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61화 (261/296)

261화 악마와 영웅 02

리베라는 아울의 기습 번트에 실점했지만, 흔들림 없는 피칭으로 추가 실점을 막아 냈다.

“리베라가 8회 초를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실점하지 않기 위해서 리베라를 올렸는데 조금 아쉬운 결과입니다.”

“이건 리베라의 실책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것은 리베라가 못 던졌다기보다는 아울의 센스가 빛을 발한 것이죠.”

포스트 시즌을 정규 시즌의 연장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과 정규 시즌은 완전히 달랐다.

김민이 불펜을 주시하며 말했다.

“포스트 시즌은 플레이 하나 집중도가 차원이 다르다. 실책 하나 파인 플레이 하나, 그 하나에 시리즈가 넘어갈 수도 있다.”

그는 덧붙여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더욱 강조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 출장이 적은 건가?”

시큰둥하게 말한 이는 스미스였다. 그의 수비력은 주전 포수인 록튼 아래였다.

김민이 스미스의 얼굴을 확인하곤 말끝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위기를 좀 느끼라고, 듀란에게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르잖아.”

장타력을 겸비한 공격형 포수 듀란.

다음 시즌 스미스는 듀란과 백업 포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지는 쪽은 마이너 또는 방출.

스미스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결혼도 했는데 방출이면 큰일이야. 투수하고 달리 포수는 아시아에서 용병으로 찾지도 않는다고.’

그의 다음 시즌 목표는 어떻게든 25인 로스터에 드는 것이었다.

8회 말.

양키스 공격.

탬파베이 코칭 스텝은 마운드를 지킬 투수를 결정해야 했다.

“지금 볼튼을 올리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스페이츠로 가야 합니다.”

순서를 먼저 따지면 셋업인 스페이츠가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라우리를 낸다면 어떨까요?”

“선두 타자는 막아 내겠죠. 하지만 그다음은 위험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와 코스타 타격 코치의 의견이 서로 갈렸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곤 이반 감독에게 고개를 돌렸다.

“감독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반 감독이 짧게 말했다.

“라우리로 가지.”

바이슨 수석 코치는 생각했다.

‘후속 타자보다는 선두 타자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군.’

경기 후반 가장 나쁜 것은 선두 타자를 진루시키는 것.

좌투수인 라우리는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커버할 수 있었다.

“라우리를 내보내겠습니다.”

“라우리만 나가는 게 아니야. 한 타자 상대한 뒤에는 스페이츠가 나간다.”

이반 감독의 지시에 코치들이 순간 멈칫했다.

“라우리를 원포인트로 쓰시는 겁니까?”

“필승조 두 명을 한 이닝에 투입하는 겁니까?”

이반 감독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경기는 디비전 시리즈의 분수령이다. 총력전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 한 이닝에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을 넣더라도 막아야 한다.”

과거 무색무취라고 불렸던 감독이었다.

그러나 지난 월드시리즈를 거치면서 이반 감독은 승부사로 돌변했다.

할 때는 하는 감독.

그가 바로 이반 감독이었다.

“라우리, 등판이다.”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라우리는 첫 타자를 삼진 아웃으로 깔끔하게 잡아냈다.

관중석 한쪽에서 탬파베이 저지를 입은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K! K! K!”

주변 양키스 팬들이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어떤 녀석이야?”

“탬파베이에서 왔나?”

“쳇, 저지 번호를 보라고 30번이잖아. 탬파베이 애송이군.”

그는 주변의 눈길에도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K! K! K!”

김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꽤 용감한 친구군.’

김민의 저지를 입은 청년은 사실 양키스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었다.

‘탬파베이! 그대로 양키스를 잡아 버려!’

그는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을 탬파베이 레이스가 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다음 순간 투수가 교체되었다.

“투수 교체, 스페이츠.”

맥코비 감독은 탬파베이의 빠른 투수 교체에 혀를 찼다.

“허! 라우리를 원포인트로 돌리는 건가? 이반이 제법이군.”

이반 감독의 과감한 교체는 맥코비 감독의 그것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한 박자 빠르게 간다는 건가? 하지만 이 경기를 잡지 못하면 빠른 교체는 불펜 소모라는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스페이츠는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1사 1루.

양키스의 기회.

“양키스가 8회 말 기회를 잡습니다!”

“여기서 안타가 하나 더 나오면 상위 타순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후속타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빗맞은 타구가 3루수 스나이더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스나이더의 긴 송구! 그대로 아웃입니다!”

“아! 양키스로서는 정말 아까운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반 감독의 도박이 통했다.

그러나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아직 시합이 끝난 건 아니야. 9회가 남아 있으니까.’

양키스의 네네 타격 코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9회 말 역전 가능성이 제법 크다고 보았다.

‘162게임을 소화한 클로저의 구위는 믿을 수 없을 때가 많다. 2차전은 잘 막았다고 해도 3차전은 다를 가능성이 크다.’

정규 시즌 철벽 불펜을 자랑했던 팀들이 포스트 시즌에 얼마나 많이 무너졌던가?

그는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이 다른 것은 집중력보다 피로감이라고 생각했다.

‘162게임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팀만이 포스트 시즌을 가져갈 수 있다.’

9회 초.

먼저 등판한 것은 양키스의 마무리 리베라였다.

신참 기자가 고참 기자에게 물었다.

“지는 경기에 클로저입니까?”

“내일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오늘 패하면 내일 경기가 마지막.

맥코비 감독은 코너에 몰리기보다는 그 전에 승부수를 던졌다.

‘9회 말 역전, 우리 타선이라면 할 수 있다.’

지터부터 시작하는 좋은 타순.

안타 하나만 나와도 기회는 에이로드에게까지 이어졌다.

리베라는 탬파베이 하위 타선을 상대로 무지막지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리베라! 세 타자를 간단히 처리합니다!”

“보이십니까? 저 커터의 움직임을? 리베라의 커터는 역대 최강입니다!”

마지막 공격을 마치고 돌아온 타자들에게 이반 감독이 말했다.

“조금 전 공격은 잊어라! 마지막 수비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야수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맡겨 주십시오!”

마운드에는 클로저 볼튼.

이반 감독은 그가 등판한 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우리 팀에도 수비가 뛰어난 백업 선수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탬파베이 선수들은 수비가 부족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비에 강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몇 명 되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 탬파베이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은 김민과 케니히 두 사람뿐이었다.

“좋은 타선에 훌륭한 선발진. 여기에 수비가 좋은 백업까지 바라시는 건 욕심입니다.”

“알고 있네.”

이반 감독은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양키스의 선두 타자는 1번 지터입니다.”

록튼은 슬쩍 지터를 확인했다.

‘지터, 나이젤, 그리고 호크인가? 잘만 하면 에이로드를 만나지 않고 끝낼 수 있다.’

2차전과 같은 조건이었다.

1번 타자를 잡고, 2, 3번을 마무리한다.

록튼은 이 순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제레미가 나오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치고, 왜 호크가 3번이지?’

그가 본 호크는 5, 6번에 더 어울리는 타자였다.

양키스의 네네 타격 코치도 록튼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 오스번의 위치를 5번에서 3번으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맥코비 감독이 반대했다.

- 오스번은 에이로드 뒤에서 치는 것에 익숙해져 있네. 지금 그를 에이로드 앞에 두는 것은 루틴을 흔들리게 할 수 있네. 타순은 이대로 가는 게 좋아.

맥코비 감독은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했다.

그래서 나온 타순이 1번 지터, 2번 나이젤, 3번 호크.

“큰 경기에 강한 지터입니다!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지 기대가 되는군요.”

초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흔한 볼 배합이었다.

록튼은 생각했다.

‘볼튼은 그 흔한 볼 배합을 이기게 만들어 줄 강력한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다.’

슈욱!

98마일(158km) 패스트볼이 미트를 향해 날아왔다.

‘좋은 공이다!’

록튼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공이 강한 바운드를 일으키며 2루수 칼튼의 키를 넘었다.

“지터,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뽑아냅니다!”

뉴욕 양키스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지터의 안타가 터졌습니다! 탬파베이 1점을 지킬 수 있을까요?”

“탬파베이, 집중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끝내기 안타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터의 안타는 단순히 선두 타자가 출루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에이로드까지 타순이 돌아간다.”

아메리칸 리그 최강 타자 에이로드.

그는 김민을 상대로도 홈런을 뽑아낸 괴물이었다.

“어쩌지?”

렉터의 물음에 부르스가 대답했다.

“어쩌긴 집중하는 수밖에.”

부르스는 7회 말 자신이 내준 3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때 1, 2점으로 막았다면 볼튼에게 여유를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그러나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2번 타자 나이젤이 배터 박스에 들어섭니다.”

“나이젤도 이제 하나 해 줄 때가 됐죠. 언제까지 유망주라 불릴 수는 없습니다.”

나이젤은 깊게 심호흡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마저 어설픈 성적을 낸다면, 다음 시즌 트레이드 테이블에 이름이 올라갈 수도 있었다.

‘집중하자. 핀스프라이트를 벗을 수는 없잖아.’

슉!

볼튼의 초구가 안쪽을 파고들었다.

파앙!

포수 미트를 울리는 공.

“스트라이크!”

나이젤은 속으로 혀를 찼다.

‘반칙 아니야? 이 정도로 빠른 공이 제구가 된다고?’

볼튼이 던진 공은 전광판 기준으로 98마일(158km)을 기록했다.

‘지터는 이걸 어떻게 쳐낸 거야?’

나이젤은 지터의 뒤에서 그가 해낸 것을 보며 감탄사를 터트리곤 했다.

‘이번에는 감탄사만 터트리고 있을 수는 없어.’

“카운트 0-1, 볼튼이 두 번째 투구에 들어갑니다!”

록튼은 공을 받기 전 지터의 위치를 살폈다.

‘지터는 나이젤에게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도루를 시도할 것이다.’

지터의 다리는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빨랐다.

‘아직 뛰지 않는 건가? 견제는 이번 공을 던진 다음 해도 괜찮겠군.’

록튼이 미트를 내밀고, 볼튼이 투구에 들어간 순간이었다.

리드를 줄였던 지터가 움직였다.

‘지터가 움직인다! 빨라! 볼튼의 투구 동작을 완벽하게 읽었어.’

스타트만 보면 잡는 것이 불가능했다.

‘남은 것은……’

나이젤이 파울 타구를 쳐 주는 것.

그러나 나이젤의 배트는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카운트는 0-2로 좋아졌지만, 록튼은 2루에 공을 던져 보지도 못했다.

“지터! 배터리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습니다.”

“정말 필요할 때 도루가 나왔습니다. 미스터 뉴욕! 오늘도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무사 2루.

탬파베이 배터리에게는 힘든 상황.

록튼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땅볼 하나만 나와도 1사 3루다.’

1사 3루에서 점수를 뽑는 방법은 다양했다.

깊은 땅볼, 외야 플라이, 희생번트, 안타, 상대 포수의 포구 실책……

탬파베이 코칭 스텝도 지금 상황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갑니다.”

“이건 투수를 교체하기보다는 볼 배합을 고치기 위한 것 같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록튼, 3루에 주자를 보내도 좋다. 지금 타자를 확실히 잡는다.”

“2루 주자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씀입니까?”

록튼의 물음에 블렛소 투수 코치가 대답했다.

“신경 쓰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뛴다면 잡아야지. 하지만 2루 주자의 도루나 리드 때문에 볼 배합을 바꾸지 말라는 뜻이다.”

해설자의 설명과는 정반대되는 작전이었다.

이반 감독은 생각했다.

‘동점으로 간다고 해도 우리가 유리하다. 리베라는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다.’

탬파베이는 한 이닝 정도는 더 클로저를 끌고 갈 수 있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내려갑니다.”

“양키스는 무조건 지터를 3루에 보내야 합니다.”

투 스트라이크 노 볼.

맥코비 감독은 사인을 내지 않았다.

이것은 강공을 뜻했다.

‘번트 같은 건 없다는 건가? 하긴 투 스트라이크에서 번트면 자살행위지.’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끝난 뒤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탁!

배트에 빗맞은 공이 투수 정면으로 흘러갔다.

‘하필!’

“3루!”

록튼의 외침을 들은 볼튼은 공을 잡자마자 강하게 3루에 뿌렸다.

지터는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공을 이길 수는 없었다.

“지터! 3루에서 아웃!”

지터는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운이 따르지 않는군.”

이것은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잘 되는 날이었다면, 나이젤의 타구는 조금 더 느리게 흘러갔을 것이다.

0.3초, 아니 0.2초만 더 지체되었더라면……

그는 3루에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1사 1루.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맥코비 감독은 혀를 찼다.

“일이 꼬이는군.”

“아직 에이로드가 남아 있습니다.”

지터가 죽었지만, 상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호크가 2루에 주자를 보내고, 에이로드에게 기대를 걸어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은 다음에 일어난 플레이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브라이튼! 2루에 송구! 칼튼! 다시 1루에!”

6-4-3의 병살타.

양키스의 9회 말 마지막 공격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탬파베이! 적진에서 연승을 이어갑니다! 디비전 시리즈까지 앞으로 1승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기였습니다.”

맥코비 감독은 모자를 벗었다.

“오늘 패배는 내 실책이다.”

조금 더 빨리 리베라를 마운드에 올렸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마지막 9회 공격도 달라졌을지 몰랐다.

“로드는 어디 있나?”

네네 타격 코치의 물음에 오스번이 시선을 그라운드로 돌렸다.

“대기 타석에 있습니다.”

“아직도?”

에이로드는 들어서지 못한 배터 박스를 보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하필 내 타석에서……’

호크의 병살타만 아니었다면 그는 배터 박스에 들어섰을 것이다.

“알렉스 뭐 해? 경기는 끝났어.”

그에게 말을 건 이는 양키스 선수가 아닌 김민이었다.

“킴, 내일 등판하는 건가?”

“내일은 무리지.”

2차전 선발이 이틀 쉬고 4차전에 나올 수는 없었다.

“그럼 1차전에 그 친구인가?”

“사실…… 나도 잘 몰라.”

이것은 사실이었다.

탬파베이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1차전에서 호투한 렉터와 구위가 좋은 설리반.

양키스 코칭 스텝은 설리반이 등판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에이로드의 생각도 그랬다.

“설리반이 나오겠지.”

“렉터가 등판할 수도 있어.”

“내기할까?”

김민이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건 곤란하지.”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내일 선발이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무시나:설리반

양키스 팬들은 내일만큼은 질 수 없다고 말했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무시나라고! 이건 질 리가 없어!”

“무시나만큼 스프라이트가 잘 어울리는 선수도 드물지. 내일은 반드시 이겨.”

기록이 아닌 단순한 징크스와 믿음.

그러나 이반 감독은 이것들이 의외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질 수도 있어.”

“포스트 시즌은 모든 경기가 그렇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까지 절대 방심할 수 없죠.”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디비전 시리즈 4차전이 열렸다.

“큽니다! 멀리 날아가는 공!”

탁……

공이 떨어진 지점은 왼쪽 펜스였다.

“루스가 넘겼던 바로 그 지점으로 공이 넘어갑니다!”

한 경기 쉬고 돌아온 제레미가 설리반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양키스! 대단합니다. 3이닝 동안 6점을 뽑아냈습니다.”

“설리반의 강속구가 힘을 못 쓰는군요. 양키스, 대단한 집중력입니다.”

이반 감독은 추격조를 투입했으나 양키스 타선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양키스는 5회 말 다시 한번 빅이닝을 만들면서 탬파베이를 멀리 따돌렸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무시나는 강하군요.”

이반 감독이 혀를 찼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았군.”

무시나는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디비전 시리즈 4차전의 승리 투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날 MVP는 홈런 1개와 3안타 4타점을 몰아친 제레미였다.

“제레미! 양키스가 가장 어려울 때 돌아와 믿기지 않는 활약을 보여 줍니다!”

“양키스의 영웅! 그가 바로 제레미입니다!”

양키스 팬들은 새로운 영웅의 출현에 환호했다.

“제레미! 제레미! 제레미!”

그러나 제레미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무서운 얼굴로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