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다저스의 영건들 02
로스앤젤레스.
천사들의 도시.
이름을 처음 지은 것은 스페인 정복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밀려났고, 작은 마을이었던 로스앤젤레스는 4백만 명이 살아가는 미국 제2의 도시가 되었다.
“LA는 처음이군.”
“탬파에서 LA까지 비행이라니, 스케줄이 엉망이야.”
스페이츠가 김민에게 물었다.
“킴, 킴은 LA하고 친하지?”
“음?”
“듣기로 한국인들은 대부분 LA에 산다고 그러던데?”
김민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건 잘못된 루머야. LA에 사는 사람이 많긴 한데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 그리고 난 LA가 처음이야. LA하고 친하지 않다고.”
스페이츠는 몰랐다는 표현을 대신하기 위해 고개를 연신 갸웃했다.
4개월 전.
운영팀장 코너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전화를 걸었다.
“인터리그 스케줄에 오타가 난 것 같습니다.”
“스케줄표에 오타라고요?”
“인터리그 마지막 경기가 LA입니다. 아마 플로리다 말린스를 잘못 적은 것 같은데…….”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재빨리 담당자를 소환했다.
“그건 오타가 아닙니다. 탬파베이의 인터리그 마지막 경기는 LA 다저스입니다.”
“뭐라고요?”
코너는 입에서 욕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무슨 생각인 거야? LA라면 비행기로 왕복 10시간이잖아. 게다가 우리 팀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팀이라고. 이런 빌어먹을 스케줄을 짠 이유가 뭐야!’
좋은 해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탬파베이와 LA는 연관이 전혀 없는 도시였다.
담당 직원이 이유를 설명했다.
“LA에 살고 있는 팬들에게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 탬파베이와 MVP 킴을 보여 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코너가 그의 말을 자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우리가 동물원의 원숭이입니까?”
담당 직원은 코너의 함성에 귀를 막았다.
‘이 사람, 뭐 이렇게 목소리가 커.’
그는 애써 목소리를 낮췄다.
“진정하시죠. 높으신 분들 사이에 합의된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커미셔너께서 직접 그쪽 구단주에게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너는 멈칫했다.
‘구단주라면 어느 쪽이지?’
탬파베이는 현재 김민과 그렉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었다.
‘아마 그렉스겠지. 킴이라면 이런 무모한 스케줄을 인정할 리 없어.’
그가 한숨을 내쉬자 담당자가 말했다.
“가능하다면 3연전 안에 킴의 선발 등판 경기를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선발 등판 경기라고요?”
“안 될까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지금 2월입니다! 2월! 선발 로테이션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상도 할 수 없는 시기란 말입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인구가 많은 LA 카운티 지역에 월드시리즈 챔피언 탬파베이를 끌어들여 메이저리그 인기를 높이고자 했다.
“그래서 앞에 이동일을 넣어 두었습니다.”
LA 다저스를 상대하기 전 탬파베이는 하루의 이동일 휴식을 가졌다.
“부탁드립니다. 다저스와 3연전 안에 킴을 등판시켜 주십시오.”
“투수 로테이션은 우리 운영팀이 아닌 코칭 스텝이 하는 겁니다. 그리고 킴은 단순한 투수가 아닙니다. 우리 팀 구단주란 말입니다!”
코너는 전화를 끊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쯤 되면 디펜딩 챔피언이 아니라 서커스단이군.”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인기가 오른 건 좋은 일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팀이나 단체들이 있었다.
“팀장님, 오타가 아니었던 것 같군요.”
“오타는 무슨…… 사무국에서 우릴 원숭이 취급하고 있어.”
“네?”
“오타가 아니니까. 그대로 작성하라고. 난 이반 감독에게 전화해야 하니까. 가 보도록 해.”
코너는 즉시 코칭 스텝에 전화를 걸어 인터리그 스케줄이 오타가 아님을 알렸다.
이반 감독은 코너의 연락에 짧게 ‘알겠다.’라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다시 4개월 뒤.
“최근 LA 성적은 어땠지?”
칼튼의 물음에 스나이더가 대답했다.
“그리 좋지 않습니다. 플레이오프에 나오지 못하고 있거든요.”
LA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팬이 많은 구단 중 하나였다.
그런 구단이 플레이오프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메이저리그 흥행에 악재나 다름이 없었다.
“자이언츠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말이군.”
“뭐, 본인들은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칼튼이 스나이더에게 재차 물었다.
스나이더는 오렌지카운티 출신이었기 때문에 LA 다저스 사정에 밝았다.
“자이언츠와 상대 전적이 대등하거든요. 그래서 우린 자이언츠와 동등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 시즌 서부지구 3위가 말인가?”
LA 다저스는 박찬호와 케빈 브라운이 떠난 이후 침체기에 들어서 있었다.
김민은 다저스의 침체기가 이번 시즌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다저스 경기를 주자 봤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이번 시즌 다저스는 아주 강할 거야.’
2004시즌 LA 다저스는 발리안으로 대표 되는 루키 3인방이 폭발하면서 자이언츠를 2위로 밀어내고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김민의 기억과 반대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탬파베이의 우승으로 메이저리그의 역사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호텔 도착이다! 내일 오후 경기니까. 다들 호텔에 모여 있어. 괜히 밖에 나가서 사고 치지 말고.”
바이슨 수석 코치가 투수들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LA는 미국에서 가장 놀기 좋은 도시로 꼽혔기 때문에 혈기 왕성한 선수들을 통제하기 힘들었다.
“볼튼, 할리우드 배우들을 좀 알고 있다고 했지?”
“파티에서 몇 번 만났을 뿐이야.”
“오늘 밤에 어떻게 안 될까?”
라우리의 부탁에 볼튼이 고개를 흔들었다.
“바이슨 코치 말 못 들었어? 시즌 중이라고.”
라우리가 고개를 김민에게 돌렸다.
“킴, 킴은 볼튼보다 더 많은 배우들을 알고 있지? 올스타 만찬에서 만났다고 들었어.”
김민의 대답에 앞서 스페이츠가 라우리에게 말했다.
“정신 차려, 그분은 우리 팀 구단주라고.”
그래도 라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킴, 안 될까?”
김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보다는 브라이튼에게 물어보는 게 더 빠를걸?”
“브라이튼? 그 친구는 흑인들만 알고 있단 말이야.”
“그거 인종 차별 발언인데?”
렉터의 한마디에 라우리가 미간을 좁혔다.
“됐어! 내가 직접…….”
“직접 뭐?”
고개를 돌리니 블렛소 투수 코치가 서 있었다.
“그게…….”
말이 궁해진 라우리.
블렛소 투수 코치가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오늘은 나하고 호텔에서 일대일 코칭이다.”
“예?”
라우리의 눈이 보름달보다도 더 커졌다.
“못 들었나? 일대일 코칭이다!”
선수들은 라우리의 우울한 표정에 웃음을 터트렸다.
“라우리, 블렛소와 데이트 축하해.”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라우리는 동료들의 웃음을 들으면서 블렛소 코치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같은 시각.
LA 다저스 라커룸.
눈빛이 살아 있는 선수들이 의견을 교환했다.
“탬파베이는 강하군.”
“아메리칸 리그 1위니까.”
“타선을 보면 빈틈이 없어.”
“투수진은…… 킴을 빼면 압도적인 선수는 없군.”
“하지만 얕보지 않는 게 좋아. 15승을 해본 투수가 3명이나 있으니까. 불펜도 튼튼한 편이고 말이야.”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28세 이하였다.
그 중 절반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었다.
“킴은 언제 등판하지?”
“예정은 2차전이야. 하지만 3차전에 나올 가능성도 충분해.”
“음, 휴식일 때문인가?”
“맞아.”
발리안이 오른쪽에 앉은 쇼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1차전은 무조건 잡는다.”
“그건 당연하지.”
“계획이 있나?”
“물론.”
발리안과 쇼토, 그리고 젊은 선수들은 코칭 스텝의 전략과 상관없이 그들만의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그들이 마이너리그에서 4년 이상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이번 시리즈가 끝나면 노인네들도 알게 될 거야. 누가 진정한 다저스의 주인인지 말이야.”
발리안을 비롯한 7명의 선수가 미소를 지었다.
* * *
똑. 똑. 똑.
문을 두드렸지만, 답이 없었다.
‘없는 건가?’
록튼은 몸을 돌리자마자 뒤에 서 있던 라이트와 충돌할 뻔했다.
“무…… 무슨 짓이야?”
라이트가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난 록튼이 안으로 들어가려는 줄 알았어.”
록튼은 한 발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킴은 여기 없어.”
라이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리가?”
“노크했지만, 답이 없었어.”
“화장실에 가 있는 거겠지. 나한테 10분 전에 방으로 와 달라고 전화를 했다고.”
“킴이?”
“그래, 물어볼 게 있다면서 말이야.”
록튼은 숨을 들이마셨다.
‘설마 킴은 그런 취향이었나?’
김민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름난 투수였다.
1년에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액.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여자와 데이트를 즐기지 않았다.
‘킴이라면 충분히 톱모델과 데이트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1, 2년이라면 야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민은 메이저리그 4년 차였다.
록튼은 김민의 성적 취향이 독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 남자를 좋아했던 건가?’
그는 라이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잘 단련된 근육과 떡 벌어진 어깨. 확실히 좋아할 만하군.’
록튼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라이트가 문을 두드렸다.
“킴! 킴!”
그는 문을 두드리는 것 외에 목소리까지 높였다.
“라이트, 여긴 5성급 호텔이라고. 너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게…….”
라이트는 록튼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킴! 킴!”
그가 다시 문을 두드린 순간 문이 열렸다.
“아, 라이트…… 록튼도 왔군.”
록튼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
“곤란하다면 난 빠져 주지.”
김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흠흠, 있잖아. 그거…….”
김민은 록튼이 수줍게 고개를 숙이자 미간을 좁혔다.
“할리우드 배우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이라면 난 아는 사람 없어.”
‘그게 아닌데.’
“…….”
라이트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킴, 할 말이 있다면서?”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일단 안으로 들어와. 록튼도 함께하는 게 좋겠군.”
김민의 말에 록튼이 마른침을 삼켰다.
“나, 나도?”
“그래.”
김민이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방안은 윙윙거리는 팬 소리로 가득했다.
“이게 다 뭐야?”
김민의 방에는 다섯 대 이상의 노트북이 팬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다저스 선수들의 경기 영상이야.”
김민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야구를 사랑하는 사내였다.
록튼이 놀라 말했다.
“다 어디서 구한 거야?”
“LA에 우리 사무실이 있거든.”
엘린이 맡고 있는 K코퍼레이션은 LA에 제2 사무실이 있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많지 않아?”
“많다니, 우린 다저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어.”
다저스는 지난 몇 년, 아니 10년 동안 탬파베이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탬파베이와 다저스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라이트, 라이트는 이 친구들을 알고 있지?”
김민이 라이트를 부른 것은 그의 긴 마이너리그 경력 때문이었다.
라이트가 화면에 나온 선수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지. 지난 시즌 트리플A를 초토화시킨 녀석들이니까.”
다저스의 7인방.
그들은 트리플A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기억나는 친구가 있다면 이야기해 줘.”
라이트가 모니터를 둘러보며 말했다.
“저 친구가 기억이 남아.”
그가 가리킨 선수는 다저스의 중견수 쇼트였다.
“쇼트?”
“그래.”
“키가 작고 빠른 타입인데. 발이 빨라서 기억에 남은 건가?”
라이트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영리한 타입이야. 상대 수비를 흔드는데 능하고, 특히 주루 플레이가 인상적이야.”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텟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선수란 말이군.”
그는 고개를 록튼에게 돌렸다.
“록튼 조심해, 내일부터 상대해야 하는 선수니까.”
록튼이 의자 한쪽에 앉으며 말했다.
“발이 빠르고 눈치가 좋은 녀석이라면 메이저리그에 한 트럭이야. 난 저런 녀석에게 당하지 않아.”
그의 자신감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록튼의 이번 시즌 도루 저지율은 51%에 육박했다.
“내가 저 녀석에게 당한다면 내일 저녁을 사도록 하지. 이 호텔에서 말이야!”
김민은 어깨를 으쓱했고, 라이트는 눈을 반짝였다.
“정말이야?”
“대신, 내가 저 녀석을 막아 낸다면 킴이 저녁을 사도록 해. 풀코스로 말이지!”
김민이 말했다.
“저녁을 사는 건 어렵지 않지. 하지만 록튼, 상대를 얕보는 건 좋지 않아.”
“얕보는 건 물론 좋지 않지. 하지만 상대를 과대평가하는 건 더 좋지 않아. 킴, 파트너를 믿으라고.”
록튼은 쇼트를 잡아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호언장담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깨지고 말았다.
LA 다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1차전.
“쇼트가 오늘 두 번째 도루를 성공시킵니다!”
록튼은 입이 바짝 말랐다.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반 감독의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면, 스코어 보드를 보지 않고도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저스가 탬파베이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첫 만남에서 다저스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이 바이슨 수석 코치에게 말했다.
“바이슨, 선수단 단속을 하라고 했더니, 함께 클럽에 다녀온 건가?”
바이슨 수석 코치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호텔을 빠져나간 선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있다는 말이군.”
“…….”
이반 감독은 LA에 도착할 때부터 선수들 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되풀이해서 지시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천사들의 도시를 탐하는 선수들을 말릴 수가 없었다.
“칼튼과 스나이더는 교체야.”
칼튼과 스나이더는 새벽까지 클럽에 머물렀기 때문에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두 사람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내가 그렇게 말을 했을 텐데!”
스나이더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시간을 넘길 줄은…….”
칼튼은 스나이더와 달리 약간 뻔뻔하게 나왔다.
“LA잖아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바이슨 수석 코치가 두 사람에게 라커룸으로 향할 것을 지시했다.
“가서 머리를 좀 식히고 있어!”
주전 2루수와 3루수가 빠진 내야는 다저스 주자들의 놀이터였다.
이반 감독이 연신 미간을 좁혔다.
“록튼도 좋지 않군.”
“록튼은 킴과 함께 오늘 경기를 대비했다고 합니다.”
“컨디션을 문제 삼는 게 아니야. 빠른 주자를 상대로 허둥지둥하고 있어.”
이반 감독이 레이몬드 수비 코치를 불렀다.
“스미스를 준비시켜.”
“지금 말입니까?”
“지금 당장.”
결국 록튼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스미스와 교체되었다.
오늘 그의 성적은 최악이었다.
‘한 경기에 도루를 4개나 내주고 말았어.’
그가 허용한 4개의 도루 중 2개는 쇼트의 것이었다.
‘그 녀석……’
록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록튼, 괜찮아?”
그를 부른 이는 김민이었다.
“킴, 면목이 없군.”
김민은 쇼트가 훗날 시즌 54도루에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늘은 칼튼도 좋지 않았어. 칼튼의 컨디션이 정상이었다면 4회 도루는 막을 수 있었을 거야.”
“칼튼의 컨디션이 좋았다고 해도 나머지 3개는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잖아.”
“록튼이 상대에게 휘둘렸으니까.”
록튼이 얼굴을 굳혔다.
“내가 어제 킴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 녀석의 도루를 막을 수 있었을까?”
“다는 아니라도 반은 막을 수 있었을 거야.”
록튼이 주먹을 꾹 쥐었다.
“오늘 다시 가르쳐 줄 수 있겠어?”
김민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