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화 디비전 시리즈 앞에서 01
다음 날.
탬파베이는 시애틀의 2선발 후드와 마주했다.
“오늘은 후드인가?”
“가르시아가 4선발로 자리를 옮긴 뒤 후드가 실질적인 시애틀의 에이스가 되었죠.”
가르시아가 4선발로 자리를 옮긴 것은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그의 실력은 아직도 시애틀 투수 중 최고였다.
다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2경기를 건너뛰면서 로테이션이 4선발로 밀린 것이었다.
“후드도 나쁘지 않은 투수입니다. 2001 시즌에도 좋았고, 이번 시즌도 가르시아와 더불어 더블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등판을 앞둔 후드의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평균자책점 4.01, 11승 8패, 삼진 188개.
평균자책점은 4점대였지만,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3점대 진입이 가능했다.
메이저리그 기자들은 4점대 진입을 위해 후드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후드는 지난 날 명성과 달리 구위가 형편없는 공을 던졌다.
딱!
듣기 좋은 타격음과 함께 공이 외야로 뻗어 나갔다.
“브라이튼 선두 타자 안타입니다!”
“무사에 주자가 2루에 나가는군요.”
이반 감독이 타구의 비거리를 확인하며 말했다.
“후드도 늙었군. 나이를 속일 수 없는 모양이야.”
“첫 타자만 보고는 알 수 없는 법이죠.”
“브라이튼에게 저렇게 큰 타구를 맞는 투수는 흔치 않아.”
후드는 다음 타자 산체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윌리엄에게 볼넷, 아울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에 몰렸다.
“1사 만루입니다! 후드 1회부터 위기입니다!”
폴만 감독은 후드의 피칭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구속이 나오지 않아. 이래서는 탬파베이 타선을 넘을 수 없단 말이지.”
투수 코치도 식은땀을 흘렸다.
“후드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쯧, 불펜 투구 때 확인했어야지.”
“그게…… 후드는 연습 투구 때 항상 좋다고만 말해서…….”
폴만 감독은 투수 코치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드 같은 베테랑 투수는 자신이 알아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투수 코치가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오늘 컨디션은 너무 좋지 않다.’
그는 후드의 컨디션이 평균만 되어도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딱!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유격수가 잡아서 2루에 토스! 귀루하지 못한 주자가 아웃됩니다!”
라이트의 타구는 너무 잘 맞은 게 문제였다.
주자가 귀루할 틈도 없이 더블 아웃.
이반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 기회를 날리면 곤란한데…….”
흔들리던 선발 투수가 초반 위기를 극복하고 멋진 투구를 해낸다는 스토리.
이는 탬파베이에게 악몽이나 다름이 없었다.
후드는 노장의 관록으로 2회도 실점 없이 넘겼다.
반면 탬파베이 2선발 클락은 시애틀 타선에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불안한 예상이 현실이 되는 건가?’
이반 감독이 물병을 든 순간이었다.
딱!
강한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어갔다.
“칼튼! 동점 홈런입니다!”
“타이밍이 제대로 맞았습니다!”
무딘 구위와 스피드를 관록으로 커버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후드는 칼튼에게 홈런을 맞은 뒤 브라이튼에게 다시 한번 2루타를 얻어맞았다.
“칼튼과 브라이튼에게 장타를 맞은 걸 보면 구위가 많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
구위가 떨어진 후드는 탬파베이 타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산체스, 윌리엄, 아울이 줄줄이 적시타를 때려냈다.
“탬파베이! 후드를 공략해서 리드를 벌립니다.”
“탬파베이 3회에만 벌써 4득점입니다.”
폴만 감독은 3회 말이었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불펜을 가동하게.”
불펜 투수들이 준비하는 사이 후드는 한 점을 더 주었고, 점수는 5-1로 벌어졌다.
이반 감독이 말했다.
“200이닝을 넘긴 노장에게 폴만이 너무 큰 짐을 지운 것 같군.”
“상대 팀이 우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마운드에 올라오지 않았을 겁니다.”
“기록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부담이 된 모양이군.”
후드는 불펜의 도움을 받지 않고 3회 말을 끝냈지만, 이것이 시즌 마지막 투구가 되고 말았다.
“투수가 교체됩니다.”
“시애틀이 초반 불펜투입이라는 강수를 둡니다.”
이반 감독이 마운드에 선 젊은 투수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불펜 에이스가 4회 등판이라. 오늘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뜻이군. 그래, 이래야 폴만이지.”
그는 상대 감독의 투지를 젊은 투수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새로 올라온 젊은 투수는 탬파베이 타선을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 냈다.
그리고 5회 말.
시애틀이 한 점을 따라붙었다.
스코어는 5-2.
바이슨 수석 코치가 이반 감독에게 말했다.
“클락 약간 지쳐 보이는군요.”
1회 말 96마일(153km)까지 나왔던 패스트볼이 5회에는 94마일(151km)을 맴돌고 있었다.
클락은 왼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200이닝을 넘겼다고. 사람이라면 지치는 게 당연하잖아.’
그는 이번 시즌 김민의 뒤를 받치는 2선발로 맹활약했다.
이닝은 200이닝을 넘어 210이닝에 육박했고, 평균자책점도 3점대 중반으로 준수했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젠장, 또 맞는 건가?’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산체스가 몸을 낮추며 슬라이딩에 들어갔다.
‘산체스 뭐 하는 거야! 빠지면 3루타라고!’
그러나 산체스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촤아악……
잔디를 가르며 미끄러진 산체스가 공을 건져 올렸다.
“산체스! 슬라이딩 캐치! 멋진 수비입니다!”
“그대로 공수교대군요. 시애틀로서는 추가점이 아쉬운 순간입니다.”
클락은 산체스의 수비를 보고 혀를 찼다.
‘저 녀석…… 1년 차가 맞는 건가?’
산체스는 루키의 범주를 넘어선 이레귤러였다.
김민이 그런 산체스를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미래의 MVP니까 저 정도는 해 줘야지.”
신인왕, 아메리칸 리그 MVP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
산체스의 행보는 김민이 걸어왔던 길과 닮아 있었다.
클락은 산체스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라운드에서 기다렸다. 그리곤 그가 돌아오자 주먹을 내밀었다.
“나이스 캐치!”
두 사람은 주먹을 마주하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6회 초.
시애틀은 투수를 교체했다.
“코트라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코트라는 이번 시즌 3번째 불펜 투수로 활약한 투수였다.
그는 필승조는 아니었지만,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맡아 줄 수 있는 선수였다.
이반 감독이 코트라를 보며 낮게 말했다.
“코트라로는 조금 부족해.”
폴만 감독도 코트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이닝이 너무 많았다.
‘필승조가 맡을 수 있는 것은 4이닝 정도가 한계다. 나머지 2이닝 정도는 다른 누군가가 막아줘야 한다.’
그는 코트라가 버틸 수 있다면 후반 역전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트라는 버티지 못했다.
탬파베이 타선이 폭발했고, 경기가 크게 기울었다.
“또 졌군.”
폴만 감독의 한마디에 수석 코치가 안경을 고쳐 썼다.
“마지막 경기에 이기면 됩니다.”
마지막 경기를 탬파베이가 이기면 116승을 메이저리그 최다승 타이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를 시애틀이 승리하면 탬파베이는 2위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탬파베이 선발은 누구지?”
“설리반입니다.”
“렉터가 아니라?”
“렉터는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로 기용할 모양입니다.”
폴만 감독이 부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탬파베이는 디비전 시리즈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지.”
그도 몇 년 전에는 디비전 시리즈를 준비하며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설리반은 어떻지?”
“이번 시즌 좋습니다. 4선발로 나와 18승입니다.”
설리반은 후반기 대활약을 펼쳐 15승을 돌파해 18승에 이르고 있었다.
내일 승리한다면 19승으로 본인의 시즌 최다승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할 수 있었다.
“30승 투수도 모자라 4선발이 19승인가?”
“115승을 거둔 팀이니까요.”
폴만 감독은 생각했다.
‘2001 시즌 우리가 이렇게 강했던가? 하지만 우린 월드시리즈 반지를 손에 넣는데 실패하고 말았지.’
시애틀의 2001 시즌은 기록으로 남았지만, 그 시즌을 최고의 시즌으로 언급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우승하지 못하면 그저 좋았던 시즌일 뿐인 거야.”
폴만 감독이 말을 던진 순간 경기가 끝이 났다.
“탬파베이 9-4로 시애틀을 누르고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에 한 경기 차이로 다가섭니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남은 경기가 더 없다는 것이 아쉽겠군요. 2경기가 남았다면 유일한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도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반 감독은 다른 이유에서 남은 경기가 한 경기 더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한 경기가 더 남아 있었다면, 킴에게 하루 더 휴식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그는 최다승 신기록보다는 포스트 시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9월 30일.
각 구장에서는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탬파베이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원정에서 시애틀을 상대했다.
“오늘 선발 투수는 설리반과 카터입니다.”
“설리반은 오늘 이기면 19승, 카터는 13승입니다.”
“아무래도 선발의 무게감은 설리반이 더 낫겠죠?”
“그렇습니다. 설리반은 후반기 무서운 질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98마일까지 나오는 강속구와 그보다 더 무서운 써클 체인지업.
몇몇 타자들은 설리반이 페드로와 같은 공을 던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크게 돌아가는 배트는 폴만 감독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다.
“19승을 거둘 만하군.”
“어제 이겼어야 했습니다.”
설리반은 압도적인 힘으로 시애틀 타자들을 내리눌렀다.
시애틀에서 안타를 친 선수는 이치로와 무카베 두 명에 불과했다.
“설리반! 완봉으로 경기를 끝내버립니다!”
9이닝 3피안타 무실점 11K.
성적만 본다면 김민이 등판한 것이라고 착각할 만했다.
“탬파베이가 116승에 성공합니다.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 타이 기록입니다!”
“이번 시즌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 최강 팀 논란에 불을 지필 정도로 강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뿐입니다.”
이반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수고한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그는 마지막을 선수들을 향해 말했다.
“이번 시즌 다들 수고가 많았다. 제군들도 알겠지만, 시즌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남은 시즌도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탬파베이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규 시즌 우승.
그것은 월드시리즈로 가는 통과지점에 불과했다.
* * *
162경기를 끝낸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는 시즌 기록들이 마지막으로 산출되었다.
아메리칸 리그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동부지구 1위
탬파베이 레이스 116승 46패
중부지구 1위
미네소타 트윈스 91승 71패
서부지구 1위
텍사스 레인저스 93승 68패
와일드카드
뉴욕 양키스 112승 50패
디비전 시리즈 대진
탬파베이 레이스 vs 뉴욕 양키스
미네소타 트윈스 vs 텍사스 레인저스
평균자책점
1위 김민 0.64
2위 페드로 마르티네스 1.99
3위 랜디 존슨 2.65
다승
1위 김민 30승
2위 랜디 존슨 23승
3위 요한 산타나 22승
삼진
1위 김민 304개
2위 요한 산타나 298개
3위 랜디 존슨 287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김민이 압도적이었다.
세이버 메트리션조차 김민의 2004 시즌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시즌이라 말했다.
“사람이 던졌다고 믿어지지 않는 기록입니다.”
“페드로가 없었다면 2위와 2점이나 차이가 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을 겁니다.”
“WAR도 역대 최고입니다. 조정 방어율은 말할 것도 없죠. 다들 30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전 0점대 평균자책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합니다. 킴의 0.64란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역대 선발 투수 중 최고이며, 라이브볼 시대 최초의 0점대 평균자책점입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김민의 이번 시즌이 300승과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일 겁니다. 킴 본인도 다시 쓰지 못할 기록이죠.”
“30승은 팀원들의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0.64란 평균자책점은 위대함 그 자체입니다.”
“한 시즌 2번이나 해낸 퍼펙트게임도 대단했습니다. 아무도 킴처럼 던지지 못할 겁니다.”
2004 시즌 사이영상은 투표도 하기 전에 이미 끝나 버리고 말았다.
“중요한 것은 킴이 사이영상을 타느냐 못 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설마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겠죠?”
“전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투표인단을 비난할 겁니다.”
“내셔널 리그에도 킴과 맞설 투수가 없습니다. 페드로가 외계인이었다면 킴은 신급입니다.”
투표인단에 김민의 안티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한, 만장일치 1위는 확정적이었다.
“아메리칸 리그 MVP도 킴의 수상이 확실시됩니다.”
“이번에 수상하면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아메리칸 리그 MVP 쪽도 사실은 적수가 없습니다. 팀은 116승을 메이저리그 최다승 타이를 이뤘으며, 본인도 최고의 시즌으로 그 기록에 이바지했습니다.”
“킴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솔직히 말해 아무도 없습니다.”
3년 연속 아메리칸 리그 MVP.
3년 연속 사이영상.
트리플 크라운.
역대 최고의 평균자책점.
역대 최고의 시즌.
2004 시즌 투수 부분은 김민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김민이란 이름으로 끝났다.
그러나 타격 부문은 조금 사정이 달랐다.
타율
1위 라딘 호세 0.378
2위 제레미 아인스 0.364
3위 이치로 스즈키 0.359
홈런
1위 에이로드 51개
2위 A. 라파엘 47개
3위 제레미 아인스 45개
타점
1위 에이로드 134점
2위 라파엘 121점
3위 제레미 120점
강력한 타력을 자랑하는 탬파베이였지만, 타격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없었다.
윌리엄이 타격 7위와 홈런 8위 그리고 타점 6위, 산체스가 타격 10위와 홈런 10위, 아울과 라이트가 타점 8위와 9위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개인 기록으로 보면 탬파베이가 얼마나 대단한 팀인가를 알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탬파베이의 공격력은 팀 지표를 보면 비로써 알 수 있죠.”
탬파베이 타선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렸으며, 홈런도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도루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 브라이튼과 산체스 그리고 칼튼은 74개의 도루를 합작했다.
팀 도루는 132개.
탬파베이는 라이트와 록튼을 제외한 모든 타자가 도루를 시도할 수 있었다.
“탬파베이에 맞설 수 있는 타선은 양키스뿐이죠.”
“양키스라면 인정합니다. 그쪽도 대단하죠.”
에이로드가 합류한 양키스 타선은 메이저리그 홈런 1위를 기록했다.
“타점도 2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양키스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타력의 양키스, 결정력의 탬파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메이저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두 팀.
그 두 팀이 2004 아메리칸 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맞붙었다.
“월드시리즈 대진이 디비전 시리즈에서 나올 때도 있군.”
로만은 자판기 커피를 들며 혀를 찼다.
“야구팬으로서 감상인가?”
편집장의 물음에 로만이 대답했다.
“최고의 대결이 월드시리즈가 아닌 디비전 시리즈에서 벌어진다면 김이 다소 빠질 수 있죠.”
그는 7년 차 R 스포츠 기자였다.
편집장이 말했다.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은 달라. 정규 시즌 최고의 팀이라고 해서 포스트 시즌을 잘 해낼 것이라는 보장은 없네.”
“탬파베이는 단순히 정규 시즌을 잘 해낸 팀이 아니죠. 그들은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입니다.”
“탬파베이가 우승할 것 같은가?”
“양키스를 꺾는다면 우승할 겁니다.”
로만의 의견은 메이저리그 기자 대부분의 의견과 같았다.
- 양키스를 꺾으면 우승할 수 있다.
김민은 이 말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이번 시즌 양키스는 최고의 전력을 구축했다.”
선발 투수의 화려함에 있어서는 양키스가 탬파베이를 능가했다.
- 랜디 존슨, 조지 왈트, 라몬스, 무시나, 아이작.
무시나와 아이작이 4, 5선발이라는 것부터가 사기였다.
두 사람은 언제든 15승을 넘어 20승을 올릴 수 있는 투수였다.
뉴욕 언론은 다섯 명의 선발 투수를 하나로 묶어 슈퍼 파이브라 불렀다.
“슈퍼 파이브를 받치는 타선도 만만치 않아.”
홈런왕 에이로드.
홈런, 타점, 타율 세 부문 모두 3위 안에 든 제레미.
최고의 테이블 세터인 지터.
좌타석에 설 수 있는 포수 포사다.
탬파베이 우승 멤버 머레이
영원한 양키스의 중심타자 홀리스
신인왕 후보 나이젤.
안정감의 에드.
언제 홈런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타선이었다.
록튼이 말했다.
“최고의 타선이라고 해도 킴은 2승 할 거잖아.”
김민이 미소를 지었다.
“기회가 온다면 해야지.”
그는 디비전 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었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간다면 김민은 두 번의 선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2번 나서지 않고 디비전 시리즈가 끝나는 게 좋아.”
“우리가 3-1로 지는 것 말인가?”
“록튼,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좋지 않아.”
김민은 디비전 시리즈를 3승 1패로 통과하길 바라고 있었다.
‘디비전 시리즈는 포스트 시즌의 시작에 지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