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디비전 시리즈 앞에서 02
록튼이 수첩을 넘기며 말했다.
“1차전이 가장 중요해.”
시리즈 첫 경기가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록튼의 한마디에는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이상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선발이 렉터이기 때문인가?”
“맞아.”
렉터는 15승 이상 시즌이 3번에 월드시리즈 등판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데다가 상대가 랜디 존슨이나 조지 왈트라면 열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려운 경기겠지.”
김민은 탬파베이의 1차전 승률을 40% 정도로 예상했다.
‘선발은 부족하지만, 물이 오른 배트는 믿어 볼 만하다. 방심한다면 조지 왈트나 랜디 존슨도 쓰러질 것이다.’
사람들은 이번 디비전 시리즈를 양키스 타선과 김민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민은 탬파베이 타격이 양키스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록튼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퀄리티 스타트 정도로는 안 될 거야.”
6이닝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일반적으로 선발 투수가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면 자기 몫은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양키스를 퀄리티 스타트로 막는다면 성공 아닐까?”
록튼은 고개를 내저었다.
“킴, 그 말은 랜디 존슨을 상대로 4점 이상을 뽑아야 한다는 뜻이야. 그게 가능하겠어?”
랜디 존슨의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은 2.65.
게다가 그는 포스트 시즌 더욱 강해지는 투수였다.
“그럼 록튼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
“7이닝 2실점 이하로 막아 보겠어.”
김민은 비관적이었다.
“렉터의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그건 힘들 텐데?”
“그래도 해내야 해.”
록튼은 자신의 볼 배합과 리드로 양키스 타선을 봉쇄하고자 했다.
김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록튼, 무리하면 부러져.”
“…….”
“초반 대량실점. 그다음은 뭐지? 불펜의 조기 투입. 그리고 과부하. 시리즈 전체를 생각한다면 좋을 게 없어. 퀄리티 스타트를 목표로 하는 게 좋아.”
디비전 시리즈를 앞둔 김민은 냉철했다.
록튼이 주먹을 꾹 쥐며 말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무리하지 않으면 양키스는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그리고 1차전에 승리하게 되면…….”
“3-0으로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
“그래, 그렇게 되면 여유를 가지고 챔피언십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을 거야.”
김민이 긴 숨을 내쉬었다.
“후…….”
그는 담배를 피우진 않았지만, 숨을 내쉬는 모습이 마치 담배 연기를 내뿜는 것 같았다.
“좋아. 이렇게 하자.”
록튼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킴! 방법이 있구나.”
김민이 말했다.
“잘 될지는 모르겠어. 아니, 아마 잘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초반 강판만큼은 막아 주겠지.”
그는 록튼을 향해 천천히 말을 이었다.
* * *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장소는 탬파베이 레이스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
경기 시작 1시간 전.
공동 구단주 그렉스가 불펜을 찾아왔다.
김민이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렉스, 무슨 일입니까?”
“응원 차 온 거야.”
“오늘 같은 날은 스카이 박스에 있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그렉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벌써 부담스러운 사람이 됐나?”
그의 물음에 렉터가 러닝을 멈추곤 미소를 지었다.
“그렉스는 그렉스지. 난 상관없어.”
그렉스가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대단한 시즌이었어.”
“예, 좋은 시즌이었죠. 116승. 다시는 못할 겁니다.”
포터 코치가 그렉스의 말을 받았다.
그렉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모두에게 말했다.
“이제 그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야.”
1시간 전.
그렉스는 선수들은 물론 코칭 스텝과 구단 스텝에게 티셔츠 한 장을 나눠 주었다.
그 티셔츠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 116승은 잊어라. 기억해야 할 것은 월드시리즈뿐이다.
최강 팀이라 자만하지 말고, 낮은 곳에서 위를 바라보자는 뜻이었다.
그렉스는 양키스가 버거운 상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포스트 시즌 경험은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풍부하다. 그들의 경험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돼.”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메이저리그에서 양키스를 얕보는 팀은 한 팀도 없을 겁니다.”
“킴, 몸은 괜찮은 거지? 킴이 쓰러지면 우리 팀은 끝이야.”
“그렉스, 불길한 소리 하지 마세요. 전 멀쩡하다고요.”
그렉스와 김민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렉터는 계속 몸을 풀었다.
그렉스는 렉터가 연습 투구에 들어가기 직전 그에게 다가갔다.
“렉터, 오늘 경기 잘 부탁하네.”
렉터가 글러브를 끼며 말을 받았다.
“오프 시즌 때 돈이나 넉넉하게 준비해 두세요.”
“FA말인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네.”
그렉스는 렉터와 대화를 마친 뒤, 선수들에게 짧은 인사를 남기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가 떠난 뒤 선수들이 다시 잡담을 시작했다.
“그렉스, 살이 붙은 것 같지?”
“운동을 안 하니까.”
“구단주가 된 뒤로 시간이 없는 모양이야.”
그렉스는 새로운 구장 신축 때문에 잠을 줄여야 할 정도로 바빴다.
김민은 그의 짐을 덜어 주고 싶었지만, 시즌 동안에는 선수로서 집중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그렉스, 조금만 더 고생해 줘.’
클락이 부르스에게 물었다.
“오늘 양키스 선발은 랜디인가?”
“맞아. 1차전을 잡아 기세를 올리겠다는 뜻이지.”
랜디 존슨은 2001년 월드시리즈 MVP를 따낸 강심장이었다.
그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10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쉽지 않겠는걸?”
“누가 나와도 쉽지 않아. 랜디가 아니라면 조지 왈트인데…… 이 친구 이번 시즌 100마일(161km)을 던졌어.”
클락이 휘파람을 불며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킴, 괜찮겠어? 상대가 100마일을 던진다는군.”
김민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110마일(177km)만 넘지 않으면 상관없어.”
“110마일이라고? 으…… 그런 공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
선발 투수들이 불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야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들은 투수들보다 긴장된 표정이었다.
“칼튼, 조심해.”
“이 정도로 다치진 않는다고.”
탬파베이 타선은 이번 시즌 랜디 존슨과 2차라 만난 바 있었다.
결과는 3-2 승리, 1-0 패배.
전적은 1승 1패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3점을 뽑아 이긴 경기는 상대 실책 덕분에 쉽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실책이 나오지 않은 두 번째 경기에서는 완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윌리엄은 그날 경기를 잊지 않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슬라이더였지. 2층 높이에서 공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
오늘 그는 그 무시무시한 슬라이더를 다시 한번 상대해야 했다.
“다들 영감님(랜디 존슨)에게 당하지 말자고.”
아울의 한마디에 야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이지.”
탬파베이 연습이 끝나자 양키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칼튼이 혀를 찼다.
“화려하군.”
“고액 연봉자는 다 여기 모여 있는 것 같아.”
브라이튼이 칼튼과 스나이더 사이에 끼어들었다.
“연봉만 우리 3배야.”
스나이더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3배면 다행이게. 정확히는 3.4배라고.”
그는 다음 시즌을 뛰고 나면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획득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우리 팀 연봉도 적지 않을 거야.”
메이저리그 3시즌을 채운 브라이튼과 볼튼의 연봉조정신청.
FA로 풀리는 렉터와 아울.
두 사람은 FA 시장에서 1천만 달러(124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브라이튼과 볼튼을 최소한의 금액으로 잡아둔다고 해도 두 사람의 계약 규모를 생각하면 3천만 달러(372억 원)는 더 필요했다.
“그렉스의 머리가 아프겠군.”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구장으로 이전하지 못하면 적자가 대단할 거야.”
“뭐, 우리가 구단주 걱정까지 해 줄 필요는 없겠지.”
탬파베이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양키스 선수들의 훈련이 끝났다.
“이제 우리 차례군.”
“1회 초, 가볍게 막자고.”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와 동시에 탬파베이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레이스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탬파베이 야수들이 자리를 잡자 오늘의 주인공인 선발 투수 렉터가 등장했다.
“렉터, 파이팅!”
“오늘을 부탁해!”
렉터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코칭 스텝은 이 중요한 경기에 나를 선택했다. 대체 왜?’
그는 군말은 하지 않았지만, 코칭 스텝의 선택이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킴이 나서지 못한다고 해도 설리반과 클락이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 정도는 로테이션을 조정해도 괜찮았을 텐데. 이반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양키스 타선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건가?’
바이슨 수석 코치가 굳은 얼굴의 렉터를 보며 말했다.
“감독님, 렉터를 1차전 선발로 올린 게 좋은 결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상대 1선발과 우리 4선발을 매치시킨 다음, 상대 2선발과 우리 1선발을 매치시킨다. 3차전도 같은 방법으로 3선발과 2선발을 매치…… 우린 1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이론상은 그렇습니다만…… 상대는 1선발부터 5선발까지 모두 강합니다.”
이반 감독이 말했다.
“손자병법을 믿어야지.”
“손자병법이라니, 그게 무슨 비법입니까?”
“동양의 병법서라고 하더군.”
“군사 작전을 다룬 책입니까?”
“나폴레옹이 즐겨 읽었다는 소문이 있더군. 이번 작전도 거기서 나온 거야.”
이반 감독은 손자병법을 언급했지만, 사실은 김민의 30승 때문에 로테이션이 꺼내 이 작전을 들고나온 것이었다.
‘30승 도전이 아니었다면, 킴을 쉬게 한 다음 1차전에 올렸을 거야.’
식전 행사가 이어진 뒤,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이 시작되었다.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사인과 함께 록튼이 첫 번째 사인을 냈다.
- 안쪽 패스트볼.
사인을 읽은 렉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렉터, 초구 와인드업!”
슉!
빠른 공이 안쪽을 노렸다.
‘안쪽이냐!’
지터는 그 공을 놓치지 않았다.
딱!
“잘 맞은 타구!”
그러나 타구는 탬파베이 내야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유격수가 공을 잡아냅니다!”
유격수 브라이튼은 빠른 동작으로 1루에 송구했다.
“정확한 송구! 지터 초구에 아웃입니다!”
지터는 걸음을 멈추곤 미간을 좁혔다.
‘2, 3루를 완벽히 빼는 타구였다. 하지만……’
타구는 시프트에 막히고 말았다.
탬파베이 수비수들은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가자마자 변화를 일으켰다.
‘야수들이 투수의 투구를 기다렸다가 움직였다. 이것은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뜻인가?’
맥코비 감독은 탬파베이 수비를 보곤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얕은수를 들고 나왔군. 그런 수법은 홈런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지. 안 그래?”
네네 타격 코치가 감독의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홈런 앞에서 시프트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터나 포사다는 홈런수가 많은 타자가 아니었다. 그들을 상대로 탬파베이 시프트는 훌륭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상대가 제레미와 에이로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두 사람의 홈런포는 수비 시프트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김민은 양키스를 상대할 방법을 묻는 록튼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줄 건 준다는 생각으로 투수를 리드해야 해.”
“줄 건 준다고? 하지만 양키스에는 뛰어난 타자가 너무 많아. 그들에게 줄 걸 다 준다면 10점 이상 점수가 날걸?”
김민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지터에게는 안타, 에이로드에게는 홈런을 준다고 생각해.”
록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반대가 아니고?”
“반대라면 투구가 더 복잡해져. 타자들의 배트도 끌려 나오지 않을 테지.”
김민은 상대가 좋아하는 코스에 공을 던진 다음 시프트로 잡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터나 포사다는 그렇다고 치고, 에이로드는 어떻게 되는 거야? 홈런을 노리는 친구에게 홈런을 준다면 그대로 실점이잖아. 이쪽은 시프트를 쓸 수가 없다고.”
김민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럴 때는 트로피카나 필드를 믿어야지.”
“뭐라고?”
“트로피카나 필드는 외야가 넓은 구장 중 하나잖아. 이곳은 홈런을 준다는 생각으로 던져도 펜스를 넘기는 게 쉽지 않아.”
록튼이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도 1, 2개는 넘어가지 않아?”
“그건 줘야지. 우린 완봉으로 양키스 타선을 묶는 게 아니잖아.”
록튼이 어색한 표정으로 김민의 말에 동의했다.
“그건 그렇지.”
1회 초.
주자 없는 상황.
3번 타자 제레미.
그는 두 번째 공을 노렸고, 공은 그대로 펜스를 넘어갔다.
“제레미! 디비전 시리즈 첫 번째 홈런을 쏘아 올립니다!”
“양키스가 홈런으로 앞서 나가는군요.”
록튼은 홈런을 맞은 뒤 혀를 찼다.
‘쳇…… 첫 타석부터 홈런이냐? 저 괴물 같은 힘은 당해 낼 수가 없다니까.’
그러나 양키스의 홈런은 계속되지 않았다.
4번 타자 에이로드는 바깥쪽 공을 공략했지만, 우익수 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양키스, 1회 초 공격에서 제레미의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습니다.”
“오늘 선발이 랜디 존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한 점은 큽니다.”
모두가 양키스의 우세를 점칠 때, 호이스트만은 달랐다.
“이 한 점이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는 탬파베이를 그 누구보다 오래 연구한 사람이었다.
“랜디 존슨이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빅 유닛이 지키는 마운드는 언제나 든든하죠.”
빅 유닛 랜디 존슨.
그의 슬라이더와 포심 패스트볼은 알고도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배트 컨트롤이 좋기로 유명한 브라이튼이 헛스윙과 함께 물러났다.
“브라이튼이 당할 정도인가?”
“96마일(154km)…… 빠르긴 하지만 브라이튼이 못 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2번 타자 산체스.
그는 이번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탁!
“빗맞은 공!”
산체스는 공을 때린 순간 안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무슨 공이 이래. 쇠를 때린 것 같아.’
타구는 내야 플라이에 그쳤다.
“랜디! 탬파베이 테이블 세터를 간단히 처리합니다!”
윌리엄도 랜디 존슨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견수가 두 팔을 벌리고 기다립니다!”
“머레이가 타구를 잡아내는군요.”
랜디 존슨의 투구는 명성 그대로였다.
“못 말리겠군.”
2회 초.
양키스 선수들은 추가점을 자신했다.
“렉터가 상대라면 10점도 뽑을 수 있어.”
“10점은 조금 무리지. 하지만 5점 정도는 현실적으로 가능해.”
그들은 탬파베이가 시프트를 쓴다고 해도 펜스 직격 2루타나 홈런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시프트 역으로 가는 타구도 있으니까. 시프트를 잘 쓴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안타는 50% 정도야.”
딱!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칼튼, 오스번의 타구를 처리합니다!”
양키스 타자들은 잇달아 공을 쳐 냈지만, 아무도 안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포사다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직후, 지터에게 이렇게 말했다.
“녀석들의 시프트가 더욱 무서워졌어.”
“놈들의 시프트가 좋다는 건 알고 있잖아. 잊고 수비에 전념하라고.”
포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2회 말.
탬파베이 공격.
아울과 라이트 그리고 케니히가 나섰지만, 모두 안타를 때려내는 데 실패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기가 힘들어지겠는걸?”
“그러게 말이야.”
탬파베이 팬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3회, 4회, 그리고 5회.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는 점수를 내지 못한 채 0의 행진을 기록했다.
“랜디 존슨이 버티고 있는 양키스는 그렇다고 치고, 렉터도 생각보다 잘 막고 있군.”
“그러게 위태한 타구는 몇 개 있었지만, 결정적인 건 맞지 않고 있어.”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우리가 불리해.”
“리베라 때문인가?”
“최고의 마무리를 가진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뻔하잖아.”
홈런을 친 제레미는 다음 타석에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으며, 에이로드 역시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록튼은 김민의 조언이 확실히 통했다고 생각했다.
‘킴! 이 페이스라면 양키스를 막을 수 있다!’
호이스트는 역시라고 생각했다.
‘1회 선제 홈런으로 타자들의 스윙이 커졌어. 제레미의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면, 스트라이크존을 좁히면서 렉터를 몰아붙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그는 렉터의 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큰 스윙보다는 정확한 컨택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맥코비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비슷한 공에 성급하게 배트가 나오고 있군.”
“렉터가 맞춰 잡는 피칭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네, 알고 있으면 대응을 해야지.”
네네 코치는 재빨리 작전을 바꾸었다.
6회 초.
양키스 타자들의 공격 방법이 변하면서 렉터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양키스가 지공으로 나섰군.”
“공을 확실히 보고 친다. 그거군요.”
“유인구가 많은 렉터로서는 불리해.”
오늘 렉터는 상대가 좋아하는 코스에 1개 정도 빠진 공을 던져 플라이나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양키스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보면서 카운트가 나빠졌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록튼은 안타를 맞은 뒤 마른침을 삼켰다.
‘킴의 예언대로야. 양키스가 변했어.’
경기 전.
김민은 양키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방법이 통했다고 해도 오래가진 못할 거야. 양키스 코칭 스텝은 유능하니까. 적어도 7회 전에 파훼법을 들고 나타나겠지. 록튼 잘 들어. 여기서부터 진짜 승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