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도전자들 02
마이너리그는 뜨거운 여름과 함께 그 막을 내렸다.
9월.
메이저리그 확장 로스터가 열리는 시기.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마이너리거들을 메이저리그로 콜업할 수 있었다.
물론 탬파베이 레이스 같은 스몰 마켓은 로스터가 확장되었다고 많은 선수를 로스터에 올릴 수는 없었다.
로스터에 올린다는 것은 선수에게 돈이 들어간다는 뜻이었기에.
“이번 콜업은 투수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운영 팀장 코너의 말에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홀먼 단장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 있습니까?”
탬파베이는 막강한 타선을 바탕으로 동부지구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구 2위 양키스와는 아직도 3경기 차이.
“내야 쪽 유망주들을 콜업해 보는 게 어떨까요?”
손을 든 사람은 수석 코치 바이슨이었다.
홀먼 단장이 대답했다.
“투수만 콜업하진 않을 겁니다.”
내야수와 외야수도 콜업하겠다는 말.
빈스가 떠난 이후, 홀먼 단장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렉스와 킴은 최소한 핫도그 가격으로 시비를 걸진 않으니까.’
홀먼 단장이 다시 한번 모두에게 물었다.
“다른 의견 더 없습니까?”
그 순간 뒤쪽에 앉아 있던 젊은이가 손을 들었다.
“킴…….”
탬파베이 공동 구단주 김민.
그는 구단주가 되기 전부터 중요 회의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말씀하시죠.”
발언권을 얻은 김민이 대답했다.
“포수를 한 명 콜업했으면 좋겠습니다.”
홀먼 단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포수를 말입니까?”
탬파베이 포수 라인은 록튼과 스미스가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김민과 인연이 깊으며, 안정적인 수비력을 지니고 있었다.
홀먼 단장만이 아니었다.
이반 감독을 비롯한 모두는 김민의 한마디에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에게 킴이 불만을 느끼고 있는 건가?’
‘이상하군. 두 사람 모두 킴과 잘 맞을 텐데. 왜 포수를 찾는 걸까?’
‘킴이 록튼과 싸우기라도 한 건가?’
김민이 말했다.
“‘좋은 포수는 투수를 키운다.’ 마이너리그 때, 제가 들은 말입니다. 수비가 좋은 포수는 투수들에게 언제나 환영을 받죠. 하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포수가 2명인 것이 팀에 도움이 되는지는 체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록튼과 스미스를 동료로서 좋아하는 것과 구단주로서 팀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김민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레이몬드 수비 코치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의견에는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수비 위주로 포수를 콜업했습니다. 실제로 록튼과 스미스는 비슷한 유형의 선수죠. 수비는 좋지만 배트에 부족함이 느껴지는 그런 선수들입니다.”
이반 감독은 생각했다.
‘흐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란 말인가? 킴도 이럴 때는 의외로 차가운 면이 있군.’
동료들과의 우정을 생각한다면 록튼과 스미스로 가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김민은 우정을 넘어 팀을 생각하고 있었다.
‘구단주로서 구단주에 맞는 생각을 하겠다는 건가?’
바이슨 수석 코치가 말했다.
“수비가 되지 않는 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전 일단 수비가 먼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홀먼 단장이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포수를 콜업하면서 수비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타일이 다른 포수라고 해도 수비가 안 되는 이상 콜업은 불가합니다.”
김민은 뜻을 꺾지 않았다.
“주전으로 쓰자는 말이 아닙니다. 여유가 있을 때, 한두 번 올려서 스타일을 시험해 봤으면 합니다.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구단주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홀먼 단장이 고개를 스카우트팀에게 돌렸다.
“포수 유망주가 어떻게 되나?”
탬파베이에서 포수는 문제 포지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홀먼 단장조차 포수 유망주들을 자세히 알고 있지 못했다.
수석 스카우트 베넨이 질문에 대답했다.
“우선 트리플A에 안드레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스미스와 비슷한 유형입니다. 수비가 좋고, 파이팅이 넘치죠.”
“다른 유형은?”
“백업 포수인 듀란이 있습니다.”
홀먼 단장이 말했다.
“듀란트하고 이름이 비슷하군.”
듀란트는 브라이튼과 비슷한 시기 콜업이 논의되었던 외야 유망주였다.
“타격에 강점이 있는 친구인데 블로킹이 부족해서 백업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홀먼이 물었다.
“타격에 강점이 있다면 왜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을 시키지 않은 건가? 1루나 지타라면 충분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베넨이 두 손을 펴며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라이트가 지명타자와 좌익수를 번갈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포수를 강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너리그 코칭 스텝의 말에 따르면, 장타력을 지닌 포수로 데뷔해야 FA때 큰돈을 만질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주장한답니다.”
장타력을 가진 포수가 큰돈을 벌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데뷔조차 하지 못한 포수가 FA를 논한다는 것은 떡을 먹기 전 김칫국을 넘어 다음 날 잔치까지 예상하는 수준이었다.
“한번 올려 보죠.”
김민의 말에 코너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콜업 보너스가 걸려 있는 친구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게 된다면…….”
“이런저런 걸리는 게 많다는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유망주의 앞길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갖춰져 있었다.
이 제도들은 간혹 지금처럼 콜업을 방해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콜업은 신중해야 합니다.”
홀먼 단장도 콜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김민은 두 사람이 아닌 숀 배터리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숀은 어떻습니까?”
숀 배터리 코치는 회의에 참여한 뒤 지금까지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저 말입니까?”
“듀란을 콜업하면 키울 수 있는 겁니까?”
숀 배터리 코치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메이저리그는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곳이지 성장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숀 배터리 코치까지 콜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순간 그레이가 입을 열었다.
“한 번 올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카우트 팀장인 그레이는 비관적인 자세에서 유망주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가 콜업을 말하자 홀먼 단장이 살짝 놀랐다.
“우리가 모르는 그런 것이 저 친구에게 있는 모양이군.”
그레이가 말했다.
“기본적으로 포텐이 높은 친구입니다. 2라운더이기도 하고…… 게다가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수비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숀 배터리 코치가 그의 말을 받았다.
“자극을 주는 차원에서 올리자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잘 되면 수비 훈련에 전념하거나 포지션 변경을 생각하게 될 겁니다.”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나빠질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콜업 보너스나 FA 획득일 계산으로 유망주의 기회를 빼앗을 수는 없죠. 한번 올려 보도록 하죠.”
이날 가장 먼저 콜업이 결정된 것은 투수가 아닌 포수였다.
회의가 끝난 뒤 이반 감독이 김민과 식사를 함께 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괜찮겠나?”
김민이 으깬 감자를 뜨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록튼 또는 스미스와 트러블이 있었나?
김민이 포크를 멈추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그렇다면 왜 그 두 사람을 저격하는 콜업을…….”
김민이 이반 감독의 말을 잘랐다.
“두 사람을 저격한 것이 아닙니다. 구단주로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 것이죠.”
“두 사람은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은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강점이 되진 않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약육강식의 땅.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는 자는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를 저격한 것 같군.”
“스미스만 저격한 것이 아닙니다. 콜업된 유망주가 뛰어난 성적을 거둔다면 그를 주전으로 추천할 겁니다.”
이반 감독은 김민의 한마디에서 그답지 않은 독함을 느꼈다.
“자네도 할 때는 하는군.”
“우승은 웃는 얼굴만으로는 할 수 없으니까요.”
양키스는 탬파베이를 넘기 위해 미래를 버렸다.
그런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쪽도 그 못지않은 각오가 필요했다.
“무한 경쟁이군.”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는 플레이어는 메이저리그 그라운드에 설 수 없습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썰었다.
“맞는 말일세. 하지만 킴, 너무 독해지진 말게. 자네는 구단주야. 구단주가 독하면 선수들은 힘을 잃고 말아.”
“독해지는 건 사실 제가 아니라 감독님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반 감독의 나이프가 멈칫했다.
“그렇군. 자네가 아니라 내가 독해져야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겠지.”
코칭 스텝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팀은 절대 강팀이 될 수 없었다.
* * *
이틀 뒤.
트로피카나 필드.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군.”
부르스의 말을 스미스가 말을 받았다.
“많긴요. 5명입니다.”
“5명이면 많지.”
탬파베이에 확장 로스터로 합류한 선수들은 다음과 같았다.
투수: 메이, 사보니스/포수: 듀란
외야수: 아테스트/내야수: 클루버
이반 감독은 사보니스와 아테스트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사보니스가 에드워드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군.”
에드워드는 대체 선발로 투입된 이후, 컨디션과 리듬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그는 현재 4번째 불펜 투수로 위치가 하락하고 말았다.
“어쩌면 카이번에게 휴식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카이번은 현재 에드워드를 대신해 5선발로 뛰고 있었다.
즉, 탬파베이는 김민이 1선발, 클락이 2선발, 설리반이 3선발, 부르스가 4선발로 뛰고 있었다.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면 아테스트가 단연 뛰어나.”
“키가 크고 팔이 긴 선수입니다. 바깥쪽 공도 쉽게 공략하곤 하죠.”
팔이 길다는 것은 배트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이었다.
“윌리엄이 지쳐 보여. 아테스트가 몇 경기 뛰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면 케니히 계약이 곧 돌아오는군요.”
케니히는 탬파베이가 도약하기 시작한 2002년 팀에 합류했다.
당시 그는 탬파베이하고 4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2005 시즌이 그의 마지막 계약 시즌이었다.
“케니히하고, 연장 계약을 맺으려면 돈 꽤 줘야 할걸?”
“FA 계약은 프런트 몫이지만, 경쟁자가 생기면 잡지 못할 겁니다.”
탬파베이는 김민을 비교적 싼 값에 쓰고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연봉까지는 억제하지 못했다.
“앞으로 2, 3년이 고비야. 특히 2006 시즌에 끝나는 계약이 많단 말이지.”
그 시간을 무사히 넘긴다면 탬파베이는 강팀으로 롱런할 가능성이 컸다.
“프리 배팅입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이 끝나자마자 큰 타구가 펜스를 강타했다.
탁!
“누구지?”
“듀란입니다.”
듀란의 배트는 소문대로 강력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다시 한번 펜스를 때렸다.
“프리배팅이긴 하지만 멀리 가는군.”
“배트 하나는 쓸 만하다는 소문입니다.”
듀란의 등장에 가장 큰 위협을 느낀 선수는 스미스였다.
‘듀란이 왔군.’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 듀란을 알고 있었다.
당시 듀란은 장타력을 가진 미완의 기대주였다.
2년이 지난 지금.
듀란은 어설프지만, 포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록튼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듀란이 따라왔어.’
여기서 한 발 더 내딛지 못하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수 있었다.
스미스는 옷깃 사이로 한기를 느꼈다.
‘절대 밀려나지 않는다. 내 자리를 사수하겠다.’
새로운 도전자는 듀란만이 아니었다.
아테스트도 코칭 스텝의 기대에 부응하듯 큰 타구를 날렸다.
“넘어갔군.”
“상당한데?”
김민은 불펜에서 클락과 함께 타자들을 지켜보았다.
“오늘 올라온 타자 중 누가 제일 괜찮은 것 같아?”
클락의 물음에 김민이 대답했다.
“아테스트.”
“듀란이 아니고?”
“팔이 길어서 빠지는 공까지 치고 있어. 저런 타자는 상대하기 힘들지.”
스트라이크존을 철저히 이용하는 투수들에게 아테스트는 천적과도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저 친구 왜 아직까지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한 거야?”
“우리 팀 외야가 너무 강하니까.”
“산체스가 데뷔하기 전까지 우리 팀 센터는 텅 비었었잖아.”
“저 친구 우익수야.”
탬파베이 우익수는 3년 연속 올스타에 빛나는 윌리엄이었다.
그를 넘어선다는 것은 마이너리그 유망주에게는 힘겨운 일이었다.
“지명 타자를 노려야겠군.”
“팔이 길어서 좋긴 하지만 라이트 이상의 타자는 또 아니야.”
노망주인 라이트는 트리플A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뒤 메이저리그를 두드렸다.
그에 반해 아테스트는 트리플A 성적이 압도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키워 볼 필요는 있어.”
아테스트의 등장에 식은땀을 흘린 선수는 돌먼이었다.
돌먼은 외야 백업으로 뛰고 있었지만, 인상적인 활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새로운 도전자인가?’
포지션이 완전히 겹치지 않아 당장 그가 밀려나는 일은 없겠지만, 외야 경쟁이 치열해지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번 시즌 포지션을 빼앗기는 친구는 없을 거야.”
확장 로스터로 운영되는 기간은 한 달 남짓.
클락의 말대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적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스프링 캠프에서 위치를 바꾸는 이가 몇 명은 나올 것이다.
김민이 말했다.
“우리도 조심해야지. 언제 경쟁에서 밀릴지 모른다고.”
그의 말에 클락이 활짝 웃었다.
“킴이 유망주에게 밀린다면 그건 좋은 일이겠군. 메이저리그에 유례가 없는 슈퍼 에이스를 가진 팀이 될 테니까.”
그는 다른 선수는 몰라도 김민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킴은 백 년은 아니라도 오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야. 이런 선수가 한 팀에 그것도 동시대에 나온다고? 말이 안 된다고.’
팡! 팡!
투수 쪽 유망주들은 다음 시즌 카이번, 에드워드와 경쟁할 가능성이 컸다.
도전자와 지키려는 자.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훈련이 종료되었다.
“오늘 스타트 라인업을 발표하겠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타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1루 아울, 2루 칼튼, 3루 스나이더, 유격수 브라이튼…….”
확장 로스터에 올라온 선수 중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없었다.
“유망주는 아직 유망주일 뿐이라는 건가?”
“그것보다는 순위 경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겠지. 우리 팀은 유망주를 시험할 여지가 없어.”
양키스가 3경기 차이로 바싹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망주를 선발 라인업에 올릴 수는 없었다.
적어도 4, 5경기 차이는 나야 유망주를 선발 라인업에 올릴 수 있었다.
“그런 식이면 이번 시즌은 유망주를 선발 로스터에 아예 못 올리는 것 아닐까? 양키스는 우리 팀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그럴 수도 있지.”
김민은 양키스와 경쟁이 마지막 날까지 계속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1회 초.
볼티모어의 선공.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설리반이었다.
“이번 시즌 후반기 설리반의 평균자책점이 2점대라는 것 알아?”
“알지.”
“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성적 향상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항상 설리반이 킴을 언급하던데?”
김민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립서비스야. 팀을 대표하는 투수가 바로 나니까?”
“정말?”
“그게 아니라면 내가 그를 에이스로 이끌었다는 말인가?”
클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리반은 피칭 스쿨 학생이잖아.”
김민이 오른손 식지를 든 다음 좌우로 흔들었다.
“피칭 스쿨에서 몇 달 동안 안 되던 게 갑자기 될 리가 없잖아.”
그는 끝까지 설리반에게 한 조언을 숨겼다.
이날 설리반은 7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다.
“나이스 피칭!”
“잘했어!”
그가 볼티모어 타선을 봉쇄하는 사이 탬파베이 타선이 폭발했다.
“오늘도 탬파베이는 강합니다!”
산체스의 홈런과 윌리엄의 2루타, 그리고 아울의 적시타.
탬파베이는 5회에만 5점을 뽑는 기염을 토하면서 스코어를 11-2로 앞서 나갔다.
“여유가 생겼군.”
블렛소 투수 코치가 이반 감독의 말을 받았다.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확장 로스터에 올라온 두 명의 투수가 불펜에 올랐다.
그것을 본 에드워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투수조 경쟁이 시작되는군.’
투수조에서 누군가 탈락한다면 그가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
에드워드는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8회 초.
마운드에 올라온 것은 메이였다.
“메이, 오늘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입니다.”
“메이 선수는 더블A에서 막 올라온 선수입니다.”
“트리플A를 건너뛰었군요.”
“더블A 올스타에 뽑혔습니다. 불펜보다는 선발 투수로 많이 활약했는데 시즌 성적이 7승 4패 평균자책점 2.01이군요.”
메이는 강력한 패스볼과 각이 큰 커브를 던지는 전형적인 파워피처였다.
팡!
초구가 미트를 강하게 울렸다.
하지만 타자는 전혀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공이 바깥쪽으로 크게 빠졌기 때문이었다.
“긴장했군.”
“공이 손에서 빠진 모양이야.”
데뷔전.
첫 투구.
긴장하지 않는다면 거짓말.
록튼은 한가운데로 미트를 이동했다.
‘여기만 보고 던져.’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미트를 향해 강속구를 던졌다.
슉!
타자의 배트가 노리고 있었다는 듯 벼락처럼 움직였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외야로 날아갔다.
“큽니다!”
그대로 펜스를 넘어간 공.
“홈런입니다!”
메이저리그는 확장 로스터로 합류한 루키들에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