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32화 (232/296)

232화 다저스의 영건들 03

탬파베이는 7회 초 아울의 2점 홈런으로 반격했지만, 초반 벌어졌던 점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1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LA 다저스가 탬파베이와 첫 만남을 승리로 장식합니다!”

“탬파베이 레이스 긴 여행 시간에서 오는 피로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였습니다.”

이반 감독은 바이슨 수석 코치에게 내일은 더 나은 경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남기곤 인터뷰룸으로 향했다.

오늘 경기는 탬파베이와 다저스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기에 승패와 관계없이 두 팀 감독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감독님, 오늘 경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반 감독은 LA 타임즈 기자의 물음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162경기 중 한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경기라고 생각하시지 않는 겁니까?”

“오늘 경기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경기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LA 다저스, 두 구단 역사에 남을 겁니다. 하지만 승패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반 감독은 승패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탬파베이에게 오늘 패배는 꽤 아팠다.

동부지구 2위 뉴욕 양키스가 1경기 차이로 따라붙었기 때문이었다.

“내일은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내일 선발은 예정대로입니까?”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내일은 킴이 등판합니다.”

LA 출신 기자들은 김민의 등판 소식에 미소를 지었다.

“진짜 에이스의 투구를 볼 수 있겠군요.”

“킴의 경기는 꼭 기사로 쓸 겁니다.”

이반 감독은 기자들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저스의 젊은 힘, 막상 겪어보니 만만치 않다. 1, 2년…… 아닌 당장 이번 시즌 그들은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

그는 LA 다저스가 텍사스처럼 위협적인 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 *

3시간 뒤.

록튼과 김민은 노트북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쇼트가 처음으로 도루를 시도한 게 1회 말이었지?”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젠슨을 삼진으로 잡은 뒤, 쇼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

“그때를 정확히 기억해?”

노트북에는 1루에 나간 쇼트가 비치고 있었다.

“물론이지. 오늘 경기였잖아. 초구는 바깥쪽으로 유도했어. 녀석의 빠른 발을 의식했으니까.”

“우타자 바깥쪽이니까. 시프트는 1루 쪽이었겠군.”

“어차피 주자도 1루에 있으니까. 바깥쪽 시프트가 부담이 없지.”

록튼의 볼 배합은 전형적이었지만, 빈틈이 없는 좋은 볼 배합이었다.

김민이 마우스를 클릭해 영상을 재생했다.

팡!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왔지만 쇼트는 뛰지 않았다.

“뛰지 않았을 뿐 아니라 리드 폭을 줄였어.”

“맞아, 30cm 정도? 그 정도 줄였을 거야.”

록튼은 줄어든 리드 폭 때문에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리드 폭을 줄이는 것을 보고, 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마냥 마음을 놓았던 것은 아니야. 리드 폭을 줄인 다음 도루에 나서는 친구들도 많으니까.”

팡!

두 번째 공은 안쪽 공이었다.

록튼이 안쪽 공으로 리드를 했다는 사실은 그가 도루에 대한 경계심을 살짝 풀었다는 뜻이었다.

“여기서도 도루를 하지 않았어. 그리고 리드를 더욱 줄였지.”

김민이 말했다.

“라이트 말대로야. 쇼트는 머리를 아주 잘 쓰는 친구야. 조금씩 리드를 줄이면서 포수를 안심시키고 있어.”

“…….”

1사 1루.

록튼은 주자가 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더블 플레이를 위한 공을 요구했다.

김민이 계속해서 말했다.

“카운트 1-1에서 안쪽 낮은 공. 잘만 되면 더블 플레이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타자는 배트를 내지 않았고, 쇼트는 뛰었지.”

록튼이 자신을 변호했다.

“쇼트의 리드 폭이 너무 좁아서 도저히 뛸 수 없다고 생각했어. 킴도 보라고, 리드 폭이 도루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야.”

화면에 나오는 쇼트의 리드는 평균 이하였다.

“확실히 리드 폭이 좁군.”

“맞지? 이런 상황에서는 뛰는 쪽이 이상한 거라고.”

김민이 미간을 좁혔다.

“여기가 쇼트의 마지노선이야.”

“뭐?”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마지노선.”

록튼이 놀라 물었다.

“저 거리에서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단 말이야?”

“쇼트라면 가능할 거야. 물론 한 가지 전제가 있어야겠지.”

“전제?”

“안쪽 공이 들어와야 해.”

안쪽 공과 바깥쪽 공은 포수가 2루에 송구할 때, 그 차이가 컸다.

포수 중에는 1루 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바깥쪽 공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쪽 공과 좁은 리드 폭을 바꾸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해도 저건 너무 리드 폭이 좁아.”

“쇼트니까 가능한 리드 폭이야. 녀석의 발은 정말 빠르거든.”

메이저리그에서 50도루를 성공시킨 발이었다.

‘우리 팀에는 쇼트보다 발이 빠른 친구가 없어. 이치로도 아마 쇼트보다는 발이 느릴 거야.’

록튼이 물었다.

“그런데 킴, 녀석은 어떻게 안쪽 공이 들어간다고 확신한 걸까?”

“확신한 게 아니라 안쪽 공을 던지게 만든 거야.”

“뭐?”

김민이 화면을 멈추며 말했다.

“쇼트는 리드폭을 줄여서 포수를 안심하게 만들었지.”

록튼이 반론을 펼쳤다.

“안심했다고 해서 안쪽으로 볼 배합을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어.”

“록튼,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그러니까 주자가 뛰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바깥쪽 공은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야.”

“1루수가 베이스 옆에 묶여 있기 때문인가?”

“맞아, 평소보다 1, 2루 사이가 빈다고.”

록튼이 낮게 신음했다.

“음…… 바깥쪽 공을 밀게 되면 그 코스로 지나가게 되니까. 확실히 좋은 판단은 아니군.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쪽 공을 유도했다는 건가?”

“안쪽 공은 더블 플레이라는 이점도 있으니까. 게다가 우리 팀의 2, 3루 수비는 괜찮은 편이잖아.”

록튼이 믿었던 2, 3루 수비는 오늘 내야에 큰 구멍을 내고 말았다.

“킴, 녀석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지?”

“피치아웃이면 될 거야.”

“녀석이 뛸 타이밍에?”

“맞아.”

록튼이 물었다.

“피치아웃 타이밍은 어떻게 잡지?”

“내가 모자챙을 만지는 것을 신호로 하지.”

“그런데 그렇게 해서 쇼트를 잡아내면 내가 잡아내는 게 아니잖아.”

김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록튼, 내가 잡은 타이밍을 보면 쇼트가 언제 뛰는지 알게 될 거야.”

“스스로 깨달으라는 거군.”

“그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테니까.”

김민은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게는 방법이 하나 더 있어.”

록튼은 그 얄미운 쇼트를 잡는 방법이 자신의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쇼트를 잡아내는 방법이 그렇게 많은 건가?”

김민이 록튼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록튼, 도루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리드 폭을…… 아니야. 우선 출루를 해야 해. 킴!”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1루에 나가지 못하게 하면 아무리 발이 빨라도 도루를 할 수 없다고.”

쇼트를 배터 박스에 묶어 버린다.

김민은 이것이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 1루에 나갔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그는 LA 다저스 영건들에게 MVP의 실력을 확실히 보여 줄 생각이었다.

* * *

“오늘 선발은 킴이야.”

“메이저리그 최종보스의 등장이군.”

“킴만 잡으면 끝 아니야?”

다저스의 영건들은 표정이 밟았다.

반면 어제 2안타에 도루 2개를 성공시킨 쇼트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킴은 달라. 쉽게 보지 않는 게 좋아.”

“쇼트,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내 걱정은 근거가 있는 걱정이야.”

발리안이 쇼트 옆에 앉으며 말했다.

“어제 했던 작전이 킴에게는 통하지 않기 때문인가?”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재수가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될 거야.”

발리안은 쇼트의 걱정이 지나침을 넘어 기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발리안, 킴이 뛰어난 투수라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시도도 못 할 정도까지는 아닐 거야.”

그는 김민을 자이언츠의 1선발 라이브보다 조금 더 나은 선수로 생각하고 있었다.

1루수 하인케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배터 박스에 서 보면 알겠지.”

쇼트는 배터 박스에 서지 않아도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킴이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거둔 성적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라고.’

그는 동료들이 어제 승리에 취해 눈앞에 닥친 재앙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 * *

경기 시작 전 30분.

김민은 워밍업 대신 더그아웃에서 칼튼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 클럽은 어땠어?”

칼튼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어제는 안 갔지.”

“그제였나?”

“그래 그제.”

“어땠어?”

칼튼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물은 확실히 좋더군.”

“하지만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지.”

칼튼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킴, 어떻게 알았어?”

“칼튼은 유명하지 않으니까.”

“뭐야?”

칼튼의 눈썹이 곤두섰다.

“칼튼, 화가 났다면 미안해. 하지만 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야. 우린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선수고, LA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들이라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조금 화가 나는데?”

“LA 사람들이 다 알아볼 정도로…… 아니, LA에서 활동하는 파파라치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지면 여자들이 줄을 설 거야.”

칼튼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 실력으로 가능하겠어? 월드시리즈 MVP도 못 알아보는 녀석들인데?”

“유명세는 딱 한 경기로 가능해.”

“킴, 재미없는 농담하지 마. 기분 좋지 않으니까.”

김민이 글러브를 들며 말했다.

“오늘 경기에서 악마처럼 활약하라고, 그러면 LA 신문 1면에 기사가 날 테니까.”

그의 한마디는 코치 시절 젊은 선수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 원정 경기에서 상대 팀 팬들에게 네 얼굴을 각인시키고 싶나? 그렇다면 악마처럼 던져라!

칼튼이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악마적인 활약이라고? 4타수 4안타쯤 치면 되는 걸까?”

윌리엄은 칼튼의 한마디를 듣곤 어깨를 으쓱했다.

‘킴이 던진 미끼에 칼튼이 걸려들었군. 뭐, 불순한 의도라고 해도 실력만 발휘해 준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지.’

그는 전력분석팀이 건넨 자료를 꺼내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1회 초.

탬파베이 공격.

LA 다저스 내야진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다저스! 루키라고 하기에는 다들 수비가 좋습니다.”

“마이너리그 경력이 적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특히 발리안은 마이너리그를 완벽히 정복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이반 감독은 안타가 나오진 않았지만, 타구의 질이 어제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상위 타선은 어제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 문제는 하위 타선이야.’

어제 탬파베이 하위 타선은 무기력할 정도로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1회 말 다저스 공격입니다. 오늘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킴입니다.”

“킴은 다저 스타디움에서 첫 경기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시즌 중계 중 가장 기대가 되는 경기입니다.”

다저 스타디움은 기본 적으로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었다.

“외야에서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부는 바람은 타구의 비거리를 짧게 만든다”

“그게 아니야. 다저 스타디움에는 하강 기류가 있다고.”

메이저리그 기자들은 김민이 다저 스타디움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수 친화구장에서 킴은 어느 정도일까?”

“트로피카나 필드보다 살짝 좋은 모습일 거야.”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평균자책점이 0점대야. 그럼 다저 스타디움에서는…….”

“최소한 완봉이겠지.”

팡! 팡!

김민은 가볍게 공을 던지면서 영점을 조정했다.

‘약간 어깨가 무겁군.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아.’

그는 자신의 컨디션에 10점 만점에 7점을 주었다.

“플레이!”

주심의 경기 재개 사인과 함께 타자가 배트를 세웠다.

‘1번 타자 젠슨, 어제 부르스를 상대로 3타수 1안타. 우타자이기 때문에 굴리고 뛰기보다는 공을 끝까지 정확하게 보는 타입이다.’

김민은 왼쪽 어깨에 오른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 가운데 패스트볼.

록튼은 살짝 긴장했다.

‘킴, 컨디션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시작부터 한가운데라니.’

자칫 잘못하면 양키스전처럼 선제 홈런을 맞고 시작할 수도 있었다.

“킴! 와인드업!”

캐스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속구가 록튼의 미트를 향해 질주했다.

슈욱!

‘한가운데?’

젠슨의 눈이 커졌다.

‘스플리터인가?’

아주 잠깐 고민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패스트볼이 상대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젠슨이 고민하는 사이,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4마일(151km).

못칠 정도로 빠른 공은 아니었다.

“킴이 한가운데 빠른 공을 꽂아 넣었습니다.”

“이것은 킴의 선전포고일까요?”

젠슨은 좋은 공을 놓쳤다고 생각했다.

‘아까운 공을 놓쳤군. 이런 공은 다시 들어오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는 배트를 두드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하나 더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김민은 그의 혼잣말을 들은 것처럼 공을 던졌다.

슉!

두 번째 공도 한가운데 코스.

젠슨이 원하던 바로 그 공이었다.

‘연속해서 한가운데라고?’

그는 자신이 원하던 공이 들어왔음에도 미간을 좁혔다.

‘날 어지간히 얕보는 모양이군.’

경기 시작 전, 젠슨은 김민에 대한 데이터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 김민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바깥쪽, 구종은 패스트볼, 경기 초반에는 스플리터를 커터보다 많이 던지며, 종종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져 타이밍을 빼앗는다.

‘자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지!’

젠슨의 배트가 공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의 배트는 공을 그대로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스플리터!’

젠슨은 생각지도 못한 빠른 스플리터에 눈을 깜빡였다.

‘킴의 스플리터가 좋다고 듣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좋을 줄이야.’

김민의 스플리터는 커터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와 포크볼처럼 떨어졌다.

방금 스플리터는 공을 받은 록튼도 인정할 만큼 좋은 공이었다.

‘더 할 수 없이 예리한 스플리터다.’

김민은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다시 한번 한가운데로 공을 던졌다.

젠슨은 세 번째 공을 보곤 두 손에 힘을 뺐다.

‘이건 유인구다.’

그는 첫 번째 스플리터가 통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스플리터를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이 던진 공은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돌진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룩킹 삼진.

다저스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킴이 첫 타자를 룩킹 삼진으로 잡아냈습니다.”

“다저 스타디움의 하강 기류를 믿고 있는 것일까요? 거침없이 한가운데로 공을 던졌습니다.”

쇼트는 대기 타석에서 김민의 공을 똑똑히 보았다.

‘94마일(151km) 패스트볼과 89마일(143km) 스플리터, 구속은 특별할 것이 없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바로 그의 머리다.’

그는 김민이 자신과 같은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킴은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꿰뚫어 보고 경기를 지배한다.’

쇼트는 굳은 표정으로 배터 박스에 섰다.

‘한가운데, 스플리터, 다시 한가운데. 데이터에 없는 볼 배합이었다.’

그는 젠슨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 전까지 김민이 바깥쪽 공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젠슨과의 대결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초구로 무엇이 들어올지 모른다.’

배트를 세우자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빠른 공이면 무조건 친다.’

슉!

바깥쪽 빠른 공.

변칙이 아닌 전형적인 볼 배합.

‘이것이라면……’

쇼트는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배트는 공을 쳐 내는 대신 허공을 치고 말았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쇼트는 헛스윙한 뒤 미간을 좁혔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투심 패스트볼인가?’

그는 공이 배트 헤드를 타고 흘러나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3번 타자 발리안은 대기 타석에서 김민의 투심 패스트볼을 보고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으음…… 투심이 저렇게 날아온단 말이지.”

그는 김민의 투심 패스트볼이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와 비슷한 위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랜디가 뉴욕으로 가버려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이 랜디 대신에 저 친구를 우리에게 보내준 모양이군.”

발리안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김민과 마주 서 있는 쇼트는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검 하나를 들고 용과 마주 서 있는 느낌이군.’

슉!

두 번째 공은 안쪽이었다.

쇼트는 강하게 공을 당겼지만, 다시 한번 허공을 치고 말았다.

‘이번 공은 스플리터.’

구종은 알아냈지만, 히팅 포인트는 전혀 맞지 않았다.

‘킴은 공을 낭비하는 투수가 아니다. 바로 승부구가 들어온다.’

쇼트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이윽고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실투인가?’

공은 한가운데를 향하고 있었다.

투 스트라이크 노 볼.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쇼트의 배트가 앞으로 나왔다.

‘놓치지 않는다.’

다음 순간 공이 거짓말처럼 떠올랐다.

‘이것은!’

소문으로 들었던 라이징 패스트볼.

쇼트의 배트가 힘없이 허공을 갈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이 경쾌한 제스처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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