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29화 (229/296)

229화 전설의 자격 06

“다음 타자는 알렉스입니다.”

알렉스는 나카무라 못지않게 기본기가 좋은 선수였다.

‘상대는 3루로 굴리는 타구에 대비가 확실하다. 그렇다는 말은…… 수비수들이 앞 포지션을 잡고 있다는 뜻.’

이 경우 파훼법은 간단했다.

‘3루 쪽으로 강하게 당겨 내야수들의 키를 넘기면 된다.’

그러나 평범한 투수라면 모를까?

상대는 김민이었다.

그를 상대로 원하는 타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단 맞추는 것부터 힘든 투수니……’

슉!

초구가 안쪽으로 날아왔다.

가볍게 당기면 3루수 키를 넘길 수 있는 공.

하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공은 배트와 만남을 거부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케빈 감독이 조셉 수석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스플리터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김민의 스플리터는 포크볼에 버금갈 정도로 낙차가 컸다.

“나이스 볼!”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7회 말에도 구위가 살아 있어. 완봉도 가능할 것 같아.’

그는 아직 주자가 한 명도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김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록보다는 타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온다. 이건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전력분석팀은 김민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지만, 배터 박스에 선 타자들은 그것이 무익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킴은 볼넷을 주는 투수가 아니야. 카운트가 몰리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 해.’

그들은 김민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휙!

두 번째 공은 가운데서 아래로 떨어지는 원 바운드 커브.

알렉스는 이 공을 간신히 골라냈다.

“알렉스가 배트를 멈춥니다! 카운트 1-1입니다.”

“알렉스가 잘 버티고 있습니다. 침착함을 되찾는다면 충분히 킴의 공을 쳐 낼 수 있습니다.”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알렉스는 제대로 된 컨택을 원했다.

‘스플리터 다음은 커브인가? 아직 패스트볼이 오지 않았어.’

그는 미간을 좁혔다.

‘아마 다음 공은……’

패스트볼.

슉!

빠른 공.

하지만 코스가 좋지 않았다.

‘이건 그대로 보내자.’

알렉스는 나오던 배트를 멈췄다.

다음 순간 공의 무브먼트가 바뀌었다.

‘안쪽으로 말려든다!’

바깥쪽을 향하던 공이 어느새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왔다.

팡!

“스트라이크!”

알렉스는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오고 나서야 이 공이 투심 패스트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른쪽 타자 바깥쪽에서 안으로 말려드는 투심 패스트볼이라. 이건 완전히 마스터(그렉 메덕스)의 그것이잖아!’

알렉스가 코너에 몰리자 케빈 감독이 미간을 좁혔다.

“머뭇거리고 있군.”

“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케빈 감독은 해바라기 씨 대신 물병을 들었다.

“에이브, 난 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걸 원치 않아.”

기록.

그것은 퍼팩트 게임을 말했다.

에이브 타격 코치는 5회까지 출루를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6회가 지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건 아니겠지?’

텍사스에게 남은 아웃 카운트는 알렉스의 것을 포함해 모두 8개였다.

‘8명 중에는 반드시 출루하는 타자가 나온다.’

에이브 타격 코치는 시선을 그라운드로 돌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0번째 삼진.

김민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좋았어!”

이제 남은 타자는 7명.

에이브 타격 코치가 마른침을 삼켰다.

‘다음 타자는 더글라스야. 우리 팀에서 가장 감이 좋은 타자라고.’

케빈 감독은 입에 타는지 물로 입을 축였다.

“더글라스가 치지 못하면 아마 힘들 거야.”

그도 더글라스가 팀에서 가장 감이 좋은 타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에이브 타격 코치가 목에 힘을 주었다.

“더글라스라면 쳐 낼 겁니다.”

더글라스는 타석에 들어선 뒤 배트를 세웠다.

‘앞선 두 타자에게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 말은 이번 7회 말 키워드가 스플리터라는 뜻이다.’

그는 김민이 매 이닝 볼 배합을 바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리는 공은 하나.’

더글라스는 스플리터를 정조준했다.

슉!

바깥쪽 빠른 공.

‘스플리터?’

더글라스의 배트가 멈칫한 순간 공이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96마일(154km) 패스트볼.

“오늘 경기 최고 구속이 나왔습니다!”

“멋진 패스트볼입니다.”

김민은 스플리터를 노리는 더글라스의 허를 정확히 찔렀다.

더글라스의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빌어먹을…….”

김민이 던진 초구는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다고 해도 칠 수 없는 공.

하물며 스플리터를 노리고 있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킴이 또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을 받았다.

“오늘 경기 초구 스트라이크 비중이 아주 좋아.”

김민은 승부를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안쪽에 다시 한번 패스트볼을 던졌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뒤로 밀렸다.

“더글라스의 배트가 밀립니다!”

케빈 감독은 오른손 식지를 들었다.

“데빈, 크렌달을 준비시키게.”

크렌달은 텍사스의 5번째 불펜 투수였다.

그를 등판시킨다는 것은 돌을 던진다는 뜻이었다.

데빈 투수 코치가 말했다.

“감독님, 아직 4-0입니다.”

텍사스 공격은 2번이나 더 남아 있다.

한 이닝에 2점씩만 뽑아도 충분히 동점이 가능하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케빈 감독의 지시는 바뀌지 않았다.

“자네는 킴을 상대로 우리 타선이 5점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무리야. 오늘 경기는 킴에게 넘겨주자고.”

아직 5월이었다. 그는 승리가 불투명한 경기에 필승조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패한다고 해도 내일 경기는 반드시 잡는다.’

2승 1패.

이것이 케빈 감독이 머릿속에 그린 탬파베이와 텍사스의 첫 시리즈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더글라스의 삼진과 함께 텍사스의 7회 말 공격이 끝났다.

더글라스는 삼진을 당한 뒤 한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후후후…….”

그의 입술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더글라스?”

동료의 물음에 더글라스가 고개를 들었다.

“완전히 당했어.”

“삼진 말이야? 나도 당했지.”

오늘 김민에게 삼진을 당한 것은 더글라스만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야. 녀석은 내 머릿속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다고.”

“…….”

더글라스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말했다.

“스플리터를 노릴 때는 패스트볼, 패스트볼을 노릴 때는 체인지업. 녀석의 볼 배합은 항상 타자를 앞서 나가고 있어. 녀석의 볼 배합을 조사하는 것으로는 녀석을 잡을 수가 없어.”

그는 다시 기회가 돌아온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안타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텍사스에게 남은 아웃 카운트는 6개에 불과했다.

‘오늘 경기는 힘들겠군.’

더글라스는 배트를 넘겨주고 글러브를 받았다.

8회 초.

크렌달은 안타 하나를 내어주었으나 무실점으로 탬파베이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반 감독은 크렌달의 패스트볼 구위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케빈 감독, 돌을 던진 줄 알았는데. 크렌달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마운드에 올린 모양이군.”

크렌달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고 있었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승기는 이미 탬파베이로 넘어와 있었다.

8회 말.

수비가 시작되기 전 탬파베이 더그아웃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번 이닝만 잘 막으면…….”

“쉿.”

다들 김민의 퍼팩트 게임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퍼팩트 게임 가능성이 생기면 더그아웃의 대화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탬파베이도 다르지 않았다.

더그아웃에 웃음이 사라지고, 적막이 감돌았다.

김민은 이 무거운 느낌이 싫었다.

“뭘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는 거야. 몸이 굳으면 땅볼을 받아낼 수 없다고.”

칼튼은 말을 하려다가 이내 말끝을 흐렸다.

“킴…….”

김민은 마운드로 향하는 대신 목에 힘을 주었다.

“다들 그런 식으로 나오면 초구를 한가운데로 던지겠어!”

스스로 퍼팩트 게임을 깨뜨리겠다는 엄포.

“킴, 그러지 말라고,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잖아.”

김민에게 부드러운 말을 건넨 사람은 블렛소 투수 코치였다.

“전 기록을 위해서 마운드에 서 있는 게 아닙니다.”

“그건 알고 있어.”

“승리에 걸림돌이 된다면, 퍼팩트 게임을 제 손으로 부숴 버릴 겁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

블렛소 투수 코치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우린 그저…….”

“긴장될 뿐이지?”

“그렇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긴장한 동료들을 다독이는 것도 리더의 몫이라네. 그렇지 않나?”

김민은 블렛소 투수 코치의 말에 깨닫는 것이 있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가장 긴장한 것은 나였다.’

긴장했기 때문에 긴장을 더하는 침묵이 싫었다.

“후우…….”

김민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좋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 보겠어. 그러니까 다들 힘을 빌려줘.”

칼튼을 비롯한 내야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오케이. 오늘만큼은 있는 힘을 다해서 킴을 돕겠어.”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대기록을 완성할 수 없었다.

이반 감독이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물었다.

“기세가 오른 것은 좋지만…… 성급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군.”

“괜찮을 겁니다. 월드시리즈를 지나온 친구들 아닙니까?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보다는 덜 떨릴 겁니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군.”

김민의 첫 상대는 4번 타자 홀랜드였다.

“홀랜드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홀랜드는 오늘 지명타자로 배터 박스에 섰다.

‘수비도 안 하는 타자가 안타를 못 친다면 그것은 팀에 민폐다.’

슉!

초구는 안쪽 깊숙한 패스트볼.

홀랜드는 배트를 빠르게 당겼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내야수들은 록튼의 사인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홀랜드는 상대가 구종이 바뀔 때마다 시프트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탬파베이의 시프트는 우리의 그것과 똑같다.’

정확히 말하면 텍사스가 템파베이의 시프트를 모방하고 있었다.

오리지널은 바로 탬파베이였다.

슉!

두 번째 공은 바깥쪽에서 가라앉는 스플리터.

홀랜드는 이 공에 크게 헛스윙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케빈 감독이 혀를 차며 말했다.

“저 스플리터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나?”

“힘들 겁니다. 저 코스를 치지 않으면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그냥 흘려보내게 되니까요.”

세 번째 공.

이번에는 홀랜드가 참아냈다.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볼입니다!”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홀랜드가 인내심을 보여 주는군요.”

카운트 1-2.

김민은 호흡을 조절했다.

‘삼진을 원한다면 하이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를 던지는 게 좋겠지. 하지만 홀랜드도 그쯤은 알고 있을 거야.’

그는 록튼과 사인을 교환한 뒤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안쪽 빠른 공.

홀랜드에게 기다린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볼이라면 파울. 스트라이크라면 그라운드 안쪽으로 넣겠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바운드를 일으켰다.

‘쳇, 투심 패스트볼이었나.’

홀랜드의 배트는 공을 때려내는 데 성공했지만, 수비를 뚫는 데 실패했다.

“아울이 커버를 들어온 킴에게 토스!”

김민은 빠르게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라인 밖으로 빠져나갔다.

“1루에서 아웃입니다!”

이것으로 남은 아웃 카운트는 5개.

“나이스 수비.”

“잘했어! 킴!”

김민이 글러브를 들며 동료들의 말을 받았다.

“이번 시즌도 목표는 골드글러브야.”

“사이영상이 아니고?”

“그건 이미 많이 받았잖아.”

케빈 감독은 김민과 동료들의 여유에 한숨을 내쉬었다.

“탬파베이는 강하군. 이런 상황에서도 야구를 즐기고 있어.”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더 한 상황도 이겼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버니, 버니는 초구를 강하게 때렸지만,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다.

“8회 2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베이스를 밟지 못했습니다.”

“퍼팩트 게임의 향기가 나는군요.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4명의 아웃 카운트가 더 남아 있습니다.”

8회 말 마지막 타자는 6번 타자 크라운이었다.

‘승패는 기울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퍼팩트 게임인데……’

퍼팩트 게임을 순순히 내줄 수는 없었다.

‘기습 번트를 댄다면 지금이야.’

분위기가 달아오른 9회 말 기습 번트를 댄다면 퍼팩트 게임을 저지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기습 번트를 댄다면?

그것은 출루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툭.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쪽으로 향했다.

“스나이더가 달려듭니다!”

타구 방향이 좋았다.

스나이더는 발을 내딛으면서 생각했다.

‘글러브로 공을 잡으면 늦는다.’

맨손 캐치.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자 주자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강습 타구도 아니잖아. 할 수 있어.’

그는 번트 타구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착.

손에 감기는 공.

약간의 충격은 있었지만 그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1루에 던진다.’

스나이더의 손을 떠난 공이 그대로 아울의 미트에 꽂혔다.

파앙!

“아웃! 아웃입니다!”

크라운은 마지막 순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했지만,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크라운, 아까웠어.”

크라운이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주루 코치에게 물었다.

“제가 느렸던 겁니까?”

“아니, 이번에는 스나이더가 잘했어.”

“어깨가 강한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맨손으로 잡아서 던졌거든.”

고개를 돌리자 김민과 스나이더가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아웃 카운트 3개 남았군요.”

“기록은 하나만으로도 깰 수 있어.”

“그렇긴 하죠.”

크라운은 몸을 일으킨 뒤 코치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9회 초.

퍼팩트 게임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탬파베이 타자들은 성급한 스윙으로 공격을 끝내 버렸다.

“여유 있는 듯 보이지만 다들 들 떠 있군.”

케빈 감독은 파고들 여지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떻게 할까?”

“대타를 써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텍사스의 9회 말 공격은 7, 8, 9번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순이었다.

“기습 번트 어떨까?”

“그건 크라운이 이미 8회 말에…….”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더 써 보는 거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거지.”

조셉 수석 코치는 좋은 작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퍼팩트 게임을 깨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일 겁니다.”

“우린 양키스가 아니야.”

힘으로 승부하면 김민을 넘을 수 없다.

조셉 코치가 물러서자 케빈 감독이 번트 작전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번트 작전은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다.

“떠오른 공을 포수가 잡아냅니다!”

포수 플라이 아웃.

케빈 감독의 시나리오에 없었던 결과였다.

“후우…… 번트 하나 대지 못하는 건가?”

7번 타자 버나드가 번트에 실패한 것은 그가 번트에 서툴러서가 아니었다.

김민이 그를 상대로 던진 초구는 떠오르는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이 공에 정확히 번트를 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킴! 퍼팩트 게임까지 아웃 카운트 2개가 남았습니다!”

김민은 글러브 안에서 공을 돌렸다.

‘상대는 8번……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겠지.’

그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2루로 흘렀다.

“칼튼!”

칼튼은 침착하게 두 손으로 공을 받은 뒤 가볍게 1루에 던졌다.

“아웃!”

퍼팩트 게임까지 앞으로 한 타자.

케빈 감독은 대타를 쓰는 타이밍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좋지 않은 흐름이야. 번트 실패 때문에 대타를 쓰는 타이밍을 놓쳤다.’

그는 급히 타임을 걸고 대타를 투입했다.

“대타 호머!”

9회 말 마지막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선 것은 트리플A 출신 호머.

김민은 공을 강하게 쥐었다.

‘마지막 타자다. 강하게 간다.’

슈욱!

호머는 살아 있는 듯 떠오르는 공에 크게 놀랐다.

‘이런 무브먼트도 있었나?’

그의 배트는 당연히 공을 맞히지 못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5마일(153km).

이반 감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부스터를 켰군.”

두 번째 공은 더욱 빨랐다.

탁!

중견수 머리 위에 떠오른 타구는 96마일(154km) 패스트볼을 때려낸 것이었다.

“중견수 산체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산체스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온 순간 김민과 록튼이 두 손을 활짝 폈다.

“성공이야!”

“해냈어!”

데뷔 4년 만에 첫 퍼팩트 게임.

텍사스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축하한다.”

“킴, 멋진 피칭이었다.”

응원 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기록을 세운 투수에 대한 축하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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