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58화 (258/296)

258화 포스트 시즌의 사나이 04

1사 3루.

누군가는 가장 점수를 내기 쉬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 1사 만루나 1사 1, 3루는 더블 플레이의 위험이 있죠. 하지만 1사 3루는 아닙니다. 땅볼이 나와도 어느 정도 거리만 확보된다면 점수를 낼 수 있습니다. 플라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야로 조금만 깊숙하게 날아가도 주자는 홈에 들어올 수 있고, 안타가 나온다면 홈에서 죽을 확률은 0%입니다.

1사 만루보다 큰 가능성.

이반 감독은 왼손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번에는 윌리엄에게 맡겨 두는 게 좋겠지?”

질문을 받은 사람은 바이슨 수석 코치.

1사 주자 3루.

투수 정면만 아니라면 번트를 댄다고 해도 충분히 주자가 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여기서 번트를 대는 감독은 많지 않을 겁니다.”

3번 타자.

그것도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 윌리엄.

번트를 댈 리가 없다.

이반 감독이 번트를 생각했던 것은 상대의 이러한 생각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윌리엄은 천재다. 번트를 지시한다고 해도 잘 소화해 낼 것이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다면 손쉽게 선취점을 올릴 수가 있다.’

그러나 이반 감독은 곧 고개를 내저었다.

“번트라니, 윌리엄이 알았다면 크게 화를 낼 일이지. 그래, 이건 아닌 것 같군. 바이슨, 윌리엄에게 맡기도록 하지.”

슉!

초구는 빠른 공.

윌리엄은 이 공을 치지 않고 타이밍만을 체크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살짝 들어온 공.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8마일(158km).

‘최고 구속이 아니야. 제구를 어느 정도 신경 쓴 공인 것 같군.’

양키스 배터리는 상대의 배트가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곤 자신감을 되찾았다.

‘사인이 바뀌니, 배트가 나오지 않는군.’

‘바뀐 사인도 곧 분석할 테지. 오늘은 승부를 빠르게 가져가는 게 좋겠어.’

포사다는 다시 한번 바깥쪽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조지 왈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바로 그 순간 산체스가 리드 폭을 넓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조지 왈트의 머릿속을 스친 한 단어.

‘홈스틸!’

100마일(161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상대로 홈스틸에 도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 어리석은 일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었다.

‘무모하다! 하지만…….’

조지 왈트의 손끝을 떠난 공은 포사다의 사인과 어긋나 있었다.

포사다는 한가운데를 향해 들어오는 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실투인가?’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공이 들어왔다.

포사다가 공을 잡으려고 한 순간, 배트가 그 앞을 막아섰다.

따악!

그는 타격음만으로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갑니다!”

머레이는 이번에도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다.

‘조지의 공이 외야로 두 번이나 날아간다고?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그러나 머레이는 곧 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행동이 무의미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건 잡을 수 없어.’

하얀 공은 글러브로 닿을 수 없는 곳을 날아가고 있었다.

툭……

공이 펜스에 떨어진 순간 탬파베이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윌리엄! 윌리엄! 윌리엄!”

“멋진 홈런이다!”

“넌 최고야! 윌리엄!”

캐스터는 마치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윌리엄이 해냈습니다!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입니다! 조지 왈트가 이런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 까요?”

“정말 깨끗한 홈런입니다. 윌리엄이 완벽한 타이밍으로 때려냈습니다. 맥코비 감독, 머리가 복잡하겠는데요?”

김민은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윌리엄을 보며 생각했다.

‘브레이킹볼이 아닌 패스트볼을 때려 펜스를 넘길 줄이야. 천재 중의 천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군.’

조지 왈트는 글러브를 옆구리에 끼곤 새로 받은 공을 두 손으로 비볐다.

‘이번에는 명백한 내 실수다. 산체스의 리드에 동요하고 말았다.’

맥코비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 우린 정말 운이 없어.”

“감독님.”

맥코비 감독이 자신의 두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탬파베이를 보라고 너무 강해. 내가 이 두 눈으로 본 팀 중 가장 강하단 말이지. 저런 팀을 상대로 3판을 이겨야 한다니, 빌어먹을!”

그는 손으로 펜스를 때린 뒤 고통스러운지 말문을 닫았다.

이반 감독은 반대로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저런 타자에게 번트를 주문하려 했다니, 난 참 어리석은 감독이군.”

“결국은 강공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까?”

“자네가 말려 줬기 때문에 참은 거야.”

윌리엄이 홈플레이트를 밟은 순간 스코어 보드가 바뀌었다.

탬파베이 2:0 뉴욕

양키스 팬들은 이 홈런 하나로 경기 결과가 결정 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조지가 저기서 홈런을 맞을 줄이야.”

“오늘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그건 그렇고, 탬파베이 녀석들 너무 잘하잖아.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저렇게 날려도 되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어제와 달리 오늘은 괴물같이 잘 때리는군.”

탬파베이의 두 천재 산체스와 윌리엄.

록튼은 두 사람의 스윙을 보고 있으면, 야구가 너무 쉬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야.’

그는 자신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도 저렇게 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탬파베이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아울입니다.”

아울은 김민이 가르쳐 준 조지 왈트 공략법을 잊지 않고 있었다.

‘패스트볼에 배팅 타이밍을 맞추고, 브레이킹볼을 기다려라.’

그는 배트를 세우고 패스트볼을 공략했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내야에 높이 떠올랐다.

아울은 미간을 좁혔다.

‘아뿔싸! 파울이 아니라 내야 플라이인가?’

그는 브레이킹볼을 공략할 틈도 없이 나이젤에게 아웃당하고 말았다.

“2루수 나이젤이 뜬공을 처리합니다.”

“양키스, 이것으로 일단 급한 불을 껐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닝에 나온 2점은 무겁습니다.”

“그리고 탬파베이 공격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다음 타자가 남아 있습니다.”

“그렇죠. 5번 타자 라이트가 남아 있습니다. 이 친구도 무시할 수 없는 타자죠.”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5번 타자 라이트.

포사다는 여기서 볼 배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인을 읽은 것이든 아니든 탬파베이 클린업은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

그는 커브나 슬라이더를 초구로 던지는 것이 좋다고 보았다.

그러나 조지의 사인은 여전히 패스트볼이었다.

- 바깥쪽 패스트볼.

포사다가 미간을 좁히면서 재차 사인을 요구했다.

‘사인을 바꾸라고? 포사다는 아직도 녀석들이 사인을 읽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조지 왈트는 속으로 혀를 차곤 두 번째 사인을 냈다.

- 안쪽 패스트볼.

포사다는 구종을 바꾸지 않는 조지 왈트를 보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 한숨을 본 라이트가 말했다.

“포사다,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는 이유가 뭐야?”

포사다가 고개를 라이트에게 돌렸다.

“자네를 맞춘다고 하잖아.”

“뭐?”

“안심해. 내가 맞추지 못하게 했으니까.”

농담에 가까운 트래쉬 토크.

라이트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배터리의 의견이 어긋나고 있는 것 같군.’

상대 팀의 분열이 탬파베이에게 나쁠 리가 없었다.

포사다가 미트를 들자 조지 왈트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슈욱!

안쪽으로 날아오는 빠른 공.

‘너무 깊잖아!’

라이트는 조금 전 포사다가 했던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 맞추려고 하는 건가?’

몸을 뒤로 뺀 순간 공이 미트를 파고들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7마일(156km).

‘제구가 된 공이다!’

라이트는 쓰디쓴 표정으로 포사다를 바라보았다.

“위험했어.”

“맞진 않았잖아.”

“그래, 맞진 않았지. 하지만 위험했어.”

“진정해. 조지는 맞추지 않는다고.”

같은 시각 양키스 전력분석팀장 호이스트가 혀를 찼다.

“쳇, 홈런을 맞고도 볼 배합을 바꾸지 않는군.”

그가 음료수를 든 순간 금발 청년이 달려와 말했다.

“팀장님, 맥코비 감독으로부터 전언입니다”

호이스트가 고개를 돌렸다.

“맥코비 감독이?”

청년이 호이스트에게 가까이 접근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인을 훔치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사인 훔치기?”

호이스트가 비웃음을 흘렸다.

“조지가 맞은 홈런이 사인 훔치기에 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사실…… 홈런을 맞기 전에 온 요청입니다.”

“뭐?”

“팀장님이 계신 곳을 잘못 알아 전달이 늦었습니다.”

호이스트가 콜라를 한 모금 빤 뒤에 말했다.

“사인 훔치기는 없어. 읽힌 게 있다면 볼 배합일 거야.”

“그렇게 전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호이스트는 김민이 파악한 조지 왈트의 단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머리가 좋은 타자라면 조지에게 당할 리 없지.’

그는 맥코비 감독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 영감 애써 분석한 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단 말이지.”

디비전 시리즈 직전.

호이스트는 두 가지 전술을 맥코비 감독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맥코비 감독은 그중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 팀을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호이스트가 떠난 직후.

네네 타격 코치가 맥코비 감독에게 작전 변경을 건의했다.

“호이스트가 분석한 자료는 상당히 정확합니다. 그의 작전을 따른다면 킴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네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감독님…….”

“난 다르게 생각해. 호이스트의 작전은 너무 극단적이거든. 이런 극단적인 작전은 타자들의 루틴을 흐리게 만들지. 한마디로 좋은 리듬을 타지 못하게 만든단 말이야.”

맥코비 감독은 타자들 또한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리듬을 타며, 그 리듬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인위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게 되면 평소의 실력조차 나오지 않을 수 있어.”

그는 화려한 스타 군단인 양키스가 극단적인 전략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던 대로 하면 이긴다.

아니, 적어도 접전은 벌일 수 있다.

맥코비 감독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탁!

라이트가 친 타구가 유격수 지터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지터! 빠르게 1루에 송구! 그대로 아웃입니다!”

라이트는 타구를 앞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안타를 뽑아내는 데 실패했다.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5회와 6회, 실점 없이 이닝이 지나갑니다.”

“오늘 조지가 홈런을 맞으면서 흔들리긴 했지만, 곧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킴이 맞습니다.”

7회 초.

양키스 공격.

선두 타자는 3번 타자 호크.

“제레미가 아니라 호크라고?”

“호크로 되겠어?”

호크는 지난 확장 로스터 때 발군의 활약을 보여 플레이오프에 합류한 신인이었다.

“무리야 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제레미가 나와야지.”

“맞아, 제레미는 한 방이 있다고.”

TV 앞에 선 양키스 팬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맥코비 감독은 컨디션이 나쁜 제레미보다는 호크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호크는 킴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

겁을 먹지 않고 상대를 노릴 수 있다는 말.

하지만 호크는 맥코비 감독의 기대와 달리 연신 허공을 쳤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잖아!”

호크는 선입견이 없는 것만 좋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떨어지는 커브에 크게 헛스윙.

맥코비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리고 다음 순간 벼락같은 타구가 나왔다.

“높이 날아가는 타구!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에이로드의 솔로 홈런.

김민은 모자를 벗곤 머리를 긁적였다.

‘그걸 넘길 줄은 몰랐는데…….’

그가 던진 초구는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파워 스플리터였다.

지터가 삼진을 당한 바로 그 공.

하지만 에이로드는 그 공을 퍼 올려 좌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김민은 투수판을 가볍게 발로 찼다.

“스테로이드는 역시 비겁해.”

약물의 힘이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펜스를 넘어갈 타구가 아니었다.

‘배트에 맞았다고 해도 좌익수 플라이로 끝났겠지.’

그는 마운드를 상대로 화를 푼 뒤 어깨를 폈다.

‘다음에는 맞지 않는다.’

김민은 자신을 다잡았다.

탬파베이 2:1 뉴욕

맥코비 감독은 따라갈 힘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1점 승부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후반으로 흘러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1점 승부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7회 말 조지 왈트가 연속 안타로 위기를 맞았다.

“탬파베이 타선이 다시 폭발합니다! 무사 1, 3루입니다!”

조지 왈트는 고개를 숙여 유니폼에 땀을 닦았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연속 안타인가?’

6회 말.

그는 브라이튼, 산체스, 윌리엄을 모두 범타 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4번 아울부터 시작하는 7회는 조금 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군.’

아울과 라이트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그의 예상이 깨지고 말았다.

포사다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조지, 구속이 줄었어.”

“알고 있어.”

“정면 승부는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 보고 도망치라고?”

포사다가 조지 왈트의 두 눈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완급조절은 네 특기잖아. 그리고…… 네 볼 배합이 읽혔다는 말이 있어.”

“볼 배합이 읽혔다고?”

“5회 말 수비가 끝나고 코치가 그러더라고. 볼 배합이 읽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지 왈트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머리 좋은 친구가 저쪽에 있는 모양이군.’

그는 탬파베이 전력분석팀이 자신을 꿰뚫어 보았다고 생각했다.

“좋아. 볼 배합, 어떻게 바꿀까?”

“내게 맡겨 줘.”

“네게?”

“그래.”

투수가 아닌 포수의 볼 배합.

조지 왈트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던졌다.

“무사 1, 3루 막을 수 있는 건가?”

“힘들겠지.”

“네 볼 배합으로도?”

“난 야구의 신이 아니야.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지.”

“좋아, 그럼 질문을 바꾸지. 몇 점으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포사다가 1, 3루 주자를 확인하고 말했다.

“1점.”

무실점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포사다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조지 왈트가 말했다.

“좋아. 네게 볼 배합을 맡기지.”

“고마워.”

포사다는 고개를 끄덕인 뒤 홈플레이트로 돌아갔다.

‘무사 1, 3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빅 이닝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해.’

그는 첫 사인을 냈다.

- 바깥쪽 커브.

조지 왈트는 불만 없이 셋업 피치에 들어갔다.

휙!

공이 큰 호를 그리면서 바깥쪽으로 떨어졌다.

케니히는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급히 배트를 거둬들였다.

팡!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조지 왈트, 볼입니다!”

“케니히, 번트를 댈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번트인가요?”

“무사 1, 3루에서 번트가 성공하면, 1점을 얻은 뒤 1루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져갈 수 있죠. 상황에 맡는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케니히의 원래 포지션은 테이블 세터였다.

그에게 번트는 익숙한 것이었다.

‘패스트볼이 들어왔다면 번트로 추가점을 뽑았을 텐데 아쉽군.’

포사다는 첫 번트 시도를 막았다고 해서 실점을 저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대는 아웃 카운트에 여유가 있어. 쓰리 번트를 해도 된다는 말이지. 이번에는 시프트를 쓰자.’

그가 요구한 두 번째 공은 안쪽 패스트볼.

이번에는 투수의 공이 아니라 시프트로 번트를 막고자 했다.

케니히는 사이드 내야수들이 전진하는 것을 확인했다.

‘번트 시프트를 써도 소용없어.’

타구의 속도만 제대로 줄인다면, 번트는 완벽하게 성공할 것이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너무 빨라.’

번트치고는 타구가 빨랐다.

그의 눈에 3루수 에이로드가 돌진하는 것이 보였다.

‘어느새 저기까지!’

“에이로드가 공을 잡습니다!”

에이로드는 망설임 없이 홈에 공을 뿌렸다.

“아웃! 아웃입니다! 아울! 홈에서 아웃!”

“멋진 블로킹입니다. 포사다, 그가 최고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이반 감독은 작전이 실패하자 두 눈을 감았다.

‘두 번 연속의 번트는 너무 정직한 작전이었다. 차라리 강공을 갔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런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조지 왈트는 홈에서 주자를 잡아낸 뒤 힘을 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스나이더의 삼진으로 상황은 2사 1, 2루.

“탬파베이,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합니다.”

“무사 1, 3루의 기회가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요?”

배터 박스에 들어선 타자는 8번 타자 록튼.

탬파베이 팬들은 가장 기대가 되지 않는 타자가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고 생각했다.

“무사 1, 3루에서 한 점도 내지 못했군.”

“그래도 킴이 있으니, 오늘 경기는 잡아낼 수 있을 거야.”

“그래 2점을 낸 걸 생각하자고.”

록튼은 배트를 세웠다.

‘조지의 패스트볼 구속은 이제 97마일(156km) 정도 나오고 있다. 어렵긴 해도 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타격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그였다.

‘한 점 한 점만 더 뽑으면 킴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어.’

포사다는 록튼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록튼은 생각이 많은 유형이다. 평소와 다른 볼 배합을 가져가면 스스로 무너지겠지.’

그는 초구로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휙!

안쪽에서 가운데로 들어가는 슬라이더.

‘패스트볼이 아니라 슬라이더라고!’

록튼은 배트를 멈췄고,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조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91마일(146km)이군요. 구속이 조금 떨어진 것 같습니다.”

록튼은 미간을 좁혔다.

‘조지의 가장 느린 슬라이더가 킴의 가장 빠른 슬라이더와 같은 건가?’

파앙!

두 번째 공에 크게 헛스윙.

록튼은 최선을 다했지만, 단 2개의 공으로 코너에 몰렸다.

‘다음은 삼구삼진인가? 그럴 순 없어.’

더그아웃으로 고개를 돌리자 김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걱정하지 말고 풀 스윙해!”

록튼은 머릿속을 비웠다.

‘그래, 풀스윙하자. 내가 머리를 굴린다고 킴처럼 뭘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깨끗하게 스윙하고 다음 이닝 수비를 준비한다.

록튼은 그렇게 생각했다.

슉!

빠른 공이 날아오자 풀스윙으로 맞섰다.

‘좋아! 빠른 공이다!’

딱!

강한 타격음.

타구는 3루수 정면을 향해 날아갔다.

‘제대로 쳤는데 하필 3루수 정면이라니!’

다음 순간 공이 에이로드의 글러브를 스치고 뒤로 빠져나갔다.

“에이로드, 타구가 너무 강해서 글러브를 제대로 대지 못했습니다.”

수비에 능한 선수도 때로는 실수를 하는 법.

에이로드의 판단미스에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탬파베이 3:1 뉴욕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