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46화 (246/296)

246화 최고의 시즌 03

27승 그리고 28승.

김민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을 넘어 30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브볼 시대(현대 야구)가 열린 이후 30승 투수는 디지 딘 단 한 명만이 나왔을 뿐이었다.

당시 디지 딘은 50게임(선발투수로는 33경기)에 나와 300이닝(311이닝)이 넘는 이닝을 던져 30승을 기록했다.

“33경기에서 30승이라. 믿기지 않는 기록이군.”

“최고의 투수와 최고의 팀이 만났기 때문이지. 킴이 디트로이트나 볼티모어에서 뛰었다면 20승도 못했을걸?”

“그건 자네 말이 맞아.”

탬파베이 타선은 김민이 등판 할 때 평균적으로 5.62점을 지원했다.

지난 보스턴전처럼 1점밖에 점수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넉넉하게 점수를 내 김민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남은 2경기 중 한 경기만 삐끗해도 30승은 날아가게 될 거야.”

“기록은 아마 33번째 경기에서 깨지지 않을까?”

“마지막 경기에서?”

“킴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기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할 거야.”

“흠, 킴은 몰라도 팀원들이 그 무게를 쉽게 견디기 힘들다는 말인가?”

한 시즌 30승은 라이브볼 시대 최고의 투수라던 워렌 스판이나 머신 랜디 존슨, 로켓 로저 클레멘스, 마스터 그렉 매덕스,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었다.

이 기록의 위대함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클락과 렉터가 불펜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제 복귀전을 치른 렉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킴이 이기면 29승이군.”

클락이 말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

김민이 최단 기간 20승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26, 7승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김민은 그때부터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28승에 이르렀다.

13경기 선발로 나서 13번의 승리.

렉터가 말했다.

“29승은 거의 확실해.”

탬파베이의 오늘 상대는 중부지구 약체 캔자스시티.

클락은 상대가 약체라 해도 쉽게 승리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저런 팀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선발 투수가 카잔인데?”

카잔은 이번 시즌 2승 8패 평균자책점 7.89를 기록하고 있었다.

캔자스시티가 아니라면 그 어떤 팀에서도 선발로 나설 수 없는 성적.

“카잔이 오늘 인생 최고의 투구를 할 수도 있지.”

“그래,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내가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하다가 벼락을 맞는 확률과 같을 거야.”

물론 카잔이 인생 최고의 투구를 할 확률은 렉터가 그라운드에서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는 높았다.

“어쨌든 킴이 무조건 이겨. 문제는 30승이야.”

오늘 이기면 시즌이 끝나기 3일 전, 김민은 마운드에 서게 되어 있었다.

“27일 선발 등판이라. 그럼 플레이오프는 어떻게 되는 거지?”

“4일 쉬고 1선발, 5일 쉬면 2선발이지.”

플레이오프까지 양키스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 모를까?

대부분의 팀이 시즌 종료 5일 전부터는 플레이오프 대비에 들어가기 마련이었다.

“킴에게는 빡빡한 일정이군.”

플레이오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마지막 등판은 포기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30승은 도전도 해 보지 못한 채 포기하는 것이 되었다.

“킴은 던질 거야.”

렉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라도 던질 테지. 30승은 포기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니까.”

잠시 뒤, 김민이 불펜에서 투구를 시작했다.

팡! 팡!

클락과 렉터는 이동하지 않은 채 불펜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킴은 여전하군.”

“상대가 캔자스시티라고 해도 최선을 다한다고.”

록튼은 김민의 공을 받은 뒤 연신 나이스볼을 외쳤다.

클락이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렉터, 질문이 하나 있어.”

“자네가 언제 물어보고 질문했나? 그냥 해.”

클락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록튼이 나이스볼이라고 하는 것 말이야. 정말 공이 좋아서 그러는 거야?”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렉터의 무표정한 얼굴이 변했다.

“아마 아닐걸?”

“아니지?”

“저건 투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주문 같은 거야.”

“난 별로 힘이 들어가지 않던데.”

렉터가 입술 끝을 올렸다.

“‘오늘 공이 이상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힘이 될걸?”

“오늘 공이 최고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

“그러다가 맞으면?”

“록튼의 리드가 나쁜 거지.”

렉터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김민은 렉터의 웃음에 투구를 멈췄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렉터가 대답했다.

“클락이 웃기잖아.”

“클락이?”

김민이 시선을 클락에게 돌리자 클락이 두 손을 어깨까지 올렸다.

“난 웃긴 적 없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야.”

김민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거기 두 사람, 긴장감이 너무 없잖아.”

렉터와 클락이 동시에 말했다.

“킴의 등판 경기니까.”

“상대가 캔자스시티잖아.”

약팀과 시즌 마지막 시리즈.

중견 선수들의 긴장이 풀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민은 절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 예상보다 어려울 수도 있어.”

클락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대기록을 앞두고 약팀에게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는 건가?”

“기록이 문제가 아니야. 오늘 선발 투수가 만만치 않아.”

렉터와 클락은 서로 얼굴을 마주했다.

“선발 투수가 바뀐 건가?”

“그럴 리가?”

록튼이 김민을 대신해 대답했다.

“선발 투수는 바뀌지 않았어. 카잔이 그대로 나온다고.”

렉터가 말했다.

“킴이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야? 오늘 나오는 선발 투수는 피츠버그의 카진이 아니라고.”

카진은 피츠버그의 에이스로 캔자스시티의 유망주 카잔과는 발음이 거의 같았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난 카잔이 뛰어나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킴…….”

렉터는 고개를 갸웃했다.

“7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발 투수가 뭐가 뛰어나단 말이야?”

“신인은 기록과 상관없이 언제든 좋은 피칭을 보여 줄 수 있어.”

“그래도 그렇지. 카잔은 킴의 상대가 되지 않아.”

“렉터, 오늘 경기를 보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말을 마친 김민이 다시 연습 투구에 들어갔다.

1시간 전.

김민은 록튼과 함께 스트레칭을 할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 한 선수가 들어왔다.

“저 친구, 왜 저기 있는 거야?”

김민이 말한 선수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 상단에 서 있었다.

록튼이 유니폼을 확인하곤 고개를 옆으로 숙였다.

“우리 팀 선수는 아니군.”

“길을 잘못 든 건가? 스텝에게 알려야겠어. 아니, 내가 가서 데려와야겠군.”

“킴, 그렇게 시간 여유가 많은 게 아니야. 다른 친구에게 부탁하라고.”

“10분이면 충분해. 그 정도 여유는 있잖아.”

김민은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뒤,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따라잡았다.

“거기.”

김민의 한마디에 붉은 머리카락을 한 선수가 걸음을 멈췄다.

“킴?”

그는 김민을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

김민이 아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긴 관중석이라고, 원정팀 라커룸은 이 아래야.”

“돔구장의 기류를 알고 싶었습니다.”

“뭐?”

“전 오늘 선발 투수니까요.”

김민은 그제야 자신이 말하고 있는 선수가 캔자스시티의 선발 투수 카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타선에 집중한 나머지 상대 선발 투수의 얼굴도 체크하지 못했어.’

그가 멈칫하자 카잔이 말했다.

“선발 투수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드물겠죠?”

“…….”

“전 전력분석팀의 데이터가 주어진다고 해도 투수가 직접 경기장의 기류와 온도를 체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이 기억하고 있는 카잔은 평균자책점이 아주 나쁜 투수였다.

‘이런 준비성을 가지고도 그 성적인가?’

의심이란 마물이 꿈틀거린 순간 카잔이 말했다.

“사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김민이 물었다.

“누구의 기일이라도 되는 건가?”

“아뇨. 제가 직접 볼 배합을 할 수 있는 날입니다.”

김민이 턱을 쓰다듬었다.

“흠, 그래서 경기장의 기류까지 체크하고 있는 건가?”

“경기장의 기류는 매 경기 체크합니다. 써먹질 못해서 문제죠.”

“써먹질 못한다고?”

“산토스가 그러더군요.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녀석은 내 미트만 보고 던지면 된다고.”

산토스는 캔자스시티의 주전 포수였다.

“그래서 그렇게 했나?”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루키에게는 선택권이 없지 않습니까?”

“결과는?”

“알고 계시잖아요. 아니면, 제가 너무 미약해서 모르고 계시는 것일 수도…….”

메이저리그 전문가 중에는 볼 배합이란 결과론이며, 경기를 운영하는데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포수 무용론 또는 볼 배합 무용론.

김민은 야구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볼 배합이 무용지물이라면 워렌 스판의 위대한 업적은 설명할 수가 없지. 20대에 강속구를 던졌다고 해도 30대부터 볼이 무뎌지기 시작했으니까.’

워렌 스판은 ‘타격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라는 야구 명언을 남긴 라이브볼 시대 최고의 투수였다.

그를 상대한 타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 녀석을 상대하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고.

- 녀석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공을 예상하고 있는지 내가 경기를 마치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최고의 두뇌파 투수.

워렌 스판.

그는 결과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리고 21세기.

김민이 그와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산토스는 그리 나쁜 포수가 아니야.”

카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건 인정하죠. 하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특히 볼 배합 부분에서 말이죠.”

투수와 포수에게는 절대적인 기량 외에도 궁합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꽤 많은 투수들이 전담 포수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카잔은 산토스와 궁합이 맞지 않는 모양이군.’

김민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산토스가 오늘은 자네에게 경기를 맡기겠다고 말하던가?”

“아뇨, 오늘은 다른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리헨즈라는 친구죠.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단짝입니다.”

시즌 후반, 순위 경쟁에서 멀어진 팀이 유망주를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리헨즈와 함께라면 우리 타선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카잔이 살짝 꺾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2, 3점은 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제가 막아야죠.”

김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2, 3점을 예상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는 건가?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친구는 예상 이상의 물건이다. 하지만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

그는 선수가 아닌 구단주로서 카잔의 피칭이 보고 싶어졌다.

“카잔, 하나만 묻지. 오늘 가장 위협적인 타자가 누군가?”

카잔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이것은 미리 생각해 놓은 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산체스입니다.”

산체스 이번 시즌 신인왕 0순위.

8경기 정도가 남은 현재 그의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타율 0.312 홈런 26개 타점 78타점 도루 14개

출루율 0.409 OPS 1.035

2번 타자로 나섰기 때문에 타점은 홈런수에 비해 적었다.

하지만 출루율과 OPS는 상당한 수준으로 FA로 풀리는 타자였다면, 1천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었다.

“흠, 의외군, 윌리엄이나 라이트를 말할 줄 알았는데.”

“산체스는 제 공과 가장 상극인 스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를 무안타로 묶을 수 있다면 완봉도 가능할 겁니다.”

김민은 완봉이라는 말에 미소를 지었다.

“카잔, 윌리엄은 산체스 이상이라고. 완봉은 무리일 것 같은데?”

윌리엄은 김민과 함께 리그 MVP를 다투는 스타였다.

그의 이번 시즌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타율 0.329 홈런 29개 타점 101타점 도루 3개

출루율 0.411 OPS 1.102

도루를 뺀 모든 부분에서 산체스를 능가하고 있었다.

사실 신인인 산체스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인 윌리엄과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윌리엄도 강한 타자죠. 그래도 홈런은 맞지 않을 겁니다.”

안타는 맞을 수도 있다는 말.

김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윌리엄은 내가 상대해도 쉽지 않은 타자인데 잡을 방법이 있다는 말이군. 그러고 보니, 캔자스시티는 윌리엄의 친정이군.’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윌리엄은 캔자스시티 로얄스에서 뛰었다.

‘캔자스시티는 내가 모르는 윌리엄의 약점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약점이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확신은 없었다.

윌리엄은 지금까지 캔자스시티를 맞아 맹타를 휘두르곤 했다.

“아무리 낮게 던져도 윌리엄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이라면 넘겨 버릴 거야.”

카잔이 태연하게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는 공을 던지면 됩니다.”

“볼로 윌리엄을 잡는다고? 윌리엄의 선구안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보시면 알 겁니다.”

2시간 뒤.

김민은 카잔의 대답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윌리엄, 고의사구로 출루합니다!”

홈런을 맞지 않으면서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

그것은 바로 고의사구였다.

“2사 1루. 타석에는 4번 타자 아울입니다.”

김민은 더그아웃에서 미간을 좁혔다.

‘여기서 아울이 해 주지 못하면 곤란해.’

카잔은 윌리엄을 고의사구로 내보내기 전 브라이튼과 산체스를 내야 땅볼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바 있었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을 낮은 코너를 노렸다.

탁!

아울은 그 공을 걷어냈지만, 공은 2루로 흘러갔다.

“2루수가 잡아서 1루에 송구! 아웃입니다!”

“탬파베이 1회부터 주자를 내보냈지만, 득점에 실패합니다.”

김민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타구 방향을 보면 하나 정도 빠지는 볼이었을 거야. 아울이 이런 공에 속을 선수가 아닌데. 이건 반쯤은 방심했다고 봐야겠지.’

그는 카잔의 완급조절과 코너웍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탬파베이 타자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배트에 공이 맞는데 멀리 나가진 않는군.”

“곧 좋은 타구가 나올 겁니다. 상대는 7점대 투수잖아요.”

“그렇긴 하지.”

“3, 4회쯤 가면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가 풀리게 될 거야.”

방심은 금물.

그러나 김민은 아직 타자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그는 2회 초 수비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갔다.

“킴이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탬파베이 팬들은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흥분했다.

“킴! 킴! 킴!”

“오늘도 이겨달라고!”

“킴을 보려고 올랜도에서부터 왔어!”

탬파베이와 김민의 인기는 탬파베이 지역에서 플로리다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리그 하위권인 캔자스시티 타선은 김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벌써 3번째 삼진입니다!”

“300삼진까지 앞으로 15개가 남았습니다.”

김민은 요한 산타나와 시즌 마지막까지 삼진왕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트리플 크라운을 위해서는 마지막 경기까지 뛰지 않으면 곤란하겠군.”

“아마 그럴 겁니다. 지금 삼진이 7개 차이니까. 한 경기를 덜 나오면 뒤집힐 겁니다.”

요한 산타나는 내일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다.

2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5번 타자 라이트였다.

“라이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라이트는 마이너리그에 오랜 시간 머물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교만함이 적었다.

그러나 그도 첫 타석만큼은 상대를 얕잡아 볼 수밖에 없었다.

‘90마일 중, 초반의 패스트볼, 그럭저럭 쓸 만한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 이 정도 조합이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는 무리지.’

라이트는 패스트볼에 배팅 포인트를 맞췄다. 그러나 초구로 들어온 공은 커브였다.

‘하나 지켜보자.’

팡!

미트에 들어온 공은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이쯤은 봐주지.’

라이트는 호흡을 가다듬고 2구를 상대했다.

이번에도 기다리는 공은 카운트를 잡은 패스트볼.

그러나 카잔이 던진 공은 또 커브였다.

‘다시 커브라고? 스트라이크를 하나 잡았다고, 커브에 자신이 생긴 모양이군.’

라이트는 눈에 들어온 커브를 공략했지만,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

탁!

빗맞은 타구가 3루 쪽으로 흘렀다.

“3루수에게 굴러가는 공! 침착하게 글러브를 가져갑니다!”

3루수 닐은 안정된 수비로 라이트를 처리했다.

“라이트! 1루에서 아웃!”

“시즌 중반까지 산체스와 신인왕 경쟁을 벌였는데 시즌 후반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김민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라이트마저 당했군.’

그는 카잔이 초구로 던진 커브와 두 번째로 던진 커브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초구는 타자의 허를 찌르는 카운트 볼, 즉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이다. 하지만 두 번째 공은 타자의 범타를 유도하는 볼이었다. 라이트가 두 번째 공에 배트가 나온 것은 상대를 얕보았기 때문이다.’

이상을 느낀 것은 김민만이 아니었다.

이반 감독과 윌리엄 그리고 산체스도 카잔의 투구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직까지 운이 좋아서 안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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