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68화 (268/296)

268화 타이밍을 지배하는 자 01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탬파베이 선발은 렉터.

그는 지난 디비전 시리즈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 준 바 있었다.

그러나 오늘 투구는 좋지 못했다.

6과 1/3이닝 5실점 7피안타 2사사구

1회부터 실점하며 흔들렸다.

2회에는 2루타 2개를 포함해 2실점.

탬파베이 타선이 3회 따라가는 점수를 뽑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렉터는 4회와 5회 다시 실점했고, 6회 한 점을 더 내주면서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한 번에 많은 점수를 준 건 아닌데 거의 매 이닝 점수를 내줬군.”

“그러게 말이야. 이건 벤치에서 잘못한 게 아닐까? 조금 더 빨리 교체 했더라면…….”

“내가 보기에는 버리는 말로 쓴 것 같아.”

“저기…… 챔피언십 시리즈라고.”

말이 조금 심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삐쩍 마른 기자는 입을 쉬지 않았다.

“미네소타는 에이스가 한 명뿐이잖아. 그 한 명을 렉터가 맡는 거지.”

미네소타의 에이스.

그는 바로 요한 산타나였다.

이번에는 타코를 좋아하는 기자가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내 생각도 그래. 탬파베이는 디비전 시리즈를 5차전까지 치렀기 때문에 로테이션에 여유가 없어. 렉터로 산타나를 막고, 킴과 클락을 다른 투수와 매칭시키려 하는 거야.”

“그게 나쁜 전략은 아니지.”

선발 투수층이 두터운 탬파베이가 렉터를 버리는 카드로 사용했다는 뜻.

“설마 그렇게까지 했으려고…… 난 그냥 로테이션에 따라 렉터가 올라온 것 같아. 가장 오래 쉬었잖아. 탬파베이는 이번 포스트 시즌을 4선발로 치르고 있기도 하고.”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경기는 계속되었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요한 산타나가 체인지업으로 탬파베이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산타나! 오늘 경기 9번째 삼진입니다!”

“오늘 승리하면 포스트 시즌 3승입니다.”

산타나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클락이 그를 보며 말했다.

“단단하군.”

“진짜 에이스지.”

“하지만 킴보다는 아래야.”

김민이 말했다.

“붙어 보지 않으면 모르지.”

“아니, 붙어보지 않아도 알아.”

“클락, 일어나지 않은 일을 단정해서 말하는 건 좋은 버릇이 아니야.”

김민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자신이 산타나에게 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난 신이 아니다. 그리고 야구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랜디 존슨이 록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는 것이 야구였다.

그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도 무명의 선수에게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경기는 힘들겠군.”

부르스의 한마디에 두 선수가 침묵했다.

8회 초 미네소타 공격.

스코어 7-2까지 벌어져 있었다.

“틈을 주지 않는군.”

“산타나가 상대인데 7점을 줬습니다. 이런 경기는 어렵겠죠.”

이길 수 없는 경기.

누군가 한 명쯤 야구는 9회 말부터라고 할 법도 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말을 입에 담는 사람이 없었다.

산타나는 9회 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다!”

최강 탬파베이를 상대로 완투승.

“산타나! 산타나!”

플로리다까지 원정 온 팬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월드시리즈로 가자!”

“미네소타에 우승을!”

산타나의 오늘 피칭은 다음과 같았다.

9이닝 2실점 14K 4피안타

윌리엄에게 맞은 적시타와 라이트에게 맞은 솔로 홈런을 빼고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또 1차전에 패했군.”

“킴이 나오지 않으니까.”

“탬파베이는 계속 이런 패턴으로 계속 가는 것 아니야?”

“1차전에 에이스를 숨기는 것 말인가?”

“맞아.”

“이번 시리즈도 최종전까지 간다면 그럴지도 모르지.”

기자들은 서둘러 기사를 인터넷으로 전송했다.

김민은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가 처음 탬파베이에 입단했을 때 만해도 인터넷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생활에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킴, 저녁은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잘 건 아니지?”

록튼과 클락이 다가와 물었다.

“글쎄.”

“다들 같이 가죠.”

스미스가 합류했다.

그는 최근 부쩍 팀메이트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스미스는 자신의 처지가 불안한 모양이군.’

김민이 말했다.

“유부남은 가정으로 돌아가야지.”

“그…… 그런가?”

“그러는 게 좋아.”

김민은 클락, 록튼 두 사람과 함께 단골 식당으로 향했다.

* * *

샤네즈.

이곳은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레스토랑이었다.

덕분에 야간 경기를 마친 탬파베이 선수들이 자주 찾곤 했다.

반대 테이블에 칼튼과 스나이더가 보였다.

“저 친구들이 먼저 왔군.”

“그러게.”

세 사람은 빠르게 메뉴를 선택하곤 오늘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킴, 오늘은 그 볼 배합이 통하지 않았어.”

김민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매번 통할 리가 없잖아.”

“지난번에도 통하지 않았다고, 통한 건 딱 양키스와 1차전뿐이었어.”

“그랬나?”

“그땐 운이 좋았던 것 같아. 기본적으로 어려운 볼 배합이라고.”

클락이 물었다.

“어떤 볼 배합인데 그래?”

록튼이 오늘 볼 배합에 대해서 빠르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클락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렉터가 맞은 건 볼 배합 때문은 아닌 것 같군.”

“볼 배합이 아니라고?”

“록튼이 가장 잘 알 텐데?”

“내가?”

“오늘 렉터 말이야. 컨트롤이 약간 어긋나지 않았어?”

록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조금 그런 것 같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볼 배합은 기본적인 제구력이 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거야. 물론 렉터가 기본적인 제구력이 되지 않는 투수란 말은 아니야. 하지만 오늘처럼 제구력이 흔들릴 때는 그 위력이 반감될 가능성이 커.”

클락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킴, 내일 볼 배합은 어떻게 할 거야?”

“평소처럼.”

“오늘은 말이 좀 짧군.”

“그냥 기분이 그래. 내 욕심 때문에 팀에 해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김민이 말한 욕심이란 시즌 30승을 뜻했다.

그는 시즌 30승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투구했고, 그 때문에 팀은 디비전 시리즈 1차전과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김민을 쓸 수 없었다.

클락이 손가락을 세웠다.

“개인적인 욕심은 아니지. 30승이라는 대기록은 우리도 원했어.”

록튼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맞아. 나도 원했다고.”

“30승을 달성했을 때 공을 받았던 포수가 누구인지 역사에 남을 테니까?”

“그것도 그렇고.”

김민은 록튼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다행이군.”

그는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를 끝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1차전은 패했다. 하지만 2차전은 잡을 수 있다.’

3, 4차전은?

아마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미네소타가 가져갈 것이다.

‘시리즈 스코어 4-2, 이번 시리즈는 6차전에서 끝낸다.’

다음 날.

탬파베이와 미네소타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오늘은 킴이 등판합니다.”

“미네소타 선발은 레드입니다.”

“킴과 레드. 두 사람은 인연이 깊죠.”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킴의 데뷔 시즌부터 맞붙었습니다. 지금까지 상대 전적은 5승 1패로 킴의 압승입니다.”

캐스터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킴이 진 경기도 있나요?”

“그렇습니다. 2년 전 이곳에서 3-2로 패한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김민은 3번 헐크에게 2루타를 내주면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1시간 전.

트로피카나 필드.

“킴, 잠은 잘 잤어?”

포터 불펜 코치의 물음에 김민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어떻게 매일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건가?”

“지겹도록 야구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스르륵 눈이 감기거든요.”

“잠자리까지 야구를 가져가다니, 그건…… 별로 하고 싶지 않군.”

김민은 몸을 푼 뒤, 가벼운 토스를 거쳐 연습 투구에 들어갔다.

팡!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말했다.

“괜찮아.”

“잘 잤어?”

투수가 포수에게 역으로 던지는 질문.

“나 말인가?”

록튼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솔직히 숙면을 취하지는 못했어.”

“볼 배합 때문이군.”

“맞아, 클락이 말한 대로 약점이 있는 볼 배합이야. 하지만 약점을 알고 나니, 오히려 그 볼 배합을 발전시키고 싶더군.”

투수의 능력을 한 단계, 아니 반 단계만 끌어올린다고 해도 그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어차피 난 타격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타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

강력한 수비력과 뛰어난 볼 배합을 가진 포수.

이런 포수는 항상 불러주는 구단이 있었다.

“오늘 키는 누구라고 생각해?”

이번 물음도 김민이 먼저 던진 것이었다.

‘이건 날 키워 주려는 건가? 아니면 시험하는 건가?’

“시몬스지. 제일 잘 치고 있잖아. 솔직히 어제도 시몬스 때문에 고생했다고.”

“헐크는?”

“그쪽도 좋지 않아. 빗맞아도 안타니까.”

이번에는 록튼이 김민에게 물었다.

“킴은 누가 키라고 생각해?”

“피어리.”

“뭐?”

피어리는 미네소타의 주전 포수였다.

‘피어리의 리드가 오늘 경기 승패를 가른다는 말인가?’

그러나 김민이 생각한 것은 피어리의 리드가 아닌 타격 능력이었다.

“배터 박스에 서면 조심해야 해. 선구안과 컨텍 능력이 보통 이상이야.”

록튼은 피어리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결과는 4타수 2안타 2타점.

‘조심했어야 했나?’

록튼이 후회하는 순간 포터 불펜 코치가 그라운드로 나왔다.

“킴, 너무 강하게 던지면 곤란해.”

그가 끼어든 것은 김민의 투구가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말을 주고받다가 자기도 모르게 구속이 빨라진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말했다.

“하루를 더 쉬었더니,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군요.”

탬파베이는 디비전 시리즈가 끝난 뒤 4일의 휴식을 가졌다.

이는 마지막 경기에 등판했던 투수가 1차전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반 감독은 김민을 1차전이 아닌 2차전에 투입했다.

“킴은 마지막 경기를 완투했어. 5일 휴식도 부족할지 몰라.”

그는 김민에게 가능한 많은 휴식을 주고자 했다.

“내일 경기가 이번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오늘 경기는 이긴다.

문제는 내일 3차전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경기 전 행사가 끝나자 김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사인.

투수와 포수가 빠르게 사인을 교환했다.

- 바깥쪽 커브.

휙!

느린 공이 바깥쪽에서 호를 그렸다.

1번 타자로 나선 카인은 이 공에 당황했다.

‘뭐야? 초구에 빠른 공이 아니라, 커브라고.’

배트를 멈추려 했지만, 이미 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카인은 혀를 찼다.

“쳇.”

그는 김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초구에 커브라고? 힘을 아끼면서 던져도 잡을 수 있다는 뜻인가?’

그는 배트를 바짝 세웠다.

‘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

다음 순간 빠른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왔다.

‘이것은……’

배트를 힘차게 돌렸지만, 손에 감각이 없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두 번 연속 헛스윙.

전광판의 구속은 95마일(153km)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왔습니다! 킴의 라이징 패스트볼!”

“하이 패스트볼이 멋지게 들어갔군요. 타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내야 관중석에는 텍사스 감독인 케빈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들을 이긴 미네소타와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인 탬파베이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자 했다.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군.”

“상대가 미네소타니까요.”

“미네소타는 우리를 이긴 상대야.”

“하지만 양키스보다는 쉽습니다.”

김민은 세 번째 공으로 스플리터를 선택했고, 카인은 다시 한번 헛스윙을 기록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오늘 경기 첫 삼진.

김민의 삼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타자 번즈도 승부구로 날아온 이퓨즈에 선 채로 삼진.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탬파베이 팬들은 김민의 연속 삼진에 목소리를 높였다.

“K! K! K! K!”

대기 타석의 시몬스는 팬들이 수건을 돌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적당히 삼진을 당하라고. 녀석의 기를 어디까지 세워 줄 생각이야.’

그의 앞에는 3번 타자 헐크가 위치했다.

헐크는 미네소타가 시몬스 다음으로 믿을 수 있는 타자로 이번 시즌 성적은 타율 0.298, 28홈런 102타점이었다.

“다음은 3번 타자 헐크입니다!”

“헐크는 어제 경기만이 아니라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줬죠.”

“맞습니다! 그의 대활약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텍사스 레인저스였을 수도 있습니다!”

케빈 감독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헐크에게 상당히 고전했다.

‘저 친구의 힘, 저건 단순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야.’

그는 헐크가 약물에 손을 댔다고 확신했다.

‘약물이란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져야 할 악이다.’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

헐크가 미간을 좁혔다.

‘녀석에게 또 당할 수는 없다.’

그는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췄다.

그러나 김민의 다음 공은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산타나는 헐크가 배트를 크게 휘두르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군.”

“킴이 볼 배합으로 타자들을 가지고 놀고 있어.”

그의 옆에 앉은 것은 3차전 선발로 내정된 모르스였다.

모르스는 지난 오프 시즌 3년 총액 3천만 달러(372억 원)를 받고 미네소타에 합류했다.

특기는 크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오늘 산타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어제 너무 쳤어.”

쉽게 이긴 다음 날은 스윙이 커지기 마련이었다.

‘킴을 상대로 큰 스윙이라니, 자신감이 지나쳐.’

모르스는 이번 시즌 김민과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그는 김민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내 생각인데 저건 타자의 마음을 읽기보다는 그냥 구종이 많아 나오는 현상 같군.”

산타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조금 전 공은 타이밍이 맞았다면, 적어도 파울은 만들 수 있는 공이었어. 헛스윙이 나온 건 타이밍을 빼앗겼기 때문이야.”

다음 순간 헐크가 하이 패스트볼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윙 삼진아웃! 세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1회 세 타자 모두 삼구삼진입니다!”

“이것은 혹시 기록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나온 세 타자 연속 삼구삼진.

케빈 감독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 친구 야구를 너무 쉽게 하는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 아닐까요?”

“아직은 아니지. 앞으로 10년은 더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해.”

대기 타석의 시몬스는 배터 박스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킴, 너무 날뛰지 마라.’

마이너리그 시절 시몬스는 모두가 주목하는 유망주였다.

반면 김민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선수였다.

하지만 김민은 그를 잡아내고 그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이후 두 사람의 위치는 갈수록 멀어졌다.

1회 말.

탬파베이 공격.

미네소타 선발 투수는 레드였다.

그는 요한 산타나가 데뷔하기 전부터 미네소타의 에이스였다.

그러나 요한 산타나가 합류하면서 그의 위치는 크게 흔들렸다.

혹자는 그를 미네소타의 3번째 투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난 산타나를 질투하지 않는다. 내 위치에서 묵묵하게 공을 던질 뿐.’

레드가 손에 힘을 주었다.

파앙!

초구가 브라이튼의 안쪽을 깊이 파고들었다.

“스트라이크!”

브라이튼은 고개를 돌려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주의만 받았을 뿐이었다.

두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커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카운트 1-1.

레드는 심호흡을 한 뒤, 세 번째 투구에 들어갔다.

브라이튼이 몸을 숙이면서 번트 자세를 취했다.

‘기습 번트?’

짧은 순간 3루수와 1루수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브라이튼의 번트 자세는 페이크였다.

딱!

듣기 좋은 타격음과 함께 공이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선두 타자 브라이튼이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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