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71화 (271/296)

271화 타이밍을 지배하는 자 04

7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몬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4회 초에 이은 3번째 타석.

“이번에는 쳐낸다.”

그는 예리한 눈으로 김민을 노려보았지만, 그라운드 분위기는 전 타석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멀리 서부에서 날아온 젊은이가 중년인에게 물었다.

“스코어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일까요?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인데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11-0, 긴장감이 생긴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야.”

4회 말부터 6회 말까지…….

탬파베이 공격진은 매회 점수를 뽑아내며 리드를 벌렸다.

잘만 감독은 스코어가 7-0까지 벌어지자 중견수 스펜서를 투수로 투입하는 포기수까지 두었다.

그 결과 스코어는 11-0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젊은이는 계속해서 물었다.

“투수 로테이션이 중요한 정규 시즌이면 모를까? 포스트 시즌에 야수를 마운드에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질 경기는 확실히 진다는 거겠지. 어설프게 힘을 썼다가 따라가면 뒤집고 싶은 욕심이 생길 테니까.”

중년인은 이상할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LA 다저스 전력분석팀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나서는 두 팀에 대한 분석을 맡고 있었다.

딱!

강한 타구가 3루 라인을 크게 벗어났다.

“저건 너무 당겼군요.”

“코스가…… 저건 당길 수밖에 없었어.”

중년인은 차가운 눈으로 김민을 바라보았다.

‘21세기 최고의 투수. 다음 세기를 여는 야구 영웅인가? 아니면…… 스테로이드나 다른 약물로 만들어진 허상인가?’

그는 김민의 놀라운 실력을 100%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오늘 경기는 오프 스피드 피치가 많습니다. 다음 공은 아마도 패스트볼 계열이겠죠?”

“빠른 공, 느린 공, 다시 빠른 공인가? 킴이 그런 패턴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상대는 시몬스야. 그런 뻔한 패턴으로는 먹히지 않아.”

몬도는 벌써 7년째 전력분석팀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감이 완벽하게 어긋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시몬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공은 바로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빠른 공이군.”

“같은 패턴이라니까요.”

삼진을 당한 시몬스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 단순한 패턴으로 나올 줄은…….’

그는 이번에 김민이 커브나 슬라이더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의 선택은 안쪽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킴 7회를 깔끔하게 막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오늘 안타를 몇 개 맞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흠을 잡을 수 없는 투구입니다.”

김민이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블렛소 투수 코치가 다가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어.”

점수 차이가 컸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에이스를 이 이상 던지게 할 필요가 없었다.

“한 이닝 더 던지면 안 될까요?”

“한 이닝?”

“오늘 투구수가 많지 않습니다.”

7회를 마친 현재 김민의 투구수는 69개.

“확실히 여유가 있긴 하군.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너무 적게 던지면 몸이 기억합니다.”

“적당히 한계 직전까지 던지고 싶다는 말이군.”

“지금의 리듬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말했다.

“알겠네. 한 이닝 더 던지도록 하게.”

그가 8회까지 책임진다면 탬파베이는 한 명의 불펜 투수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7회 말.

탬파베이는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멀리 가는 타구!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산체스의 솔로 홈런.

“산체스, 이번 시리즈가 첫 챔피언십 시리즈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은 생각했다.

‘산체스 같은 천재는 꾸준한 노력보다는 하나의 계기로 껍질을 깨곤 한다.’

그는 이번 포스트 시즌이 산체스에게 껍질을 깨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힘이 너무 들어갔던 것일까?

윌리엄의 타구는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탬파베이, 이번 이닝에도 점수를 뽑으며 스코어를 12-0으로 벌립니다.”

탬파베이의 일방적인 승리.

그러나 미네소타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12-0으로 이기나 4-3으로 이기나 어차피 같은 1승이다.”

“맞아, 점수를 많이 낸다고 해서 승리를 더 주는 게 아니지.”

모르스가 산타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은 1승이라고 해도 탬파베이 타선을 너무 살려 주는 거 아니야?”

“걱정 되나?”

“걱정이 안 될 수가 있나? 난 다음 경기 선발이라고. 탬파베이 타선이 기가 살면 어려워진다고.”

산타나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나온 대량득점은 잘만 감독의 술책이야.”

“뭐?”

“모르겠어?”

모르스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12-0이 감독의 술책이라니.”

어떤 감독이 완패를 작전으로 사용한단 말인가?

“5-0정도로 지면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된 채 1, 2차전이 끝나게 될 거야. 하지만 12-0으로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타선이 가라앉게 되겠지. 심해로 말이야. 이건 절대 좋은 게 아니라고.”

“모르스, 우리 타선만 생각하지 말라고, 상대 타선은 어떻게 되겠어?”

“아, 그러고 보니…….”

모르스는 생각했다.

‘상대 타선…… 그렇군. 다득점 경기 이후 타선의 침체는 정규 시즌에도 흔히 있는 일이다. 잘만 감독은 이러한 성향을 이용하고자 외야수들을 마운드에 올렸단 말인가?’

산타나는 그렇다고 보았다.

‘질 경기는 확실히 진다. 이것이 승리를 위한 길이다.’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탬파베이는 미네소타에게 14-0이라는 대승을 거두었다.

“탬파베이가 미네소타의 방패를 짓밟아 버렸습니다.”

“홈런 3개를 포함해서 장단 20안타 14득점. 실로 무시무시한 화력입니다.”

타자들은 이날 경기 결과에 환호했지만, 이반 감독과 바이슨 수석 코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너무 많이 때렸다.

김민은 투수 코치 시절 팀이 크게 진 다음 날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자네는 행운아야.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 등판하게 되는 거니까.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투수에게 맑은 날씨란 상대 타자들의 크고 느린 스윙이었다.

* * *

미네소타 주 미니에폴리스.

낮게 드리운 먹구름이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군.”

“오후에 비가 예정되어 있어.”

“그렇군.”

노상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오늘 선발 투수인 클락과 지난 경기 선발 투수 김민이었다.

두 사람은 버스로 메트로돔으로 직행하는 대신 택시를 이용했다.

“어떨 것 같아?”

“오늘 경기?”

“그래, 킴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어.”

김민이 처음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을 때, 클락은 큰 관심이 없었다.

그는 홀먼 단장이 아시아 마케팅에 필요한 선수를 올렸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함께 경기를 치르면서 김민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김민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둡다는 뜻인가?”

“좋지는 않아.”

“메트로돔 문제인가?”

“그보다는 우리 타선 쪽이 문제야. 2차전에서 너무 때렸거든.”

김민의 솔직한 답변에 클락이 혀를 찼다.

“쳇…… 하필 점수를 많이 낸 다음 날 등판이라니.”

“어쩔 수 없잖아. 로테이션이 그런데. 오늘 승패는 타자들이 스윙의 크기를 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렸어.”

탬파베이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것은 다음 경기를 치를 구장이 메트로돔이라는 사실이었다.

‘같은 돔구장이니, 개방형 구장에서 뛰는 것보다는 낫다.’

클락이 물었다.

“킴, 메트로돔은 아무래도 낮게 제구하는 게 좋겠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니까.”

트로피카나 필드와 메트로돔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랐다.

그 이유는 건축 방법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트로피카나 필드는 압축구조 시스템으로 지붕을 지탱했고, 메트로돔은 공기 부양 방식으로 지붕을 받쳤다.

이 차이가 두 구장의 운명을 결정했다.

트로피카나 필드는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투수 친화 구장이 되었고, 메트로돔은 상승 기류와 함께 홈런 공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최근 그것을 제어하는 장치를 설치했지만, 메트로돔은 아직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 중 하나였다.

클락이 퀴즈쇼 정답을 말하듯 강한 엑센트로 말했다.

“안쪽으로 낮게 제구!”

그것을 받는 김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문제는 타자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야.”

“흠, 낮은 공에 쉽게 배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가?”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고 높은 코스에 공을 던질 수는 없잖아. 메트로돔은 천장이 하얀색이라고!”

메이저리그 야수들은 같은 돔구장이라도 트로피카나 필드보다 메트로돔이 더 수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천장의 색 차이 때문이었다.

메트로돔은 천장이 야구공과 같은 완전한 하얀색이었다.

플라이볼이 많은 투수들은 이러한 이유로 메트로돔을 싫어했다.

“클락은 특별히 플라이볼이 많은 투수는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낮게 제구하고, 위기 상황에서 시몬스를 만나면 걸러.”

“시몬스를?”

“독이 올라 있더라고.”

김민과 마지막으로 대결했던 타석.

시몬스는 많은 점수 차이와 상관없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눈빛이 살아 있는 타자는 상대하기 힘들어.’

클락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건 내가 계산하지.”

“자선은 좋은 습관이야.”

“자선이 아니라 팁을 들은 값이야.”

그는 김민과 함께 메트로돔으로 향했다.

* * *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시몬스는 낮게 제구하려고 애를 썼다.

“볼, 포볼입니다!”

“오늘 공이 전반적으로 너무 낮습니다.”

2사 주자 1, 2루.

클락은 모자를 벗었다.

‘무릎 쪽에 던진다는 게 더 떨어지고 말았어.’

배터 박스에 들어선 타자는 6번 타자 피어리.

‘저 친구 쉽지 않던데.’

그는 심호흡을 하고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졌다.

다음 순간 공이 총알처럼 내야를 빠져나갔다.

“피어리의 적시타!”

2루 주자가 홈인.

스코어는 2-0으로 벌어졌다.

“오늘 경기는 미네소타가 처음부터 리드하는군요.”

“홈으로 돌아왔으니까요.”

다저스 전력분석팀은 경기 외적인 부분도 철저히 체크하고 있었다.

“메트로돔과 트로피카나 필드는 확실히 다르군요.”

존의 물음에 몬도가 대답했다.

“메트로돔의 역사를 알고 있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 다저 스타디움과 상극이지.”

“정반대의 기류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몬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극과 극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다저스에는 플라이볼 투수가 적지 않았다.

그들이 뜬공 지옥이라 불리는 메트로돔에 선다면 어떻게 될까?

‘구장만 보면 탬파베이가 월드시리즈에 올라오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탬파베이가 올라오길 빌기에는 그들의 선발진과 타선이 너무 강했다.

‘킴이 이끄는 투수진과 윌리엄 산체스가 속해 있는 타선은 메이저리그 최상급이다. 이들을 상대로 4승을 거두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미네소타가 탬파베이를 이기는 게 최선이야.’

공격과 수비.

탬파베이는 양쪽 모두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탬파베이는 지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경험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다저스에게는 벅찬 상대였다.

딱!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3루수 스나이더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탬파베이가 위기를 넘겼군.”

“수비는 여전히 좋아 보입니다.”

탬파베이는 실책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4회 초.

산체스의 홈런이 터졌다.

“산체스! 두 경기 연속 홈런입니다!”

스코어는 2-1로 좁혀졌다.

이반 감독을 비롯한 탬파베이 코칭 스텝은 승부를 걸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타선이 이제 터지기 시작하는군.”

하지만 탬파베이의 득점은 여기서 끝이었다.

플라이볼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펜스를 넘어가거나 때리는 타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김민은 산체스의 홈런이 독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계속 고전했다면 스윙을 바꿨겠지만, 산체스의 홈런이 나온 이상 그것을 바꾸진 않을 거야.’

경기는 그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탬파베이는 여러 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적시타를 때려내지 못했다.

“우익수 플라이로 7회 초가 끝납니다!”

“탬파베이는 오늘 스윙이 너무 큽니다. 조금 컴팩트하게 스윙을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선발 투수인 모르스의 호투도 무시할 수 없었다.

“8이닝 1실점! 에이스 산타나에 버금가는 피칭입니다!”

김민은 모르스를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맑은 날 등판한 행운아군.”

클락은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터지지 않는 타선 덕분에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3차전 경기 결과는 2-1 미네소타의 승리.

“미네소타가 중요한 3차전을 잡아내며 시리즈 스코어를 2-1로 만듭니다.”

“탬파베이,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네소타의 영건들이 강하게 치고 나옵니다.”

이반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텝의 얼굴은 어두웠다.

“선발 투수가 호투했는데도 이기지 못했어.”

“메트로돔에서 2실점이면 정말 잘 던진 겁니다.”

김민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던진다고 해도 완봉은 힘든 곳이야.’

1시간 뒤.

모르스는 산타나와 건배를 하고 있었다.

“멋진 경기였어!”

“축하하네.”

산타나는 잔에 가득 담긴 푸른 액체를 단숨에 마쳤다.

그것을 본 모르스가 말했다.

“그렇게 마셔도 되는 거야? 내일 선발 등판이잖아.”

미네소타는 3선발로 로테이션을 가져갔기 때문에 내일 선발은 산타나가 맡게 되었다.

“괜찮아.”

“정말로?”

모르스의 걱정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하…… 이 친구 내가 뭘 마신다고 생각하는 거야?”

“와인 아니었어?”

“포도 주스라고.”

산타나는 활짝 웃으면서 잔을 내려놓았다.

“킴과 맞대결하지 못한 것이 아쉽군.”

2차전 선발 투수였던 김민은 5차전 또는 6차전에 나올 예정이었다.

“맞대결은 레드에게 맡겨 두자고.”

“모르스, 자네가 맡을 수도 있어.”

모르스가 손을 내저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킴과 만나는 건 끔찍하니까.”

다음 날.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미네소타 선발 투수는 산타나,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설리반이었다.

“렉터가 아니고 설리반이군.”

“탬파베이는 로스터에 깊이가 있으니까요.”

많은 이들이 미네소타의 승리를 예상했다.

“오늘 탬파베이가 이기는 건 힘들 것 같군. 선발 투수의 무게가 너무 떨어져.”

“탬파베이가 노릴 수 있는 건 레드가 등판하는 5차전뿐입니다.”

미네소타는 적어도 2승 1패, 가능하면 스윕을 원했다.

“메트로돔에서 스윕하면 트로피카나 필드로 가지 않고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

“산타나가 오늘 경기를 잡아 줄 테니, 내일 레드만 이기면 됩니다.”

코칭 스텝은 플로리다로 돌아가지 않고 미네소타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4차전은 모두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선제 투런 홈런입니다! 윌리엄! 어제의 침묵을 확실히 갚아줍니다!”

“이건 정말 깨끗한 홈런이군요. 메트로돔의 7m나 되는 우측 펜스를 그대로 넘겨 버립니다.”

탬파베이 타선은 산타나를 상대로 3이닝 동안 5득점을 뽑아냈다.

“산타나가 이렇게 무너질 때도 있는 건가?”

메트로돔을 가득 채운 팬들은 컬쳐쇼크를 받았다.

“일 년에 한두 번 무너지는 산타나가 하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무너지다니…….”

산타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후흡…….”

‘곤란하군. 코너를 노린 공을 모두 쳐 내고 있어.’

탬파베이 타자들의 컨디션은 어제와 전혀 달랐다.

그들은 코너를 노린 공은 물론 하나 정도 빠지는 공까지 전부 쳐 내고 있었다.

산타나는 던질 공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건가?’

그는 폭풍우에 등판한 투수였다.

“잘만 감독이 마운드로 향합니다.”

5회 초, 1사 2루.

잘만 감독은 산타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네.”

산타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스코어는 이미 6-2로 벌어져 있었다.

“투수가 교체됩니다.”

미네소타는 첫 번째 중계 투수인 코로를 내보냈다.

“코로가 등판하는군요! 미네소타, 오늘 경기를 놓을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코로라면 필승조에 속하는 선수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코로는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2.89에 3승 4패를 기록 중입니다.”

스코어 6-2.

잘만 감독은 아직 해 볼 만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큰 찬스 한 번이면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가 여기서 탬파베이 공격을 끊어줘야겠지.’

그러나 코로는 다음 타자를 막지 못했다.

“아울의 적시타! 2루 베이스 옆을 뚫었습니다!”

“탬파베이, 정말 잘 치는군요. 신들린 타선입니다.”

스코어는 7-2로 벌어졌고, 잘만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처럼은 안 되는군.”

이반 감독은 점수 차이가 점점 벌어지자 이기고 있음에도 불안감을 느꼈다.

“바이슨, 안 좋은 일이 다시 한번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군.”

“3차전 말입니까?”

“우리 타선은 다득점 이후에 너무 가라앉아.”

“5차전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2차전과 4차전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2차전은 홈이었지만, 4차전은 원정이다. 원정 경기 중에는 긴장감이 유지되는 게 보통이야.’

김민의 생각도 같았다.

‘5차전 원정, 우리 쪽에 크게 불리할 것이 없다.’

탬파베이는 4차전을 9-4로 크게 이기고 시리즈 스코어를 2:2로 맞추는 데 성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