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41화 (241/296)

241화 레코드 메이커 05

배터 박스에 들어온 타자는 8번 타자 잭슨이었다.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올린 선수는 누구나 다 장점이 있지. 이것은 괜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잭슨도 그래. 마이너리그 시절 배리 본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던 선수지. 그는 좋은 선구안과 빠른 발 그리고 그 못지않은 어깨를 가지고 있어. 그런데도 올스타 레벨에 이르지 못했지.”

이반 감독이 잭슨을 기억하는 건 마이너리그 감독 시절 눈여겨 보았던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감독의 말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게다가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레귤러로 뛰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성공적인 선수 생활이 아닐까요?”

“잭슨의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반밖에 펴지 못했어. 그에 반해 킴은…….”

잭슨의 배트가 이반 감독의 말을 끊었다.

탁!

둔탁한 타격음은 중앙에 공이 맞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스플리터를 무리하게 당겼군.”

2루수 칼튼은 공을 잡은 뒤 빠르게 1루에 던졌다.

팡!

“아웃!”

1루심의 아웃 판정에 관중들이 환호했다.

“하나 잡았어!”

“이제 하나 남았어.”

월터 존슨의 기록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

노라는 김민이 무난히 월터 존슨의 기록에 타이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는 캄푸…… 캄푸가 킴을 막는 건 무리야.”

캄푸는 좋은 수비력을 가진 포수였다.

트리플A에서 보여 준 한 경기 세 번의 도루 저지는 그의 어깨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려 주는 명장면이었다.

그러나 공격력은 수비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가 지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유는 지난 오프 시즌 주전 포수의 예상하지 못한 이적 때문이었다.

파앙!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

캄푸는 배트를 냈지만, 크게 헛치고 말았다.

“스트라이크!”

김민은 공을 받은 뒤 모자를 고쳐 썼다.

‘손끝이 좋지 않아.’

초반부터 라이징 패스트볼을 연속해서 썼기 때문일까?

손끝에서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도 통증 없이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신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레전드 그렉 매덕스는 부상과 통증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통증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매일 퍼팩트 게임을 노릴 수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투수들에게 통증은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다.

팡!

두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캄푸는 이 공을 참아냈다.

아니, 포기했다.

‘내가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야.’

그는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칠 수 있는 코스는 무릎 위쪽, 아니, 허벅지 높이로 오는 공부터다.’

캄푸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낮은 공에 약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로는 그것이 더 심해졌다.

김민은 호흡을 가다듬고 한가운데로 느린 커브를 던졌다.

휙!

캄푸는 이 공에 반응했다.

날카로운 슬라이더나 스플리터를 공략하는 것보다는 훨씬 승산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걷어낸다.’

탁!

타구는 그의 생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팍! 팍!

공은 투 바운드를 일으킨 뒤, 유격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하필 유격수 정면으로 가다니……’

바뀐 3루수에게 갔다면, 에러를 노려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격수 브라이튼은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였다.

캄푸는 1루로 뛰었지만, 반도 가기 전에 공이 1루수 미트에 들어갔다.

“캄프, 1루에서 아웃!”

김민은 이변 없이 월터 존슨과 타이를 기록했다.

아웃 카운트를 잡은 직후,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이 이어졌다.

“킴이 월터 존슨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모두 축하해 주십시오.”

트로피카나 필드를 메운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나이스 피칭!”

탬파베이 팬들은 김민의 퍼팩트 게임을 TV로 지켜봐야 했기에 이번 기록을 더욱 기쁘게 느꼈다.

“킴이 드디어 월터 존슨과 같아졌어!”

“그 말은 한 명만 더 잡으면 월터 존슨을 넘어선다는 말이지!”

“하나 더 잡자고!”

“그래 내친김에 3위까지 가는 거야!”

김민의 다음 상대는 1번 타자 코버.

그는 앞선 두 타자와 달리 까다로웠다.

‘세 번째 타석……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다.’

코버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타석에 들어섰다.

노라는 코버가 기회를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코버가 안타를 치고 나간다면, 내가 기록을 깨 주겠다.’

코버 다음 타자는 바로 그였다.

슉!

바깥쪽 슬라이더.

코버는 이 공을 끝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공은 배트 끝에 맞았을 뿐이었다.

“파울!”

김민은 코버의 스윙이 이전 타석보다 빨라졌다고 생각했다.

‘스윙 스피드가 증가했을 리 없어. 이건 공에 대한 판단이 빨라진 거야.’

코버는 보통 공이 중간 지점에 도달하기 직전 어떠한 공인지 판단했다.

그는 이러한 관측 방법으로는 김민을 공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다.

‘조금 더 빨리, 공을 판단해야 해.’

공에 대한 판단을 빨리해 스윙 스피드를 높인다.

이것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과 배트가 크게 차이 나는 꼴사나운 헛스윙이 나올 수도 있었다.

‘헛스윙을 두려워해서는 안타를 만들 수 없다.’

리스크 없이는 잡을 수 없는 투수.

그가 바로 김민이었다.

슉!

두 번째 공은 안쪽이었다.

‘패스트볼인가?’

코버는 배트를 내민 순간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플리터!’

다음 순간 배트가 크게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노라는 미간을 좁혔다.

‘코버는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는 건가?’

코버는 배트를 1인치 정도 더 짧게 잡으면서 라인에 바짝 붙었다.

‘어떻게든 1루에 나간다.’

그는 김민을 처음 상대했을 때, 거품이 잔뜩 낀 동양인 투수라고 생각했다.

교만했기 때문일까?

그는 자신이 원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2번째 만남도, 3번째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번의 만족스러운 대결도 기록하지 못한 채 2003 시즌이 끝나고 말았다.

오늘도 사실은 좋지 못했다.

슈퍼스타콜을 주장했지만, 그는 김민에게 또 한 번 당했을 뿐이었다.

‘1년이나 당했으면 많이 당했잖아.’

코버는 2004 시즌만큼은 김민에게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슈욱!

세 번째 공.

이번 공은 빨랐다.

그 이전 공보다 훨씬.

코버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빠른 공을 던지면 판단을 당겨도 소용이 없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2루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내야에 높이 뜨는 공!”

코버는 1루로 내달리며 생각했다.

‘킴은 이 빠른 공을 왜 많이 던지지 않는 걸까? 이 공과 스플리터의 조합은 거의 무적에 가까운데 말이야.’

팡!

칼튼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온 순간 김민이 월터 존슨을 넘어섰다.

“킴! 월터 존슨을 넘어서 역대 3위로 올라섭니다!”

“이 시대 최고의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민은 환호하는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보였다.

노라는 대기 타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코버는 최선을 다했다. 그의 러닝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킴을 넘어서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그가 마운드를 내려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괜찮나?”

김민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동료들의 하이 파이브가 아니라 블렛소 투수 코치였다.

“블렛소?”

“마지막 공, 스윙이 평소와 달랐네.”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손끝에 통증이 있었습니다.”

“심한가?”

“문제없습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그런 통증입니다.”

김민은 이 통증 때문에 월드시리즈가 끝난 직후, 3개월이나 공을 던지지 못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부상이 재발하면 곤란해.”

“그럴 정도의 부상은 아닙니다.”

“경기가 끝나고 검진을 받는 게 어때?”

“통증이 심해지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민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앞으로 2이닝인가?’

던질 수 있다면 남은 이닝을 다 던지고 싶었다.

“어때?”

김민의 옆에 앉은 이는 부르스였다.

그는 어제 선발 투수로 나선 바 있었다.

“나쁘지 않습니다.”

“그럼 더 던질 수 있겠군.”

부르스가 김민에게 물병을 내밀며 말했다.

“킴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 저 친구는 두려움이 없는 걸까?”

“두려움이 없다니 그게 무슨…….”

“킴의 라이징 패스트볼이 좋은 공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홈런이나 안타를 맞지 않는 무적의 공은 아니잖아.”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건 그렇죠.”

“킴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처럼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는단 말이지. 코버에게 방금 던졌던 공도 그래. 거의 한가운데였어.”

김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건 팔 스윙이 변해서 제구가 흔들린 겁니다.’

부르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월터 존슨을 능가한 친구가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다니, 실감이 나질 않는군.”

“작은 기록을 하나를 넘은 것뿐입니다. 아직 그를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부상을 조심해. 나처럼 되지 말고.”

부르스는 부상을 입은 뒤, 특유의 강속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메이저리그에 살아남았다.

김민은 생각했다.

부상을 당한다고 해도 부르스처럼 메이저리그에 살아남겠다고.

‘물론 아직은 그때가 아니야.’

7회 말.

보스턴은 투수를 교체했다.

“밀러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밀러는 90마일 중반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을 던지는 평범한 우완 투수였다.

“난 저 친구가 아직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던지고 있는 게 신기해.”

칼튼의 말을 브라이튼이 받았다.

“왜? 구속이 94마일(151km)까지 나오잖아.”

“그뿐이잖아. 슬라이더도 평범, 체인지업도 평범.”

김민은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평범한 공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한다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구력이 뛰어난 것, 또 하나는 체인지 오브 페이스가 뛰어난 것이다.’

후자는 볼 배합이라고 해도 좋았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베이스 옆에 떨어졌다.

“파울!”

산체스는 구속과 구위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구위와 구속은 특별할 게 없다.’

그는 제구에 강점이 있는 투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꽉 찬 공으로 승부해 오겠지.’

슉!

두 번째 공이 한가운데서 떨어졌다.

‘체인지업!’

산체스는 나가던 배트를 멈췄다.

“카운트 1-1입니다!”

김민은 자신이 밀러라면 ‘어떻게 던질까?’하고 생각했다.

‘일단 삼진은 포기야. 산체스처럼 배트 스윙이 빠른 타자를 잡아낼 결정구가 없어. 바깥쪽이나 안쪽으로 목적구를 던진 다음 로케이션 투구로 범타를 유도…… 아니, 이 정도는 산체스도 알고 있다.’

그는 밀러가 한 코스를 끝까지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휘말리면 곤란해. 결정구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패스트볼이다.’

산체스는 두 번째 공을 통타해 김민의 그런 걱정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김민은 높이 뜬 공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그대로 걷어 올렸군. 투수가 꽤 놀랐겠는걸.’

“큽니다! 멀리 날아가는 공!”

밀러는 급히 백업을 위해 움직였지만, 공은 그대로 펜스를 넘어가 버렸다.

“홈런! 산체스의 홈런입니다!”

진짜 재능.

산체스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타자였다.

“멋진 스윙이군.”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그대로 걷어 올렸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이반 감독이 말했다.

“아까 잭스에게 했던 말을 취소하지. 저런 재능을 가진 자만이 슈퍼스타가 되는 거야.”

산체스는 주먹을 불끈 쥐곤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탬파베이가 2-0으로 리드를 늘립니다!”

밀러는 다음 타자인 윌리엄을 볼넷으로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나 아울을 삼진으로 잡아내곤 자신이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밀러, 체인지업으로 아울을 잡아냅니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문제입니다.”

1사 주자 1루.

타석에 들어선 것은 지명타자 라이트였다.

“라이트도 하나 터질 때가 됐죠.”

코스타 타격 코치는 이전 타석에서 나온 좋은 타구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라이트! 멋지게 하나 때리라고!”

라이트는 헬멧을 고쳐 쓰곤 배트를 세웠다. 그는 밀러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더블A에 있을 때 녀석은 트리플A였다. 그리고 내가 트리플A로 올라갔을 때, 녀석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갔다.’

그가 트리플A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밀러는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는 왜 녀석이 나보다 일찍 메이저리그에 올라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와서 알게 되었지. 녀석이 왜 메이저리그에 서 있는지를.’

밀러는 오른손 타자 바깥쪽과 왼손 타자의 안쪽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었다.

‘집요함. 그것이 바로 녀석을 이곳에 서 있게 한 힘이다.’

팡!

초구는 볼.

팡!

두 번째 공도 볼.

라이트는 세 번째 공에 배트를 냈지만, 파울이 되고 말았다.

‘이번 공도 볼이었다.’

그는 밀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볼을 던져 땅볼을 만든 다음 더블 플레이를 잡겠다는 생각이겠지. 이 과정에서 볼넷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일 테고.’

라이트는 주목받는 유망주였으나 아직 상대를 위협할 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결정구로 올 가능성이 크다.’

그는 산체스가 그랬던 것처럼 배팅 포인트를 뒤쪽에 두었다.

슉!

한가운데로 오던 공이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슬라이더.’

예상과는 다른 공.

배트를 멈춘다면 볼이었다.

그러나 라이트는 배트를 움직였다.

‘이 정도면 쳐 낼 수 있다.’

그는 카운트를 복잡하게 가져가기보다는 이번 공으로 승부를 내고자 했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2루수 키를 넘어갔다.

“윌리엄이 2루를 돌아 3루로 향합니다!”

1사 주자 1, 3루.

호이스 감독이 반헬 투소 코치를 마운드에 올렸다.

“여기가 승부처다.”

그러나 밀러는 버티지 못하고 케니히에게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윌리엄, 홈인! 스코어가 3-0까지 벌어집니다.”

김민에게는 단비와 같은 득점.

‘승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1점을 지키는 것과 1점을 줘도 되는 것.

그 둘은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클락이 마운드로 향하는 김민을 보며 말했다.

“스코어에 여유가 생겼지만, 킴에게는 상관없는 것 아닐까?”

부르스가 그 말을 받았다.

“기록 때문인가?”

“여기서 점수를 내주게 된다면 그대로 기록이 끝나잖아.”

부르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킴은 기록에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선수가 아니야.”

딱!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위험한데!”

클락이 살짝 놀란 순간 산체스가 달려와 공을 잡아냈다.

“산체스의 호수비! 오늘 공수에서 대단한 활약입니다!”

부르스가 말했다.

“기록을 신경 쓰는 건 킴보다 다른 선수들이 더 한 것 같군.”

평소라면 원 바운드로 처리해도 되는 공을 전력질주로 노 바운드 처리를 한 것이었다.

탬파베이 선수들의 호수비는 라파엘의 타석에서도 계속되었다.

“케니히! 워닝 트랙까지 따라가서 공을 잡아냅니다.”

순식간에 투 아웃.

김민은 기합을 넣고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킴!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57이닝으로 늘립니다!”

“다음 이닝에 등판한다면 돈 드라스데일의 58이닝과 타이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김민은 더 이상 등판하지 않았다.

8이닝 무실점 7K

승리 투수가 되기에 충분한 투구.

김민은 팀의 연패 탈출과 자신의 아홉 번째 승리에 만족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

그는 돈 드라스데일과 오렐 허샤이저의 기록을 동시에 뛰어넘었다.

63이닝 연속 무실점.

다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대기록.

하지만 그는 승리 투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록보다 9번 타자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그런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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