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포스트 시즌의 사나이 03
“탬파베이 3회 말 첫 타자는 스나이더입니다!”
“스나이더, 타율은 높지 않지만, 해 줄 때는 해 주는 선수입니다.”
해 줄 때는 해 주는 선수.
이것을 클러치 히터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F스포츠의 브라이언은 이 표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선수에게 특별히 해 줄 말이 없을 때 덧붙이는 미사여구죠. 해 줄 때는 해 주는 선수. 솔직히 말해 전 그런 선수를 데릭 지터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스나이더는 당연히 데릭 지터급이 아니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초구를 기다려 보았지만, 조지 왈트는 무자비했다.
“조지! 공격적인 피칭입니다!”
“양키스의 투자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조지 왈트! 무시무시한 투구로 탬파베이 타선을 압도합니다.”
양키스 구단주 보스는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는 이번 시즌 월드시리즈를 위해 미래를 저당 잡혔다.
‘월드시리즈 트로피는 다시 우리 손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스나이더의 배트가 잇달아 힘차게 돌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라이트가 혀를 차며 말했다.
“스나이더로는 무리군.”
아울이 그의 말을 받았다.
“무리지. 나도 못 치겠던걸.”
두 사람은 미간을 좁히면서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아울, 좋은 생각 없어?”
“패스트볼에 배팅 포인트를 맞추는 것 정도?”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윌리엄이 펜스에 몸을 기대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녀석의 패스트볼을 컨텍하려면 각오가 필요해.”
두 사람이 동시에 윌리엄에게 말했다.
“각오?”
“설마 죽을 각오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윌리엄이 대답했다.
“아웃 카운트를 죽음이라고 표현한다면 맞아. 아웃당할 각오가 없으면 절대 녀석의 공을 때릴 수 없어.”
아울이 미간을 좁혔다.
“죽을 각오라. 윌리엄답지 않은 말이군. 난 윌리엄이 비관적인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녀석의 패스트볼은 그만큼 대단해. 긁히는 날에는 특히 더 대단하다고. 단순히 배팅 포인트를 앞에 두는 것만으로는 칠 수 없는 공이야.”
라이트가 말했다.
“대단하다는 건 나도 동의해. 녀석의 패스트볼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하지.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버리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걸기에는 녀석의 커브와 슬라이더가 만만치 않아.”
아울이 윌리엄에게 물었다.
“윌리엄, 커브와 슬라이더에 대한 대책은 있는 거야?”
윌리엄이 짧게 대답했다.
“그건 버려야지.”
“버린다고?”
“그래, 슬라이더나 커브가 들어오면 시원하게 스윙하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브라이튼이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풍차를 돌리는 것은 좋은데 쏟아지는 야유는 어쩔 거야?”
“브라이튼,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단순한 아웃이 아니라 죽음이라잖아.”
라이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분한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윌리엄, 그런 식으로는 녀석의 공을 공략할 수 없어.”
윌리엄이 고개를 돌렸다.
“킴!”
최근 김민은 타자들의 이야기에 끼어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끼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킴이 말을 꺼냈다면 정답은 아니라도 정답으로 나아가는 방향 정도는 알고 있다는 뜻이다.’
라이트가 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킴, 가르쳐 줘, 녀석의 공을 공략하는 방법을.”
김민이 그라운드를 주시하며 답했다.
“포사다의 볼 배합은 원래 괜찮은 편이야. 하지만 조지 왈트는 그 볼 배합을 거부하고 있지.”
아울은 특별할 것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킴, 조지가 직접 사인을 낸다는 것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어.”
타자들은 포사다가 사인을 내지 않더라도 조지 왈트의 피칭이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의 생각은 달랐다.
“조지의 볼 배합은 단순해.”
“단순하다고?”
윌리엄이 항변하듯 말했다.
“킴, 너무 상대를 쉽게 보는 것 아니야? 조지의 볼 배합은 패스트볼 다음에 커브, 이런 식이 아니라고.”
딱!
록튼의 배트에 맞은 공이 내야에 높이 떠올랐다.
“록튼이 맞췄어.”
“하지만 외야로 뻗어 나가지 못하는군.”
2루수 나이젤이 가볍게 록튼의 플라이볼을 처리했다.
김민이 계속해서 말했다.
“조지는 타자의 상태를 체크한 뒤 구종을 바꾸고 있어.”
“뭐? 조지가 타자의 상태를 체크한다고?”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는 쾌활한 웃음과 과장된 제스처로 위장하고 있지만, 침착하고 냉정한 투수야.”
윌리엄은 김민이 조지를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다.
“킴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조지는 마이너리그 때부터 저랬다고. 크게 웃고 얼굴을 찡그리고 멋대로인 공을 던지지.”
“아니,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윌리엄이야. 조지는 마이너리그 때부터 자신을 철저하게 위장했어. 이건 내 예상인데 조지는 아마추어 시절에도 저랬을 거야.”
타자들은 김민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조지 왈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분위기를 타는 투수였다.
‘그런 그가 타자들을 분석하고 냉철히 대처한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야.’
‘조지 왈트의 웃음이 과장된 것이라면 메소드 연기군.’
김민이 말했다.
“조지 왈트가 구종을 바꾸는 시점은 타자가 패스트볼 타이밍을 따라잡았을 때야.”
아울이 턱을 쓰다듬었다.
“맞을 것 같으니, 공을 바꾼다는 건가?”
라이트는 조지 왈트의 볼 배합이 그렇게 단순하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패스트볼에 감이 잡힌 타자를 상대로 브레이킹볼을 던지는 건 단순하다고 볼 수 없지. 오히려 타이밍을 잘 잡는다고 칭찬해야 해.”
김민이 조지 왈트를 주시하며 말했다.
“타이밍은 확실히 잘 잡아. 하지만 그래서 너무 뻔하다는 게 단점이야.”
그는 빠르게 조지 왈트의 공략법에 대해 설명했다.
“파울이 백네트 뒤로 흐르지 않고 1루 관중석이나 라인 근처에 떨어진다면 100% 다음 공은 커브나 슬라이더다.”
윌리엄이 이의를 제기했다.
“킴, 100%는 좀 과한데?”
김민이 살짝 말을 바꿨다.
“그럼, 80%라고 해 두지.”
아울이 말했다.
“킴의 말대로라면 일단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춰보고, 대충 맞는다 싶으면 패스트볼이 아니라 커브나 슬라이더를 노리라는 말인가?”
“하지만 쉽진 않을 거야. 슬라이더가 94마일(151km)로 날아오거든.”
라이트가 펜스에 기대며 말했다.
“그렇게 해서 셋 중 한 명만 칠 수 있어도 성공 아니야?”
“홈런?”
“그래.”
라이트는 한 점만 뽑으면 오늘 경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 칼튼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3회 말 공격이 끝났다.
“탬파베이, 위기 뒤 기회라고 했지만,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페이스라면, 조지 왈트가 양키스의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캐스터가 해설자인 밥에게 물었다.
“밥, 빅 유닛을 제치고 말입니까?”
“그렇군요. 빅 유닛이 있었군요. 그럼 듀오로 하죠. 두 명의 영웅, 빅 듀오. 어감이 좋지 않은가요? 그럼 그레이트 듀오쯤으로 타협하도록 하죠.”
캐스터와 해설자가 농담을 주고받는 동안 나이젤은 대기 타석에서 연신 배트를 휘둘렀다.
‘킴이 던지는 공은 어느 방향으로도 변할 수 있다. 그 말은…… 변하기 전에 공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이란 말이다.’
배팅 포인트를 앞에 두는 것.
이것은 현란한 무브먼트에 대한 대한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딱!
초구를 공략한 공이 그대로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브라이튼! 멋진 수비를 보여 줍니다!”
“브라이튼은 원래부터 수비가 괜찮은 선수죠. 하지만 그의 수비를 칭찬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예상하지 못한 실책이 가끔 나오더군요.”
“그럼 수비가 안 좋은 게 아닐까요?”
“쉬운 공을 놓쳐서 그렇지. 통계로 보면, 수비가 나쁜 유격수는 절대 아닙니다.”
브라이튼은 공을 잡은 다음 김민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시프트!”
이번 아웃 카운트는 브라이튼의 호수비 이전에 김민의 시프트가 있었다.
그는 나이젤이 배터 박스에 있을 때부터 유심히 관찰했다.
나이젤의 배트 스피드는 평소보다 빨랐다.
이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저건 단순한 스윙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다. 내 패스트볼을 머릿속에 그리며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은 나이젤의 배트가 멈추는 지점을 주목했다.
‘배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있다.’
패스트볼이 아니라 커터나 투심 같은 변형 패스트볼을 당겨서 공략하겠다는 뜻.
김민은 나이젤의 의도를 꿰뚫고 3루 쪽으로 시프트를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
김민은 단 하나의 공으로 나이젤을 잡아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제레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제레미, 지난 타석에서는 꼼짝하지 못하고 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타석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홈런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레미,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줄까요!”
제레미는 컨디션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빌어먹을…… 초점이 잡히지 않아.’
평소라면 컨디션을 이유로 교체를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쉽게 물러설 수가 없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쓸 수 없는 3번 타자라면 가치가 없다.’
제레미는 더 큰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포스트 시즌 활약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더 나아가 월드시리즈 MVP가 필요하다.’
슉!
초구는 빠른 공.
제레미는 이를 악물고 배트를 냈다.
하지만 그의 배트는 허공을 쳤을 뿐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스플리터였나?’
제레미의 시각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포수의 미트가 내려온 것으로 구종을 확인할 정도였다.
맥코비 감독은 제레미의 배트가 공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자 혀를 찼다.
“허! 안 되겠어.”
“감독님, 설마 교체하시려는 건…….”
“왜 안 되나?”
맥코비 감독의 강한 물음에 네네 타격 코치가 머쓱해졌다.
“그래도 어제의 영웅입니다. 이러다가 한 방이 나올 수도 있는 게 제레미 같은 타자입니다.”
“한 방이라고? 컨디션이 엉망이잖아! 어제 홈런을 치고 파티를 한 게 분명해!”
맥코비 감독은 결단력이 뛰어났다. 그는 이번 타석이 제레미의 마지막 타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공에 헛스윙.
세 번째 공에도 다시 헛스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헛스윙 세 번에 삼구삼진.
제레미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빌어먹을! 이러려고 주사를 맞은 게 아니잖아!’
지터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제레미를 보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잘못된 모양이군.”
그는 제레미의 부풀어 오르는 근육을 보고 그의 약물을 의심하고 있었다.
“지터,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어.”
포사다는 직접 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약물을 한 선수에게 관대한 편이었다.
“우승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말은 아니지만…… 지금 제레미와 다툴 필요는 없다는 뜻이야.”
지터가 말했다.
“난 제레미와 다투려는 게 아니야. 그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어서 충고하려는 거야.”
“그 충고가 싸움의 도화선이 된다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에이로드가 우익수 쪽이 큰 타구를 쏘아 올렸다.
“에이로드! 큽니다!”
지터와 포사다는 말을 멈추고 타구를 주시했다.
‘넘어가는 건가?’
‘타이밍이 제대로 맞았어.’
그러나 타구는 펜스를 넘어가는 대신 윌리엄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윌리엄, 펜스를 기대며 잡아냈습니다!”
“뒤쪽으로 수비 위치를 잡은 게 적중했군요. 탬파베이 시프트는 내외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포사다가 혀를 찼다.
“쳇, 킴이 또 한 번 트로피카나 필드의 도움을 받았군.”
지터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건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트로피카나 필드를 이용한 거야.”
4회 초 양키스의 공격은 단 5개의 공으로 끝나고 말았다.
“양키스, 4회 초 성급한 공격으로 킴을 도와주고 말았습니다.”
해설인 밥이 말했다.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번 이닝, 양키스 타선은 주자를 내지 못했지만, 외야로 날아가는 대형 타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투수를 공략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적극적인 스윙을 긍정적으로 보시는군요.”
오늘 경기 해설을 맡은 밥은 양키스 쪽에 조금 치우친 해설을 하고 있었다.
4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1번 타자 브라이튼.
브라이튼은 라이트와 아울에게 김민의 공략법을 전해 들었지만,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지 않았다.
‘난 나만의 공략법이 있으니까.’
툭.
배트에 닿은 공이 3루 라인을 타고 흘렀다.
“브라이튼! 기습 번트입니다!”
오른손 타자의 경우 발이 빠르다고 해도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확률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내야수들의 위치도 평소와 같았다.
브라이튼의 기습 번트는 이것을 확인하고 시도한 것이었다.
“양키스! 허를 찔렸습니다!”
타구 속도가 조금 빨랐지만, 상대방의 허를 찌른 것은 확실했다.
브라이튼은 1루로 내달리며 생각했다.
‘1루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가 1루 베이스를 밟기 직전, 공이 1루수 미트에 들어왔다.
팡!
“아웃!”
1루심의 강렬한 외침.
브라이튼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날 잡았다고? 대체 누가?”
그를 잡아낸 것은 에이로드였다.
그의 믿기지 않는 송구는 탬파베이 팬들의 탄성을 끌어 냈다.
“와, 봤어?”
“봤어. 대단한 송구였어.”
“95마일(153km)은 나오지 않았을까?”
김민은 에이로드의 송구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저 친구는 투수를 했어도 잘했을 거야.’
에이로드는 또 한 명의 야구의 신이었다.
“밥, 조지도 공 하나로 첫 타자를 처리했군요.”
“사실 삼진보다는 이게 더 효율적이죠.”
탬파베이의 다음 타자는 천재 타자 산체스.
조지 왈트는 그에게 약간의 거북함을 느꼈다.
‘껄끄러운 타자군.’
이런 타자는 힘으로 윽박지른다고 해서 잡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완급 조절.’
조지 왈트는 김민이 말한 것처럼 두뇌가 뛰어난 투수였다.
슈욱!
초구는 100마일(161km)에 육박하는 빠른 공.
산체스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포수 옆으로 흘렀다.
“파울!”
조지 왈트는 파울 방향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이젠 더 이상 초구에 헛스윙이 나오지 않는군.’
그는 상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 아니, 녀석은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천재다.’
조지 왈트는 다음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넣는다면 맞는다고 판단했다.
‘녀석의 배트는 타겟을 조준하고 있는 저격 총과 같다.’
타겟이 원하는 위치에 들어오면 바로 배트가 나올 것이다.
조지 왈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 해답은 이것이다.’
슉!
오른손을 떠난 공이 큰 호를 그렸다.
조지 왈트의 파워 커브.
산체스는 당황하지 않고 공을 퍼 올렸다.
따악!
“큽니다!”
조지 왈트는 믿기지 않는 일을 본 듯 크게 놀랐다.
‘그걸 퍼 올렸다고?’
공은 트로피카나 필드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탁……
“펜스 상단에 맞고 그라운드로 돌아옵니다!”
“머레이, 펜스 플레이가 중요합니다!”
홈런이 아니었다.
‘손끝에 감각이 약간 무뎠다.’
산체스는 속도를 높여 1루 베이스를 돌았다. 그리고 머레이가 공을 잡을 때쯤에는 2루 베이스를 지나쳤다.
“머레이가 3루로 송구합니다!”
간발의 차이.
산체스는 머레이의 송구를 뿌리치고 3루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산체스! 3루타입니다!”
“조지, 신인에게 한 방 먹었군요.”
“겁이 없는 신인입니다.”
맥코비 감독이 반즈 투수 코치를 불렀다.
“사인이 노출된 것 아니야?”
너무나 완벽하게 맞았기 때문에 맥코비 감독은 상대의 사인 읽기를 의심했다.
“전력분석팀에 연락해 조사하겠습니다.”
“빨리해 달라고 해. 경기가 끝난 뒤 결과가 나오면 늦어.”
맥코비 감독은 타임을 부른 뒤 마운드로 올라갔다.
조지 왈트는 아직 점수를 내준 것도 아닌데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오는 것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날 믿지 못하는 모양이군.’
맥코비 감독이 말했다.
“사인이 읽혔을 가능성이 있어.”
조지 왈트가 멈칫했다.
“사인 읽기란 말입니까? 하지만 제가 사인을 내고 있는데 어떻게…….”
“백네트 뒤에서 사인을 읽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 패턴을 바꾸도록 해.”
조지 왈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양키스 배터리는 사인 패턴을 바꾼 뒤 3번 타자 윌리엄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