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47화 (247/296)

247화 최고의 시즌 04

4회 말.

탬파베이 공격.

스코어는 여전히 0-0.

선두 타자는 2번 타자 산체스.

산체스는 더그아웃에서 카잔이 어떻게 탬파베이 타자들을 상대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했다.

‘카잔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마일(146km) 정도. 수준급 타자들이 타이밍을 놓칠 정도로 빠른 공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무브먼트가 있어 범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지금까지 호투가 설명되지 않는다.’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바깥쪽 빠른 공.

산체스는 배트를 뒤로 물렸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왔지만 주심의 입에서 스트라이크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산체스가 공을 고릅니다.”

산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너로 패스트볼을 던지지만 완벽히 공략할 제구력은 없다. 즉, 코너 부근에 탄착군이 형성될 뿐이다. 그리고 카운트를 잡는 공은 패스트볼이 아니다.’

패스트볼은 유인구.

이것이 카잔 볼배합의 핵심이었다.

과거 카잔과 배터리를 이뤘던 산토스는 그래도 투수는 패스트볼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고, 커브로 타자를 요리한다. 이것이 볼 배합의 기본이다! 넌 볼 배합의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

카잔이 파워피처였다면 모를까?

구위가 부족한 패스트볼은 줄줄이 맞아 나갔고, 카잔은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카잔은 산체스의 굳은 표정에 마른침을 삼켰다.

‘산체스는 역시 거북한 타자야.’

윌리엄 못지않은 재능을 지닌 천재타자.

거를 수 있다면 거르고 싶다.

하지만 다음 타자를 생각한다면 절대 거를 수 없는 타자였다.

‘잡지 못하면 당한다.’

카잔은 리헨즈와 사인을 교환한 뒤 두 번째 공을 던졌다.

휙!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커브.

산체스의 배트가 움직였다.

‘이걸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관측한 카잔의 카운트 볼은 바로 커브였다.

따악!

배트가 하얀 공을 그대로 퍼 올렸다.

“왼쪽! 왼쪽으로 날아갑니다!”

외야수들은 왼쪽으로 몇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이내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탁!

관중석 상단에 떨어진 대형 홈런.

“산체스! 시즌 27호 홈런입니다!”

“시즌 후반 산체스가 폭발하군요! 이 기세라면 30홈런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카잔은 다이아몬드를 도는 산체스를 보며 생각했다.

‘재능의 차이란 것이 바로 이것인가? 손끝에 감각이 오랜만에 좋았는데 아쉽군.’

완벽하게 코너를 노렸다고 생각한 커브.

그러나 산체스는 그 공을 멋지게 받아쳐서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훌륭한 타격이다.”

김민은 시선을 산체스가 아닌 윌리엄에게 돌렸다.

‘산체스 다음은 윌리엄, 평정심을 찾지 못하면 백투백 홈런이다.’

그는 카잔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카잔은 홈런을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1회에 그랬던 것처럼 윌리엄을 고의사구로 출루시켰다.

“또 고의사구군. 홈런을 맞고 고의사구를 내주는 친구는 오랜만이야.”

“이건 캔자스시티 더그아웃에서 사인이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고의사구는 캔자스시티 코칭 스텝이 아닌 카잔의 판단이었다.

현재 캔자스시티를 이끌고 있는 안톤 감독은 승패보다는 육성에 더 신경을 쓰는 인물이었다.

“가장 강한 타자는 피하고, 그 다음 타자를 상대한다. 팬들에게 인기 있는 전술은 확실히 아니지. 하지만 이길 수 없다면 피한다는 전제는 나쁜 게 아니야.”

투수 코치가 그의 말을 받았다.

“문제는 윌리엄을 피해도 아울이라는 강타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탬파베이가 강팀인 이유야.”

딱!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울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무사 1, 2루입니다!”

“아울, 두 번째 타석에서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 내는군요.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카잔은 모자를 벗었다.

“휴…… 9월인데도 덥군. 탬파베이 날씨는 역시 대단해.”

트로피카나 필드는 폐쇄형 돔구장이었다. 그가 실제로 더위를 느꼈을 가능성은 0%였다.

“다음 타자는 라이트입니다.”

“라이트가 한 방 쳐 줄 때가 됐죠.”

라이트는 산체스가 아니었다면 신인왕을 노려볼 수 있을 만큼 좋은 성적을 냈다.

‘패스트볼과 커브 조합은 마이너리그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상대했다고.’

카잔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곤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내 생각을 읽은 것 같은 표정이군. 패스트볼로 유인하고 커브로 승부하는 건 이제 통하지 않는 건가?’

그가 사인을 바로 내지 못하고 시간을 끌자 포수가 타임을 걸었다.

“타임!”

마운드로 올라온 리헨즈.

“카잔, 뭘 그렇게 고민해?”

“위기잖아. 볼 배합에 신중해야지.”

무사 1, 2루.

이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면 어떤 상황이 위기란 말인가?

리헨즈가 물었다.

“카잔, 뭔가 바꾸려는 건 아니지?”

“…….”

“지금까지 잘해 오고 있었잖아. 홈런을 맞았다고 해서 볼 배합을 바꾼다는 건 아니겠지?”

카잔이 말했다.

“상대에게 볼 배합이 읽힌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럴 리 없어. 아울이 친 공은 볼이었다고.”

카잔이 멈칫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울이 볼을 때려 안타를 만들었다고?”

그는 리헨즈의 말을 듣기 전까지 코너로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쏠려 안타를 맞았다고 생각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4번 타자잖아. 카잔, 스트라이크만 안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긴 하지. 리헨즈, 내 볼 배합은 아직 읽히지 않은 거지?”

“그래, 그러니까 망설이지 말고 사인을 내.”

김민은 좋은 타이밍에서 리헨즈가 타임을 걸었다고 생각했다.

‘코칭 스텝이 해야 하는 일을 포수가 했군. 캔자스시티 코칭 스텝은 오늘 경기를 배터리에게 완전히 맡기려는 건가?’

리헨즈가 홈플레이트로 돌아간 직후 라이트가 큰 타구를 때렸다.

“우익수 뒤로! 뒤로! 아! 잡았습니다!”

2루 주자 윌리엄은 3루까지.

1루 주자 아울은 움직이지 못한 채 1루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큰 타구였지만, 넘어가지 않는군.”

산체스가 록튼의 말을 받았다.

“볼을 때렸기 때문입니다.”

다음 순간 라이트가 크게 한숨을 내쉬곤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못 넘겼단 말이야.”

“볼을 쳤으니까 그렇잖아.”

록튼의 말에 라이트가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록튼은 산체스가 알려 준 것이지만 모른 척 대답했다.

“여기서도 다 보여.”

“그런가? 그렇다면 크게 빠지는 공이었군. 내 선구안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산체스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라이트의 선구안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음?”

“더그아웃에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단 뜻이죠.”

록튼이 산체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산체스, 나한테는 볼을 때렸기 때문에 펜스를 넘어가지 못했다고 말했잖아?”

“눈으로 보고 한 말이 아닙니다. 카잔은 커브로 카운트를 잡고, 패스트볼을 유인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라이트가 때린 공은 패스트볼이었죠. 그렇다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이 아니었을 겁니다.”

라이트는 산체스의 설명에 어깨를 으쓱했다.

“산체스, 그런 걸 알고 있었다면 미리 말해 줬으면 좋았잖아.”

산체스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곤 머리를 긁적였다.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모두에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한다고 해도…….”

이반 감독이 코스타 타격 코치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산체스 말대로인 것 같습니다. 패스트볼 중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 건 40%에 지나지 않습니다.”

“좋아, 커브를 노리라고 지시하게.”

딱!

케니히의 타구가 외야 깊숙이 날아갔다.

그러나 타구는 중견수의 호수비 덕분에 안타가 되지 못했다.

“윌리엄! 스타트를 끊습니다!”

외야 플라이가 깊었기 때문에 3루 주자 윌리엄이 홈에 들어오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탬파베이 케니히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추가합니다!”

2사 2루.

카잔은 로진백을 만졌다.

산체스의 홈런이나 아울의 안타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었지만, 케니히의 장타는 좀 달랐다.

‘케니히는 커브를 정확히 노렸다. 볼 배합을 읽은 것일까?’

배터 박스에 선 타자는 스나이더.

카잔은 커브로 그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휙!

커브가 가운데서 낮은 코스로 떨어졌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높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타구가 외야로 날아갑니다!”

카잔은 날아가는 공을 보며 확신했다.

‘볼 배합이 읽혔어.’

공은 중견수에게 잡혔지만, 카잔은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5회 초.

캔자스시티 공격.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의 스플리터에 타자들의 배트가 헛돌았다.

“벌써 7번째 삼진입니다!”

김민은 트리플 크라운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캔자스시티 타자들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더 공을 오래 보고 쳐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킴이 던지는 공은 대부분 무브먼트가 심해서 끝까지 보지 않으면 컨택이 불가능합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남자가 라디오로 해설자의 말을 듣곤 쓴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공을 보는 건 좋지만, 그렇게 기다리면 타이밍을 잃고 만다.”

리스크 없이 김민의 공을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

그의 정체는 5년 전 은퇴한 캔자스시티 스타 지미였다.

‘카잔은 쓸 만해. 문제는 타선이야.’

지미는 윌리엄이 그대로 캔자스시티에 남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막막하지 않았겠지.’

그가 캔자스시티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이전 소속팀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다음 시즌 캔자스시티 감독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5회 말.

카잔은 볼 배합을 바꾸었다.

김민은 그가 록튼과 칼튼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패스트볼은 여전히 유인구, 바뀐 것은 커브인데…… 카운트 잡는 공에서 유인구로 성격이 바뀌었어.’

카잔은 커브를 유인구로 바꾼 뒤,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고 있었다.

즉, 오프 스피드 피치에 더 신경을 쓴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탬파베이 타선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딱!

브라이튼의 펜스 직격 2루타가 나오면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2사 2루! 타석에는 산체스입니다!”

산체스 역시 카잔의 볼 배합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게 볼 배합 장난은 통하지 않는다.’

카잔은 굳은 얼굴로 코너에 공을 던졌다.

하지만 산체스는 그 공을 때리지 않았다.

“카운트 3-1, 투수가 코너에 몰렸습니다.”

“여기에서는 승부구를 던져야 합니다.”

풀 카운트가 되기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

카잔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왔고,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볼이었다.

“풀 카운트입니다!”

산체스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다.

‘우리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건 킴이다. 여기서 안타를 때리지 못한다고 해도 승패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조급해 할 필요 없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치고, 아니면 버린다.’

결정의 순간.

카잔은 포심 패스트볼을 선탁했다.

‘맞아도 어쩔 수 없다.’

윌리엄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지금 산체스를 상대하는 게 낫다.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슉!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향했다.

‘승부구!’

산체스의 배트가 빠르게 돌았다.

딱!

좋은 소리와 함께 공이 우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총알 같은 타구!”

그러나 산체스의 타구는 우익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우익수의 수비 위치가 좋았습니다!”

좋은 타구가 나온다고 해서 다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쳇, 캔자스시티 외야 수비는 여전히 좋은 모양이군.”

산체스는 혀를 차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6회 말.

카잔은 탬파베이 클린업과 마주했다.

이번에는 윌리엄을 고의사구로 내보내지 않고 맞섰다.

결과는 2, 3루를 빠지는 안타.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것과 결과는 같았군.”

“타자 입장에서는 고의사구보다 이게 더 나아. 볼넷은 여전히 평가가 박하니까.”

볼넷과 출루율은 머니볼의 등장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선수의 가치를 크게 높이는 것은 여전히 홈런과 안타였다.

“다음 타자는 아울입니다!”

아울은 지난 타석에서 안타를 때린 바 있었다.

딱!

강한 타구.

그러나 공은 유격수 정면을 향했다.

“유격수가 2루에 토스! 그리고 다시 1루! 아웃! 아웃입니다!”

강한 타구가 나온다고 해서 다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카잔은 맞춰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 팀 수비도 나쁘지 않잖아.’

그러나 다음 타자가 어설픈 맞춰 잡기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라이트 패스트볼을 받아쳐서 그대로 펜스를 넘깁니다!”

“멋진 홈런이군요. 탬파베이가 3-0의 리드를 가져갑니다.”

카잔은 이날 7이닝을 투구했다.

실점은 홈런 2개를 포함해 3점.

삼진은 2개를 잡았으며, 사사구는 4개를 내주었다.

“카잔, 예상 이상의 호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타선입니다!”

“그렇죠. 킴을 공략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7이닝 동안 안타 하나로는 공격이 되질 않습니다.”

캔자스시티 타선은 퍼팩트 게임이나 노히트 게임을 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김민에게 철저히 눌렸다.

김민은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평균자책점을 0.66까지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볼튼의 세이브! 킴이 29승을 달성합니다.”

“남은 한 경기를 이기면 이제 30승입니다!”

관중들은 경기를 마무리한 볼튼이 아니라 김민을 연호했다.

“킴! 킴! 킴!”

김민은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보였다.

“30승을 부탁해!”

“사랑해요!”

여성 팬들의 비명에 클락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부러운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하아…… 미인이잖아. 난 왜 저런 팬이 없을까?”

“킴처럼 던지면 생길 거야.”

그의 말을 받은 이는 렉터였다.

클락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건 이를 수 없는 꿈이라고.”

카잔은 팬들의 환호성에 휩싸인 김민을 보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고 말겠어.’

그는 강력한 패스트볼이나 위력적인 브레이킹볼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위대한 투수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 * *

“트리플 크라운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말을 한 사람은 블렛소 투수 코치였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되물은 사람은 이반 감독.

두 사람은 감독실에서 마주앉아 있었다.

“이대로 마지막 경기에 내보내실 작정입니까?”

“빡빡한 일정이군. 하지만 30승 도전을 포기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월드시리즈를 생각한다면 한 경기 쉬어 갈 타이밍입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240이닝을 돌파한 김민의 어깨가 걱정되었다.

‘킴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어. 그리고 시즌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플레이오프에 나가면 앞으로 적어도 3, 4경기는 더 던질 테지. 그러면 실질적으로 300이닝에 육박하게 된다고.’

이반 감독이 말했다.

“‘기록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네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군.”

“기록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투수의 미래입니다.”

그는 위대한 기록보다는 김민이 오래 던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네. 아니, 이미 들었다고 봐야겠군. 하지만 본인이 그것을 거절하니 어쩔 수 있나.”

“킴이 벌써 다녀갔습니까?”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묻더군. ‘감독님이라면 월드시리즈 우승과 위대한 기록,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그래서 어떻게 대답하셨습니까?”

“이렇게 말했지. ‘월드시리즈는 매년 해낼 수 있지만, 위대한 기록은 그렇지 않다. 다만, 월드시리즈는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고, 위대한 기록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팬은 그 두 가지를 기뻐할 것이다.’ 어떤가?”

블렛소 투수 코치가 멈칫했다.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킴은 어떤 결론을 내렸습니까?”

“킴은 이렇게 말했네. ‘어느 한쪽을 포기하려고 했던 제가 바보 같습니다. 두 가지 모두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무리를 하더라도 둘 다 이루겠다는 뜻이군요.”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킴은 어느 한쪽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어.”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최선을 다해 킴을 도와야겠지.”

이반 감독은 김민의 30승을 위한 청사진을 이미 그려 두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물었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은 어렵겠죠?”

“30승에 성공한다면 2차전에 선발로 내보낼 생각이네.”

“불펜은 운용은 어떻게 가져갈까요?”

이반 감독이 손가락을 들며 대답했다.

“승기를 잡는다면 6회부터 투입할 작정이네.”

“일찍 불펜을 투입하면 불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초반에 점수 차이를 벌려야겠지.”

이반 감독은 다득점과 강력한 불펜으로 김민의 마지막 승리를 지원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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