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38화 (238/296)

238화 레코드 메이커 02

“코치님…….”

설리반의 얼굴은 좋지 못했다.

‘투런 홈런을 맞았으니, 당연하겠지.’

“자네 잘못이 아니야. 이번 홈런은 라파엘이 잘 때린 거니까.”

록튼도 마운드로 올라왔다.

“교체입니까?”

“투런 홈런으로 투수를 교체할 리가 있나?”

블렛소 투수 코치의 눈빛이 차가웠던 것일까?

록튼이 자신을 변호하듯 말했다.

“볼 배합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록튼의 말을 받았다.

“나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라파엘 타석에서는 한 번 더 생각해 주게. 설리반은 킴이 아니지 않나.”

“그, 그건…… 인정합니다. 제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이 아니다.

이 한마디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설리반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코치님, 특별대우는 원하지 않습니다. 전 킴과 똑같은 볼 배합을 원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자신의 한마디가 설리반의 자존심을 자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는 이들은 자존심도 가장 높다.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군.’

그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설리반, 오해하면 곤란해. 킴과 자네는 사용하는 구종이 다르단 말을 한 거야.”

설리반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라면…… 알겠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주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후 설리반은 4번 타자 그란델을 우익수 플라이, 5번 타자 토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곤 이닝을 마쳤다.

“나이스 피칭.”

“잘 버텼어.”

설리반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벤치에 앉았다.

그의 눈에 스코어 보드가 들어왔다.

탬파베이 0:2 보스턴

‘아무리 페드로가 상대라고 해도 0점은 너무한 것 아닌가?’

그는 터지지 않는 타선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페드로는 4회와 5회도 완벽하게 막아 냈다.

“오늘 페드로는 무섭군.”

코스타 타격 코치도 슬슬 등이 뜨겁기 시작했다.

“페드로의 패스트볼 구위가 상당히 좋습니다. 이런 날은 공략이 힘들다고 봐야겠죠.”

“코스타, 엄살은 그만하고, 5회가 끝났는데 2-0이야. 슬슬 따라가야지.”

“방법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6회 말 공격에 앞서 패스트볼을 정확히 보고 공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페드로는 벤치의 지시로 공략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었다.

탬파베이 선수들은 다시 한번 삼진 퍼레이드를 보여 주었다.

보스턴 선수들의 사기는 회가 거듭될수록 올라갔다.

“오늘 페드로는 킴과 맞붙어도 지지 않아.”

“킴 이전에 페드로가 있었다고.”

노라는 페드로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에이스는 팀의 기둥이다. 에이스가 버텨 주는 한, 팀은 침몰하지 않는다.’

그는 페드로의 강함을 배우고자 했다.

7회 초.

보스턴 레드삭스의 공격.

탁!

빗맞은 타구가 큰 바운드를 일으켰다.

“3루수 스나이더가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합니다!”

스나이더는 최선을 다했지만, 송구가 원 바운드로 이어지며 코버를 잡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세이프!”

코버의 내야 안타.

“나이스 코버!”

“잘하고 있어!”

3루 더그아웃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민은 투수 교체를 가져간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7회 초 1사 1루, 다음 타자는 노라와 라파엘. 설리반의 떨어진 구위를 생각한다면 여기서 교체하는 게 좋다.’

이반 감독도 교체를 검토했다. 하지만 86개라는 투구수가 아깝게 느껴졌다.

‘한 이닝은 충분히 더 던질 수 있는 투구수다. 이기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설리반이 7이닝을 던져 주는 것이 좋다.’

그는 설리반에게 7이닝 카이번에게 2이닝을 맡겨 경기를 두 명의 투수로 끝낼 예정이었다.

투수 교체를 머뭇거리는 사이 안타가 나왔다.

딱!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노라의 안타 그리고 다시 라파엘.

이반 감독은 라파엘이 배터 박스에 들어서는 순간 미간을 좁혔다.

‘투수를 교체 했어야 했나?’

그가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카이번은 어때?”

“카이번으로 라파엘을 막으려 하시는 겁니까?”

“무린가?”

블렛소 투수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번은 열심히 하는 선수이지만, 라파엘의 상대가 아닙니다. 콜업 첫 경기 상대가 라파엘이라면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닌지…….”

김민과 이반 감독, 두 사람 모두 교체를 생각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그린 투수가 달랐다.

김민이 생각한 투수는 라우리였고, 이반 감독이 생각한 투수는 카이번이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카이번을 마운드에 올릴 것이라면, 설리반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김민도 카이번과 설리반이라면 설리반이 더 낫다고 말했을 것이다.

“병살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긴, 공 하나로 두 타자를 처리할 수도 있는 게 야구지.”

이반 감독은 투수 교체 없이 설리반에게 라파엘을 맡겼다.

그리고 잠시 뒤……

“라파엘이 주자 두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싹쓸이 2루타.

김민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야. 설리반의 구위는 라파엘의 파워를 이겨낼 수 없다고.’

설리반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거칠게 글러브를 내던졌다.

탕!

그는 그대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설리반이 왜 저러는 건가?”

“스스로에게 화가 난 겁니다. 두 번 연속 노라와 라파엘을 막지 못했으니까요.”

이반 감독과 블렛소 투수 코치는 화난 투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김민은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설리반의 표정이 평소와 달라. 뭔가 문제가 있어.’

그는 설리반을 따라 클럽 하우스로 들어갔다.

“설리반.”

설리반은 아이싱조차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킴…… 날 내버려 둬.”

그래도 김민은 물러나지 않았다.

‘상처를 방치하면 악화될 뿐이다.’

“아이싱을 하지 않으면 어깨와 팔꿈치를 보호할 수 없어.”

“…….”

김민이 트레이너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트레이너가 설리반에게 다가왔다.

설리반은 트레이너가 아이싱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김민의 말대로였다.

100개에 가까운 공을 던지고 아이싱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몸을 망치는 일이었다.

“설리반, 6과 1/3이닝 4실점은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야.”

분노할 정도로 나쁜 성적이 아니라는 것은 설리반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가슴속이 끓어오르는 건…….”

김민은 단순히 동료 투수가 아니었다.

그는 설리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구종, 밸런스, 운영, 그리고 멘탈까지……

“아까 무슨 일이 있었지?”

설리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

김민은 자신이 타임을 걸게 한 그 시점부터 설리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했다.

“설리반, 블렛소 투수 코치가 올라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나?”

설리반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그냥 단순한 일이었어. 블렛소 코치가 록튼에게 볼 배합에 신중하라고 말했지. 정말 그것뿐이었어. 한데 그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어.”

김민은 설리반이 모든 것을 다 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

마음에 걸린 것은 설리반이 그에게 말하지 않은 그 부분이었다.

설리반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음에 대답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말했어. 난 킴과 다르니, 볼 배합에 신중을 기하라고.”

김민은 설리반이 왜 화가 났는지 깨달았다.

‘이성과 감성의 부조화군.’

김민보다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설리반의 마음이 일그러진 건 나 때문인 것 같군.’

설리반이 주먹을 꾹 쥐었다.

“바보 같지? 킴과 난 같지 않은데…….”

김민이 말했다.

“그건 블렛소 코치 말이 맞아.”

설리반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 한편이 차가워지는 것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난 대체 킴에게 뭘 바라고 있었던 거지? 아니야. ‘넌 나와 같아.’라고 킴이 따뜻하게 말해 주길 바라고 있었던 건가?’

김민이 차갑게 말했다.

“설리반에게는 한 가지가 부족해.”

“내게 부족한 것이 있다고?”

“결정구가 없는 투수는 최고가 될 수 없어.”

설리반은 결정구가 없는 투수가 아니었다.

그의 서클 체인지업은 타자들이 손꼽는 어려운 구종 중 하나였다.

실제로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한 이후 평균자책점이 3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3점대 중반은 수준급 평균자책점이었다.

“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설리반이 아닌 트레이너였다. 그는 김민의 말이 과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은 손을 들어 트레이너의 말을 막았다. 그리곤 자신의 말을 이었다.

“네가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은 페드로는 물론이고 산타나보다 아래야. 포수는 맞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볼 배합을 할 수밖에 없어. 솔직히 말해 그런 공으로는 라파엘 같은 타자를 잡을 수 없지.”

설리반은 김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결정구를 만들라는 말이군. 하지만 내 서클 체인지업은 이게 한계야.”

김민은 설리반이 서클 체인지업을 연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맞는 말이야. 서클 체인지업을 이 이상 연마하는 건 무리지.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공을 찾아야 해. 그게 성공한다면 넌 나와 같은 레벨이 될 수 있어.”

김민은 단순히 설리반을 다그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 당근과 채찍.

그는 설리반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 주고자 했다.

“다른 공이라고?”

김민이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며 말했다.

“이것이 네게 추천하는 공이다.”

설리반은 김민의 그립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킴…….”

김민이 미소를 지었다.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나 설리반과 트레이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킴, 이건…… 그냥 포심이잖아.”

김민이 설리반에게 보여 준 그립은 트레이너의 말대로 평범한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그냥 포심이 아니야.”

“그렇다면 혹시?”

“라이징 패스트볼이다. 물론 던지는 요령은 없다. 하지만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해 줄 수는 있지.”

설리반이 마른침을 삼켰다.

‘킴의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이걸 배울 수 있다면 난 킴에 가까워질 수 있다.’

김민은 설리반의 눈빛이 살아나는 것을 확인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갈 수 있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설리반에게 자신이 했던 훈련 방법을 천천히 설명했다.

“원래는 볼튼의 약한 악력을 잡아 주기 위한 훈련이었지. 한데 나도 해 보니 좋더군. 그래서 몇 년 동안 계속했어. 물론 오프 시즌 중에 말이야. 그랬더니…….”

트레이너가 그의 말을 받았다.

“공의 회전수가 증가한 거군.”

“맞아.”

김민의 설명이 이어질 무렵, 탬파베이가 첫 안타를 뽑아냈다.

“산체스가 페드로의 서클 체인지업을 받아쳐서 중견수 앞에 떨어뜨립니다.”

페드로는 자신의 서클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받아친 선수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탬파베이에 거물 신인이 등장했다고 하더니, 제법이군.’

오늘 그의 체인지업을 받아친 것은 산체스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2사입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타자는 3번 타자 윌리엄입니다.”

탬파베이 팬들은 숨을 죽이고 페드로와 윌리엄의 대결을 주목했다.

“윌리엄이라면 해낼 수 있어.”

“산체스가 해냈는데 윌리엄이 해내지 못하면 말이 안 되지.”

“맞아! 탬파베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가 바로 윌리엄이잖아!”

그러나 윌리엄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탁!

배트 끝에 걸린 공이 2루수 정면을 향했다.

‘너무 얕았어.’

윌리엄은 고개를 내저으며 1루로 달렸다.

“2루수 코버가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합니다!”

팡!

1루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1루심이 강하게 오른손을 뻗었다.

“아웃!”

탬파베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9회 말.

페드로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탬파베이 타자들은 여전히 배팅 포인트를 맞추지 못했다.

페드로는 마지막까지 탬파베이 타자들을 압도했고, 이번 시즌 최고의 피칭을 남겼다.

9이닝 1피안타 무실점 14K.

“안타 하나면 빼면 퍼펙트군.”

이반 감독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산체스가 아니었다면, 한 시즌에 퍼팩트 게임이 세 번 나올 뻔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밀린다면 내일 경기가 쉽지 않겠어.”

“내일은 다를 겁니다.”

내일 두 팀의 선발은 부르스와 발렌타인이었다.

다음 날.

탬파베이는 이반 감독의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보스턴 타자들이 무섭게 배트를 휘두릅니다!”

강한 타구가 잇달아 시프트를 깨고 외야로 날아갔다.

부르스는 최선을 다했지만,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4와 2/3이닝 6실점. 이번 시즌 최악이군.”

“어제 경기로 보스턴 타선이 살아난 것 같습니다.”

“보스턴이 정말로 살아났다면 동부지구가 더 치열해질 거야.”

탬파베이 타선은 어제와 달리 힘을 냈다.

그러나 초반 벌어진 차이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최종 스코어 10-7 보스턴 승리.

“우리가 탬파베이를 눌렀어!”

“순위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지!”

탬파베이 선수들은 환호하는 보스턴 선수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오랜만에 연패군.”

“보스턴에게 이렇게 질 줄은 몰랐어.”

“자만했던 거야. 동부지구 1위를 달린다고 상대를 너무 무시했어.”

“맞아, 보스턴은 전통의 강호잖아. 너무 쉽게 생각했어.”

탬파베이 선수들은 연패에 분열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김민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연패가 오래가진 않겠군.’

물론 분위기가 좋지 않더라도 연패는 끊길 예정이었다.

내일 선발 투수는 바로 김민이었다.

* * *

팡! 팡!

미트에 꽂힌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킴,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

김민이 록튼으로부터 공을 받으며 말했다.

“나야 항상 괜찮지.”

“요즘 들어서는 항상 괜찮은 것 같아.”

두 사람은 공을 주고받으면서 몸을 풀었다.

김민이 살짝 말머리를 틀었다.

“록튼, 설리반 경기 때 말이야.”

“아, 페드로에게 당한 경기 말이군.”

“정확히 어떤 말이 오고 간 거야?”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떤 말이 오고 가다니?”

“마운드에서 말이야. 그 이후 설리반의 표정이 어두워지던데…….”

김민은 설리반에게 이야기를 들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더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볼 배합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을 거야. 그래, 아마 킴이 언급되었지.”

“정확히 기억나?”

“내가 볼 배합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고, 블렛소 코치가 그래도 라파엘 때는 조심해라. 설리반은 킴이 아니다라고 말했어.”

김민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 록튼과 둘이 했더라면 좋았을 말이군.’

록튼이 말했다.

“여기서 설리반이 끼어들었지. 자신은 특별대우를 원치 않는다고.”

“그래서?”

“블렛소 투수 코치가 서로 구종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수습을 했어. 난 여기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아.”

록튼은 그날 설리반이 강하게 글러브를 내던지는 것을 보았다.

“킴은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뒤는 내가 수습했어.”

“클락에게 들었는데 잘 수습된 거야?”

“아마도.”

김민은 블렛소 투수 코치의 한마디에 설리반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투수는 정말 민감한 존재야.’

그는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은 뒤 강하게 뿌렸다.

파앙!

공을 받은 록튼이 깜짝 놀랐다.

“킴! 이건 전력투구잖아.”

김민이 손을 들며 말했다.

“미안,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그가 공을 받으려는 순간 스텝이 경기 시작을 알렸다.

“곧 시작입니다!”

김민이 투구를 멈추곤 록튼에게 말했다.

“오늘도 부탁해. 친구.”

록튼이 어색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무, 물론이지.”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과 함께 김민과 록튼이 마운드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탬파베이 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킴! 킴! 킴!”

그들은 오늘 김민의 투구 하나하나가 기록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킴, 어제 경기까지 49이닝 연속 무실점이었습니다. 기세가 오른 보스턴을 상대로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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