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69화 (269/296)

269화 타이밍을 지배하는 자 02

브라이튼의 출루.

이것은 레드에게 괴로움의 시작이었다.

“브라이튼 리드를 벌립니다! 견제가 갑니다!”

“간발의 차이로 살았군요. 레드, 날카로운 견제 능력을 과시합니다.”

견제.

그리고 또 견제.

연속 3번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브라이튼은 살아남았다.

김민이 말했다.

“브라이튼은 뛸 생각이 없어.”

“뛸 생각이 없다고? 저렇게 리드가 큰데?”

질문을 던진 이는 클락이었다.

“뛸 생각이 있었다면 잡혔을 거야.”

“그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리드를 크게 가져가는 거야?”

이번에는 김민이 아니라 록튼이 대신 대답했다.

“뻔하잖아. 배터리를 압박하는 거지. 타자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타자를 돕기 위해서 저런 무리수를 둔다고?”

“주자는 모두 자신만의 거리가 따로 있어. 내 생각에는 저게 브라이튼의 한계 거리 같아.”

록튼이 말한 한계 거리란 최대 리드폭을 말했다.

“킴은 말이야. 타자별로 리드폭을 정리해 둔 자료가 있더라고.”

클락이 깜짝 놀라며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자료도 있어?”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경기 전 한 번 확인하면 주자가 나갔을 때 당황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실 이게 가장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록튼이지.”

김민의 절대적인 견제 능력은 타자의 최대 리드 거리를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만 이런 정리를 하는 게 아니야.”

“킴 말고도 하는 선수가 있다고?”

“우리 팀에서는 렉터가 하더라고.”

“렉터가?”

렉터는 견제 능력이 뛰어난 투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클락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렉터의 견제 능력은 평균……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아래. 이런 자료를 가지고도 그 정도라면 렉터는 기본적으로 견제 능력이 부족한 선수인가? 아마 그럴 거야. 렉터는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를 만든 게 분명해.’

렉터가 라커에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누가 날 불렀어?”

김민이 대답했다.

“부른 건 아니고, 이야기가 나왔어.”

“좋은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군.”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이야기야. 엑스트라거든.”

“엑스트라라고?”

“세상에 모든 사람이 주연일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렉터가 다시 라커룸으로 향했다.

클락이 록튼에게 물었다.

“저 친구는 저기서 뭐하는 거야?”

“글쎄…….”

김민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산체스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터트렸다.

“1루 주자 브라이튼이 그대로 홈에 들어옵니다!”

“브라이튼이 큰 리드의 덕을 보는군요. 여유 있게 홈에 들어옵니다.”

레드는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젠장…… 타자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산체스는 이번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몇몇 기자들은 산체스가 신인왕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탬파베이 타선에서의 위치는 윌리엄 바로 아래, 또는 아울과 동등한 입장.

그런 타자를 앞에 두고 주자를 먼저 생각했다.

홈런을 맞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레드는 배터 박스에 들어선 타자를 확인하곤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음 타자는 윌리엄인가?’

산 넘어 산.

윌리엄은 캔자스시티 시절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타자였다.

‘탬파베이에 와서는 괴물이 되었지.’

레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미네소타 포수 피어리는 2루 주자 산체스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안타 하나면 홈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무리한 주루는 하지 않는다.’

그는 산체스가 테이블 세터라기보다는 중심 타선에 가까운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했다.

‘탬파베이에서 테이블 세터는 1번 브라이튼과 9번 칼튼이야. 나머지는 모두 홈런을 칠 수 있는 강한 타자들이다.’

미트를 들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바깥쪽 아래 코너를 노리는 패스트볼.

‘좋은 제구다.’

피어리는 레드의 초구를 호평했지만, 그 공은 미트에 들어오지 못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외야로 날아갔다.

“타구가 2루수 키를 넘깁니다!”

“욕심 내지 않고 간결하게 공을 때렸군요.”

짧은 안타.

상황에 따라서는 우익수가 2루 주자를 홈에서 저격할 수 있었다.

피어리는 홈에 자리를 잡으면서 주자를 살폈다.

‘산체스는 어디 있지?’

다음 순간 피어리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벌써 3루를 돌았다고.’

우익수는 아직 공을 잡지 못한 상황.

산체스는 홈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산체스! 빠릅니다!”

“산체스는 장타력과 주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도루도 두 자릿수를 넘겼습니다.”

한 베이스 더 나아가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미네소타는 탬파베이의 스피드에 당황했다.

“홈으로 던지지 마!”

피어리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은 이미 홈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촤아아악!

홈플레이트에서 먼지가 피어오른 직후, 주심이 양팔을 활짝 폈다.

“세이프! 세이프!”

탬파베이의 추가 득점.

피어리는 혀를 찼다.

“홈으로 던지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도 레드는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게다가 공이 홈으로 오는 사이 타자 주자가 2루까지 진루했다.

이것은 미네소타에게 치명적이었다.

‘여기서 더 점수를 줄 수도 있어. 아니, 더 점수를 준다고 봐야겠지.’

피어리는 리듬을 되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타임.”

그는 타임을 걸곤 마운드로 향했다.

이반 감독은 그 모습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타이밍에서 끊었군.”

바이슨 수석 코치가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솔직히 탐나는 포수입니다.”

“트레이드라도 건의할 기세군.”

“가능하다면 해야 합니다. 저 친구를 데려오면 탬파베이 왕조가 굳건해질 겁니다.”

탬파베이는 이제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아직 왕조라고 불릴 정도의 팀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이슨 수석 코치는 왕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왕조라. 킴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

김민이 생각하는 피어리는 바이슨 수석 코치의 평가 이상이었다.

‘리그 MVP에 도전할 만한 재능.’

윌리엄과 동등 또는 그 이상.

‘물론 그 재능이 꽃 피려면 2, 3년은 더 필요하겠지.’

아직 피어리 영입을 생각할 때는 아니었다.

‘경기에 집중하자.’

탬파베이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아울.

피어리가 한 타임을 끊은 덕분일까?

레드는 긴 승부 끝에 아울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높이 뜬 타구가 중견수에게 잡힙니다.”

“이 정도 타구라면 2루 주자가 3루에 갈 수 없겠는데요?”

윌리엄은 무리하지 않고 2루에 머물렀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잡혔을 뿐이었다.

“레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습니다.”

한숨을 돌린 레드.

하지만 그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탁!

빗맞은 타구가 3루수 옆에서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켰다.

3루수 행크는 글러브로 타구를 막는 데 성공했지만, 첫 캐치에 실패하고 말았다.

‘주자는 무리야. 타자를 잡는다.’

행크는 떨어진 공을 잡은 뒤, 1루에 강하게 송구했다.

하지만 공은 그의 생각과 달리 1루수 미트를 크게 벗어났다.

“아! 공이 빠졌습니다!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듭니다!”

송구 실책에 이은 실점.

스코어는 3-0까지 벌어졌다.

“괴롭겠군.”

김민의 한마디에 클락이 동의했다.

“나라면 못 견딜 거야.”

빠른 주자, 강력한 중심 타선.

여기에 아군의 실책까지.

선발 투수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레드가 연신 거친 숨을 내쉬었다.

“헉…… 헉…….”

체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아직 그의 투구수는 14개에 불과했다.

그가 거친 숨을 내쉬는 것은 심한 압박감 때문이었다.

‘더 이상 점수를 주면…… 오늘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끝나고 만다.’

“1사 주자 2루입니다!”

“레드, 더 이상 실점하면 어렵습니다. 오늘 탬파베이 선발은 킴입니다.”

산타나는 오늘 경기 승패가 이미 갈렸다고 생각했다.

‘킴을 상대로 4점 이상 뽑는다고? 우리 타선을 높게 평가해도 그건 불가능해. 시몬스가 적시타를 친다고 해도 3점이 한계…… 오늘 승부는 여기에서 끝났다.’

그래도 피어리는 승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침착한 리드로 5번 타자 라이트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나이스 피칭!”

젊은 포수의 한마디가 노련한 에이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레드, 오늘 경기 첫 번째 삼진입니다.”

“레드하면 슬라이더죠. 잘 들어갈 때는 라이트 같은 타자도 속수무책입니다.”

2사 주자 2루.

잘만 감독은 씹는 담배를 입에 넣고는 미간을 좁혔다.

“여기서 막아 내지 못하면 곤란해.”

1회 3점.

이 정도는 어떤 투수가 나와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벌어진다면?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유격수 쪽으로 흘렀다.

“사일론이 1루에 길게 송구! 아웃! 아웃입니다!”

“미네소타와 레드가 위기를 넘기는군요.”

“탬파베이 1회 말 3점을 뽑아 3-0으로 앞서 나갑니다.”

이반 감독은 상대 실책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투수가 킴이라면 3-0이라는 스코어는 만족할 만하다.’

그의 눈에 마운드로 향하는 김민이 들어왔다.

‘킴이 마운드에 있는 한 우린 지지 않는다.’

2회 초.

미네소타 공격.

선두 타자는 시몬스.

“2회 초 첫 타자 시몬스가 킴을 상대합니다.”

“시몬스는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평소 시몬스가 킴에게 강하던가요?”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상대 전적은 킴의 압승입니다.”

“그렇다면 이유가…….”

“이것은 제 생각인데 시몬스는 킴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시몬스는 김민의 공을 공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김민은 그가 해결책을 들고 나타날 때마다 변화를 주면서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번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시몬스는 라이징 패스트볼에 집중했는데 김민이 그를 향해 꺼내든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과 고속 슬라이더였다.

‘공이 많은 건 좋아. 하지만 그 많은 공을 다 정확히 던질 수는 없다.’

시몬스는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노리는 공은 카운트를 잡는 공.

포인트는 아마도……

바깥쪽 코너.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방향은 바깥쪽.

시몬스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역시!’

뻔한 볼 배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의 볼 배합은 뻔하지 않았다.

배트가 다가간 순간 공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만남을 거부했다.

그래도 배트는 끝까지 공을 쫓아갔다.

탁!

“파울!”

큰 바운드가 일어나며 타구가 1루 라인을 크게 벗어났다.

시몬스는 미간을 좁혔다.

‘빌어먹을 스플리터군.’

초구에 카운트를 잡는 공이 아닌 스플리터.

모르스가 김민의 볼 배합에 턱을 쓰다듬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초구부터 스플리터라니, 시몬스가 배트를 내지 않았다면, 공을 하나 날리는 것뿐이잖아.”

산타나가 대답했다.

“킴은 시몬스가 배트를 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야.”

“확신?”

“배터 박스의 자세나 눈빛, 뭐 그런 것 아니겠어?”

모르스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녀석의 눈은 탐정의 그것과 같단 말인가?”

김민은 시몬스의 겉모습만으로 볼 배합을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경기 전 록튼에게 이렇게 말했다.

- 시몬스는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내내 빠른 승부를 펼쳤다. 오늘도 다르지 않을 거야. 초구 또는 2구를 노리겠지.

비슷하면 나온다.

김민은 그렇게 판단하고 스플리터를 던졌던 것이었다.

“킴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시몬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파울이 되긴 했지만, 컨텍이 이뤄졌으니까요.”

일단 타이밍을 잡았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김민이 던질 수 있는 공이 너무 많았다.

슉!

다음 공은 더 크게 떨어지는 파워 스플리터.

시몬스의 배트가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록튼은 공을 미트에서 꺼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시몬스가 미간을 좁히며 록튼에게 말했다.

“오늘은 스트라이크존으로는 던지지 않는 건가?”

“이제 올 거야. 기대하라고.”

록튼은 태연하게 말했다.

“좋아. 기대하지.”

시몬스는 바로 배트를 세웠다.

“킴, 빠르게 사인을 교환합니다.”

“킴은 투구 간격이 짧은 투수 중 하나입니다.”

김민은 지금의 투구 리듬을 흐리기 싫었다.

‘좋은 리듬을 탔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갔다.

시몬스는 록튼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이 패스트볼인가?’

그는 김민의 하이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높은 코스로 날아오는 스트라이크라면 홈런볼이다.’

이것은 라이징 패스트볼을 쳐 낼 수 있을 때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시몬스는 라이징 패스트볼을 공략하기 위한 스윙이 빛을 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넘긴다!’

배트가 거친 바람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배트는 공을 만나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공과 배트의 차이는 꽤 컸다.

“시몬스! 크게 스윙합니다!”

김민이 던진 승부구는 높은 코스에서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유격수 브라이튼은 김민의 세 번째 공을 보곤 속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굉장하군! 스트라이크존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다! 이건 정말 대단한 승부야. 상대가 하이 패스트볼을 노리지 않았다면, 장타가 되었을 테니까.’

시몬스는 세 번째 스윙을 한 뒤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화가 나서 나오는 웃음.

‘세 개 연속 스플리터라니, 이런 볼 배합도 있나?’

며칠 전부터 그는 김민과의 대결을 머릿속에 그렸다.

하지만 그 많은 대결에서 한 번도 이런 볼 배합이 나온 적이 없었다.

“정말 당할 수가 없군.”

김민의 삼진 행진은 시몬스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 30홈런의 주인공 행크도 고속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또 삼진입니다! 이번에도 삼구삼진입니다!”

“다섯 타자 연속 삼구삼진입니다. 이런 기록이 있었던가요?”

미네소타 코칭 스텝은 김민의 압도적인 피칭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잘 던지는 수준이 아니군.”

“정규 시즌 이상으로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5일 휴식이 큰 도움이 된 게 아닐까요?”

잘만 감독이 담배를 뱉으며 물었다.

“2회인데 벌써 경기를 포기해야 하나?”

카멜 타격 코치가 대답했다.

“포기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도 1년에 1, 2번은 무너집니다. 킴에게는 그게 오늘 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 포기하기에는 너무 빨라.”

잘만 감독이 고개를 돌린 순간 6번 타자 피어리가 2루수 쪽 땅볼을 때려냈다.

“연속 삼진은 깨졌군.”

팍!

글러브 앞에서 일어난 불규칙 바운드.

칼튼은 급히 공을 막아섰지만, 공은 그의 허벅지를 스치며 외야로 빠져나갔다.

“미네소타가 첫 안타를 뽑아냅니다!”

기록원의 판단은 실책이 아닌 안타.

김민이 천장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역시 잘 치는군.’

피어리는 1루 베이스에 나간 뒤 리드를 크게 가져갔다.

그는 도루가 가능한 포수 중 한 명이었다.

“미네소타 2사 이후 주자가 나갔습니다.”

“이거 리드가 큽니다.”

다음 타자는 7번 타자 브라이언.

그는 지난 디비전 시리즈에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잘만 감독은 그를 믿고 1, 2차전을 연속 출장시켰다.

“브라이언, 잘만 감독의 기대에 답해야 합니다.”

초구는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이퓨즈.

브라이언은 이 공에 움찔하며 배트를 내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피어리는 순간 도루를 생각했지만, 곧 걸음을 멈췄다.

‘뛰면 죽는다.’

이퓨즈 타이밍을 알고 뛴 것과 이퓨즈를 보고 뛴 것은 차이가 컸다.

잘만 감독은 피어리가 망설인 것을 보곤 작전을 걸어 보기로 했다.

‘커브나 체인지업을 던진다면 의외로 잘 통할지도 모른다.’

히트 앤드 런.

피어리의 빠른 발을 이용한 작전.

‘안타가 나오면 한 베이스를 더 가거나 홈을 노릴 수도 있고, 이쪽으로서는 손해가 없는 작전이다.’

탁!

브라이언의 배트가 공을 앞으로 밀어냈다.

여기까지는 작전 성공.

문제는 타구가 내야를 빠져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2루수 쪽으로 향하는 땅볼!”

“또 칼튼이군요.”

칼튼은 앞서 실수를 만회하고자 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는다.’

그의 글러브가 공의 경로를 막아섰다.

팍!

볼집에 정확히 공이 들어왔다.

‘좋았어!’

그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공을 글러브에서 꺼냈다.

“칼튼, 그대로 1루에 송구! 아웃입니다!”

잘만 감독은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뒤 물병을 들었다.

‘하위 타선으로 킴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 공격은 아직 7번이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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