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73화 (273/296)

273화 통곡의 벽 01

“지난 시즌보다 강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군요.”

바이슨 수석 코치와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은 이반 감독이었다.

“산체스와 라이트의 가세는 분명 큰 힘이지.”

“설리반과 클락도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습니다.”

“그런데도 팀은 시리즈에서 뒤지고 있다.”

“좋은 일은 아니죠. 이번 시리즈에서 이긴다고 해도 모든 시리즈를 엘리미네이션 시리즈로 만든다는 것은…….”

이반 감독이 말했다.

“자네는 우리의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정규 시즌 최다승을 거둔 팀입니다.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분석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분석한 것이 있다면 아마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

“다른 팀들이 강해진 겁니다. 양키스, 트윈스, 모두 지난 시즌보다 강해졌습니다.”

“양키스는 인정하지만, 트윈스는 조금…….”

바이슨 수석 코치가 오른손을 들었다.

“감독님, 우린 너무 산타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를 2년 전 우리와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2년 전.

탬파베이 레이스는 에이스 김민의 독보적인 활약으로 가을 축제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에이스를 뺀 탬파베이의 힘은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었다.

“미네소타에는 단단한 내야와 짜임새 있는 선발진 그리고 좋은 감독이 있습니다.”

“자네는 잘만을 높이 평가하는군.”

“팀을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린 감독입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빈이 그러더군. 뚝심이 있다고.”

케빈 감독이 이끄는 텍사스 레인져스는 미네소타에게 패해 챔피언십 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좋은 감독과 좋은 팀입니다. 내일 킴이 등판한다고 해도 쉽게 가진 못할 겁니다.”

“킴이 질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상대 선발은 모르스.

모르스는 지난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바 있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말했다.

“킴은 아직 포스트 시즌에서 패한 적이 없습니다.”

무패의 영웅.

한두 번이면 모를까?

세 시즌 이상 포스트 시즌에 나아가 무패의 기록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패배가 내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군.”

“그러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답답한 시리즈야. 생각처럼 잘되지 않아.”

지난 경기 탬파베이는 병살타를 4개나 때려냈다.

그 병살타 중 2개만 안타가 되었더라도 아니, 타자만 아웃되는 상황이 되었더라도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반 감독이 자세를 바꾸며 말했다.

“화제를 좀 바꿔 보지.”

“어떤 것으로…….”

“산체스, 자네는 어떻게 보고 있나?”

바이슨 수석 코치가 대답했다.

“대단한 선수입니다. 가르칠 것이 없다고 할까요? 그는 스스로 깨우치는 천재형 선수입니다.”

“그 친구 마이너리그 성적은 살펴봤나?”

“예, 3월에 확인했습니다. 대단하진 않았죠.”

“운영팀의 코너가 그러더군. 산체스는 킴이 찍은 선수라고.”

“역시…….”

바이슨 수석 코치가 감탄사를 내뱉듯 말했다.

이반 감독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눈이 더 심해졌군.”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곳은 호텔 로비가 아니라 공항 VIP라운지였다.

플로리다로 향해야 하는 비행기는 이른 눈 때문에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번 시리즈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있었다.

“경기가 연기될 것 같습니다.”

탬파베이와 미네소타는 돔구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악천후로 경기가 연기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눈은 비행기의 발목을 잡았다.

선수단이 플로리다로 향하지 못하니, 경기는 자연스럽게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폭설이 계속되면 곤란한데…….”

“적어도 내일은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길어지면 유리한 것은 내셔널 리그에서 올라올 팀이었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코트를 입은 채 두 사람 곁에 섰다.

“내일까지 폭풍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틀이나?”

“홀먼 단장은 버스로 이동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합니다.”

버스로 눈을 뚫고 다른 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플로리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

이론은 훌륭했지만, 절약되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 방법은 선수들의 피로도를 가중시킬 수 있었다.

같은 시각 홀먼 단장은 김민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가 김민을 찾아온 것은 그가 바로 탬파베이 레이스의 구단주였기 때문이었다.

“악천후가 계속된다고 합니다.”

“미네소타의 눈발은 거세군요.”

“쉽게 그치진 않을 겁니다. 이틀은 더 간다고 하니.”

탬파베이 레이스가 위치한 플로리다는 눈이 내리지 않는 땅이었다.

이상 기후로 북부에 눈이 내리더라도 금세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호텔로 돌아갈까요?”

“전 육로로 이동하는 걸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김민은 손을 흔들었다.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야구란 상대 팀이 있어야 진행되는 것이니까요.”

미네소타가 움직이지 않으면 탬파베이도 움직일 수 없다.

김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무국은 뭐라고 하던가요?”

“6차전 연기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며칠이나…….”

“하루 연기를 하고 일단 기다리겠다는군요.”

“결국은 이틀 모두 연기 되겠군요.”

미네소타는 홈에서 3일 휴식 후 원정 경기를 치르게 될 것이다.

‘하늘이 미네소타 쪽을 돕는군.’

블렛소 투수 코치는 포터 불펜 코치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번 시리즈 힘들겠어.”

“2승 3패라서?”

“아니, 하늘이 우릴 돕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지나친 생각 아닐까?”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말했다.

“일기예보 들었어?”

“눈이 계속 온다지?”

“리드하고 있는 미네소타에게 3일 휴식은 최고라고.”

그는 투수 코치인 만큼 투수 로테이션을 가장 먼저 주목했다.

“6차전에 산타나가 나올 거야.”

포터 불펜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 휴식,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지난 경기와는 다를 거야.”

“하루를 더 쉬었기 때문인가?”

“두 번째 경기 투구수도 많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그가 트로피카나 필드에 강했다는 사실이야.”

블렛소 투수 코치는 산타나가 메트로돔 같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보다 트로피카나 필드 같은 투수 친화적인 구장에서 더 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선발은 킴이야.”

“킴은 6일 쉬고 등판이야.”

“흠, 그건 조금 그렇군. 하루 더 연기된다면…….”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

휴식이 선발 투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다.

하지만 휴식이 너무 길어지면 루틴과 리듬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김민의 몸은 4일 휴식 후 등판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휴식을 더 길게 준다고 해도 5일 정도가 적당했다.

“하지만 감을 잃어버리진 않을 거야.”

블렛소 투수 코치가 한마디 더 하려는 순간 바이슨 수석 코치가 모두에게 말했다.

“호텔로 이동이다!”

홀먼 단장과 김민은 눈이 그치는 것을 호텔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선수들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뜻한 침대에서 푹 자야겠어.”

“난 클럽.”

“바보 같은 소리. 이런 눈에 클럽이 문을 열겠다?”

“그런가?”

선수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미네소타에 눈이 그친 것은 일기예보대로 이틀 뒤였다.

그 덕분에 챔피언십 시리즈는 사흘의 휴식을 가지고 재개되었다.

* * *

3일간의 휴식 후 재개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미네소타 트윈스는 모두의 예상대로 에이스 산타나를 6차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산타나가 나오는군.”

“다들 예상했잖아. 산타나는 미네소타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니까.”

“탬파베이가 아쉽겠는데? 이쪽은 지나친 휴식을 취했다고.”

김민의 등판은 2차전 이후 7일 휴식 후 등판.

코칭 스텝은 김민의 경기 감각을 우려했다.

“킴이 무너지면 바로 클락을 투입한다.”

클락은 5일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면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시리즈.

탬파베이는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했다.

홈팀 불펜.

팡! 팡!

김민의 연습 투구는 힘이 느껴졌다.

“좋아!”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쉬어서 걱정했는데 공에 힘이 있어.’

김민은 일주일 휴식이 자신에게 독이 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당할 때 쉴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대로 월드시리즈까지 달렸다면 기자들 말대로 무너질 수도 있었어.’

휴식이 절실한 것은 산타나만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 김민은 태어나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었다.

“킴은 어떤가?”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말을 건넨 것은 바이슨 수석 코치였다.

“보시는 대로입니다.”

“공에 힘은 있는 것 같은데 리듬이…….”

“조금 빨라졌죠?”

“괜한 걱정이 아니었으면 싶군.”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말했다.

“킴은 잘할 겁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마지막으로 김민의 컨디션을 점검하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경기 시작까지는 30분 정도가 남았을 뿐이었다.

* * *

미네소타 더그아웃.

“천운이었지.”

“승리의 여신이 우리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1승.

오늘 경기만 이기면 월드시리즈 문이 열렸다.

“이번 시리즈는 어려웠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 1승 남았지.”

잘만 감독은 산타나를 믿었다.

‘기록을 보면 킴의 압승이다. 하지만 맞대결은 다르다. 그리고 산타나는 두 번 실패하지 않는 투수다.’

그는 산타나가 오늘 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 내고 지난 경기의 실패를 지울 것이라 생각했다.

“시리즈는 오늘 끝난다.”

주심의 시작 사인과 함께 1회 초 미네소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많은 점수는 바라지 않는다. 1점, 1점이면 충분하다.”

선두 타자는 우익수 번즈.

잘만 감독은 카인의 상대 전적이 킴에게 너무 좋지 않다고 판단해 그를 2번으로 내리고 2번 번즈를 리드오프에 올렸다.

“초구는 스트라이크입니다!”

김민이 던진 초구는 번즈의 상상을 초월하는 공이었다.

“뭐야 이 공은…….”

72마일(116km) 패스트볼.

“이퓨즈도 아니고 패스트볼이 72마일이라니…….”

너무 느려서 배트조차 내지 못한 공.

그러나 공은 분명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묻는 이는 카멜 타격 코치였다.

잘만 감독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손에서 공이 빠진 것이 아니라면 부상이군.”

초구에 에이스가 부상.

탬파베이로서는 비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탬파베이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록튼의 사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몸에 이상이 발생한 건 아니야.”

이반 감독은 이것도 김민의 계산에 들어가 있는 공이라고 생각했다.

‘70마일대 패스트볼이라. 킴은 어디까지 변하려는 것인가?’

다음 공은 94마일(151km) 패스트볼.

번즈는 이 공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투 스트라이크 노 볼입니다!”

“느린 공과 빠른 공. 절묘한 오프 스피드 피치입니다. 이게 바로 킴이죠.”

번즈의 머리속은 빠르게 회전했다.

‘느린 공, 빠른 공…… 그다음은 다시 느린 공인가? 아니야. 킴이 3개 연속 패스트볼을 던질 리 없다. 다음 공은 아마 커브나 슬라이더일 것이다.’

그는 하나 정도는 지켜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공은 안쪽을 찌르는 패스트볼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93마일(150km) 패스트볼.

정확한 제구는 주심의 판정조차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다.

“룩킹 삼진입니다! 킴! 쾌조의 스타트입니다!”

“7일 휴식에 대한 우려는 이것으로 말끔하게 씻은 것 같습니다.”

1회 초부터 외야에 K 플랜카드가 걸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카인입니다.”

“지난 경기까지 카인은 1번을 쳤었죠. 오늘은 조금 내려온 2번입니다.”

카인은 앞서 김민이 번즈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번즈를 패스트볼만으로 끝냈다.’

두 번의 완급조절.

아니, 세 번의 완급조절이었다.

경기를 시작하는 공이 그렇게 느릴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테니까.

‘이번에는 빠른 공일까? 아마도 그렇겠지.’

배트에 힘을 준 순간 공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퓨즈!’

카인은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은 홈플레이트에 맞은 뒤, 뒤로 흘렀다.

“파울!”

별 것 아닌 플레이었지만, 캐스터는 목에 힘을 주었다.

“초구에 배트가 나왔지만 파울입니다!”

“이번 공은 초구보다 더 느리군요. 64마일(103km)입니다!”

잘만 감독은 김민의 완급조절에 미간을 좁혔다.

“부상은 아닌 것 같군.”

두 번째 공은 바깥쪽을 찌르는 94마일(151km) 패스트볼.

카인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스트라이크를 먹고 말았다.

“킴! 오늘 제구가 좋습니다! 구석을 정확히 찌릅니다!”

“킴의 피칭은 장인이 만들어 낸 걸작을 보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해설을 맡은 이는 밥이었다.

“다음 공은 어떤 것일까요?”

“번즈 때와 마찬가지로 로테이션 승부를 가져가지 않을까요? 킴은 공을 낭비하는 투수가 아닙니다.”

카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녀석은 날 얕보고 있다. 빼는 공은 던지지 않는다. 이번 공이 승부구다!’

슉!

안쪽 빠른 공.

카인은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내밀었다.

‘그대로 당긴다!’

그러나 공은 배트와 충돌하는 대신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휙!

배트가 허공을 친 순간,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연속 삼진.

트로피카나 필드를 가득 메운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킴! 킴! 킴!”

“멋지다!”

“최고야! 널 보려고 5시간 동안 차를 달렸다고!”

김민은 공을 받은 뒤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컨디션은 좋았다.

원하는 곳으로 오차 없이 공이 들어갔다.

‘괜찮은 느낌이야. 다음 타자는 헐크인가?’

김민은 헐크 같은 타자를 스테로이드 계열로 분리했다.

‘어설픈 공은 맞는다. 코너웍보다는 타이밍을 빼앗는 게 낫다.’

초구는 낮게 떨어지는 커브.

헐크는 이 공을 그냥 지나쳐 보냈다.

“오늘 첫 번째 볼이 들어왔습니다.”

“중심타선이 상대입니다! 킴도 신중한 것이죠.”

두 번째 공은 안쪽을 찌르는 패스트볼.

헐크는 이 공을 당겨서 파울을 만들어 냈다.

“느린 공, 빠른 공, 그다음은 다시 빠른 공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킴은 초반부터 오프 스피드 피치를 적극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공은 떨어지는 커브.

헐크는 이 공을 크게 당겼다.

딱!

높이 솟아오른 공.

김민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각도가 너무 높아. 넘어가지 않는다.’

예상대로였다.

공은 펜스 근처도 가지 못한 채 급격하게 떨어졌다.

“윌리엄 오른쪽으로 살짝 이동한 뒤 공을 잡아냅니다.”

“수비 위치가 적절했습니다. 어쩌면 시프트를 걸고 공을 그쪽으로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외야 시프트까지 이용하는 것인가요?”

“탬파베이라면 가능한 일입니다.”

미네소타를 이끄는 잘만 감독은 1회 초 결과에 큰 충격을 받진 않았다.

‘킴을 상대로 쉽게 점수를 뽑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 타순 더 돈다고 해도 아마 공략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김민보다는 산타나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문제는 산타나다. 산타나가 얼마냐 던져 주느냐가 월드시리즈의 문을 여는 관건이다.’

1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브라이튼.

“브라이튼! 잘해라!”

“킴의 어깨를 좀 가볍게 해 달라고!”

그러나 브라이튼은 초구를 때려 2루수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탬파베이 팬들은 그의 타격에 만족하지 못했다.

“또냐!”

“브라이튼! 잘 좀 해!”

브라이튼은 쓰디쓴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어땠어?”

그에게 말을 건네는 이는 4번 타자 아울이었다.

“좋아.”

“어느 정도로?”

“1차전 이상이야.”

아울이 물었던 것은 산타나의 컨디션이었다.

“그렇게까지 좋단 말인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산체스가 공을 때렸다.

“빗맞은 타구 우익수가 자리를 잡습니다!”

우익수 번즈는 어렵지 않게 공을 잡아냈다.

“탬파베이, 1, 2번 타자가 공 3개로 끝납니다.”

“탬파베이 타자들이 성급하긴 했지만, 산타나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는군요.”

이반 감독은 천재 산체스가 쉽게 물러나는 것을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산체스가 이렇게 쉽게 잡힐 때도 있는 건가?”

“오늘 산타나의 체인지업 무브먼트가 상당해 보입니다.”

산체스가 공략한 공은 바로 써클 체인지업이었다.

이반 감독이 말했다.

“윌리엄의 타석을 보면 알겠지.”

윌리엄은 지금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천재 타자였다.

파앙!

초구는 빠른 공.

윌리엄은 이 공을 흘려보냈다.

“바깥쪽에 볼입니다!”

“윌리엄, 역시 선구안이 좋습니다.”

윌리엄은 침착했다.

‘산타나는 원래 이런 투수다. 지난 경기는 운이 좋지 않았을 뿐.’

그는 호흡을 조절한 뒤 두 번째 공을 기다렸다.

‘이번 공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다.’

예상 구종은 패스트볼.

하나 산타나의 다음 공은 떨어지는 써클 체인지업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윌리엄의 배트가 허공을 크게 쳤다.

‘이런…… 당했군.’

세 번째 공과 네 번째 공은 빠른 공.

윌리엄은 파울 2개로 카운트를 1-2로 만들었다.

“투수에게 유리한 카운트입니다.”

“하지만 타자는 윌리엄입니다. 여기서 어설픈 승부는 위험하겠죠.”

산타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승부구를 던졌다.

슉!

안쪽을 파고드는 빠른 공.

윌리엄의 배트가 크게 움직였다.

‘기다렸던 공이다!’

따악!

높이 솟아오른 타구.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와아아!”

하지만 산타나는 차분했다.

‘펜스를 넘어가진 않는다.’

너무 높이 솟아올랐던 것일까?

윌리엄의 타구가 어느 순간 힘을 잃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좌익수 브라이언, 펜스를 등지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이 글러브를 든 순간 공이 볼집에 들어왔다.

“좌익수 플라이 아웃! 산타나가 탬파베이 강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합니다.”

“산타나도 시작이 좋군요. 오늘 경기 투수전이 예상됩니다.”

1회를 본 블렛소 투수 코치가 혀를 차며 말했다.

“오늘은 에이스 대결이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