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레코드 메이커 03
야수들의 간단한 몸 풀기가 끝나자 식전 행사가 시작되었다.
“O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오, 나는 외치리라. 이른 새벽의 빛이 전하는 이 감격의 광경을……).”
국가 재창, 그리고 시구.
김민은 마운드 뒤에서 모든 것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하는 것은 에이스의 숙명. 킴은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지.”
이반 감독의 말을 바이슨 수석 코치가 받았다.
“킴을 날 때부터 에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전 킴만큼 에이스란 말이 잘 어울리는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킴을 너무 띄우는 것 아닌가?”
“킴이라면 그제 페드로의 플레이를 그대로 갚아줄 겁니다.”
이틀 전, 페드로는 에이스란 이름에 어울리는 플레이로 팀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난 그렇게 화려한 플레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네. 연패를 끊고, 승리한다. 이 두 가지 전제만 지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킴은 자신의 몫을 다한 것일세.”
식전 행사와 연습 투구가 끝나자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플레이볼!”
탬파베이와 보스턴의 3번째 시리즈 그 마지막 경기가 막을 올렸다.
“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보스턴의 선두 타자는 1번 타자 코버.
코버는 보스턴으로 이적한 지난 시즌 도루 2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먹튀라니, 시즌 초반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뿐이야.’
코버는 배트를 세운 채 마운드를 노려보았다.
슉!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
‘여전하군.’
코버는 배트를 살짝 눕히면서 공을 밀어내려 했다.
‘스플리터나 코너를 찌르는 패스트볼이겠지.’
그러나 공은 그의 예상과 반대로 떠오르면서 배트를 스쳐 지나갔다.
팡!
배트에 스쳤음에도 미트에 꽂힌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스트라이크!”
노라는 대기 타석에서 김민의 패스트볼이 어떻게 변하는지 똑똑히 확인했다.
‘마지막 순간 위로 떠올랐다. 초구부터 라이징 패스트볼…… 전력투구로군.’
연패를 끊기 위해 등판한 에이스.
초반 전력투구는 당연해 보였다.
김민은 코버의 첫 스윙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배트가 떠오르는 공을 스쳤어. 이건 포인트가 어긋났지만,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았다는 뜻이야.’
그는 보스턴 선수들이 연승을 달리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이기면 무서운 팀이 되겠는걸?’
김민은 보스턴이 탬파베이를 스윕할 경우 다음 시리즈도 스윕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록튼에게 공을 받은 뒤 글러브 안에서 그립을 고쳐 잡았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 그렇다고 물러날 필요는 없어. 페드로는 최고조에 달한 팀도 잡아냈으니까.’
볼티모어를 완파한 탬파베이는 보스턴 이상의 컨디션이었다.
그러나 페드로는 그런 탬파베이 타선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페드로가 해낸 것, 내가 하지 못할 리 없지.’
김민은 오른손을 왼쪽 어깨에 가져갔다.
페드로는 김민의 초구를 보곤 미소를 지었다.
“야구를 정말 잘 알고 있는 친구야. 여기선 스마트하게 던지는 것보다 와일드하게 던지는 게 낫지.”
그는 김민을 자신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투수라고 생각했다.
탁!
두 번째 공은 3루 라인을 벗어나는 파울.
“코버의 배트가 밀렸어.”
“킴의 패스트볼이 상당히 빠릅니다.”
초구는 96마일(154km), 2구는 95마일(153km)이었다.
호이스 감독은 구속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구속이 높다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니야. 초반에 저렇게 달리면, 경기 후반 급격히 체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체력은 김민의 단 하나의 약점이었다.
전문가들은 김민이 250이닝을 던질 수 있다면, 30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김민은 단 한 번도 250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아니, 소화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에이스라고 해도 타고난 강견이 아닌 이상 200이닝 전후가 좋다고 생각했다.
‘플레이오프 피칭까지 고려한다면 그 이상은 혹사일 뿐이야.’
플레이오프에서 많게는 5경기까지 던지는 것이 에이스였다.
‘5경기를 던지면 대략 35이닝, 250이닝을 던졌다고 하면 1년에 285이닝이나 던지게 되는 거야. 이렇게 던지면 3년 안에 어깨나 팔꿈치가 나가고 만다고.’
탁!
코버가 때린 공이 유격수 브라이튼의 정면으로 향했다.
‘제길, 타구가 먹혔어.’
코버는 전력을 다해 1루로 뛰었다.
“브라이튼! 공을 잡아 빠르게 1루에 던집니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1루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웃!”
호이스 감독은 전력 질주 뒤 고개를 흔드는 코버를 보곤 박수를 쳤다.
“나이스 플레이!”
아문 수석 코치도 코버의 달라진 모습에 만족했다.
“쉽게 삼진을 당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공을 컨택했습니다.”
“코버가 살아나려는 모양이군.”
코버가 살아난다면 보스턴은 부진을 깨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었다.
“좋은 수비였어.”
김민은 공을 잡아낸 브라이튼을 칭찬하곤 배터 박스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 타자는 노라. 노라를 잡지 못하면 보스턴을 잡을 수 없다.’
보스턴의 득점 공식은 코버와 노라 두 사람 중 한 명이 출루하고, 라파엘과 그란델이 그 두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노라가 배터 박스에 들어섭니다.”
“어제 경기에서 노라는 4타수 3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타율이 0.289까지 상승했습니다.”
에이로드의 양키스 이적은 아메리칸 리그 3대 유격수란 말을 소멸시켰다.
유격수 포지션에 남은 것은 지터와 노라.
그러나 사람들은 노라를 지터와 함께 양대 유격수라 부르지 않았다.
‘지터에게는 반지가 있지만, 내게는 반지가 없기 때문이지.’
주장으로서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끄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
두 사람의 평가는 같을 수 없었다.
그러나 노라는 기죽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터는 그 자리에 먼저 섰을 뿐이야.’
노라는 페드로가 일으켜 세운 보스턴을 달리게 만들 작정이었다.
‘내 배트로 그것을 해낸다.’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초구는 안쪽 패스트볼.
‘안쪽이냐!’
노라는 그 공을 날카롭게 당겼다.
딱!
타구는 그대로 날아가 3루 베이스 왼쪽에 떨어졌다.
“파울!”
판정은 파울이었지만, 50cm만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페어가 될 수 있었던 타구였다.
김민은 파울 타구를 확인한 뒤 모자를 고쳐 섰다.
‘안쪽으로 하나 정도 깊게 들어간 공을 제대로 당겼다. 컨디션은 100%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
노라의 컨디션도 코버 못지않게 좋아 보였다.
“카운트 0-1, 킴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슉!
두 번째 공은 안쪽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
노라는 이 공을 참아냈다.
“노라, 볼을 고르면서 카운트를 1-1로 맞춥니다.”
보통 때라면 배트가 나오는 공이었다.
그러나 노라는 스플리터를 정확히 읽고 배트를 멈췄다.
김민과 록튼은 노라의 반응을 보곤 그의 컨디션이 100%가 아닌 11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코너를 찌르는 패스트볼로는 힘들겠어.’
‘킴, 힘으로 누르자고, 코너웍으로는 잡을 수 없겠어.’
김민은 사인을 교환한 뒤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슈욱!
빠른 공이 꿈틀거리면서 코너를 노렸다.
와일드한 패스트볼.
노라는 이 공도 쳐 냈다.
딱!
공이 1루 더그아웃 쪽 펜스를 때렸다.
“파울!”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95마일(153km).
바이슨 수석 코치는 노라가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컨택했음을 알았다.
“노라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요.”
이반 감독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코버의 컨디션도 괜찮았어. 오늘 보스턴은 테이블 세터 두 사람 모두 컨디션이 좋은 것 같군.”
김민은 지금의 리듬을 잃고 싶지 않다는 듯 빠른 탬포로 공을 던졌다.
휙!
노라는 순간 멈칫했다.
‘이건!’
놀라움도 잠시 노라는 배트를 움직였다.
‘무조건 쳐 내야 해.’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우익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급히 배트를 휘둘렀기 때문에 히팅 포인트가 어긋나고 말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가 친 공은 바로 이퓨즈였다.
“노라, 이퓨즈를 컨택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윌리엄은 재빨리 낙하지점을 잡은 뒤 두 팔을 펼쳤다.
“내가 해결하겠어!”
잠시 뒤, 그의 글러브에 공이 내려앉았다.
“윌리엄이 공을 잡아냅니다! 이것으로 투 아웃입니다!”
노라는 자신의 아웃을 확인하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꽉 쪼인 타이밍을 느린 공 하나로 풀어버리는군.”
페드로는 김민의 이퓨즈가 자신에게는 없는 무기라고 생각했다.
“저 느린 공을 어떻게 저렇게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
“페드로도 마음먹으면 저렇게 던질 수 있지 않아?”
페드로가 버나드의 물음에 대답했다.
“밸런스를 저 느린 공에 맞춘다면 가능하지. 하지만 95마일(153km)을 던진 다음에는 무리야.”
그는 김민의 이퓨즈를 이렇게 설명했다.
- 100마일(161km)로 달리는 차가 순식간에 50마일(80km)로 감속하는 것.
캐스터는 김민의 투구에 신이 난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킴, 보스턴의 테이블 세터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삼진이 없군요.”
이번 시즌 김민은 300K를 바라볼 정도로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그러나 오늘은 아직 삼진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배터 박스에 들어선 타자는 라파엘입니다.”
“킴, 라파엘의 타석을 무사히 넘긴다면, 무실점 이닝을 50이닝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라파엘은 양키스의 제레미와 비교되는 최강타자 중 한 명이었다.
‘스테로이드 머신이 한 명 나타나셨군.’
라파엘의 전성기는 길어야 2, 3년.
김민은 보스턴이 그 2, 3년 안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대로라면 이번 시즌 보스턴이 우승할 테지만, 역사는 이미 변하고 있어.’
그는 공을 강하게 잡고 한가운데로 던졌다.
슈욱!
타자 눈높이로 날아가는 빠른 공.
라파엘은 피하지 않고 맞섰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백네트에 꽂혔다.
“97마일(156km)입니다! 킴! 이번 시즌 최고구속을 기록했습니다.”
‘미트에 꽂혔다. 96마일(154km)이었겠지.’
김민은 배트에 맞았기 때문에 1마일 정도 더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킴이 기록을 강하게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구속을 보면 할 수 있습니다. 오늘 95마일(153km) 이상 패스트볼이 상당히 많습니다.”
김민은 기록을 의식해서 전력투구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었다.
‘전력투구가 아니라 보스턴의 1, 2, 3번을 잡을 수가 없어.’
보스턴의 1, 2, 3번은 원래 월드시리즈 우승을 가정하고 만든 타선이었다.
쉽게 처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슉!
두 번째 공은 가운데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라파엘은 이 공에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페드로는 라파엘의 헛스윙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빠른 공 다음에 한 타이밍 쉬었군. 다음 공은…….”
“다시 가장 빠른 공이겠지?”
버나드가 페드로의 말을 치고 들어왔다.
페드로는 짧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러나 김민이 선택한 3번째 공은 두 사람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슉!
바깥쪽으로 빠지는 패스트볼.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라파엘은 이 공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바깥쪽 패스트볼이라고? 그냥 보낼 수 없어. 백도어 슬라이더일지도 모르잖아.’
김민은 투 스트라이크에서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져 좌타자들을 룩킹 삼진으로 돌려세우곤 했다.
라파엘도 지난 시즌 한 차례 룩킹 삼진을 당한 바 있었다.
‘칠 수밖에.’
딱!
경쾌한 소리가 났지만, 라파엘은 혀를 찼다.
‘젠장, 제대로 맞지 않았어.’
헤드 끝에 맞은 공이 높은 포물선을 그렸다.
“좌익수 머리 위로 날아가는 공!”
케니히가 여유 있는 동작으로 플라이볼을 잡아냈다.
“킴! 무실점 이닝 기록을 50이닝으로 연장합니다!”
“잭 쿰스의 기록과 이제 3이닝 차이입니다.”
4회 초까지 무실점으로 버틴다면 역대 4위인 잭 쿰스와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은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를 더 신경 썼다.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야.’
그는 이 타선을 적어도 3번은 더 상대해야 했다.
1회 말.
탬파베이 공격.
배터 박스에 들어선 브라이튼은 장갑을 고쳐 끼곤 배트를 세웠다.
‘오늘 선발은 발렌타인. 페드로에 비하면 두 단계쯤 떨어지는 투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8년을 버틴 그의 경험은 무시할 수가 없다.’
발렌타인은 좌우 로케이션이 좋은 투수였다.
슉!
초구는 바깥쪽 코너를 노리는 공.
브라이튼은 배트를 내다가 이내 그것을 멈췄다.
팡!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예상대로야.’
김민의 바깥쪽 초구는 코너를 찌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발렌타인은 코너를 찌르기보다는 코너에서 반개쯤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볼로 타자를 유인해 범타로 잡아낸다. 이것이 발렌타인의 피칭 스타일이다.’
“브라이튼이 초구를 골라냅니다.”
“브라이튼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연봉조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
이번 시즌까지 브라이튼의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이 끝나면 그는 500만 달러(62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탬파베이 같은 작은 구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탁!
두 번째 공은 3루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
“브라이튼이 힘껏 당겨 봤습니다!”
“배트 스피드가 인상적이군요.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브라이튼은 이번 공이 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혀를 찼다.
‘쳇, 1, 2구 모두 볼이란 말이지?’
발렌타인은 김민처럼 공을 아끼는 투수가 아니었다. 그는 타자 한 명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면, 10개의 공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수였다.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탁!
“파울!”
이번 공도 볼.
브라이튼은 혀를 찼다.
‘계속 볼이라는 말이군.’
네 번째 공.
이번에는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발렌타인은 4개 연속 볼을 던졌다.
‘아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는 건가?’
브라이튼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왔다.
딱!
강하게 맞은 타구가 1루 베이스 옆에 떨어졌다.
“아슬아슬한 타구가 파울입니다!”
페드로는 브라이튼과 승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맞는 걸 두려워하지 마. 발렌타인, 코너에 공을 꽂아.”
그러나 발렌타인은 정면승부가 아닌 유인구 승부를 선택했다.
탁!
브라이튼의 배트에 맞은 공이 다시 한번 1루 더그아웃 앞에 떨어졌다.
“파울!”
브라이튼은 파울을 때린 뒤 배터 박스에서 벗어났다.
‘타이밍이 맞고 있어.’
발렌타인도 브라이튼이 타이밍을 맞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타이밍이 정확해. 코너에 넣는 건 위험해.’
그의 패스트볼 구속은 90마일(145km) 초반에 불과했다.
타자가 완벽히 타이밍을 잡는다면 장타로 연결 될 가능성이 컸다.
팡!
7구가 미트에 들어왔으나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풀 카운트입니다!”
김민은 전광판을 본 뒤 록튼에게 말했다.
“이 승부는 브라이튼이 이겼어.”
록튼은 아직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하나 남았잖아.”
“아니, 발렌타인은 전의를 잃었어.”
김민의 예상대로 발렌타인은 더 이상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팡!
“볼, 볼입니다! 브라이튼 8구를 골라 1루에 출루합니다.”
페드로는 발렌타인의 피칭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발렌타인, 브라이튼을 내보내면 그다음은 어쩌려는 거야.”
탬파베이 2번 타자는 슈퍼 신인 산체스였다.
그를 넘는다고 해도 다음 타자가 윌리엄.
1회를 무실점으로 넘기기 위해서 브라이튼은 반드시 잡아내야 하는 타자였다.
“다음 타자는 산체스입니다.”
“신인으로서 3할을 넘는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선수입니다.”
딱!
산체스가 받아친 초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갈랐다.
“공이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발이 빠른 브라이튼은 벌써 2루를 돌아 3루로 돌진하고 있었다.
“공이 외야에서 홈으로!”
중계에 나선 2루수 코버가 홈 송구를 했지만, 브라이튼의 발이 한발 빨랐다.
“브라이튼! 홈에서 세이프! 선취득점입니다!”
“킴이 등판했기 때문일까요? 탬파베이 타자들이 힘을 내는군요.”
김민은 브라이튼과 산체스의 플레이가 단순히 자신이 등판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타자들은 오늘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미팅을 시작했어. 이건 오늘 경기의 중요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패한다는 것은 연패가 길어진다는 말과 같았다.
탬파베이 타자들은 오늘 경기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