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타이밍을 지배하는 자 05
“탬파베이가 4차전을 이길 줄은 몰랐습니다.”
“산타나에게 3일 휴식이 독이 된 것 같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산타나는 플레이오프에서 내구성을 검증받은 투수가 아니니까요.”
5일 로테이션을 지키며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과 플레이오프에서 3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은 차이가 컸다.
랜디 존슨처럼 이것을 무시하는 투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은 최고 구속과 구위 그리고 최대 투구수에 영향을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스트 시즌에서 4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팀은 많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강력한 선발 3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하는 팀이 더 많았다.
“탬파베이는 설리반을 내보내서 한 경기를 잡았으니, 남는 장사를 했군.”
“내일은 킴이 나올까요?”
김민이 등판해서 5차전을 잡는다면 탬파베이는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탬파베이가 그렇게까지 할까?”
김민은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벌써 3번째 등판.
매 경기 많은 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 합산 이닝은 벌써 270이닝을 돌파하고 있었다.
‘월드시리즈까지 계산하면 킴의 등판은 300이닝에 근접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지금도 김민의 내구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 킴은 작은 체구에 비해 빠른 공을 던진다. 이것은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투구폼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닝수가 너무 많아. 그리고 비시즌에도 쉬는 경우가 드물다. 페드로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부상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 탬파베이는 킴이 이번 포스트 시즌을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 킴은 2004년 그 누구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포스트 시즌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몬도가 말했다.
“내일은 아마도 렉터.”
“렉터라고요? 탬파베이가 내일 지면 남은 경기를 다 이긴다고 해도 7차전까지 가야합니다.”
“그래도 렉터가 나올 거야. 이반 감독은 킴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자 할 테니까.”
몬도의 예상은 옳았다.
이반 감독이 다음 날 선발로 예고한 투수는 김민이 아닌 렉터였다.
미네소타 코칭 스텝은 렉터의 선발 예고에 고개를 갸웃했다.
“2승 2패 상황에서 5차전이면 승부의 분수령이 아닐까요? 이런 상황에서 렉터라는 것은…….”
“이반 감독의 자신감이 지나친 것 같습니다.”
노리 투수 코치는 이반 감독이 미네소타를 얕보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5차전은 무리를 해서라도 잡아야 하는 경기다. 이 경기를 이기면 홈에서 1경기만 잡아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런 경기에 렉터가 등판한다는 것은 우리 타선을 얕보았다는 것밖에는 이유가 없다.’
잘만 감독이 말했다.
“오늘 경기가 이반에게 교훈이 된 모양이야.”
“오늘 경기라면…….”
에이스 요한 산타나의 조기강판.
“3일 쉬고 등판한 킴보다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 렉터가 더 낫다는 뜻이겠지.”
노리 투수 코치가 반론을 제기했다.
“하루 더 쉬었다고 해서 더 나은 피칭을 보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디비전 시리즈에서 하루를 덜 쉰 킴이 하루를 더 쉰 랜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잘만 감독이 고개를 내저었다.
“4일 쉬는 것과 5일 쉬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3일 쉬는 것과 4일 쉬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차이가 있지. 이반 감독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야.”
이반 감독의 생각은 실제로 잘만 감독이 말한 것과 같았다.
그는 엘리미네이션 게임에 몰리지 않는 한 김민에게 4일 휴식을 보장할 생각이었다.
이반 감독은 현재 홀먼 단장과 마주앉아 있었다.
“킴이 구단주라고 해서 편의를 봐준 것은 아닙니다. 전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홀먼 단장이 질문을 던졌다.
“킴은 포스트 시즌에서 3일 휴식 후 등판한 적이 있지 않나?”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일 휴식 후 등판이 무리인가?”
“지금 시점에서 무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를 본다면 킴을 아끼는 것이 좋겠죠.”
홀먼 단장이 말했다.
“이반, 그러다가 월드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네.”
“그렇게 되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반 감독의 한마디에 홀먼 단장이 멈칫했다.
“자네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 말이 아닐세.”
“전 이 결정을 되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홀먼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알고 있어. 그냥 아쉬운 것뿐일세.”
그는 김민으로 5차전을 잡은 뒤, 6차전에 클락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5차전을 패한다고 해도 로테이션을 유지하기를 바랐다.
‘선발을 결정하고, 팀을 운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몫이니까.’
홀먼 단장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대신 이반 감독에게 내일 승리를 부탁했다.
“5차전을 이기면 이번 시리즈를 쉽게 가져갈 수 있을 걸세.”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같은 시각 김민은 4차전 승리 투수인 설리반과 만나고 있었다.
“설리반, 훌륭한 피칭이었어.”
“지옥에서 살아난 기분이야.”
김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렇게까지 위험한 경기는 아니었잖아?”
“아니, 난 그랬어.”
설리반은 정규 시즌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코칭 스텝은 물론 기자들도 그의 포스트 시즌 활약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 등판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늘 경기마저 난타당했다면 다시는 포스트 시즌에 선발로 등판하지 못했을 거야.”
“그건 지나친 생각이야.”
김민이 잔에 커피를 따르기 전 물었다.
“커피, 마시지 않나?”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는 카페인이나 탄산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괜찮아. 다음 등판까지는 꽤 남아 있으니까.”
쪼르르륵.
하얀 잔에 커피가 반쯤 담겼다.
“오늘 2사 이후 대결이 흥미로웠어.”
“볼 배합은 잘 모르겠어. 록튼의 사인 대로 던졌을 뿐이니까.”
“2루에 주자가 있을 때도 말인가?”
“그때는 내가 사인을 내긴 했지. 다만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았어. 오늘 가장 좋은 공을 순서대로 던졌으니까.”
김민이 미소를 지었다.
“타자들이 당황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었군.”
로테이션이나 완급조절이 아닌 자신감에 따른 볼 배합.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설리반이 말했다.
“오늘은 정말 필사적으로 던졌어.”
“상대가 산타나고, 포스트 시즌 선발 자리가 걸려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군.”
김민은 생각했다.
‘절실함이 설리반의 집중력을 올린 모양이군.’
그가 설리반에게 물었다.
“소리는 듣지 못했나?”
메트로돔은 같은 돔구장이라고 해도 트로피카나 필드와 달리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원정 경기에 나선 투수들은 이 응원에 귀가 웅웅 거리는 소음 때문에 메트로돔을 좋아하지 않았다.
“소리라고?”
김민이 손짓을 하면서 설명했다.
“메트로돔 특유의 소리 있잖아. 웅웅웅…… 그런 소리 말이야.”
“듣지 못했어.”
“그렇군.”
이번에는 설리반이 물었다.
“그런데 왜 보자고 한 거야? 잘 던졌다고 구단주님께서 한턱을 쏘시는 건 아닐 테고.”
김민이 대답했다.
“사실 마운드에서 소음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물어보고 싶었어. 하지만 답을 들었으니, 이제 상관없어.”
설리반은 메트로돔의 열광적인 응원에도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그가 귀마개를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 변하지 않은 이유는 귀마개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절실함이 소음으로부터 그를 보호한 거야.’
설리반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양키스 전. 왜 그렇게 얻어맞은 걸까?”
“상대가 나빴으니까.”
설리반은 김민의 대답에 목소리를 높였다.
“양키스는 킴, 아니 렉터도 잘 막은 상대잖아!”
“렉터는 운이 좋았지.”
“킴은 실력이 좋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인가?”
양키스는 어떤 투수가 상대해도 버거운 상대였다.
그들을 상대로 조기 강판당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라고 하기에는…….”
“운은 분명 있어. 커리어 전체를 보면 평균에 가까워지지만, 일정 부분…… 그러니까 포스트 시즌 정도만 잘라서 보면 운으로 결과가 크게 갈리는 경우가 많지.”
김민은 운이 없이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없다고 생각했다.
“상대 팀도 한 리그를 제패하고 올라온 팀이야. 그런 팀을 실력으로 압살하는 것은 있을 수 없어.”
설리반이 물었다.
“실력은 조금 낫지만 운이 좋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지겠지.”
“이쪽의 실력이 나은데도?”
김민이 설리반을 주시하며 말했다.
“산타나는 오늘 설리반에게 졌어.”
“…….”
객관적인 지표에서 산타나는 설리반을 압도했다.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승리, 그리고 정규 시즌의 빛나는 기록들.
어느 하나 설리반에게 뒤지는 게 없었다.
그러나 산타나는 패했고, 설리반은 승리했다.
포스트 시즌 승리는 절대적인 실력에 의해 갈리는 것이 아니었다.
김민이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운 외에도 승리를 결정하는 요소는 많아. 동료들의 집중력, 3일 휴식, 그리고 상대의 절박함. 모두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지.”
설리반이 물었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렉터.
미네소타 선발 투수는 레드.
시즌 기록을 보면 레드가 렉터보다 미세하게 앞섰다.
“박빙이겠지.”
“킴도 어느 한 팀을 찍지 못할 정도로?”
“돈을 건다면 우리 팀에 걸 거야.”
“이유는?”
“상대는 코너에 몰렸어. 홈에서 마지막 경기를 패하면 이 시리즈를 잡는 건 불가능해.”
절박함은 집중력을 높였지만, 몇몇 선수에게는 플레이를 경직시키는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절박함이 역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말인가?”
“내야수들에게는 그럴 거야.”
김민은 미네소타가 압박감과 피로에 짓눌려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 *
다음 날.
미네소타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헐크! 적시 2루타입니다!”
헐크의 2루타 때, 카인이 홈에 들어오면서 선취점을 뽑았다.
미네소타의 공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시몬스! 이번 시리즈 첫 홈런입니다!”
4번 타자 시몬스의 홈런.
탬파베이 더그아웃은 크게 흔들렸다.
“1회부터 3-0이면 좋지 않은데?”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닙니다. 바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탬파베이는 어제 설리반의 호투 덕분에 불펜에 여유가 있었다.
“아직 1회가 아닌가?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지.”
이반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안타가 나왔다.
“5번 행크가 우익수 앞에 공을 떨어뜨립니다!”
미네소타 팬들은 힘찬 목소리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피어리! 피어리! 피어리!”
록튼은 정말 좋지 않을 때 피어리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렉터는 여기서 안타를 하나 더 맞으면 강판이야.’
그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합니다.”
사인은 너클커브.
렉터는 고개를 끄덕이곤 커브를 떨어뜨렸다.
탁!
“빗맞은 타구입니다!”
유격수에게 향하는 바운드 볼.
브라이튼은 빠르게 공을 처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을까?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다.
“브라이튼, 멈칫합니다!”
1루 주자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2루는 틀렸어!’
록튼이 목소리를 높였다.
“1루!”
브라이튼은 간신히 공을 뺀 뒤 1루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상대는 발이 빠른 포수 피어리였다.
“세이프!”
1루에서 세이프.
1사 주자 1, 2루.
김민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건 미네소타가 아니라 우리 내야진이군.”
양키스와 대결한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렉터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결국은 평균에 수렴하게 되어 있었다.
챔피언십 시리즈.
이날 렉터의 호투는 나오지 않았다.
“미네소타의 공격이 끝나지 않습니다!”
“탬파베이는 오늘 경기에 킴을 내지 않은 걸 후회할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은 해설자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낮게 중얼거렸다.
“난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1승을 위해서 시리즈, 아니 시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딱!
“잘 맞은 타구! 그러나 칼튼의 글러브에 들어갑니다!”
김민은 칼튼이 매끄럽게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키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튼이 의외로 스트레스에 강하군.”
더블 플레이가 나왔기 때문에 렉터의 실점은 3점에서 끝났다.
하지만 경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2회 1점, 다시 3회 1점.
렉터는 매회 점수를 내주며 5-0으로 몰렸다.
“위험하군요.”
“다음 회 주자를 내보내면 강판이야.”
이반 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김민을 아낀 것과 렉터가 부진한 것은 아무 연관성이 없다.’
그는 배터리 코치를 불러 볼 배합을 바꿀 것을 지시했다.
록튼은 코치로부터 감독의 지시를 전달받곤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지. 집중한다고 결과가 매번 좋은 건 아니니까.”
“일단 볼 배합을 바꾸겠습니다.”
록튼은 패스트볼 위주로 볼 배합을 바꿨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4회 말 렉터는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렉터가 무실점이라. 정말 오랜만이군.”
“하지만 투구수가 많았습니다. 다음 이닝까지 던지면 다행일 겁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배터 박스로 돌렸다.
“투수가 문제가 아니야. 우린 오늘 경기에서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있다고.”
상대 투수는 지난 2차전에서 난타를 당했던 레드였다.
그러나 그는 오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레드는 4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짠물피칭을 펼치고 있었다.
“킴, 레드는 메트로돔에서 더욱 강한 것 같지 않아?”
김민이 클락의 물음에 답했다.
“홈에서 강한 투수는 레드만이 아니야.”
“하지만 레드의 홈은 메트로돔이라고.”
메트로돔은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투수에게 환영받는 홈구장은 아니었다.
렉터가 5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함으로써 김민은 메트로돔에 설 기회가 사라졌다.
‘가끔은 이런 구장에서 자신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야.’
딱!
잘 맞은 타구가 2, 3루 사이를 뚫었다.
“산체스! 안타입니다!”
“산체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 탬파베이에서 미친 선수를 한 명 뽑으라면 단연 산체스였다.
“기대 이상이군요.”
“신인이 포스트 시즌에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경우는 드물지.”
레드는 산체스의 안타에 흔들렸는지 윌리엄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주자 1, 2루입니다!”
탬파베이로서는 반드시 점수를 내야 하는 찬스였다.
“아울이라면 해 줄 겁니다.”
필요할 때는 해 주는 선수 아울.
그의 배트가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안타! 안타입니다!”
2루에 있던 산체스가 전력으로 홈을 파고들었다.
“세이프! 세이프!”
피어리의 블로킹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산체스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탬파베이 1점을 따라갑니다! 스코어는 이제 5-1입니다.”
이반 감독이 주먹을 꾹 쥐었다.
“경기는 이제부터야.”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케니히가 병살타를 치면서 5회 초 공격이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레드, 한 점을 내주긴 했지만, 호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승리한다면 MVP는 레드입니다.”
레드는 굳은 얼굴로 완벽하게 공을 제구했다.
‘낮고 빠르다.’
김민은 2차전과는 제구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다.
포수 뒤쪽에 자리를 잡은 존이 몬도에게 물었다.
“레드는 3일 쉬고도 잘 던지는군요.”
몬도가 스피드건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레드는 경험이 많은 투수니까.”
그는 레드의 호투 이유를 경험에서 찾았지만, 레드의 포스트 시즌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1루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렉터가 선두 타자를 잡아냅니다!”
“렉터, 4회 말부터 안정을 되찾은 것 같습니다.”
렉터는 5회 말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오늘 경기 첫 삼자범퇴이자 마지막 삼자범퇴.
“수고했어.”
“렉터, 수고.”
렉터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라커룸으로 사라졌다.
‘좋지 않았어.’
5이닝 5실점.
타격전이었다면 어떻게든 되었겠지만, 상대 투수인 레드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월드시리즈 선발 로스터에서 탈락이겠군.’
부르스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1차전과 5차전 선발인가? 팀의 중심이군.”
“부르스, 놀리는 건가?”
“놀리긴…… 난 불펜 대기인데.”
“나도 다음 시리즈부터는 불펜 대기일지도 몰라.”
부르스가 말했다.
“그렇진 않을 거야. 오늘 경기 마지막에 감을 잡은 것 같으니까. 이반 감독은 감이 잡힌 투수를 불펜에 앉히진 않아.”
“그건 모르는 일이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스나이더와 록튼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하위 타선에서 연속 안타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레드는 칼튼을 병살타로 처리하곤 위기를 탈출했다.
“또 더블 플레이인가?”
“운이 없는 날 같습니다.”
반대로 레드와 미네소타에게는 운이 좋은 날.
탬파베이는 이날 4개의 병살타를 때리며 8안타 2득점의 빈공에 그쳤다.
경기 결과는 6-2 미네소타 승리.
“미네소타! 홈 마지막 경기를 잡으면서 시리즈를 리드합니다!”
몬도는 오늘 미네소타 승리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 승리는 미네소타에게 월드시리즈로 가는 필수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다음 경기 킴을 넘지 못하면 월드시리즈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3승 2패로 앞서 있는 미네소타의 다음 상대는 김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