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화 통곡의 벽 05
“산타나, 긴장이 지나쳤던 것일까요? 악송구가 나오고 맙니다.”
“이건 크군요. 미네소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클락이 고개를 김민에게 돌렸다.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폭탄이 터졌군.”
“내야에서 실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그게 투수였을 줄이야.”
미네소타는 산타나의 송구 실책에 치명타를 입고 말았다.
잘만 감독이 선수단을 다독이며 말했다.
“1-0으로 1점을 뒤져 있을 뿐이다. 9회 초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려라!”
그는 투수 코치를 마운드로 올려보내 산타나를 다독이게 했다.
“미네소타 벤치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라온 팀이다. 이 정도 움직임도 보여 주지 못하면 곤란해.”
투수 코치가 내려간 뒤 산타나는 7번 타자 스나이더와 마주했다.
팡!
초구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빗나가는 패스트볼.
“공이 존을 벗어납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전광판을 확인한 뒤 말했다.
“산타나가 동요하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이 팔짱을 꼈다.
“자책이 심한 것 같군.”
산타나는 생각했다.
송구가 제대로 갔다면 주자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 탓이다. 내가 제대로 공을 던졌다면, 오늘 우리는 월드시리즈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포수의 생각은 달랐다.
피어리는 공이 제대로 왔더라도 주자를 잡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했다.
‘산타나, 케니히의 빠른 발을 얕보면 곤란해. 공이 제대로 왔더라도 주자를 잡긴 힘들었어. 그러니까 빨리 잊으라고.’
그는 사인을 낸 뒤 미트를 앞으로 내밀었다.
슉!
두 번째 공도 빠른 공.
스나이더는 가운데 몰린 패스트볼을 가볍게 공략했다.
딱!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옆을 스치며 내야를 빠져나갔다.
“탬파베이 연속 안타입니다!”
“산타나가 흔들리는군요.”
미네소타 코칭 스텝은 미간을 좁힐 뿐이었다.
코칭 스텝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라온다면 이번에는 교체였다.
클락이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이렇게 흔들리면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김민이 대답했다.
“아니, 이럴 때는 바꾸지 않는 게 좋아.”
“에이스의 멘탈이 파괴될 수 있다고.”
“저런 상황에서 파괴될 멘탈이라면 에이스를 맡을 수 없어.”
“킴, 산타나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 아니야?”
자신의 손으로 내준 결승점.
이것은 홈런을 맞은 것보다 더 큰 데미지였다.
김민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에이스는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실책도 말인가?”
질문을 던진 것은 클락이 아닌 블렛소 투수 코치였다.
그는 이반 감독 옆을 떠나 김민에게 다가와 있었다.
김민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에이스는 자신의 실책도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서 그 실책을 스스로 만회해 보여야 합니다.”
“에이스라, 그렇게 대단한 자리인가?”
“그런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물었다.
“킴, 다음 이닝, 던질 수 있나?”
“물론입니다.”
퍼펙트게임을 앞둔 투수를 내릴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았다.
블렛소 투수 코치의 물음은 투수의 의지보다는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멋진 게임 부탁하네.”
김민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산타나가 록튼을 내야 플라이로 잡아냈다.
“산타나! 록튼을 잡아내면서 위기를 탈출합니다.”
“8이닝 1실점, 이것은 결코 나쁜 피칭이 아닙니다. 하지만 산타나는 지금 패전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미네소타 팬들은 TV 앞에서 야수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애초에 너희들이 1점만 뽑았어도 저런 수비가 나오지 않았어!”
“1점이 뭐야! 안타도 하나 못 쳤잖아!”
“텍사스가 올라오는 게 차라리 나았을 거야!”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 9회 초.
미네소타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베이스에 나가지 못했다.
“이제 킴이 마운드로 향합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요?”
캐스터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4명의 타자를 상대해 24개의 아웃 카운트를 뽑아낸 투수.
그가 지금 마운드에 오르고 있었다.
“미네소타, 객관적인 상황을 보면 절망적입니다.”
“이번 9회 초, 선두 타자는 7번 브라이언입니다.”
브라이언은 나쁜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어리나 시몬스만큼의 존재감은 없었다.
방심하지만 않으면 맞지 않는다.
이반 감독은 그렇게 생각했다.
딱!
배트에 공이 닿는 순간 탬파베이 팬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모두의 시선이 타구에 쏠렸다.
팍!
공이 떨어진 지점은 불펜.
즉, 파울 라인에서 상당히 벗어난 곳이었다.
그럼에도 탬파베이 팬들은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가슴이 차가워졌다.
“파울이야.”
“안타가 되는 줄 알았어.”
“가슴이 찌릿찌릿하군.”
“퍼펙트게임이라니, 빌어먹을…… 욕이 절로 나오는 긴장감이야.”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퍼펙트게임 도전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김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글러브를 들었다.
팡.
록튼이 던진 공이 글러브에 들어왔다.
‘타자의 집중력이 살아 있다. 제구가 어긋나는 순간 장타가 나온다.’
브라이언은 생각했다.
‘이 게임을 퍼펙트게임으로 끝낼 수는 없잖아. 우린 3승 2패로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다고. 긴장해야 하는 건 바로 너희 탬파베이야.’
투수를 노려보며 배트를 세웠다.
‘와라!’
두 번째 공은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브라이언의 배트가 크게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스윙 하나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이스 피칭!”
“잘한다!”
“킴! 부탁한다!”
“마지막 한 이닝이다!”
김민은 모자를 고쳐 썼다.
‘그런 응원 소리가 날 더 힘들게 한다고.’
격한 박수와 응원은 잊고 싶었던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퍼펙트게임이 대체 뭐라고.’
27명의 타자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
투수에게는 최고의 결과.
상대 타자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
김민은 손에 힘을 주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브라이언은 삼진을 당한 뒤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패스트볼인데 칠 수 없었다.’
김민의 승부구는 95마일(153km)짜리 라이징 패스트볼.
브라이언의 배트가 따라갈 수 없는 공이었다.
김민은 삼진을 잡은 뒤 로진백을 만졌다.
‘하위 타선이라고 해서 얕볼 생각은 없다.’
그는 로진백을 바닥에 던진 뒤, 다음 타자를 확인했다.
“미네소타의 다음 타자는 대타입니다. 대타 글로버.”
“글로버는 미네소타의 대타 자원 중 가장 많이 등장한 선수입니다. 미네소타 팬들이라면 익숙하실 겁니다.”
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버라 한 번쯤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글로버는 지난 생에 약간 인연이 있었다.
그는 김민이 마이너리그에서 방황하던 시절 스포츠카를 타고 와서 메이저리거의 위엄을 보여 준 선수였다.
그러나 아직은 그때의 위엄은 갖추지 못한 상황.
‘지금은 대타지만…… 2, 3년 안에 레귤러를 꿰찰 테지.’
초구는 낮은 코너에 패스트볼.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더그아웃 쪽으로 날아갔다.
“강하게 당긴 공! 그러나 파울입니다!”
“타이밍이 나쁘지 않습니다. 글로버, 집중력이 살아 있습니다.”
록튼은 김민의 공 하나하나에 소름이 돋았다.
‘패스트볼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킴은 마지막 이닝에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붓고 있는 거야.’
두 번째 공은 크게 휘어 나가는 슬라이더.
글로버는 헛스윙한 뒤 무릎을 꿇었다.
“글로버! 마음껏 노려보았지만, 공이 존을 벗어납니다.”
“킴이 노련하게 승부를 이끕니다. 이번 공은 정말 좋았습니다.”
잘만 감독은 속이 타는지 연신 음료수를 마셨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안타 하나도 치지 못하고 진다는 게 말이 되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글로버가 해 줄 겁니다.”
카운트 0-2.
다른 투수라면 하나 쉴 타이밍.
그러나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김민이었다.
글로버는 김민이라면 하나 쉬지 않고 바로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킴이 날 상대로 한 타이밍 쉬어갈 리 없다. 빠른 공이라면 무조건 승부구다.’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대수비와 대타를 오가는 자신을 상대로 시간을 끌 리 없다.
글로버는 그렇게 판단했다.
승부구가 들어온다고 생각한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해설을 맡은 밥과 이반 감독 그리고 더그아웃의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번 공을 놓치면 끝이다.’
모두가 승부구를 예측한 순간 김민의 공이 바깥쪽으로 빠졌다.
팡!
“글로버, 나오던 배트를 간신히 멈췄습니다.”
“킴이 유인구를 던진 걸까요?”
“밥, 유인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빠지지 않았나요?”
“퍼펙트게임의 긴장감으로 공이 손에서 빠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카운트 1-2.
글로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조건 승부구가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이 던진 공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패스트볼.
배트가 앞으로 더 나갔다면?
볼 것도 없이 삼진이었다.
잘만 감독이 물병을 들며 말했다.
“독심술사라고 하더니, 나나 글로버의 생각을 읽은 모양이군.”
“글로버가 잘 참았습니다. 턴은 이쪽으로 넘어왔습니다.”
“턴이 넘어왔다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잘만 감독은 아직 김민의 턴이라고 생각했다.
‘킴은 공 하나로 흔들리는 투수가 아니다. 녀석의 멘탈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단단하다.’
삼진을 잡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김민은 그 공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어차피 삼진을 잡으려고 던진 공이 아니야.’
그가 바깥쪽으로 공을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타자의 밸런스와 눈을 바깥쪽으로 이끌기 위해……
즉, 그는 투수들이 흔하게 던지는 목적구를 던진 것뿐이었다.
“킴, 네 번째 투구에 들어갑니다.”
‘바깥쪽으로 뺀 다음 안쪽.’
슉!
95마일(153km) 패스트볼이 안쪽 코너를 노렸다.
글로버는 이 공에 멈칫했다.
‘너, 너무 가깝다.’
그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공에 대한 잔상이 남아 있었다.
‘상대는 퍼펙트게임을 앞두고 있다. 초긴장 상태가 분명하다. 세 번째 공에서 보여 줬듯이 평소의 칼날 제구는 없다. 그렇다면 이 공은…….’
볼이다.
글로버는 그렇게 판단했다.
팡!
공이 들어온 순간 글로버의 시선이 미트를 향했다.
‘아, 이것은…….’
글로버의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은 순간 주심이 오른손을 들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대타 삼진.
탬파베이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K! K! K!”
“킴! 킴! 킴!”
이반 감독과 동료들도 더그아웃 앞 펜스에 바짝 붙었다.
“킴! 나이스 피칭!”
“멋지다!”
“네가 최고야!”
챔피언십 시리즈라는 것도 잊은 채 모두는 퍼펙트게임에 집중했다.
“킴! 이제 단 한 명의 타자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이거 저까지 긴장되는군요.”
“마운드에 서 있는 킴은 어떨까요?”
“제가 킴이라면 심장이 터져 버릴 겁니다.”
선발 라인업 대로라면 9번 타자 사일론의 타석이었다.
‘사일론은 나오지 않는다.’
김민의 판단은 정확했다.
미네소타는 이번에도 대타를 냈다.
“대타 도저입니다.”
“도저는 이번 시즌 절반을 부상으로 날렸지만, 타율 0.279를 기록했습니다.”
도저는 파워보다는 컨텍형 타자였다.
‘선구안이 좋고 발이 빠르다. 이런 타자는 상대하기 까다롭다.’
김민은 투구에 앞서 시프트를 조정했다.
내야수들이 3루 쪽으로 한 걸음씩 움직였다.
도저는 그것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바깥쪽 공으로 승부할 모양이군.’
탬파베이 시프트는 이제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밀어서 2, 3루를 빼주지.’
배트를 들자 초구가 들어왔다.
슉!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
‘하이 패스트볼이라고?’
공이 빠진 게 틀림없었다.
도저는 급히 배트를 멈췄다.
팡!
전광판의 구속은 96마일(154km).
오늘의 최고 구속이었다.
‘빠졌다.’
그러나 주심의 판정은 달랐다.
“스트라이크!”
도저는 주심이 경기 분위기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스트라이크라고요?”
“높은 코스를 통과했어.”
“너무 높았습니다.”
“전혀.”
블렛소 투수 코치가 도저와 주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킴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올 때도 존을 벗어난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도저가 항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탬파베이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
도저의 항의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도저가 다시 배터 박스에 섭니다.”
“제가 도저라면 공을 하나 더 지켜보겠습니다.”
“카운트가 나빠지기 전에 승부하는 게 아니라 하나 더 지켜보는 겁니까?”
“킴의 볼 배합이 평소와 크게 다릅니다. 패스트볼이 많지만, 그것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다음 공은 유인구가 들어올 가능성이 큽니다.”
김민의 9회 초 볼 배합은 패스트볼이 많았다.
카인이 시몬스에게 물었다.
“패스트볼이 많이 들어오면 타자들에게 좋은 게 아닌가?”
“지금 킴은 평소보다 날카로운 공을 던지고 있어. 어설프게 노리고 들어가면 당해.”
시몬스는 도저가 상대한 라이징 패스트볼이 어떤 공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차라리 그냥 보내는 게 좋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김민은 한 타자에게 라이징 패스트볼을 3, 4개씩 던지지 않았다.
‘여기서 하나 고른다면 다음에는 라이징 패스트볼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커브.
도저는 이 공을 간신히 참아냈다.
팡!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시몬스가 혀를 찼다.
“패스트볼이 아니라 커브인가? 그렇다면 다음에 또 날아올 수도 있겠군.”
피어리가 그의 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킴은 침착해. 오프 스피드 피치를 잊지 않았어.”
“그래? 그렇다면 다음 공은 뭘까?”
“글쎄, 워낙 많은 공을 가지고 있어서 예상이 쉽지 않아.”
카인이 끼어들었다.
“탬포라면 빠를 공을 던질 타이밍이지?”
“맞아. 하지만 킴은 항상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공을 던지거든. 어떤 공을 던져도 이상하지 않아.”
피어리는 이퓨즈가 마지막 공으로 들어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공입니다!”
슉!
이번 공은 빨랐다.
도저는 힘차게 배트를 돌렸고, 공은 아래로 가라앉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세 번째 공은 파워 스플리터.
“킴! 마법처럼 공을 떨어뜨립니다!”
“도저의 배트가 따라가지 못하는군요.”
원 볼 투 스트라이크.
이반 감독의 두 손에 땀이 고였다.
“이제 마지막이군.”
김민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모자를 벗었다.
‘진정해. 여기서 이긴다고 해서 시리즈를 이기는 게 아니야.’
리드는 1점.
실투가 나오는 순간 이번 시즌 전체가 날아갔다.
‘가장 자신 있는 공으로 가장 자신 있는 코스에 넣는다.’
김민은 마지막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를 향해 질주했다.
‘빠, 빠르다!’
빠르다고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도저의 배트가 필사적으로 공을 쫓았다.
하지만 공은 배트를 뿌리치고 포수 미트에 꽂혔다.
파앙!
공이 미트에 꽂힌 순간 주심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96마일(154km) 업 라이징 패스트볼.
김민의 승리였다.
“킴! 해냈습니다! 미네소타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합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퍼펙트게임은 킴이 처음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린 지금 엄청난 장면을 목격한 것입니다!”
역사의 한 장면.
트로피카나 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은 김민의 퍼펙트게임에 열광했다.
“킴! 킴! 킴!”
“사랑한다!”
“최고야! 평생 기억할게!”
김민은 공을 받아 준 포수 록튼과 포옹했다.
“멋진 캐치였어.”
“마지막 공이 빠지는 줄 알았어. 그렇게 떠오르는 공은 처음이야.”
혼신을 다해 던진 업 라이징 패스트볼.
그 무브먼트는 일반적인 라이징 패스트볼을 훨씬 상회했다.
록튼은 타자의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면 볼 판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저의 배트가 나와서 다행이야.’
다른 동료들이 차례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킴, 축하한다.”
김민이 아울과 주먹을 마주했다.
“홈런 하나 쳐 주지 그랬어. 그랬다면 쉽게 갔을 텐데.”
3루수 스나이더가 다가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려고 했는데 산타나의 공이 워낙 좋아서 말이야.”
바이슨 수석 코치가 그라운드로 나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리즈는 오늘 경기로 끝난 게 아니야! 내일 경기가 진짜 마지막이다!”
탬파베이 선수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
“진짜 마지막이지.”
김민의 힘으로 시리즈 스코어는 타이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의 힘으로 승리를 따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