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63화 (263/296)

263화 악마와 영웅 04

김민은 제레미를 보고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몬스터를 상대하는 히어로가 된 느낌이군.”

제레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아니, 정규 시즌보다 강해진 것은 분명했다.

‘4차전…… 설리반의 패스트볼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녀석의 배트는 그런 패스트볼을 가볍게 펜스 밖으로 날려 버렸다.’

에이로드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

더 나아가 이번 시리즈 한정으로 배리 본즈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배리 본즈급이라면 곤란한데……’

김민은 아직도 배리 본즈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3타수 1안타면 선전.

여기에 볼넷을 하나 끼워 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본즈에게는 그렇게 해 줘도 괜찮지만 제레미에게 그렇게 해 줄 수는 없어.’

제레미가 본즈보다 더 뛰어난 타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에이로드.

그의 존재가 제레미와 승부를 어렵게 만들었다.

제레미를 거르게 되면 바로 에이로드였다.

‘지난 경기에서 맞은 홈런도 그렇고, 이쪽도 괴물이지.’

양키스의 두 괴물.

에이로드와 제레미.

김민은 배리 본즈 한 사람에게 집중할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영웅의 길은 원래 쉽지 않은 법이지.”

스토리가 없는 슈퍼스타는 쉽게 잊혀진다.

반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자는 팬들의 뇌리에서 평생 잊히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나은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김민은 오늘의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고자 했다.

“킴, 와인드업!”

초구는 안쪽 패스트볼.

바깥쪽을 두고, 굳이 안쪽에 초구를 넣는 것은 상대의 강함을 가늠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바깥쪽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쪽이면 홈런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초구에 타이밍을 잡을 가능성은 2번째 공보다 적었다.

맞는다고 해도 홈런보다는 펜스 근처에 떨어지는 2루타 가능성이 컸다.

‘물론 홈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기 타석에서 완벽하게 타이밍을 잡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슈욱!

손끝을 떠난 공이 안쪽을 향해 질주했다.

다음 순간 제레미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보인다. 아주 똑똑히!’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일까?

제레미는 날아오는 공의 실밥까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공을 치는 건 어렵지 않다.’

딱!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제레미! 완벽한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 냅니다.”

“초구를 노려서 중견수 앞에 떨어뜨리는군요. 좋은 스윙입니다.”

김민은 제레미의 타구를 확인하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배트가 나오는 타이밍이 늦었다. 그런데도 공은 좌익수가 아닌 중견수에게 날아갔다. 그 말은…… 오늘 제레미의 배트 스피드는 본즈 이상이라는 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파워라면 몰라도 제레미가 배트 스피드에서 배리 본즈를 앞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건 단순히 힘이 좋은 게 아니야. 몸을 강화하는 뭔가를 한 거야.’

그것이 스테로이드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라. 싸게 막았군.’

양키스 더그아웃의 지터가 혀를 찼다.

“봤어?”

포사다가 말을 받았다.

“그래, 봤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메이저리그는 세계에서 최고로 야구를 잘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잖아. 저런 장면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건…….”

지터가 포사다의 말을 끊었다.

“언제까지 두둔할 생각이야?”

“…….”

“놈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나설 수는 없잖아. 이건 구단과 사무국 문제라고. 게다가 제레미는 우리 팀 선수잖아. 잘못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지터가 차갑게 말했다.

“아니, 저러다가 녀석이 죽을 수 있어.”

그는 약물로 세상을 떠난 스포츠 스타들을 여럿 알고 있었다.

‘제레미가 그 뒤를 따를 수도 있다.’

1루에 들어간 제레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코치에게 장갑을 받았다.

이반 감독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제레미가 원래 저렇게 무표정한 친구였나?”

“예전부터 조금 거만했습니다.”

“저건 거만한 게 아니야. 저 무표정은…… 그래 통증을 참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어.”

제레미는 자신이 구름을 밟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이 가볍다. 아니,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야. 밸런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날아갈 듯 가벼운 느낌이 아니었다.

감각이 무뎌져 몸의 무게를 알 수 없는 그런 느낌.

제레미가 장타를 뽑아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없었다.

‘약에 취했단 말이군.’

제레미는 미간을 좁혔다.

“다음 타자는 에이로드입니다.”

“제레미가 4차전에 이어 오늘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 주는군요. 여기서 선취점을 뽑을 수 있다면, 양키스 오늘 경기를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랜디 존슨은 잠시 투구를 멈춘 뒤 그라운드 상황을 살폈다.

“2사 1루. 배터 박스에는 에이로드. 점수를 뽑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군. 하지만…….”

좋은 상황이라고 해서 항상 점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 불리는 김민.

다음 장면에서 에이로드가 삼진으로 물러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에이로드가 배트를 세웁니다.”

김민은 투구 전 1루의 제레미를 확인했다.

‘뛰지 않는다. 아니, 뛸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다.’

리드 폭이 좁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제레미의 시선.

그의 시선은 자신을 주목하고 있지 않았다.

‘에이로드를 믿는 건가?’

김민은 호흡을 가다듬곤 투구에 들어갔다.

슉!

바깥쪽으로 흐르는 빠른 공.

에이로드는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휙!

배트가 허공을 가르자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김민의 초구는 90마일(145km)의 고속 슬라이더.

“에이로드, 초구를 노렸지만 헛스윙입니다.”

“에이로드는 킴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이로드는 초구를 헛스윙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킴도 오늘만큼은 여유가 없군.’

디비전 시리즈 5차전.

패배는 곧 탈락이었다.

“킴이 신중해졌군.”

“저런 킴은 많이 보지 못했지. 난 저런 모습이 오히려 안 좋다고 생각해.”

지터가 포사다에게 물었다.

“왜지?”

“평소 루틴이 아니니까. 투수는 힘을 끝까지 끌어내서 구속을 조금 높이는 것보다 평소 리듬을 꾸준하게 가져가는 것이 훨씬 중요해.”

김민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후흡…….”

아직 땀은 나지 않았다.

‘겨우 1회 초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야.’

그는 공을 강하게 잡았다.

그리곤 포수 미트를 향해 그것을 던졌다.

슉!

바깥쪽 빠른 공.

에이로드가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총알 같은 타구가 3루 라인 밖에 떨어집니다!”

“이번 타구는 스윙이 조금 빨랐습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대처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아쉽군요. 에이로드도 긴장하고 있는 걸까요?”

에이로드는 전광판의 구속을 확인했다.

‘92마일(148km)? 스플리터가 아니라 패스트볼을 이런 구속으로 던졌다고?’

김민의 두 번째 공은 에이로드의 상식을 초월하는 공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김민은 도박수가 적은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포사다는 이번 공이 김민의 정확한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플리터였나?”

“아니, 떨어지지 않았어.”

“그게 보였어?”

“떨어졌다면 저쪽으로 타구가 날아가지 않았을 거야.”

“그건 그렇군. 스플리터였다면 3루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파울볼이나 좌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플라이가 나왔겠지.”

타구의 방향과 스윙의 궤적.

지터와 포사다는 그 두 가지로 구종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패스트볼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때?”

“동의해. 이번 공은 패스트볼이었어.”

“92마일(148km)이잖아. 위기 상황에서 던진 공 치고는 너무 느린데. 제구에 중점을 둔 건가?”

“그것보다는 지난번에 스플리터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잖아.”

“흠, 로드의 좋은 기억을 역으로 이용하겠다는 뜻이었나? 하지만 로드가 스플리터와 패스트볼을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었잖아.”

대부분의 타자들은 스플리터와 패스트볼을 마지막까지 구별하지 못했다.

“상대가 에이로드니까.”

“타자를 믿고 유인구를 선택한 건가? 킴…… 저 친구 머릿속은 너무 복잡해. 상대의 좋은 기억까지 이용하다니.”

투 스트라이크 노 볼.

투수가 연속으로 유인구를 3개 던져도 타자는 1루 베이스를 밟을 수 없었다.

‘게다가 1루에 있는 주자는 유인구를 던져도 도루를 할 수 없는 제레미. 이쪽이 주도권을 잡았다.’

김민은 주자와 타자를 번갈아 체크했다.

“킴, 유리한 볼 카운트입니다.”

“하나 정도 뺄 타이밍이군요. 하지만 킴은 이런 타이밍에도 결정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입니다.”

김민은 에이로드가 유인구에 속을 가능성을 30%로 보았다.

‘3개 던지면 하나 정도는 속을 테지. 하지만…… 그 하나가 나오기 전에 장타가 나올 수도 있다.’

그는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았다.

‘승부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연속해서 3개의 공을 바깥쪽으로 던진다는 것은 좋은 볼 배합이 아니었다.

록튼은 김민의 사인을 받은 뒤 미간을 좁혔다.

‘킴, 로케이션 없이 가는 건가? 상대가 에이로드잖아. 이건 위험하다고.’

그러나 그는 재차 사인을 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위험해도 지금은 킴을 믿는다.’

미트를 앞으로 내밀자 김민이 투구에 들어갔다.

슈욱!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향했다.

에이로드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배트를 움직였다.

‘하나쯤은…… 제대로 된 공이 들어올 테지.’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높이 솟아올랐다.

에이로드는 배트를 든 채 타구를 확인했다.

‘틀렸군.’

그의 예상과 반대로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큽니다!”

다음 순간 중견수 산체스가 걸음을 멈췄다.

“아! 이것은! 중견수가 자리를 잡습니다!”

높이 솟아올랐던 타구가 거짓말처럼 떨어졌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잘 맞은 타구였는데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군요.”

“헤드 끝에 맞은 모양이야. 이럴 때는 소리가 좋아도 생각과 달리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지.”

산체스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왔다.

팡!

“에이로드. 큰 타구를 날렸지만 펜스를 넘기지 못합니다.”

“양키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킴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 줍니다.”

에이로드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킴, 끝까지 제대로 된 공을 던져 주지 않는군.’

김민이 마지막으로 던졌던 공은 코너를 노리긴 했지만, 스트라이크존에서 한 개 정도 빠지는 패스트볼이었다.

공이 배트 헤드 끝에 맞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에이로드를 상대로 정직한 승부를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게다가 오늘 경기…… 엘리미네이션 게임이잖아.’

지면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게임.

김민은 아직 엘리미네이션 게임에서 져 본 적이 없었다.

1회 말.

랜디 존슨이 마운드에 올랐다.

“브라이튼! 부탁한다!”

“상대가 양키스잖아. 제대로 하라고!”

브라이튼은 자신의 고향이 뉴욕이라는 것을 팬들이 너무 신경 쓴다고 생각했다.

‘나도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하지만 상대가 상대잖아.’

랜디 존슨.

250승을 넘어 300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왼손 괴물.

초구는 강력한 97마일(156km) 패스트볼이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브라이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좌완이 97마일이라니…….’

흔히 좌완 투수의 패스트볼은 3마일 정도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쉽게 말해 좌완 투수의 97마일 패스트볼은 우완 투수의 100마일(161km)과 비교할 수 있었다.

“또 저러는군.”

“쯧쯧…… 브라이튼은 틀렸어.”

“뉴욕팀만 만나면 저런다니까. 고향 생각이 나는 모양이야.”

브라이튼의 양키스 상대 타율은 자신의 커리어 평균보다 살짝 낮은 정도였다.

하지만 팬들은 그가 양키스에게 무척 약하다고 생각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힘없이 3루수 앞에 떨어졌다.

“에이로드가 전진합니다!”

에이로드는 공을 잡자마자 1루에 강하게 뿌렸다.

슉!

그러나 그가 던진 공은 제레미의 미트에 들어가지 못한 채 1루 더그아웃 펜스를 때렸다.

“에이로드의 악송구!”

맥코비 감독은 잡고 있던 펜스를 강하게 때렸다.

탕!

“뭐하는 짓이야!”

네네 타격 코치는 에이로드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브라이튼은 발이 빠른 주자다. 그의 발을 의식해 급히 송구하면 공이 조금 빠질 수 있다. 제레미는 그것을 의식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기계적으로 미트를 내밀고만 있었다. 정상적인 1루 수비가 아니었단 뜻이다.’

그의 결론은 이번 송구 실책이 에이로드와 제레미의 합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제레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의 코스가 좋지 않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베이스에서 발을 떼고, 공을 먼저 잡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각성 상태가 너무 길어지면서 몸에 이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레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모두에게 사과했다.

랜디 존슨은 그의 사과를 받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됐어!”

그는 실책 하나로 분위기를 깰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주자 2루.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 것까지는 없다.’

랜디는 이럴 때일수록 타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랜디, 시작과 동시에 위기입니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산체스입니다.”

“산체스, 자신 있는 표정이군요. 그럴 만도 합니다. 지난 경기에서 랜디에게 적시타를 때려냈으니까요.”

산체스는 랜디 존슨에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잡는다!’

하지만 랜디 존슨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투수가 아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아웃.

이반 감독은 산체스의 헛스윙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루타라도 때려 줬으면 했는데 삼진이군.”

여기서 진루타가 나왔다면 1사 3루.

탬파베이는 번트나 희생 플라이로 점수를 뽑을 수 있었다.

그러나 브라이튼은 여전히 2루에 묶여 있었다.

“탬파베이 다음 타자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합니다.”

“윌리엄, 탬파베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죠.”

윌리엄은 배트를 짧게 잡았다.

‘장타는 필요없다. 브라이튼이라면 짧은 타구에도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윌리엄은 배트를 짧게 잡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98마일(158km) 하이 패스트볼에 스치지도 못하고 헛스윙.

“랜디! 연속 삼진입니다!”

이반 감독이 물병을 손에 쥐었다.

“감독님, 아직 1회입니다.”

“알고 있어.”

이반 감독은 목이 타는 듯 물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두고 가장 뛰어난 타자 2명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랜디의 오늘 컨디션은 킴 이상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1점도 뽑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이번 이닝에 점수를 뽑아야 해.”

“감독님, 아직 1회입니다. 조금 더 천천히 가도…….”

이반 감독이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을 잘랐다.

“상대가 실책으로 준 기회야.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이길 수 없어.”

오늘 경기 실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바이슨 수석 코치였다.

‘감독님의 말이 옳다. 상대가 실책으로 준 기회는 무조건 살려야 한다.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오늘 경기에 이길 수 없다.’

김민은 아울이 배터 박스로 향하는 아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배트를 길게 잡아!”

아울이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배트를 길게 잡으라고!”

강력한 패스트볼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배트를 짧게 잡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김민은 아울에게 배트를 길게 잡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기 스윙을 하라는 뜻인가?’

록튼에게 했던 조언과 같았다.

아울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그는 4번 타자였다.

상대 투수의 구위에 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초구를 본 다음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무시무시하군.’

랜디 존슨이 그에게 던진 초구는 99마일(159km)을 기록했다.

“와우! 99마일입니다!”

“정말 빠른 공이군요. 제가 배터 박스에 있었다면 백기를 들었을 겁니다.”

아울은 백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배트를 짧게 잡으려 하고 있었다.

‘내가…… 내가…… 겁을 먹은 건가?’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랜디, 2루 주자를 확인하고 공을 던집니다!”

세 번째 공.

‘온다!’

아울은 배트를 휘둘렀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랜디 존슨의 세 번째 공은 88마일(142km) 슬라이더.

평소 던지던 고속 슬라이더보다 4, 5마일가량 느린 공이었다.

‘오프 스피드 피치!’

아울은 머리를 강하게 맞은 느낌이었다.

맥코비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랜디도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군.”

반즈 투수 코치가 감독의 말을 받았다.

“랜디가 저렇게 던지면 정말 곤란하죠.”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랜디! 세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멋진 피칭으로 위기를 탈출하는군요. 초반 기세를 양키스가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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