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다저스의 영건들 06
“7회 2사! 이 타석이 발리안의 마지막 타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에이스 킬러가 킴에게 무너지는 걸까요?”
“세 번째 타석인 만큼 발리안도 집중할 겁니다. 야구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승부군요.”
발리안은 배터 박스에 들어선 뒤 얼굴을 굳혔다.
‘킴, 네가 최고의 투수라는 것을 인정하겠다. 하지만 우린 이대로 맥없이 당하지는 않는다.’
김민은 배터 박스에 들어선 발리안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배터 박스에 꽉 차는 느낌이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이군.’
2004 시즌 발리안은 막 데뷔한 신인에 불과했지만, 김민이 코치로 일하던 시절 그는 3천 안타와 500홈런을 넘긴 레전드였다.
‘설마 내가 발리안의 재능을 깨운 건 아니겠지?’
김민은 공을 글러브에 넣은 뒤 오른손을 왼쪽 어깨에 가져갔다.
- 바깥쪽 스플리터.
슉!
스플리터가 바깥쪽 코너에서 떨어졌다.
‘치지 않는 건가?’
록튼이 공을 받기 위해 미트를 내민 순간이었다.
딱!
갑자기 나타난 배트가 공을 미트 앞에서 걷어 올렸다.
‘배트가 어디서 나타난 거야.’
높이 올라간 공은 그대로 1루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탁!
“파울! 파울입니다!”
“히팅 포인트가 살짝 어긋났군요. 제대로 걸렸다면 장외홈런도 될 수 있는 타구였습니다.”
김민은 파울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스윙이군. 이전 타석과 확실히 달라.’
그는 깊이 심호흡했다.
‘마이너리그 시절이면 바로 걸렀을 거야.’
하지만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멋대로 던지던 투수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20명을 상대로 퍼팩트.
여기서 고의사구로 기록을 깨뜨린다는 건 그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납득하지 못하는 건 기록만이 아니야. 최고의 투수가 도전자를 앞에 두고 도망치는 꼴이니까.’
김민은 두 번째 사인을 냈다.
- 한가운데 하이 패스트볼.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살짝 일으켰다.
‘킴, 헛스윙 하나 멋지게 만들어 달라고.’
슈욱!
맹렬히 돌진하는 공.
높은 코스에서 떠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발리안은 그 공을 보고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기다렸다!’
벼락같은 스윙.
따악!
공은 그대로 하늘 높이 떠올랐다.
김민은 공이 솟아오른 순간,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경이적인 배트 스피드군.’
발리안의 배트는 라이징 패스트볼이 날아오르기 직전 그것을 낚아챘다.
“타구가 좌측으로 날아갑니다! 이 타구는! 폴대를…… 아…… 모르겠습니다.”
캐스터의 긴 탄식.
판정이 바로 나오지 않자 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홈런 아니야?”
“폴대를 빗나갔어.”
“넘어간 것 같은데?”
“맞아. 나도 넘어간 것 같아.”
주심은 바로 판정을 내리지 않고 3루심을 불렀다.
“난 파울인 것 같은데 자네는 어떤가?”
“아슬아슬했지만, 공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주심은 홈플레이트로 돌아오면서 파울을 선언했다.
“파울!”
김민은 모자를 고쳐 썼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최강의 상대를 만났군.’
이 순간만큼은 배리 본즈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
이반 감독이 블렛소 투수 코치를 불렀다.
“불펜을 가동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블렛소 투수 코치의 눈이 커졌다.
“감독님, 킴은 아직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방 맞으면 위험해.”
이반 감독은 김민이 평소보다 힘들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퍼팩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체력 소모가 크다. 킴은 지금 9이닝 이상을 던진 느낌일 거야.’
긴장과 피로감.
이 두 가지는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를 무너뜨리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김민은 그 시한폭탄이 터지는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연속해서 빠른 공을 던졌다. 여기서 한 타이밍 끊는 게 좋겠어.’
김민이 타임을 부르자 록튼이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킴, 무슨 일이야? 사인 미스인가?”
“그것보다 물어볼 게 하나 있어.”
록튼이 미트로 입을 가리며 물었다.
“뭔데?”
“퍼팩트 게임을 앞두고 홈런을 맞는 것과 볼넷으로 3번 타자를 내보내고 노히트 게임을 노리는 것. 어느 쪽이 나을까?”
록튼이 미간을 좁혔다.
“발리안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싶은 건가?”
“그만큼 어려운 상대라는 뜻이야.”
록튼이 미트를 내리며 말했다.
“그냥 홈런을 맞아. 그게 킴다워.”
“그런가?”
“가끔은 타자들에게 서비스할 때도 있어야지. 솔직히 지금까지 킴은 비인간적이었거든.”
록튼은 농담하듯 한마디를 던지곤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다저스의 케이시 수석 코치는 김민의 타임 타이밍을 보곤 혀를 내둘렀다.
‘발리안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흐름을 끊었다. 메이저리그 4년 차 투수. 하지만 게임 운영은 15년을 뛴 선수 못지않다. 킴은 타고난 감각이 달라.’
그는 발리안이 앞서와 같은 집중력으로 공을 쳐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발리안의 재능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이었다.
발리안의 집중력은 조금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카운트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공에 집중한다.’
대형 파울 타구를 두 번 날렸지만, 카운트는 0-2로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발리안은 유인구를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투수라면 모를까?
김민이라면 이 상황에서 유인구를 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완급 조절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킴은 정면으로 승부해 올 것이다.’
발리안은 체인지 오브 페이스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록튼이 미트를 들자 김민이 사인을 냈다.
- 한가운데 하이 패스트볼.
록튼이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킴, 같은 코스로 2개는 위험해!’
하지만 김민의 사인은 바뀌지 않았다.
‘허, 정말로 홈런을 맞을지도 모르겠군.’
록튼은 고개를 흔들곤 미트를 들었다.
사인을 마친 김민이 공을 강하게 잡았다.
‘본즈도 잡았던 바로 그 공이다.’
발리안이 본즈를 넘어섰다면……
이 공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즈를 넘지 못했다면……
배트는 그대로 허공을 칠 것이다.
김민이 두 손을 모은 뒤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높은 코스로…… 강하게!’
슈욱!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폭풍처럼 홈플레이트로 밀려들었다.
발리안은 스윙에 망설임이 없었다.
‘쇼트, 네 스윙 덕분에 이 공을 칠 수 있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떠올랐다.
“타구가 외야로 뻗어나갑니다!”
타자와 투수.
두 사람 모두 결과를 알고 있었다.
‘넘어가지 않는다.’
‘넘기지 못했다.’
경쾌한 소리가 났지만, 타구의 비거리는 펜스를 넘지 못했다.
“산체스가 달립니다!”
산체스는 칼튼과 맞먹을 정도의 빠른 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잡아야 해.’
그는 김민을 이기기 위해 매일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지금은 김민의 승리를 위해 달리고 있었다.
‘같은 팀이니까.’
팍.
공이 글러브에 들어온 순간 산체스가 펜스와 충돌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산체스.
“공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보다는 산체스의 부상이 염려됩니다!”
해설자가 목소리를 높인 순간 산체스가 글러브를 들었다.
“산체스가 공을 잡아냈습니다!”
“일어서는 모습을 보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 구장의 펜스는 충격 완화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산체스는 큰 부상을 당했을지도 몰랐다.
“잡았군.”
발리안은 쓴웃음을 짓곤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쇼트, 미안하다. 결국 녀석을 이기지 못했다.’
김민은 산체스가 돌아올 때까지 3루 베이스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그리곤 그가 돌아온 순간 손을 내밀었다.
“산체스, 멋진 수비였어.”
산체스가 김민과 주먹을 마주했다.
“킴, 위험한 공이었어. 어째서 그런 공을 던진 거야? 킴답지 않아.”
“본즈에게 통했던 공이었으니까.”
“뭐라고?”
김민이 던진 패스트볼은 단순한 하이 패스트볼이 아니었다.
본즈와 지터 그리고 에이로드까지 쓰러뜨린 업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그러나 발리안은 그 공을 펜스까지 쳐 내는데 성공했다.
산체스가 발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흠, 본즈에게 통했던 공이 거기까지 날아간 건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러지 마. 본즈에게 그리 많이 던지진 않았어.”
“그래도 대단하군. 그 공을 쳐 내다니.”
산체스가 김민과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물었다.
“나하고 저 녀석을 비교하면 어때?”
“누구? 발리안?”
“그래.”
“이번 타석만큼은 발리안이 위야.”
산체스는 반박을 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인정하지. 그 공을 쳐 냈으니까.”
그는 자신도 언젠가는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외야 멀리 날려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산체스가 해냈다면 나도 해낼 수 있어.’
8회 초.
탬파베이는 다시 2점을 보태 6-0으로 달아났다.
“다들 탬파베이 공격보다는 다저스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록을 보고 싶은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이니까요.”
7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김민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7이닝을 완벽히 막았다.
“8회 말, 킴이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이번 이닝 상대할 타자는 4, 5, 6번입니다.”
“이번 8회만 막을 수 있다면 한 시즌 2경기 퍼팩트 게임이라는 믿기지 않는 기록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어떤 투수도 한 시즌에 퍼팩트 게임을 2번 달성한 적이 없었다.
사이영상의 주인공 사이영도 전설적인 투수 샌디 쿠펙스도 커리어 내내 단 한 경기만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퍼팩트! 퍼팩트!”
누군가가 김민의 퍼팩트 게임을 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은 그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여긴 다저 스타디움이라고!”
“다저스 저지를 입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다저스 팬들은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한 타자에서 깨질 수 있는 게 퍼팩트 게임이야.”
“맞아.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는 6명의 타자가 남아 있어.”
“퍼팩트 게임을 말하기에는 이르단 말이지.”
8회 말 첫 타자는 4번 타자 하인케였다.
“누군가 안타를 쳐서 퍼팩트 게임을 깬다면 하인케가 주인공이 될 거야.”
“하인케! 안타를 부탁한다!”
다저스 팬들이 일제히 하인케를 응원했다.
“5번 하인케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김민은 처음 퍼팩트 게임을 했을 때보다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발리안을 상대로 힘을 너무 쓴 모양이군.’
그는 공을 글러브에 넣은 뒤, 사인을 냈다.
- 안쪽…….
‘안쪽이라고?’
록튼이 미간을 좁혔다.
‘구위가 떨어진 상태에서 안쪽은 위험한데…….’
그는 혹시 김민이 퍼팩트 게임을 의식해 무리한 볼 배합을 가져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바보 같은 의심이군. 내가 아는 킴이라면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진즉 훌훌 털어버렸을 거야.’
록튼이 알고 있는 김민은 기록을 의식해 경기를 망치는 투수가 아니었다.
슉!
빠른 공이 타자 안쪽을 향했다.
‘초구로 안쪽 공이라고?’
하인케는 놀랐지만, 이내 힘차게 배트를 당겼다.
‘1, 2루 사이를 뚫어주지.’
그러나 배트는 공을 때리지 못한 채 크게 헛돌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김민이 던진 초구는 스플리터였다.
발리안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경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킴의 스플리터 비중이 늘었어.”
“그건 우리가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기 때문일 거야.”
쇼트는 김민이 상대를 살피면서 그때그때 구종을 정한다고 생각했다.
‘킴은 단순히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두 번째 공은 체인지업.
하인케의 배트가 다시 허공을 갈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하인케는 두 번이나 헛스윙을 하곤 록튼에게 고개를 돌렸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가 도망치기만 하는 건가?”
록튼이 미트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럼 다음 공을 치라고.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테니까.”
하인케가 배트를 세우며 말했다.
“좋아. 가운데로 하나 부탁해.”
그는 록튼과 트래쉬 토크를 주고받았지만, 김민이 한가운데로 던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구는 좋지만 구속은 경기 초반보다 떨어졌다. 지금 녀석에게 정면 대결은 힘들 거야.’
하인케는 김민이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연속해서 던진 이유를 구위 저하에서 찾았다.
“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슉!
김민의 세 번째 공은 바깥쪽이었다.
‘역시 하나 빼는군.’
하인케는 김민이 바깥쪽 공을 보여 준 뒤 안쪽으로 승부를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깥쪽으로 빠진 것 같았던 공이 중간에 방향을 바꾸었다.
‘이건!’
하인케는 황급히 배트를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공은 이미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도착해 있었다.
‘늦었다!’
팡!
미트에 들어온 공은 정확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4번 타자 하인케의 룩킹 삼진.
발리안은 주먹을 꾹 쥐었다.
“백도어 슬라이더군.”
쇼트가 그의 말을 받았다.
“좌타자를 상대로 킴이 요긴하게 써먹는 구종이야. 하인케에게는 쥐약인 공이지.”
김민은 우타자인 발리안을 상대할 때는 이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질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가 좌타자 하인케라면 달랐다.
“킴! 4번 타자 하인케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이것으로 퍼팩트 게임에 한 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정말 멋진 슬라이더였습니다. 하인케가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당하는군요.”
하인케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 크게 화를 냈다.
“제길!”
그는 제대로 된 타구 하나 날려보지 못하고 경기가 끝났다는 것이 원통했다.
“하인케,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에게 목소리를 높인 것은 발리안이었다.
하인케게 고개를 돌리며 핏대를 세웠다.
“발리안, 우리 뒤에 타자들이 킴의 공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야구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야. 대타로 나선 신인이 킴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게 바로 야구야.”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발리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민은 5번 타자 브라이언트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곤 남은 아웃 카운트를 4개로 줄였다.
“칼튼, 탄탄한 수비력입니다.”
“브라이튼과 함께 월드시리즈 반지를 획득한 키스톤 콤비입니다. 공격은 몰라도 수비력만큼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칼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악마 같은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이게 대체 뭐야.’
그는 4타수 4안타를 목표로 뛰었지만, 오늘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김민은 그가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것이 자신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 것 같군. 다음에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겠어.’
6번 타자 크라우저는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툭.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라인을 따라 흐릅니다!”
3루 베이스 쪽으로 흐르는 번트 타구.
그러나 이 타구는 라인을 벗어나고 말았다.
“크라우저, 아깝게 라인을 벗어나고 맙니다.”
크라우저의 번트 능력은 텍사스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크라우저, 강공으로 전환합니다.”
크라우저는 김민의 3구를 노렸지만, 우익수 플라이로 끝나고 말았다.
“킴, 8회도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막아 냈습니다.”
“이제 세 타자 남았군요. 지금 킴의 가슴은 터질 듯 부풀어 올랐을 겁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김민.
그는 평소와 같았다.
퍼팩트 게임을 이미 한 번 해 봤기 때문일까?
몸은 무거웠지만, 가슴은 예상과 달리 두근거리지 않았다.
9회 말.
김민이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케이시, 어떤가?”
“대타 말입니까?”
“이대로 기록의 희생양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
다저스는 첫 타자부터 대타를 내보냈다.
“다저스 여기서 대타를 내보내는군요.”
“아무래도 유격수보다는 대타가 낫겠죠.”
탁!
빗맞은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흘러갔다.
“스나이더가 공을 잡아 강하게 1루에 던집니다!”
파앙!
아울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1루심이 빠르게 오른손을 뻗었다.
“아웃!”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다저스 팬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 퍼팩트 게임이 나오는 건가?”
“후우…… 한 시즌 퍼팩트 게임 2번이라니, 사람 맞아?”
다저스는 다음 타자도 대타를 투입했다.
“다저스 연속해서 대타입니다!”
“내외야 백업을 모두 투입하는군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킴의 퍼팩트 게임을 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은 자신 있게 투구했다.
‘백업 맴버라고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내 공을 공략하기에는 이르다.’
파앙!
패스트볼이 강하게 미트를 때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백업 타자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카울 감독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백기를 들어야겠어.”
케이시 수석 코치가 힘을 주어 말했다.
“아직 한 타자 남았습니다.”
9번 투수 타석.
다저스는 마지막 대타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카드는 수비가 뛰어난 타자뿐이었다.
‘차라리 타격이 좋은 투수를…….’
케이시 수석 코치는 투수의 대타 투입을 생각했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는 장면임을 생각하고 그것을 포기했다.
‘투수에게 그런 오명을 씌울 수는 없지.’
수비 백업을 맡고 있는 아노가 대타로 투입되었다.
탁!
초구를 때린 타구가 1루 베이스 위에 떠올랐다.
“높이 뜬 타구! 1루수가 두 손을 펴고 공을 기다립니다.”
팡!
아울의 미트에 마지막 타구가 들어왔다.
“끝났어!”
다저스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그렇게 끝이 났다.
“킴! 다저 스타디움에서 퍼팩트 게임을 완성합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2게임 퍼팩트 게임 투수가 탄생합니다!”
“한 투수가 한 시즌에 두 번의 퍼팩트 게임! 이 또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입니다!”
김민은 마운드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팬들은 기립 박수로 그를 축하했다.
“킴! 킴! 킴!”
이반 감독은 록튼과 포옹하는 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경기 모두 원정이었군.”
김민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두 번의 퍼팩트 게임을 성공시킨 투수가 되었다.
하지만 플로리다 홈 팬들은 그의 퍼팩트 게임을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