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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226화 (226/296)

226화 전설의 자격 03

경기 시작 30분 전.

산체스와 라이트 그리고 아울은 스미스와 함께 라커룸에서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클락이 그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 친구들 왜 저러고 있는 거야?”

그의 곁에 있던 칼튼이 대답했다.

“스미스가 아침부터 뭔가 가르치던데 그 때문인 것 같아.”

“스미스가? 록튼이 아니고?”

“그래, 록튼이 아니고 스미스.”

스미스는 오늘 선발 예정인 김민을 대신해 세 선수의 전력분석을 맡고 있었다.

“특정 구질에 따라 시프트가 바뀌기 때문에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면 좋은 타구를 낼 수 있어.”

아울이 의문을 제기했다.

“흠, 킴의 이론은 그렇긴 한데 시프트를 바꾸는 타이밍이 늦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걸?”

“이건 어제 경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야.”

스미스가 내민 보고서에는 아울이란 소제목이 붙어 있었다.

“허…… 스미스, 이제 이런 것도 하나?”

아울의 물음에 스미스가 입맛을 다셨다.

“쩝. 전력분석팀에서 한 거지. 내가 무슨 수로 이렇게 정교한 보고서를 만들겠어.”

전력분석팀은 김민의 지시에 따라 텍사스의 시프트 분석 자료를 작성했다.

밤을 거의 새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들은 지금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자료는 정확한데 경기 시작 전에 이걸 외울 수 있을까?”

“해야지 아직 30분 남았잖아.”

아울은 몸을 푸는 시간을 이용해서 이것을 암기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라운드 쪽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의 생각을 읽은 스미스가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구종에 대한 시프트 자료는 방금 도착했거든.”

“알겠어. 어떻게든 해 보지.”

산체스는 너무 외울 것이 많다고 불평했다.

“아침에는 텍사스 투수진이 선호하는 볼 배합을 외우라고 하더니, 경기 시작 전에 시프트입니까?”

라이트가 보고서를 주시하며 말했다.

“할 수 없잖아. 텍사스 녀석들이 머리로 승부를 걸어오는 걸.”

아울이 그의 말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하고도 안타를 치지 못하면 두 손을 들 수밖에.”

산체스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노려야 하는 건 안타가 아니라 홈런입니다.”

아울이 머리를 긁적였다.

“정정하지. 홈런을 치지 못하면 두 손을 들겠어.”

세 사람이 텍사스 시프트를 분석하고 있을 무렵, 김민이 워밍업에 들어갔다.

그는 가벼운 스트레칭 그리고 러닝.

“근육이 뭉친 곳은 없는 것 같군.”

“그런 곳이 있으면 곤란하지. 곧 경기 시작인데.”

오늘은 포터 불펜 코치가 마스크를 썼다. 그는 선수 시절 투수와 포수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코치 중 한 명이었다.

김민이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포터가 직접 공을 받아주는 겁니까?”

“헨드릭스는 아직이야.”

헨드릭스는 마이너리그 코칭 스텝으로 합류한 불펜 포수 라몬의 대타였다.

“다른 투수들은 헨드릭스가 받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에이스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하게. 킴, 연습 투구는 언제부터 할 건가?”

“경기 시작 후면 충분할 겁니다.”

김민은 연습 투구를 길게 할 생각이 없었다.

‘텍사스의 정교한 타자들에게는 완벽한 제구보다는 와일드한 공이 더 나을 거야.’

그는 오늘 키포인트를 거친 공에 맞췄다.

“조금 부족하지 않아?”

“충분합니다.”

김민은 러닝을 마치곤 목을 축였다.

“경기 시작까지 얼마나 남았죠?”

“21분.”

“아직 여유가 있군요.”

그는 고개를 그라운드로 돌렸다.

‘1회가 중요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경기가 힘들어질 거야.’

30분 뒤.

주심이 힘차게 목소리를 높였다.

“플레이볼!”

TV 중계를 맡고 있는 캐스터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1번 타자는 브라이튼입니다!”

“브라이튼, 시즌 초반 상당히 좋았던 분위기가 다운된 상태입니다. 시즌 타율은 0.276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탬파베이가 양키스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상위 타순이 살아나야 합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브라이튼이 3할 중반을 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라이튼은 매 시즌 3할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일 뿐이었다.

“브라이튼이 시즌 초반 고전하는 건 컨디션 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향수병 때문인가?”

브라이튼은 뉴욕 원정만 다녀오면 슬럼프에 빠지곤 했다.

“향수병은 아닙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은 아직 뉴욕 원정을 다녀오지 않았잖아. 향수병은 아닐 수밖에 없군. 그럼 뭐가 문제야? 벌써 5월이라고.”

코스타 타격 코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게…… 브라이튼이 플로리다에 맨션을 얻은 뒤로 그곳에서 파티를 벌이는 모양입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혀를 찼다.

“파티? 허, 건실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군.”

“브라이튼은 파티를 그리 즐기지 않지만, 그 가족들이 친구들을 부른다고 합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이마를 찌푸렸다.

“가족들이라면…… 호미(homie)인가?”

성공한 흑인 스타가 주변 가족들과 지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문화.

이 호미문화는 성공한 흑인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전성기 160억 원의 연봉을 받았던 앤트완 워커나 누적 연봉이 1천억 원이 넘는 아이버슨이 파산한 것도 다 이 호미 문화 때문이었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말했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가족이라고 해봐야 두세 명 정도니까요.”

“가볍게 볼 일이 아니야. 두세 명이 순식간에 이십 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어.”

“브라이튼은 그렇게까지 가진 않을 겁니다. 그는 할렘가의 부흥을 위해 돈을 쓰길 원하니까요. 친구와 가족을 플로리다로 부르기보다는 그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지으려 합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카운트는 2-2로 변했다.

오늘 텍사스의 선발 투수는 모타였다.

“브라이튼 말이야.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치곤 공을 오래 보고 있군.”

“모타는 원래 간결한 투수가 아닙니다. 투구수가 많다고 해서 브라이튼이 잘해 주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라인을 따라 굴렀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주먹을 쥐었다.

“괜찮아!”

잘하면 베이스를 맞고 굴절될 수 있는 공.

그러나 공은 베이스에 이르기 전 3루수 버나드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버나드, 1루에 길게 송구합니다!”

팡!

간발의 차이.

주심은 그대로 아웃을 선언했다.

“브라이튼 1루에서 아웃입니다!”

“모타가 첫 타자를 잡아내며 좋은 출발을 보입니다.”

이반 감독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첫 타자부터 시프트를 걸었군.”

“투 스트라이크 이후 브라이튼의 타구가 짧아진다는 것을 간파한 것 같습니다.”

텍사스의 방패는 여전히 시프트였다.

케빈 감독은 브라이튼을 잡아낸 뒤 미소를 지었다.

“이반, 오늘 경기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그는 탬파베이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2번 타자는 산체스입니다.”

“산체스도 최근 좋지 않습니다. 팀은 어제 패하기 전까지 연승 중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맞지 않고 있었습니다.”

산체스는 어제 최악의 경기를 펼친 바 있었다.

“오늘도 산체스는 아웃이야.”

케빈 감독이 사인을 내자 수비수들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빠르게 움직이는 내야수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와인드업도 하기 전에 시프트가 먼저 나오는군요.”

이반 감독은 1루 더그아웃을 슬쩍 보곤 말을 이었다.

“케빈은 산체스가 강하게 당겨 칠 것이라고 예상한 모양이군.”

케빈 감독은 산체스의 클래스를 올스타급으로 보고 있었다.

“극도의 부진 후, 다음 경기. 어설픈 타자라면 맞추는 데 급급하겠지만, 산체스는 달라. 녀석은 과감하게 공을 당길 거야.”

그는 산체스의 대처 방법까지 계산해 시프트를 건 것이었다.

산체스는 오른쪽으로 이동한 시프트를 보곤 살짝 놀랐다.

‘저 녀석들…… 우리 라커룸에 도청기라도 달아놓은 것 아니야?’

홈런을 노리기 위해선 강하게 공을 당겨야 했다.

그러나 텍사스 시프트는 그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강하게 당기는 공을 잡겠다.

시프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스미스는 텍사스의 시프트를 보곤 산체스 이상으로 놀랐다.

“어,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아울이 놀라고 있는 스미스의 어깨를 잡았다.

“스미스, 놀랄 필요 없어. 산체스는 어제 크게 부진했잖아. ‘부진할 때는 기죽지 말고 크게 배트를 돌려라.’ 메이저리그에는 이렇게 말하는 코칭 스텝이 많다고. 케빈은 아마 그걸 저격한 것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킴의 공략법을 완벽히 저격하고 있잖아.”

아울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시프트로는 킴의 공략법을 막을 수 없어.”

“뭐?”

“잊었나?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말이야.”

스미스가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아…… 홈런…….”

“그래, 홈런은 시프트하고 상관없어.”

당기는 타구에 대비한 시프트.

공이 외야 펜스를 넘긴다면 시프트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딱!

강한 타구가 그대로 1루 관중석에 꽂혔다.

“산체스! 크게 휘두릅니다.”

케빈 감독은 자신의 예상대로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 그래야 슈퍼 루키지. 아주 잘하고 있어.”

그는 모타에게 좀 더 깊이 공을 넣으라고 사인을 보냈다.

팡!

두 번째 공은 너무 깊었기 때문에 산체스의 배트가 움직이지 않았다.

“카운트 1-1입니다!”

“산체스가 크게 휘두른 뒤 하나를 기다렸군요.”

모타는 세 번째 공도 안으로 던졌다.

딱!

이번에도 강한 파울.

탁……

공은 1루 쪽 관중석 2층에 떨어졌다.

“산체스, 다시 한번 크게 휘두릅니다.”

“이거 장타를 노리는 스윙이군요. 하지만 히팅 포인트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타는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연속해서 유인구를 던졌다.

산체스는 그 유인구를 모두 쳐서 1루 쪽 펜스를 넘겼다.

“카운트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투구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타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바로 이겁니다. 다른 투수에 비해 투구수가 많다. 벌써 10개가 넘는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모타는 결정구가 없는 투수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것은 완급 조절과 정교한 컨트롤 덕분이었다.

‘좋은 선구안과 반사 신경을 가진 녀석을 상대로 안쪽만으로는 힘들어.’

그는 바깥쪽으로 하나 공을 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 바깥쪽으로 패스트볼.

사인을 교환한 모타가 바깥쪽을 향해 던졌다.

슉!

93마일(150km) 패스트볼.

산체스의 배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팡!

“산체스가 볼을 골라냅니다! 이것으로 카운트는 2-2입니다.”

“볼을 골라낸 것이 아니라 바깥쪽 공을 예측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케빈 감독은 모타의 바깥쪽 투구에 미간을 좁혔다.

“안쪽에서 끝을 봐야지. 왜 바깥쪽인가?”

데빈 투수 코치가 모타를 변호하듯 말했다.

“산체스는 눈이 좋은 타자입니다. 안쪽 공만으로 잡아내는 것이 힘들었을 겁니다. 이번에 바깥쪽으로 하나 던졌으니, 다음에는 안쪽으로 갈 겁니다.”

예상대로 여섯 번째 공은 안쪽이었다.

슉!

산체스는 이 공도 강하게 당겼다.

딱!

강한 타구가 1루 더그아웃 앞에 있는 펜스를 강타했다.

탕!

강한 타구에 케빈 감독을 비롯한 텍사스 선수들이 몸을 움츠렸다.

“빌어먹을!”

해바라기 씨를 먹던 누군가가 욕을 내뱉었다.

케빈 감독은 모자를 고쳐 쓴 뒤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안쪽 공에 반응하고 있잖아.”

계획대로 되고 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대로라면 산체스는 이미 1루수 파울 플라이나 땅볼로 아웃이 돼야 했었다.

산체스는 이미 그의 계획 밖에 위치하고 있었다.

‘산체스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배트를 돌리고 있다.’

데빈 투수 코치는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깥쪽으로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산체스의 히팅 포인트가 안쪽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지금 산체스는 안쪽 공만을 노리고 있습니다. 배터 박스 위치를 보십시오.”

케빈 감독은 산체스의 위치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 보도록 하지.”

오른손 투수의 백도어 슬라이더는 좌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할 수 있었다.

모타는 이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슬라이더란 말이지.’

텍사스 코칭 스텝이 노리는 것은 바로 룩킹 삼진이었다.

사인이 나온 직후, 내야수들이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체스는 그것을 보고 상대의 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슬라이더군. 그것도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케빈 감독과 데빈 투수 코치가 원하는 것은 삼진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산체스가 공을 밀어 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프트가 왼쪽으로 움직인 것은 만약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만약에 대한 대비가 상대방에게 큰 힌트를 주고 말았다.

휙!

산체스가 바깥쪽에서 휘어져 들어오는 공을 강하게 타격했다.

따악!

투수인 모타는 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빌어먹을.’

데빈 투수 코치도 다르지 않았다.

“제길!”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경쾌한 타구.

산체스가 때린 공은 펜스를 넘어 중앙 잔디밭에 안착했다.

툭…….

“홈런! 홈런입니다!”

“산체스가 멋진 홈런을 때렸군요. 2-2에서 슬라이더를 정확히 걷어 올렸습니다.”

산체스는 묵묵히 베이스를 돌았다.

‘킴의 조언대로 하니 홈런이 나왔다. 그 말은…… 킴이 경기 자체를 꿰뚫고 있다는 뜻.’

산체스는 일대일 승부에서 김민을 이긴다고 해도 야구로 그를 이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잘 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탁.

홈베이스를 밟자마자 스코어 보드가 바뀌었다.

탬파베이 1:0 텍사스

케빈 감독은 자신의 계획과 전혀 다른 결과에 손바닥을 위로 들었다.

“후우…… 천재는 천재군.”

데런 투수 코치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감아 돌릴 줄은 몰랐습니다.”

“녀석은 처음부터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좋은 타이밍에 배트를 낼 수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안쪽 공에 계속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천재의 반사 신경으로 대처했던 거야.”

케빈 감독과 데빈 투수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윌리엄이 2구를 강타해 1, 2루 사이를 뽑아내는 안타를 만들었다.

“안타! 안타입니다!”

시프트가 무색해지는 안타였다.

케빈 감독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으음…… 이반이 시프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 모양이군.”

“탬파베이가 하루 만에 저희 시프트를 간파했을 리가 없습니다. 이건 그냥 탬파베이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은 겁니다.”

조셉 수석 코치는 시프트가 간파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타구는 그의 그러한 생각을 바꿔 버렸다.

딱!

4번 타자 아울의 타구.

타구는 펜스를 넘어가지 않았지만, 텍사스 팬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펜스 직격 2루타입니다! 1루 주자 그대로 홈을 노립니다!”

1루 주자 윌리엄의 슬라이딩.

뒤늦게 홈으로 공이 이어졌지만, 그의 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이프!”

주심의 판정과 함께 다시 카운트가 올라갔다.

“탬파베이가 2-0으로 리드폭을 넓힙니다.”

케빈 감독은 입맛이 썼다.

“아웃 카운트 하나에 2점인가? 어제와는 확실히 다르군.”

조셉 수석 코치도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탬파베이는 강팀입니다.”

이반 감독은 박수를 치며 안타를 친 타자들을 맞이했다.

“나이스 배팅! 최고였어.”

홈으로 들어온 윌리엄이 이반 감독과 하이파이브하며 말했다.

“다 킴의 전략 덕분입니다.”

“킴이라고?”

“어제 버스에서 킴이 상대 시프트를 깨는 법을 알려 줬거든요.”

코스타 타격 코치는 윌리엄의 말을 듣곤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엄은 역시 대단하군. 킴과 스미스가 집중적으로 조언한 것은 산체스와 라이트였는데 그는 그 내용을 흘려들은 것만으로 상대 시프트를 뚫었어.’

5번 타자 라이트.

그는 스미스의 집중 조언을 받은 타자 중 한 명이었다.

‘노리는 것은 안타가 아니라 홈런.’

라이트는 안쪽 공을 강하게 당겼다.

딱!

날카로운 타구.

하지만 결과까지 날카롭지는 않았다.

“아! 강한 타구가 1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갑니다! 이어서 2루에 송구!”

강한 타구에 3루를 노렸던 주자 아울은 베이스로 돌아갈 틈도 없이 아웃되고 말았다.

“좋은 타구가 이렇게 병살타가 되고 마는군요.”

“이건 아울의 주루가 좋지 못했습니다. 성급했다고 해야 할까요? 공이 빠지는 것을 보고 뛰었어도 충분했는데 너무 빨리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라이트는 긴 한숨을 내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그를 위로했다.

“라이트, 상심하지 말라고, 타구의 질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결과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아울까지 죽어버릴 줄이야.”

윌리엄이 글러브를 챙기며 말했다.

“라이트,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킴은 2점이면 충분하니까.”

김민의 평균 자책점은 1.25, 그에게 2점은 넉넉한 점수였다.

탬파베이 외야 불펜.

불펜 투수인 라우리가 김민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교대입니다!”

“오케이.”

김민은 불펜을 나와 마운드로 향했다.

‘2-0인가? 좋은 스코어군.’

그를 바라보는 텍사스 팬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오늘 탬파베이 선발은 킴이잖아.”

“1회부터 2점이라. 이러면 킴을 공략하기 힘들어.”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1회 말.

텍사스의 첫 타자는 중견수 나카무라였다.

나카무라는 일본에서 FA 자격을 얻어 태평양을 건넌 선수로 이번 시즌이 데뷔 시즌이었다.

“나카무라는 32경기에서 타율 3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카무라는 일본에서 호타준족으로 유명했던 선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치로의 뒤를 이어 저팬 드림을 일으킬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고, 정확하다.

나카무라는 케빈 감독의 입맛에 딱 맞는 선수였다.

‘나카무라라면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

그는 나카무라가 포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딱!

좋은 소리에 케빈 감독의 얼굴이 밝아졌다.

“좋…….”

그의 입에서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타구가 유격수 브라이튼의 품에 안겼다.

“나카무라! 초구를 공략했지만,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납니다!”

“좋은 타구였지만 방향이 아쉽군요.”

김민은 나카무라를 잡아낸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걸려들었군.’

조셉 수석 코치는 브라이튼의 위치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탬파베이 시프트가 변했습니다.”

케빈 감독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시프트에는 시프트란 말인가?”

김민은 텍사스에게 좋은 수비 시프트가 무엇인지 알려 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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