.
뉴욕 메츠 전력분석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시몬스와 헐크는 좋군.”
“어제 퍼펙트게임을 당했지만, 행크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설리반의 초구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났다.
“볼, 볼입니다.”
행크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탁!
두 번째 공은 파울.
세 번째 공은 원 바운드 체인지업.
“행크가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습니다.”
네 번째 공.
헐크의 배트가 강하게 공을 때려냈다.
딱!
관중들이 숨을 죽인 순간 칼튼이 글러브를 번쩍 들었다.
“칼튼! 타구를 공중에서 낚아챕니다!”
“멋진 수비군요.”
설리반은 칼튼의 도움 덕분에 무실점으로 1회 초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뉴욕 메츠 전력분석팀은 설리반의 1회 초 투구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깔끔하진 않군요.”
“힘으로 윽박지르다가 시몬스에게 당했군. 하지만 장타는 아니었어. 나쁘지는 않고, 평범하다고 할까?”
“우리 팀의 게이그하고 비슷한 유형의 투수인 것 같습니다.”
게이그는 이번 시즌 15승 12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했다.
“그래도 게이그보다는 나을걸?”
“게이그가 설리반보다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게이그는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당당히 선발승을 따냈습니다.”
1회 말.
미네소타 선발 투수는 레드.
잘만 감독은 레드가 5이닝까지 버텨 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차하면 모르스를 투입해서 1+1로 끝내 버리겠다.’
그는 두 선발 투수를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에 투입한 뒤, 월드시리즈 1차전에 산타나를 투입하는 강수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레드의 초구가 깔끔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좋은데?”
“제구가 좋군요.”
메츠 전력분석팀은 레드의 제구와 공 끝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탁!
빗맞은 공이 그대로 포수 피어리의 미트에 들어갔다.
“브라이튼, 2구를 노렸지만,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납니다.”
이반 감독이 입가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오늘도 쉽게 가긴 힘들 것 같군.”
블렛소 투수 코치도 같은 생각이었다.
“레드의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첫 타석에서는 연속 안타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투수 친화 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
레드의 컨디션이 좋다고 가정한다면 3점을 먼저 뽑는 쪽이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컸다.
‘3점이라…… 설리반과 렉터로 미네소타 타선을 막아 낼 수 있을까?’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이었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 옆에 떨어졌다.
“브라이언 공을 처리하지 못합니다. 공이 좌익수 뒤로 흐릅니다.”
중견수가 커버를 왔지만, 산체스가 2루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산체스, 2루타입니다! 레드의 초구를 노려서 정확히 받아쳤습니다.”
“산체스, 탬파베이가 이긴다면 킴과 함께 이번 시리즈 MVP를 다툴 것 같습니다.”
뉴욕 메츠 전력분석팀은 산체스의 날카로운 타격에 미간을 좁혔다.
“저걸 쳐 내는군.”
“TV 화면을 보면 코너를 정확하게 찌른 공이었습니다.”
“산체스가 천재라고 하더니,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체스는 우리와 대결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타자 중 한 명이야.”
다음 타자는 또 다른 천재 윌리엄.
잘만 감독은 레드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포수가 일어나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고의사구입니다!”
“윌리엄을 거르고 아울과 승부라. 아울, 자존심이 많이 상하겠습니다.”
이반 감독은 잘만 감독의 작전에 혀를 찼다.
“잘만…… 선취점은 절대 줄 수 없다는 이야기군.”
윌리엄의 볼넷으로 주자는 1사 1, 2루.
레드는 호흡을 가다듬고 아울과 대치했다.
뉴욕 메츠 전력분석팀 팀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1회부터 흥미진진하군요.”
“우리도 며칠 후 이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
“설마요?”
“설마가 아니야. 탬파베이 타선은 양키스를 제외하면 아메리칸 리그 최강이야. 어설픈 정면승부보다는 하나 빼는 게 나아.”
아울은 윌리엄을 거른 상대를 응징하기 위해 집중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탁!
배트에 빗맞은 공이 유격수에게 흘러갔다.
“유격수 잡아서 2루에 토스! 2루에서 다시 1루로!”
아울의 타구는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더블 플레이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아울! 1루에서 살았습니다!”
아울이 1루에서 살아 더블 플레이가 되진 않았지만, 이번 타구는 탬파베에게 아쉬운 타구임이 분명했다.
“2사 1, 3루군.”
“제구가 좋은 투수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레드가 무난히 막아 낼 수 있을 겁니다.”
뉴욕 메츠 전력분석팀 팀원들은 레드의 승리로 이번 이닝이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라이트입니다.”
라이트는 이번 시리즈에서 간간히 안타를 때려내고 있었으나 중심 타선으로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라이트! 초구를 크게 헛스윙합니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레드가 던진 초구는 슬라이더였다.
“미네소타가 볼 배합을 신중하게 가져가는군.”
“2사까지 잡았으니, 선취점을 내주진 않을 겁니다.”
팡!
두 번째 공은 코너를 정확히 찌르는 패스트볼.
라이트는 이 공에 배트가 나오지 못했다.
“카운트는 0-2입니다!”
“레드가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 탬파베이가 코너에 몰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설을 맡은 밥은 탬파베이와 미네소타의 월드시리즈 진출 확률이 반반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순간 라이트의 배트가 돌아갔다.
탁!
“파울!”
3루 불펜에 떨어지는 파울 타구.
3루수 행크가 달려갔지만, 역부족이었다.
“행크의 수비범위는 크지 않군요.”
“수비는 스나이더 쪽이 낫지. 하지만 배트는 나은 정도가 아니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행크가 좋아.”
행크는 앞선 1회 초에서 안타가 되진 않았지만, 잘 맞은 타구를 때린 바 있었다.
탁!
네 번째 공도 파울.
라이트는 쉽게 물러서지 않고 버텼다.
탁!
“다섯 번째 공도 파울이군요.”
“배트를 짧게 잡고 버티는군.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좋은 타구가…….”
탁!
빗맞은 타구였다.
하나 이 타구는 2루수 키를 넘어 중견수와 2루수 사이에 떨어졌다.
“안타! 안타입니다!”
2루에 있던 산체스가 있는 힘을 다해 홈으로 뛰었다.
“공이 홈으로 연결됩니다! 홈에서 세이프! 홈에서 세이프!”
탬파베이의 선취득점.
레드의 얼굴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
“운은 탬파베이인가?”
승운은 포스트 시즌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아직 1점입니다. 여기서 대량득점을 하지 못한다면 미네소타에게도 기회는 있습니다.”
다음 타자는 어제 결승타를 때려낸 케니히.
레드는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팡!
“초구는 볼입니다.”
뉴욕 메츠 선임 분석원 말론이 말했다.
“소문대로 좋은 선구안이군.”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출루율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탬파베이가 싸게 잘 영입했죠. 하지만 다음 FA는 힘들 겁니다.”
케니히의 에이전트는 다음 계약 때, 첫 계약의 2배 금액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홀먼 단장은 최대한 금액을 깎으려고 노력해 보고 안 되면 케니히를 포기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내야에 높이 떴다.
“선구안이 좋다고 컨텍 능력까지 좋은 건 아니군요.”
“그래도 얕보지 않는 게 좋아. 저 친구 어제 산타나를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고.”
“그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반 감독은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선취득점을 뽑아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오늘 경기는 기선을 제압하는 쪽이 이긴다.’
2회 초.
설리반은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 주었다.
“상대가 하위 타선이었기 때문일까요? 이번 이닝은 괜찮군요.”
“설리반은 경기 초반 흔들리는 유형일 수도 있어.”
“다음 이닝을 지켜보면 알겠죠.”
설리반은 3회 초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폼을 끌어올렸다.
“하위 타선이기 때문에 강했던 것은 아니군요.”
“점점 공이 빨라지고 있어. 저런 투수는 초반에 흔들어 놔야해.”
그러나 미네소타는 그 초반을 무득점으로 그치고 말았다.
3회 말.
탬파베이가 윌리엄의 솔로 홈런으로 다시 한 점을 추가했다.
“이것으로 2-0, 초반이지만 탬파베이가 기선을 잡는군.”
“탬파베이가 올라온다면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은 클락이 나온다고 봐야 할 겁니다.”
“좌완이지?”
“그렇습니다. 우리하고는 상성이 좋지 못합니다.”
“흠, 좌완 투수가 1차전이라…….”
뉴욕 메츠는 내셔널 리그 팀 중에 좌완 타자가 가장 많았다.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는 팀들은 좌완 투수를 집중 등판시키곤 했다.
4회 초.
미네소타가 드디어 따라가는 점수를 뽑아냈다.
“여기서 시몬스의 홈런이 나옵니다!”
“정말 큰 홈런이군요. 좌익수가 따라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스코어는 이제 2-1로 좁혀졌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이반 감독에게 고개를 돌렸다.
“불펜을 가동할까요?”
“그러지.”
이반 감독은 한 박자 빠르게 불펜을 가동했다.
불펜에 몸을 풀기 위해 올라간 선수는 렉터와 라우리.
그러나 그들이 4회 초 마운드에 오르는 일은 없었다.
설리반은 자신의 힘으로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내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킴이 오늘도 던져 주면 좋을 텐데…….”
김민이 클락의 말에 말끝을 올렸다.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설리반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단 말이지.”
“설리반이 어때서? 나보다 더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고.”
“킴,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야.”
설리반은 김민보다 빠른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구와 운영에서 김민에 미치지 못했다.
“클락, 그렇게 가슴이 조마조마하면 다음 투수나 생각하라고.”
“다음 투수는 라우리 아니야?”
“렉터도 있는데?”
“내 생각에는 무조건 라우리야.”
라우리는 커터와 패스트볼 투 피치에서 커브와 체인지업을 추가해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물론 이것은 1이닝으로 한정 지었을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4회 말.
레드가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 냈다.
“레드가 잘 버텨 주는군요.”
“오늘 경기는 점수가 많이 날 것 같진 않아.”
잘만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우리 쪽 불펜이 약한 건 아니지만, 탬파베이가 전력으로 나오면 점수를 내기 힘들다.’
1점 싸움으로 간다면 볼튼과 스페이츠가 버티는 탬파베이가 더 유리했다.
‘조금 더 점수를 내야 해.’
그는 7회가 오기 전에 동점 또는 역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5회 초.
미네소타 공격.
선두 타자가 안타를 때려내자 바로 이반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탬파베이, 빠르게 투수를 교체합니다.”
“4이닝 1실점인가요? 설리반으로서는 아깝겠습니다.”
이반 감독이 설리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수고했네.”
설리반은 마운드를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늘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잘 알고 있었다.
설리반은 고개를 흔드는 대신 이반 감독에게 공을 넘겼다.
“나이스 피칭.”
“잘했다! 설리반!”
탬파베이 팬들의 격한 함성.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설리반은 그 함성에 위안을 받았다.
‘그래, 난 오늘 내 몫을 해낸 거야.’
캐스터가 마운드를 주목하며 말했다.
“탬파베이 다음 투수는 라우리입니다!”
“라우리는 탬파베이 필승조 중 한 명입니다. 이반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카드죠.”
클락이 미소를 지으며 김민에게 말했다.
“내말대로지?”
“이번에는 제대로 맞췄군.”
클락이 시선을 라우리에게 고정했다.
“라우리는 실수하지 않고 5회를 막아 낼 거야.”
“주자가 1루에 있고, 상대 타선은 클린업이야.”
“그래도 라우리는 막아 낼 거야. 난 라우리를 믿는다고.”
라우리는 클락의 믿음에 연속삼진으로 보답했다.
“라우리가 멋지게 미네소타 타선을 막아 냅니다!”
2사 주자 1루.
1루 주자는 상대 투수가 좌투수였기 때문에 쉽게 도루를 시도할 수 없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홈플레이트 위에 떠올랐다.
“록튼이 미트를 앞으로 내밉니다!”
“미네소타, 선두 타자가 출루했지만, 동점을 만드는 데 실패하는군요.”
라우리의 완벽한 피칭.
미네소타 더그아웃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5회 말.
레드는 다시 한번 탬파베이 타선을 막아 냈다.
“레드! 투혼을 불태웁니다!”
뉴욕 메츠 전력분석팀은 자신들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7이닝까지는 막아 줄 겁니다.”
“하지만 이대로 점수를 뽑지 못한다면…….”
“월드시리즈에 올라오는 건 탬파베이가 되겠죠.”
그들은 레드가 비운의 선발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6회 초.
탬파베이는 라우리를 내리고 부르스를 투입했다.
“렉터가 아니라 부르스라고?”
“이건 탬파베이가 위험한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미네소타는 이번 6회 초가 동점 찬스라고 보았다.
하지만 부르스는 안정된 제구력과 시프트를 이용해 미네소타 하위 타선을 실점 없이 막아 냈다.
“부르스가 한 이닝을 버텨 줍니다!”
“이건 탬파베이에게 큰 힘이 되겠는데요?”
부르스의 호투.
이것은 잘만 감독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남은 7, 8, 9회는 스페이츠와 볼튼이 나눠 막겠군.”
충분히 쉰 볼튼이라면 2이닝 투구가 충분히 가능했다.
‘어렵겠어.’
잘만 감독은 고개를 마운드로 돌렸다.
그곳에는 선발 투수 레드가 서 있었다.
‘우리도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데…….’
불펜은 이미 5회 말부터 가동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선뜻 불펜 카드를 뽑아들 수 없었다.
‘모르스를? 아니야. 모르스 카드는 아직…….’
그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2루타를 터져 나왔다.
“케니히의 2루타! 어제에 이어서 경기 후반 폭발합니다!”
케니히만 잡으면 스나이더와 록튼으로 구성된 하위 타선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드는 케니히를 잡아내지 못했다.
노리 투수 코치가 잘만 감독에게 다가왔다.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로?”
“캉입니다.”
캉은 좌완 원포인트였다.
“좌타자도 아니잖아.”
“지금은 캉의 컨디션이 좋습니다.”
잘만 감독은 캉 대신 모르스를 선택했다.
“캉을 거칠 필요는 없네. 바로 모르스로 가도록 하지.”
미네소타의 구원 투수는 포스트 시즌 대활약에 빛나는 모르스.
산타나는 모르스가 이 위기를 막아 주길 바랐다.
“모르스, 침착해. 1회 초라 생각하고 던지면 되는 거야.”
모르스의 불펜 등판은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8년 만인가?’
그는 연습 투구를 마친 뒤, 스나이더와 승부에 들어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절묘한 커브에 삼진 아웃.
이반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하나 쳐 주면 정말 쉽게 갈 텐데 말이야.”
“디비전 시리즈 영웅이 다음 타자입니다.”
랜디 존슨을 상대로 결승 타점을 올렸던 록튼.
하지만 그도 모르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2루 플라이! 2루 주자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다음 타자인 칼튼도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채 유격수 땅볼로 물러섰다.
경기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7회 초.
탬파베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렉터였다.
“여기서 렉터를…….”
렉터는 가볍게 팔을 돌린 뒤 투구에 들어갔다.
‘1이닝은 문제없다고.’
팡!
미트에 들어온 공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스트라이크!”
미네소타 타선은 바뀐 투수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큭…… 여기서 렉터를 올릴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이반 감독은 말그대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월드시리즈는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렉터의 호투.
7회 초 미네소타 공격은 그렇게 소득없이 끝나고 말았다.
뉴욕 메츠 전력분석팀은 양 팀 감독의 공격적인 운영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선발 투수의 1+1부터 1이닝 불펜까지…… 정규 시즌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두 감독이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거야.”
7회 말.
선두 타자는 브라이튼.
모르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넣었다.
그러나 그 공은 미트가 아닌 배트에 맞고 말았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잘만 감독의 입안이 바싹 말랐다.
‘하필 산체스 앞에 주자라니.’
불길한 예감은 어긋나지 않았다.
딱!
강한 타구가 3루수 옆을 뚫었고, 주자는 1, 3루로 불어났다.
수석 코치가 잘만 감독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무사 아닌가? 1점을 주더라도 더블 플레이를 노려야지.”
여기서 윌리엄을 거를 수는 없었다.
모르스는 가능한 낮게 공을 제구했고, 윌리엄은 그 공을 퍼 올렸다.
“외야로 멀리 날아갑니다!”
타구는 펜스를 넘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브라이튼에게는 충분했다.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듭니다!”
“윌리엄의 깊은 외야 플라이, 넉넉합니다!”
스코어 3-1.
잘만 감독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힘들어졌군.”
2점 차.
단 한 번의 찬스로 역전이 가능한 차이.
하지만 탬파베이는 그 단 한 번의 찬스를 주지 않았다.
8회 스페이츠.
9회 볼튼.
두 투수는 탬파베이의 뒷문을 완벽하게 걸어 잠갔다.
“스윙 삼진 아웃! 탬파베이가 월드시리즈로 향합니다!”
마지막 타자 시몬스의 삼진.
미네소타의 2004 포스트 시즌은 여기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