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44화 (244/296)

244화 최고의 시즌 01

홈런을 맞은 직후, 록튼이 마운드에 올랐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메이는 자신의 리드대로 던진 것뿐이다.

록튼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메이는 알고 있었다.

록튼이 왜 그런 리드를 했는지.

‘내가 코너웍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야구를 1, 2년 한 것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는 처음이었지만, 그는 10년 이상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포수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리드를 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제구가 불안한 투수를 상대로 포수가 한가운데 공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

메이가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바깥쪽 코너에 넣겠습니다.”

“코너에?”

“던질 수 있습니다.”

넣을 수 없다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겠다.

메이는 그렇게 다짐했다.

록튼이 메이의 두 눈을 주시하며 말했다.

“그래, 던질 수 있다면 그곳에 넣는 게 좋지. 하지만 방금 홈런은 운이 없었던 것뿐이야.”

“실투가 아니라 운이란 말입니까?”

록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가운데로 오는 공을 받아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야. 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투수들은 코너로 공을 제구하거든. 그래서 메이저리그 레귤러라면 히팅 포인트를 대부분 코너에 맞추지. 이때 95마일(153km) 이상 빠른 공이 한가운데로 날아오는 거야. 히팅 포인트를 바꿔 안타를 만들 수는 있어도 홈런은 쉽게 나오지 않지.”

록튼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지금 홈런을 친 친구는 1년에 많아야 홈런을 10개 정도 치는 친구야. 노린 공을 쳐도 쉽게 홈런을 만들지 못하는 타입이라고. 메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던져.”

그는 메이의 어깨를 툭 쳐 주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생각했다.

‘1년에 많아야 홈런 10개, 노린 공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 선수…… 왠지 날 말하는 것 같군.’

록튼은 쓴웃음을 짓곤 홈플레이트 뒤에 자리를 잡았다.

“플레이!”

주심의 경기 재개 사인과 함께 메이의 투구가 이어졌다.

슉!

다시 한번 빠른 공.

이번에도 타자의 배트가 돌았다.

탁!

빗맞은 공.

‘방향은 우익수 쪽인가?’

록튼이 고개를 돌린 순간 윌리엄이 스타트를 끊었다.

“윌리엄이 내려와 공을 처리합니다!”

윌리엄의 수비는 언제 보아도 견고했다.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윌리엄, 잘했어.”

메이저리그 첫 아웃 카운트.

긴장하고 있는 풋내기 투수에게 아웃 카운트만 한 특효약은 없었다.

메이는 다음 타자를 유격수 땅볼, 그다음 타자를 3루수 플라이로 잡아내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마쳤다.

이반 감독이 마운드를 내려오는 메이를 보며 말했다.

“홈런을 하나 맞았지만, 구위가 좋아.”

블렛소 투수 코치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95마일(153km) 전후의 빠른 공과 커브. 저도 괜찮게 생각합니다.”

코칭 스텝이 메이에게 준 점수는 B였다.

홈런을 맞았기 때문에 A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코칭 스텝이 메이에게 B를 준 것은 제구력과 로케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이닝.

마운드에 오른 것은 에드워드였다.

“메이에 이어서 에드워드를 내보냈다는 것은 메이와 비교하기 위함인가?”

클락은 여전히 김민과 불펜 옆에 설치된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김민이 대답했다.

“그것보다는 나올 차례가 된 거지. 크게 이기고 있는 경기에 마지막 이닝. 4번째 불펜이 아니면 누가 던지겠어?”

광고와 연습 투구가 끝나자 중계진의 말이 이어졌다.

“에드워드,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섰습니다.”

“이번 시즌 전천후로 활약하고 있는 에드워드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불펜, 중반에는 선발 투수, 후반 몇 경기는 셋업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해설자의 말대로 에드워드는 선발, 중계 그리고 셋업까지 포지션을 바꾸며 활약했다.

김민은 그것이 에드워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코칭 스텝에서 확실한 자리를 정해 주면 좋을 텐데…… 그게 아쉽군.”

그는 에드워드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대로 된 포지셔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클락이 김민의 말을 받았다.

“킴, 그건 어쩔 수 없어. 에드워드는 불펜에서 3, 4선발을 오가는 선수라고,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면 그가 가장 먼저 그곳을 메울 수밖에 없지. 억울하면 잘해서 1, 2불펜을 밀어내든가 해야지.”

25년 전.

김민은 에드워드처럼 구멍을 메우는 선수조차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다. 아니, 어떤 포지션이든 상관없으니,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만 했으면 좋겠다.

‘절실함은 인정하지만, 바른 생각은 아니야.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야.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고 그에 따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어.’

에드워드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는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를 내주었지만,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에드워드가 경기를 마무리합니다! 탬파베이! 볼티모어를 누르고 선두를 질주합니다!”

“이번 시즌 탬파베이는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입니다.”

몇 분 뒤.

양키스가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4경기 차이인가?”

“이 정도면 여유를 가질 수 있어.”

김민이 라우리를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양키스는 언제 다시 치고 나올지 몰라.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게 좋을 거야.”

그는 라우리를 지나쳐 메이에게 다가갔다.

“메이, 아까 홈런을 맞은 뒤 록튼이 뭐라고 했지?”

메이는 슈퍼스타이자 구단주인 김민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키, 킴!”

너무 크게 놀랐기 때문에 김민이 어색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그렇게 놀라면 어떻게 해? 널 고문하려고 찾아온 것도 아닌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도 없지. 우린 한 팀에서 뛰고 있는 동료일 뿐이야.”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록튼과 나누었던 대화를 천천히 들려주었다.

김민은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좋은 조언이군.”

‘록튼도 관록이 붙었어. 신인 투수를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군.’

공격력은 다소 부족했지만, 록튼은 기본적으로 좋은 포수였다.

김민은 메이가 어미 새를 바라보는 아기 새 같은 눈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뭔가 그럴싸한 말을 하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겠군.’

그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흠, 흠…… 메이, 네가 한가운데로 공을 던질 때, 네 뒤에 있는 수비수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고 있나?”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메이가 멈칫했다.

“그……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내야와 외야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였어. 네가 강하고 빠른 타구를 허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메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타구는 펜스를 넘어갔죠. 제 실투였습니다.”

“아니, 난 실투라고 생각하지 않아. 록튼은 한가운데 공을 요구했고 넌 그곳으로 던졌어. 이건 실투가 아니야. 실투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했을 때를 말해. 그리고 한마디 더 하자면, 넌 너무 네 자신과 타자에게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야구는 타자와 투수 둘만의 것이 아니야.”

김민은 말을 끊고 메이의 얼굴을 살폈다.

뭔가 감동받은 얼굴.

‘후우…… 조금은 무게를 잡아도 될 것 같군.’

김민이 계속해서 말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네가 마이너리그에서 상대했던 타자들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것이 다가 아니다. 네 뒤에는 마이너리그에서 널 지켜줬던 수비수들보다 훨씬 뛰어난 수비수들이 널 지키고 있다. 키를 넘어갈 듯한 타구도 점핑 캐치로 잡아내고, 잘 밀어 친 타구도 시프트로 막아 내지. 이들을 잊으면 곤란해. 그들을 믿고 그들의 의지할 때 비로써 진정한 메이저리거가 될 것이다.”

포수의 리드와 야수들의 수비를 믿고 던져라.

김민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메이는 슈퍼스타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킴, 제 시야가 좁았습니다. 다음 등판부터는 제 뒤를 지켜주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겠습니다.”

김민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팬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을 잊지 마. 팬을 잊은 프로 선수는 그것으로 끝이니까.”

그는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홀로 남겨진 메이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잠시 뒤, 그의 입에서 짧은 말이 흘러나왔다.

“감동했어.”

메이가 주먹을 꾹 쥐며 말했다.

“나도 반드시 저런 투수가 되겠어!”

슈퍼스타의 한마디가 풋내기 투수의 인생을 바꾼 순간이었다.

* * *

9월 7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즌 마지막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첫 경기를 잡은 것은 1위를 달리고 있는 탬파베이였다.

선발 부르스의 역투와 윌리엄의 선제 홈런으로 5-3 승리.

그러나 보스턴은 다음 날 카이번을 난타해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오늘 이기는 팀이 위닝 시리즈군.”

“양키스는 좋겠어. 1, 3위가 붙었으니까.”

“그래도 한 팀을 고르라면 보스턴이 이기는 쪽을 선택할 테지.”

양키스와 탬파베이의 승차는 3경기.

현재 남아 있는 경기는 탬파베이가 21경기 양키스가 22경기였다.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역전 가능했지만, 3경기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늘 저녁 내기할까?”

“어떤 내기?”

“보스턴과 탬파베이 승패 예측이지.”

기자 중 한 명이 오늘 승패를 건 내기를 제안했다.

그러자 다른 기자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 내기는 성립이 안 된다고.”

“그러게 말이야.”

내기를 제안한 기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자네는 오늘 선발 투수도 확인 안 한 건가?”

기자가 깜빡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렇군!”

“오늘 탬파베이 선발 투수가 킴이잖아.”

28번 등판해서 25승.

평균자책점은 0.68 소화 이닝은 209이닝.

삼진은 261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김민.

“오늘 이기면 26승이야.”

“앞으로 남은 경기가 5경기니까. 다 이기면 30승까지 가능하겠군.”

“하지만 30승은 힘들 거야. 킴도 8번 나오면 한 번 정도는 삐끗하니까.”

“그래도 누가 알아? 삐끗하지 않고 남은 경기를 다 잡아낼지?”

시즌 패배는 단 1패,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노디 시즌 경기는 2번.

김민은 이 3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했다.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으면 지금쯤 26승이나 27승을 기록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킴은 페드로와 비슷한 유형이야. 강하지만 어느 정도 휴식을 줘야 한다고.”

기자들은 김민의 내구성이 로저 클레멘스와 같았다면, 이번 시즌 충분히 30승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은 불펜에서 천천히 몸을 풀고 있었다.

팡!

헨드릭스가 미트에서 공을 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볼!”

그는 라몬의 후임으로 이번 시즌부터 선발 투수들의 공을 받아 주고 있었다.

김민이 몸을 풀고 있는 사이 탬파베이가 공격에 들어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1번 타자는 산체스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브라이튼은 개인적인 일로 이번 원정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개인적인 일은 보통 가족들과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탬파베이 더그아웃.

“브라이튼, 괜찮을까요?”

바이슨 수석 코치의 물음에 이반 감독이 대답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벌써 3시즌이나 뛴 선수가 아닌가? 신문에 나올 일은 하지 않을 걸세.”

브라이튼이 이번 보스턴 원정에 빠지게 된 것은 그의 사촌 형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할렘가에서 그를 지켜 주었던 사촌 형.

그는 브라이튼이 스타가 된 이후, 브라이튼을 도와 할렘가 재건에 나섰다.

“네가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거야.”

사촌 형은 버려진 아이들의 쉼터를 만들고 그곳을 중심으로 할렘가를 재건하고자 했다.

하지만 할렘가가 무법지대로 남길 바라는 이들이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목요일 오후 울려 퍼진 두 발의 총성.

브라이튼과 함께 할렘가 재건에 나섰던 젊은이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반드시 복수하겠어! 형을 죽은 녀석들을 가만두지 않겠어!”

장례식장에서 브라이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그의 어깨를 절친 오티즈 2세가 잡았다.

오티즈 2세는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형이 바라는 것은 복수가 아니다.

피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브라이튼도 알고 있었다.

“알아! 안다고!”

브라이튼의 두 손에 빗방울이 내려앉았다.

9월 차가운 바람과 함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티즈 2세가 얼굴을 찡그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는 쉬이 그칠 것 같지 않았다.

“브라이튼, 돌아가자.”

브라이튼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아직이야!”

“브라이튼.”

브라이튼이 묘비를 잡으며 말했다.

“아직 가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군.”

오티즈 2세는 브라이튼의 기분이 풀어질 때까지 함께 비를 맞으면서 서 있었다.

같은 시각.

펜웨이 파크.

“스윙 스트라이크!”

웨이크의 너클볼이 춤을 추자 탬파베이 타자들이 허공을 쳤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씹는 담배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오늘은 웨이크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요.”

이반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바이슨, 너클볼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우린 그 공을 쳐 낼 수 없어.”

한 번 흐름을 탄 너클볼러는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천재라 불리는 윌리엄마저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젠장…… 뭐 저런 공이 다 있담. 날 놀리면서 배트를 피해냈어.”

록튼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윌리엄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오늘 경기는 위험해.”

김민은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투구 이닝을 줄이고 있었다.

반면 웨이크는 시즌 후반에도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였다.

경기가 장기전으로 흐른다면 김민에 비해 웨이크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 투구 전.

록튼이 김민에게 물었다.

“킴, 괜찮겠어?”

“괜찮지 않으면?”

“짧게 던질 수도 있잖아.”

김민이 공을 잡으면서 말했다.

“난 숫자에 연연하는 투수가 아니야. 이길 수 있다면 끝까지 던질 거야.”

록튼은 김민이 숫자나 기록에 연연하는 투수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킴은 항상 200이닝 전후가 선발 투수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즌 이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킴은 벌써 209이닝이나 던지고 말았어. 앞으로 5번을 더 등판한다고 하면 250이닝까지 던질 수도 있다. 이건 킴의 기준을 한참 넘어서는 것. 그의 어깨가 견디지 못할 수도 있어.’

블렛소 투수 코치도 김민의 소화 이닝을 주시하고 있었다.

“플레이오프까지 치른다고 하면, 지난 시즌보다 30이닝 정도를 더 던지는 겁니다.”

이반 감독이 물었다.

“등판 횟수는 비슷할 텐데 왜 이렇게까지 이닝이 차이가 나는 건가?”

“완투 경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김민의 완투 경기는 14경기.

지난 시즌에 비해 3배나 더 많았다.

“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끝까지 책임진 경우가 많아서인가?”

“그 반대입니다. 팽팽한 경기를 끝까지 던져서 이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줄 때까지 버틴다.

이것이 이번 시즌 김민의 승리 공식이었다.

이반 감독이 미간을 좁혔다.

“흠, 그 차이가 30이닝을 만들어 냈단 말인가?”

“지난 시즌보다 한 번 더 등판한 것을 뺀다고 하면, 대략 완투한 한 경기에서 2이닝 정도를 더 던진 셈입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어깨와 팔꿈치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휴식을 주기도 애매하지 않은가?”

양키스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팀 사정은 그렇다고 해도 김민 본인이 30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낮게 중얼거렸다.

“차라리 오늘 진다면…….”

그렇게 된다면 김민에게 1, 2경기 휴식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은 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연습 투구를 마친 김민은 1번 타자 코버를 강력한 패스트볼로 내리눌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코버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킴은 진지합니다.”

“자네가 말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군.”

김민은 계속해서 노라와 마주했다.

탁!

이퓨즈를 공략한 타구가 그대로 우익수 옆에 떨어졌다.

“노라도 진지한 것 같습니다.”

1사 1루.

타석에는 라파엘.

펜웨이 파크 관중들이 일제히 홈런을 외쳤다.

여기서 홈런이 나온다면 오늘 경기 승기를 가져갈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의 투구는 그들의 기대를 어김없이 무너뜨렸다.

탁!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에게 흐릅니다!”

브라이튼이 떠난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백업 내야수 아담스였다.

“아담스, 공을 잡아 2루에 토스! 칼튼 그대로 1루에 송구! 아웃! 아웃입니다!”

6-4-3의 병살타.

김민은 안타를 하나 내줬지만, 세 타자로 1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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