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화 통곡의 벽 03
5회 초.
미네소타 공격.
선두 타자는 4번 타자 시몬스.
“시몬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미네소타, 아직까지 한 명의 주자도 베이스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답답함을 시몬스가 풀어 줘야 할 텐데요.”
시몬스는 출루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넘어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킴도 인간, 나도 인간이다. 확률은 낮겠지만, 분명 내가 이기는 승부도 있다.’
그는 배트를 세웠다.
슉!
초구는 바깥쪽 슬라이더.
팡!
시몬스는 이 공을 참아냈다.
“시몬스, 초구를 잘 봤습니다.”
“킴, 오늘 경기 유인구가 많은 편입니다.”
김민은 공을 낭비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초구 중 절반이 스트라이크존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노리 투수 코치가 미간을 좁혔다.
‘제구력이 흔들리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옆에서 카멜 타격 코치가 감독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기다리는 쪽이 확실히 나을 것 같습니다.”
카멜 타격 코치는 김민 공략에 대한 실마리를 어느 정도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만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킴의 볼 배합은 분명 의도된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구가 흔들리는 게 아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중견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시몬스, 볼을 때리고 말았습니다.”
시몬스가 친 공은 위로 떠오르는 하이 패스트볼.
흔히 라이징 패스트볼이라 부르는 공이었다.
카멜 타격 코치가 아깝다는 듯 말했다.
“시몬스가 당했군요. 두 번째 공은 반드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킴은 그런 투수였으니까.”
“오늘 킴은 타자들의 선입견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만 감독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작정인가?”
“기다리라는 사인을 낼 겁니다.”
잘만 감독은 그의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턱을 쓰다듬었다.
“잘 되었으면 좋겠군.”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행크.
그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2개의 홈런을 뽑아낸 강타자였다.
초구는 안쪽을 깊이 찌르는 패스트볼.
파앙!
“스트라이크!”
주심의 격한 제스처에 잘만 감독이 다시 한번 턱을 쓰다듬었다.
“바로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다니, 더그아웃에 도청 장치가 있는 모양이군.”
더그아웃에 도청 장치는 조크였다.
카멜 타격 코치는 감독의 조크에 웃을 수가 없었다.
“킴은 행크를 쉬운 타자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쉬운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를, 어려운 타자에게는 유인구를 던진다는 말인가?”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두 번째 공은 가운데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리터.
행크는 이 공에 크게 헛스윙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카운트 0-2.
김민은 카운트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안타율이 0.061에 불과했다.
즉, 김민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타자 쪽의 리드가 필수였다.
슉!
다시 한번 빠른 공.
행크는 배트를 내밀었고, 공은 그대로 휘어져 나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고속 슬라이더에 삼진 아웃.
“킴! 각기 다른 세 가지 구종으로 행크를 잡아냅니다!”
“멋진 피칭입니다. 이런 피칭을 보면 야구도 하나의 예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배트를 피하면서 매끄럽게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노리 투수 코치는 예술이라는 표현에 동의했다.
‘킴은 저 완벽한 공을 던지기 위해서 우리가 생각한 이상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잘만 감독이 카멜 타격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카멜, 결과가 좋지 않군.”
“…….”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뜻일까?
잘만 감독이 혼잣말하듯 말했다.
“하나 더 기다려도 나쁠 건 없겠지.”
말을 마친 그가 직접 피어리에게 기다리라는 사인을 냈다.
카멜 타격 코치는 잘만 감독의 판단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피어리는 헐크 같은 홈런 타자가 아니다. 이번에는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번에는 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슉!
초구는 안쪽 깊이 들어오는 패스트볼.
팡!
록튼이 프레이밍을 시도했지만, 주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초구는 볼입니다.”
“안쪽으로 너무 붙었군요. 하나 정도 얕았다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을 겁니다.”
카멜 타격 코치는 잘만 감독의 노림수가 먹혀들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서 볼이라니, 킴이 피어리를 높게 본 것일까요?”
“높다라. 그건 아닌 것 같군.”
“예?”
“킴은 타자를 실력이 아닌 성향으로 나누는 게 아닌가 싶어.”
카멜 타격 코치가 물었다.
“타자를 성향으로 나누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오는 타자일수록 초구 볼 비중이 높다는 말이야.”
카멜이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렇다고 해서 항상 그런 건 아니야. 펀치력이 없는 타자들에게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승부를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피어리는…….”
“피어리는 애매하지. 그래서 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 거야. 킴은 애매할 때는 안전한 쪽을 선택하거든.”
오래 싸워왔기 때문일까?
잘만 감독은 상대에 대해서 코칭 스텝 이상으로 잘 알고 있었다.
김민은 피어리가 시몬스 이상으로 까다롭게 느껴졌다.
‘피어리는 패스트볼의 궤적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눈을 가졌다.’
그래서 브레이킹볼에도 쉽게 속는 법이 없었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왔지만, 타자의 배트가 나오지도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두 번째 공도 볼입니다!”
“2사지만 피어리가 출루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민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호흡을 조절했다.
“후…….”
코치 시절 그는 투수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지 마라.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을 추구해 봐야 밸런스만 무너질 뿐이다. 대신 최선을 다해라. 원하는 곳에…… 원하는 공을 던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라.
‘지금 난 완벽을 추구하고 있는 게 아니야.’
김민은 바깥쪽 코스에 스플리터를 던졌다.
이번에는 피어리의 배트가 나왔다.
탁!
“파울!”
피어리는 파울을 때린 뒤 미간을 좁혔다.
‘3개 연속 볼이라고? 킴이 이런 투수였나?’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피어리가 알고 있는 김민은 강력한 패스트볼과 완벽한 컨트롤로 카운트를 앞서 나가는 투수였다.
“카운트 2-1, 아직은 피어리가 유리합니다.”
“피어리는 유리한 카운트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리하다.
카운트만 놓고 보면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피어리는 전혀 유리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 공은 아마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 가치고 킴의 공을 칠 수 있을까?’
어떤 공으로, 어느 코스에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
김민은 낮은 코스와 높은 코스를 모두 공략할 수 있는 투수였다.
‘선택의 문제야.’
피어리는 배팅 포인트를 아래쪽에 놓았다.
‘장타가 나올 수 있는 높은 코스보다는 아래쪽으로 던질 가능성이 더 크다.’
배트를 세웠지만, 가슴은 진정되질 않았다.
‘높은 코스. 그래, 높은 코스가 마음에 걸려.’
슉!
빠른 공.
‘높은 코스다.’
순간 시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몬스는 피어리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을 때부터 라이징 패스트볼을 노린 스윙을 연습하고 있었다.
당시 피어리는 신기한 눈으로 시몬스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던질 줄 아는 투수는 리그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어. 한마디로 써먹을 일이 많지 않은 스윙이었지. 그러나 시몬스는 진지하게 그 스윙을 연습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마운드에 서 있는 검은 머리 투수 때문이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백네트를 넘어갔다.
“파울!”
카운트 2-2.
이제 피어리의 유리함은 사라졌다.
“피어리, 높은 패스트볼을 공략했지만, 파울이 되고 말았습니다.”
“전광판 구속은 95마일(153km)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구속으로 보면 라이징 패스트볼이 확실해 보입니다.”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면, 위로 떠오른다는 그 공 말씀이신가요?”
“떠오르는 게 아니라 덜 떨어지기 때문에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리그에서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지는 건 킴만이 아닙니다.”
밥은 로저 클레멘스 역시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피어리는 로저 클레멘스의 공을 때려 본 적이 있었다.
‘로저의 공은 이렇게까지 떠오르지 않는다.’
구속이 낮음에도 더 많이 떠오르는 공.
‘킴은 특별해.’
피어리는 다시 한번 아래쪽에 포인트를 맞췄다.
‘두 번 연속 하이 패스트볼이 들어오진 않는다.’
김민이 하이 패스트볼을 두 번 연속 던진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때는 보통 타자가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의 괴물인 경우가 많았다.
피어리는 생각했다.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낮은 코스로 온다.’
슉!
빠른 공.
그리고……
높은 코스.
피어리의 배트가 순간 멈칫했다.
‘왜?’
의문을 제기한 그 순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강렬한 제스처.
잠시 뒤, 탬파베이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K! K! K!”
“킴! 킴! 킴!”
캐스터도 목에 핏대를 세웠다.
“킴! 피어리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킴, 15명의 타자를 상대로 한 번의 출루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대단한 기록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피어리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그 타이밍에 그 공을 던질 줄이야. 킴은 정말로 퍼펙트게임을 의식하고 있는 건가?’
오늘 김민이 퍼펙트게임을 완성한다면, 1년 안에 세 번이나 퍼펙트게임을 완성하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킴이 대단하군요.”
“지난 휴식이 큰 힘이 된 모양이군.”
이반 감독은 김민이 아무리 잘 던져도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페드로처럼 9이닝을 완벽하게 막고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투수는 승리할 수가 없었다.
퍼펙트로 상대 타선을 막는다고 해도.
5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4번 타자 아울.
“미스터 기본기가 다시 한번 배터 박스에 섭니다.”
산타나는 아울을 상대로 자신 있게 공을 꽂아 넣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전광판의 구속은 96마일(154km).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산타나의 패스트볼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다.
아울은 써클 체인지업에 배팅 포인트를 맞췄지만, 산타나는 그를 상대로 패스트볼만 3개를 던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아울의 헛스윙 삼진.
이반 감독이 혀를 찼다.
“이번 이닝도 힘든 건가?”
“중심 타선이 이렇게 오래 감을 잡지 못할 줄은 몰랐습니다.”
산타나는 팬들의 기대마저 접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피칭을 펼쳤다.
“산타나! 라이트를 2루 땅볼로 잡아냅니다!”
5회 말 남은 타자는 6번 케니히.
케니히는 번트 자세에 이은 슬러시를 시도했지만,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마지막 타자는 포수 파울 플라이입니다! 산타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15명의 타자를 상대로 15개의 아웃 카운트. 이 평행선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적어도 다음 이닝에 깨지진 않을 겁니다.”
6회는 양 팀 모두 하위 타선이 배터 박스에 섰다.
김민과 산타나.
두 투수는 방심하지 않고 전력으로 세 타자를 잡아냈다.
7회 초.
미네소타 공격.
“경기는 이제 후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킴의 투수도 71개에 달하는군요. 오늘 평소보다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60개 전후의 투구수를 기록했을 김민이었다.
“오늘 킴은 볼이 많습니다.”
허드슨이 팀원의 말을 받았다.
“엘리미네이션 게임이기 때문이야.”
“킴이 시리즈 패배를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킴은 시리즈 패배가 아니라 이대로 시즌이 끝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 내 눈에는 그의 생각이 보여.”
김민은 116승의 저주를 알고 있었다.
‘116승을 올린 팀은 한 팀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 적이 없다.’
시즌 최다승 기록을 썼다는 것은 최강의 전력 또는 그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스트 시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김민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정규 시즌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7회 초, 첫 타자는 번즈.
그는 카인보다 파워가 있었다.
‘파워는 있지만 그 때문에 스윙이 크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파울 지역에 떠올랐다.
스나이더가 자리를 잡는 것이 보였다.
‘걱정할 건 없다. 스나이더의 수비는 확실하니까.’
다음 순간 캐스터의 목소리가 커졌다.
“스나이더가 공을 잡아냅니다!”
“오늘 탬파베이 내야는 상당히 안정되어 있습니다.”
초구에 파울 플라이.
잘만 감독의 기대와는 먼 플레이였다.
“세 번째는 쳐 줘야 하는 건데…….”
세 번째 타순은 어느 정도 투수의 공이 눈에 들어올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안타가 나오고 있지 않았다.
이것은 김민이 상식을 뛰어넘을 만한 투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카멜 타격 코치가 잘만 감독에게 말했다.
“대타를 한번 써 볼까요?”
“카인 타석에서?”
“내야 백업인 후지와라가 있습니다.”
지난 오프 시즌 미네소타도 국제화를 위해 일본 프로야구 선수를 영입했다.
연봉 200만 달러(25억 원)에 3년 총액 600만 달러(74억 원).
미네소타로서는 큰 기대가 담긴 계약이었다.
그러나 후지와라는 기대에 답하지 못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45, 4홈런 21타점.
초반을 제외하고는 줄곧 카인과 사일론의 백업으로 뛰었다.
“이제 와서 후지와라인가?”
“같은 아시아계입니다. 의외로 상성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잘만 감독은 고개를 흔들었다.
“킴은 일본이나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어. 그의 야구는 이곳의 야구야. 아시아계라고 해서 얻는 이득은 없을 거야.”
그는 카인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2루수 땅볼 아웃.
“오늘 경기 20번째 아웃 카운트입니다!”
“미네소타 이러다가 정말로 퍼펙트게임을 당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퍼펙트게임까지는 앞으로 7명.
김민은 전광판을 보면서 생각했다.
‘차라리 여기서 안타를 하나 맞는 게 낫겠군.’
퍼펙트게임과 엘리미네이션 게임이라는 두 극한 상황이 결합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긴장한 야수들의 실책, 아니지. 나부터 실투를 던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는 퍼펙트게임을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는 헐크…….’
헐크를 상대로 쉬운 공은 곤란했다.
안타를 맞으려고 던진 공이 펜스를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김민은 할 수 없이 전력투구를 선택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바깥쪽 코너로 절묘하게 떨어진 커브.
헐크는 고개를 돌려서 주심에게 항의했다.
“이게 들어왔다고요?”
주심은 단호했다.
“들어왔어.”
헐크는 단호한 한마디에 항의를 접었다.
그는 급한 성격이었지만, 참아야할 때를 알고 있었다.
‘초구를 하나 내준 것뿐이다.’
노리는 것은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스플리터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패스트볼이라도 펜스 밖으로 넘길 수 있다.’
두 번째 공은 안쪽 패스트볼.
헐크가 노리는 공과 비슷한 공이었다.
‘이거야!’
딱!
강한 소리는 공에 가해진 힘이 크다는 뜻이었다.
“타구가 멀리 날아갑니다!”
그러나 탬파베이 팬들은 가슴을 졸이지 않았다.
김민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기 때문이었다.
투수가 손을 들었다는 것은 공이 펜스를 넘어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물론 투수가 손을 들었음에도 공이 펜스를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해외토픽에 나올 정도로 희귀했다.
“중견수 산체스가 자리를 잡고 기다립니다.”
헐크의 타구는 98m를 날아가 산체스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중견수 플라이 아웃입니다. 이것으로 7회 초 미네소타 공격이 끝납니다.”
“킴, 21타자를 상대해서 단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7회 초가 끝나자 더그아웃도 조금씩 퍼펙트게임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진짜 하는 거 아니야?”
“이대로 가면 9회까지 던질 수는 있어도 퍼펙트는 못할걸?”
“왜?”
“우리가 점수를 뽑지 못했잖아.”
퍼펙트게임이 완성되려면 타선의 도움이 절실했다.
7회 말.
탬파베이 타선은 선두 타자 브라이튼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