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37화 (237/296)

237화 레코드 메이커 01

안 되는 팀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분열이다.

현재 보스턴 클럽 하우스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10점을 뽑으면 뭐 해! 20점을 실점하는 투수진이잖아!”

타자를 대표하는 라파엘이 투수들이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투수 중 가장 다혈질이라는 버나드가 고개를 돌렸다.

“수비도 안 하는 녀석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라파엘은 보스턴 최고의 타자였지만,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였다.

“내가 수비를 하지 않는다고? 난 지금도 얼마든지 글러브를 들 수 있어!”

버나드가 비꼬듯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러셔? 그래 봐야 1루수나 좌익수겠지. 애초에 제대로 된 수비를 배우지 못했으니까.”

“이 자식이!”

“네가 먼저 시비를 걸었잖아!”

아이들처럼 높아지는 목소리.

발렌타인이 페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

“놔둬.”

페드로는 피로감을 느꼈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와는 거리가 멀다. 저렇게까지 싸울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라파엘과 버나드가 멱살을 잡은 순간 노라가 나섰다.

“그만 둬!”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다고 오늘 경기 결과가 달라지나?”

라파엘이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난 오늘 스코어를 인정할 수 없어.”

보스턴 타선은 모처럼 11점이라는 점수를 뽑아냈다.

하지만 승리는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선발 투수부터 중계까지 차례로 무너지면서 보스턴은 상대에게 14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좋지 않은 경기를 한 것뿐이야.”

노라는 라파엘에게 말한 뒤 버나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투수들도 집중력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 오늘 같은 날은 이겨야 하잖아.”

버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고, 다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이야.”

클럽 하우스에서 일어난 언쟁은 노라의 중재로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의 분위기는 최악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상태로는 절대 양키스를 이길 수 없어.”

주전 포수인 캄푸가 노라의 말을 받았다.

“양키스만 문제가 아니잖아. 탬파베이를 보라고,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강자야.”

탬파베이는 4, 5월 두 달 동안 승률 8할을 기록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갔다.

“다음 주부터 탬파베이 원정인가?”

“목요일부터야. 나쁘지 않은 일정이지. 목, 금, 토…… 일요일은 홈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노라가 한숨을 내쉬며 캄푸에게 말했다.

“캄푸, FA로 합류했다는 건 알지만, 팀에 애정이 너무 없어 보여.”

“메이저리그는 비즈니스야. 애정은 애인에게 주는 거라고.”

“…….”

캄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먼저 돌아가도록 하지.”

홀로 남은 노라는 미간을 좁혔다.

‘이대로 괜찮은 건가?’

양키스는 탬파베이를 따라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반면 보스턴은 내분으로 본래의 힘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해.’

이대로 시즌을 흘러간다면 보스턴은 토론토에게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 * *

“킴, 오늘도 탄탄한 투구입니다.”

“킴만이 아닙니다. 탬파베이 불펜진도 철통같습니다. 그가 내려간다고 해도 볼티모어가 점수를 뽑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볼티모어에게 승리란 폭풍우 치는 날의 태양과 같습니다. 볼티모어, 폭풍우를 뚫고 승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김민이 등판한 경기에서 탬파베이 승률은 이제 90%에 육박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도 낙승이군.”

바이슨 수석 코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7점 차면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렉터가 부상당한 지 3일.

탬파베이의 위기는 아직 현실감이 없었다.

“킴의 기록은 체크하고 있나?”

이반 감독의 물음에 블렛소 투수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로 49이닝입니다.”

이반 감독이 놀라 물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오늘 밥 깁슨의 47이닝을 돌파했습니다. 아까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못 들으셨습니까?”

“음, 다음 투수를 생각하느라 듣지 못한 것 같군.”

밥 깁슨은 연속 47이닝 무실점으로 연속 이닝 무실점 역대 5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김민이 49이닝 무실점에 성공하면서 그는 6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리빙 레전드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군.”

“다음 경기가 아마 분수령이 될 겁니다.”

“다음 경기마저 무실점으로 막아 낸다면…….”

“역대 최고를 노려볼 수 있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기록은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이었다.

김민의 기록과는 딱 10이닝 차이.

“킴의 다음 상대가 어디인가?”

“스케줄 대로 등판한다면 아마 보스턴전 마지막 경기가 될 겁니다.”

이반 감독이 턱을 쓰다듬었다.

“흠, 보스턴이라. 쉽지 않은 상대인데.”

몇 년 전만 해도 탬파베이 레이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보스턴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는 소문입니다.”

“분위기가 나빠도 레드삭스는 강팀이야.”

강팀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들을 모아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승리를 향한 집념.

그리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

그 두 가지가 합쳐 만들어진 것이 강팀이었다.

이반 감독은 레드삭스가 탬파베이에게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시리즈, 쉽게 보지 않는 게 좋겠어.”

바이슨 수석 코치는 이반 감독의 말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차분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민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킴, 축하해!”

“믿기지 않는 기록이야. 어떻게 하면 그렇게 던질 수 있는 거야?”

김민의 오늘 투구는 7과 1/3이닝 무실점.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은 오늘로써 49이닝.

김민은 아이싱을 하며 자신의 기록을 확인했다.

“0.23이라. 이런 기록이 가능한 건가?”

0.23은 그의 평균자책점이었다.

트레이너가 그의 말을 받았다.

“자기 기록에 놀라는 선수도 있군.”

“너무 비현실적이니까요.”

“이번 시즌은 할 수 있겠지?”

“무조건해야죠.”

선발 투수로 규정 이닝을 던지며, 0점대 평균자책점.

라이브볼 시대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전대미문의 기록이었다.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투수는 오늘 김민에게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내준 밥 깁슨이었다.

그는 1968년 1.1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역대 4위이자 라이브볼 시대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자네는 괴물이야.”

김민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소리 이제 너무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밥 깁슨을 넘어선 기분이 어때?”

김민이 라커를 응시하며 말했다.

“솔직히 아무 느낌도 없습니다.”

“너무 먼 시대 사람이라서 그런가?”

밥 깁슨이 활약했던 1960년대는 지금과 달리 투고타저 리그였다.

“그보다는 매일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연속 이닝이나 연속 경기 기록 같은 건 신경을 쓸 수가 없습니다.”

트레이너가 테이핑을 하며 말했다.

“솔직히 나도 밥 깁슨을 보지 못했어. 내가 본 최고의 투수는 로켓맨이었지. 하지만 자네는 그 로켓을 뛰어넘었어.”

김민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아직입니다.”

로저 클레멘스는 300승을 달성한 대투수였다.

김민은 이제 겨우 4번째 시즌.

이번 시즌 30승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의 누적 승수는 100승도 채 되지 않았다.

‘25승 페이스로 10년 이상 던져도 로저 클레멘스의 기록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가 아이싱을 받는 사이 탬파베이는 2점을 더 뽑아냈다.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집니다!”

“볼티모어, 유망주들을 그라운드에 내보내는군요.”

“오늘 경기를 포기했다는 뜻인가요?”

“수건을 던졌다는 표현이 적합할 겁니다.”

볼티모어는 시즌 시작과 동시에 최하위로 처지고 말았다.

연패, 또 연패.

그들은 마치 빛도 들어오지 않는 무저갱에 놓인 것 같았다.

“5월이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음 시즌을 생각해야 하는 건가?”

토미 감독은 혀를 찼지만, 방법이 없었다.

“유망주들이 성장해 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최근 등판하는 유망주들이…….”

“하나 같이 다 어설프지.”

토미 감독은 모래를 씹은 것 같았다.

‘이제 볼티모어가 이길 수 있는 상대는 동부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생각했다.

‘떠날 때가 된 거야. 토린도 그렇게 물러났지 않은가?’

그는 양키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토린 감독의 은퇴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날 경기는 결국 13-4 탬파베이의 승리로 끝났다.

“탬파베이가 볼티모어를 누르고 시즌 3연승을 달립니다.”

“탬파베이의 기세를 누를 수 있는 팀이 있을까요? 정말 대단합니다!”

탬파베이는 다음 날도 앞서 나갔다.

토미 감독의 흰 머리는 이제 검은 머리를 압도했다.

“오늘도 틀렸군.”

오늘 선발은 렉터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온 에드워드.

“무명 투수조차 무너뜨리지 못하는 타선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에드워드는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고, 타선은 홈런 2개를 포함해 7점을 뽑아 승기를 굳혔다.

“탬파베이 양키스와 승차를 4경기로 벌립니다.”

4경기 차이.

상대보다 승이 4승 많고, 패가 4패 적은 상태.

연승과 연패가 이어진다면 일주일 안에도 따라잡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위권 팀은 연승은 달려도 연패는 잘 당하지 않았다.

통상 상위권 팀이 4경기를 따라잡으려면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양키스 맥코비 감독은 탬파베이의 승리 소식이 들릴 때마다 흰 머리가 늘어났다.

“또 이겼단 말이지?”

양키스는 원정에서 오클랜드를 완파했지만, 단 한 경기도 좁히지 못했다.

“다음 주에 보스턴이 힘을 내준다면 승차를 좁힐 수 있을 겁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동부지구 3위로 처져 있었지만, 아직 무시할 만한 팀이 아니었다.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하던데?”

“토론토를 상대로 고전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음 시리즈는 다를 겁니다.”

“근거는?”

“페드로가 등판합니다.”

맥코비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가장 좋은 약은 승리지.”

그는 마음속으로 페드로의 승리를 응원했다.

* * *

“내일 상대는 탬파베이다. 모두 알고 있을 테지만, 한 번 더 말하겠다. 내일 상대는 탬파베이다. 리그 최고의 팀이 우리 상대다!”

호이스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반응은 예전 같지 않았다.

“원정인가?”

“원정이야.”

“또 탬파베이야? 별로군.”

“탬파베이는 노인들만 사는 동네야. 클럽도 그저 그래.”

“맞아, 같이 놀 여자들도 없는 도시라고.”

예전과 달리 유흥에 빠지는 선수들도 많았다.

노마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때 보스턴의 심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후우…….”

“왜 그렇게 한숨을 쉬나?”

노마는 다가온 선수를 보곤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바로 페드로였다.

“전성기가 지나갔다 싶어서 말이야.”

“누구?”

“우리 모두.”

페드로가 노마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난 빼달라고. 내 전성기는 지금이니까.”

보스턴 레드삭스는 2위에 크게 뒤진 3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페드로는 아직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었다.

“페드로, 그거 알아?”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다음 시즌, 우리 둘 다 이 팀에 없을 수도 있어.”

페드로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비즈니스니까.”

“의외야.”

“뭐가?”

“페드로라면 크게 화를 내면서 선수들의 기강을 잡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페드로가 머리를 두 손으로 받쳤다.

“난 굴러들어온 돌이잖아.”

“그래도 보스턴에서 최고였잖아.”

“프렌차이즈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거야.”

노마는 프렌차이즈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뛰고 있었다.

“나하고 입장이 다르다는 말이군.”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소리지.”

페드로는 라파엘이 버나드와 충돌한 것도 그가 굴러들어온 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FA로 다른 팀에서 넘어온 선수들은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다.’

노마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페드로가 라커를 뒤적이며 말했다.

“어떻게든 한 점만 내.”

“페드로, 한 점이라니?”

“내가 내일은 완봉으로 막을 테니까.”

페드로는 승리 외에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메이저리그 팀은 승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거야.”

그는 짐을 살핀 뒤 버스로 향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제 탬파베이를 상대하기 위해 세인트피터즈버그로 떠나야 했다.

* * *

보스턴 레드삭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시즌 7차전.

오늘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설리반이었다.

“설리반이 시즌 7승에 도전합니다.”

설리반은 3선발 에드워드를 훨씬 뛰어넘는 투수였지만, 로테이션 때문에 4선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설리반이라면 잘해 줄 거야.”

탬파베이 선수들은 설리반을 믿었다.

“맞아, 이번 시즌 설리반이라면 페드로에 뒤지지 않아.”

설리반은 1회 초 세 선수를 삼자범퇴로 잡아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보스턴 강타선이 완전히 무너졌군.”

레드삭스는 한때 양키스와 맞먹을 정도의 강타선이었지만, 지금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게 말이야. 라파엘을 빼면 위협적인 선수가 없어.”

윌리엄은 부진한 보스턴 타선을 보곤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 명문이란 이름은 긴 역사만으로 붙는 게 아니니까.”

칼튼이 어깨를 으쓱했다.

“윌리엄, 걱정이 지나쳐, 레드삭스는 이제 우리의 상대가 안 된다고.”

그는 탬파베이의 승리를 확신했다.

1회 말.

“오늘 보스턴 선발 투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입니다.”

“페드로는 이번 시즌도 상당히 좋습니다. 2.15의 평균자책점에 시즌 4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록튼이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김민에게 물었다.

“2.15에 4승이면 승운이 없는 거 아니야?”

“한 달에 2승씩 했으니, 운이 없는 게 맞아.”

현재 김민은 9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시즌 예상 성적은 27승.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시즌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도 그의 몫이었다.

파앙!

포수 미트에 들어온 공이 좋은 울림을 냈다.

록튼은 이 울림을 듣곤 표정이 바뀌었다.

“이건…….”

김민이 혼잣말을 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군.”

그의 예상대로였다.

페드로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탬파베이 타자들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브라이튼을 시작으로 산체스와 윌리엄이 줄줄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페드로, 엄청난 퍼포먼스입니다! 3연속 삼진입니다!”

“외계인이 돌아왔군요. 탬파베이 타자들이 잇달아 허공을 칩니다!”

2회와 3회에도 페드로는 완벽히 탬파베이 타선을 막아 냈다.

“설마, 퍼팩트 게임이 나오는 것 아니야?”

록튼이 놀란 얼굴로 말하자 김민이 담담하게 그 말을 받았다.

“이번 시즌 우리가 2번 했으니까. 한 번 당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몰라.”

“킴! 농담할 때가 아니라고.”

“어려울 때일수록 여유를 가지는 게 좋아.”

김민은 조급한 마음으로는 페드로를 공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페드로는 현미경 분석으로도 공략할 수 없는 뛰어난 투수다. 아무 공이나 노린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는 칠 수 있는 공이 들어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탬파베이 타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이반 감독이 물을 마시며 말했다.

“지난 시리즈가 독이 된 것 같군.”

“다들 스윙이 큽니다. 페드로는 볼티모어와 다른데 말입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의 얼굴에도 근심이 서렸다.

4회 초.

노라가 펜스 직격 2루타를 때려냈다.

“느낌이 좋지 않아.”

“1사 2루면…… 찬스가 라파엘까지 이어질 겁니다.”

설리반은 바깥쪽 꽉 찬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라파엘은 그 공을 그대로 퍼 올렸다.

“공이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툭……

관중석 상단에 떨어진 공.

라파엘의 2점 홈런이었다.

“라파엘이 해냈어!”

“탬파베이도 페드로는 이기지 못하는군.”

보스턴 더그아웃 분위기가 일시에 바뀌었다.

김민은 이번 시리즈가 의외로 힘들게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볼티모어를 너무 쉽게 이긴 게 독이 되고 말았어.’

그는 지금이라도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이슨 코치.”

바이슨 수석 코치는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킴?”

“여기서 한 타임 끊죠.”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이슨, 그렇게 하게.”

이반 감독은 김민이 좋은 타이밍에 타임을 걸었다고 생각했다.

‘다들 스코어에 집중한 나머지 마운드에 서 있는 설리반을 잊고 말았어. 여기선 설리반을 다독이는 게 먼저야.’

블렛소 투수 코치가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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