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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225화 (225/296)

225화 전설의 자격 02

이틀 뒤.

탬파베이 레이스는 신구장 건설 스케줄을 공식 발표하고, 명명권이 구글에 있음을 밝혔다.

“구글 필드라.”

“인터넷 기업이 이제 메이저리그에까지 진출하는 건가?”

“내가 보기에는 큰 이득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인터넷 기업은 인터넷 안에서 광고를 해야지.”

“대중에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이겠지. 우리도 이제 오프라인 기업만큼 잘 나간다는…….”

기자들은 화제를 시즌 MVP로 전환했다.

“이번 시즌도 아메리칸 리그 MVP는 킴일까?”

“투수가 3년 연속 MVP는 좀 그런데…….”

투수에게는 투수들만의 상인 사이영상이 있다. 그러니 이번 MVP는 타자에게 주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여론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김민의 성적은 너무 압도적이었다.

- 1점대 평균자책점, 삼진 1위, 최다 탈삼진 경기, 연속 탈삼진 기록 수립, 다승 2위, 승률 1위…….

“한 경기 최다탈삼진 신기록 때문이라도 전반기 MVP는 킴이 가져갈 거야.”

“5번 나와서 5번 모두 승리한 것은 어떻고?”

“또 킴인가? 난 반대야. 이번 시즌은 에이로드가 가져가야 한다고.”

에이로드는 아메리칸 리그 전체 1위 양키스의 주포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로드는 좀 그렇잖아. 우승을 위해 최강팀으로 옮긴 건데…….”

“그게 MVP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상관이 있지. 자신의 팀을 지킨 게 아니라 제국이라 불리는 팀으로 들어간 거잖아. 한마디로 오클랜드의 호세가 탬파베이로 들어간 것과 같은 거야.”

“어차피 텍사스도 프렌차이즈는 아니야. 에이로드는 시애틀에서 스타가 되었다고.”

한 기자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친구들 아직 MVP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 아닌가? 아메리칸 리그 1위가 어느 팀인지 정해지고 난 다음에 논쟁을 벌여도 늦지 않아.”

리그 1위 팀 에이스에게 주자.

이 기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 에이로드지. 양키스는 최강이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야. 킴이 복귀한 탬파베이는 양키스 이상이라고. 맞대결도 2승 1패로 이겼고 말이야.”

2004 시즌 아메리칸 리그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의 싸움으로 좁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서부지구가 너무 잠잠한데?”

“오클랜드가 최근 좋지 않지?”

오클랜드는 팀의 주포 호세가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 치명타였다.

호세의 부상은 선수 생명에 치명타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2개월의 회복 기간이 필요했다.

오클랜드는 호세 없이 전반기를 치러야 했다.

“시애틀도 별로야. 볼 건 이치로 하나라고.”

시애틀 매리너스는 아메리칸 리그 최다승 신기록을 썼던 선수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지. 30대가 많은 팀은 더욱 그래.”

“지금 1위는 텍사스지?”

“맞아. 텍사스가 1위야.”

케빈 감독이 이끄는 텍사스는 팀의 주포가 모두 나갔음에도 서부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젊고 단단한 팀이야.”

“생각보다 빠르더군. 도루 1, 2위가 모두 텍사스에 있지?”

거포들이 빠져나간 텍사스는 빠르고 정확한 선수들로 타선을 바꾸었다.

사람들은 텍사스의 빠른 야구에 런엔건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양키스하고 텍사스가 맞붙었던가?”

“다음 시리즈야.”

“탬파베이하고는?”

“그 다음 시리즈.”

질문을 던진 기자가 손을 내저었다.

“어휴 그럼 텍사스 1위도 오래 가지 못하겠군. 리그 1, 2위 팀을 만나지 않아서 상위권이었던 거잖아.”

사람들은 텍사스가 6연패에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5월 8일.

양키스와 텍사스는 2004 시즌 첫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텍사스의 4-3 신승.

텍사스 투수진은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양키스 타선을 막아 냈다.

기자들은 텍사스 경기를 직접 관전하곤 혀를 내둘렀다.

“텍사스가 왜 강팀인지 알겠군.”

“시프트가 탬파베이 이상이야.”

텍사스 수비수들은 내야수를 때때로 3명으로 줄이는 과감한 시프트를 펼쳐 양키스 강타자들을 막아 냈다.

“케빈 감독이 이 정도까지 해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내일 경기는 라몬스가 등판하니까 양키스가 가져갈 거야.”

라몬스가 등판한 2차전.

양키스는 에이로드의 3점 홈런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7회 말 나이젤이 실책을 저지르면서 5-5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텍사스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군.”

경기는 9회까지 5-5 동점.

텍사스는 양키스를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양키스에는 지터가 있었다.

딱!

경쾌한 타구가 1루와 2루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양키스가 6-5로 균형을 깹니다!”

맥코비 감독은 지터의 역전타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바로 그거야!”

9회 말.

맥코비 감독은 리베라를 마운드에 올렸고, 리베라는 기대에 부응하듯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것으로 1승 1패군.”

“하지만 쉽지 않은 경기였어. 내일 진다면 아메리칸 리그 1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거야.”

오늘은 양키스가 이겼지만, 내일 패한다면 2위 탬파베이와 승차는 1경기까지 좁혀질 수 있었다.

현재 탬파베이는 3연승 중이었다.

“내일은 무시나인가?”

“선발 매치업은 항상 양키스 승리야.”

마지막 경기인 3차전.

양키스는 에이스 무시나를 마운드에 올려 필승을 노렸다.

“7회까지 2-1 오늘은 유독 득점이 안 나는군.”

“최근 무시나에 대한 타격 지원이 빈약해. 양키스답지 않아.”

“오늘을 포함하면 3경기 연속인가?”

“맞아.”

무시나는 적은 득점 지원에도 불구하고 멋진 피칭을 보여 주었다.

7이닝 1실점 4피안타 7K.

승리 투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는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텍사스 타자들이 리베라가 등판하기 직전 양키스 불펜을 두들겼다.

“역전이군.”

“무시나는 이번 시즌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아.”

9회 초.

지터가 내야 안타로 출루했지만, 믿었던 제레미가 병살타를 치면서 허무하게 경기가 끝나 버렸다.

“이런…… 텍사스가 양키스를 잡았어.”

“탬파베이는 어떻게 됐지?”

“이겼어. 5-1로.”

“그럼 1경기 차이군.”

탬파베이는 4연승을 내달리며 1위 양키스를 바짝 추격했다.

“다음 시리즈가 중요할 거야. 양키스는 레드삭스고, 탬파베이는 텍사스니까.”

“두 팀 모두 쉽지 않은 상대군.”

“난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팀이 아메리칸 리그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자네의 헤드라인인가?”

“맞아.”

5월 중순 메이저리그는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 * *

5월 11일.

탬파베이는 텍사스를 상대하기 위해 알링턴으로 날아갔다.

“으…… 텍사스는 언제나 더워.”

“근처에 바다도 없고 별로야.”

텍사스주는 완전한 내륙이 아닌 해안을 끼고 있는 주였다.

하지만 알링턴은 내륙인 포트워스와 댈러스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북쪽보다는 나아.”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처럼 북쪽에 위치한 도시들은 아직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그렇지.”

“빠르게 이기고 돌아가자고.”

탬파베이 선수들은 스윕을 자신했다.

하지만 그들은 첫 경기에서 3-1로 패하고 말았다.

기세가 높았던 만큼 패배는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1점밖에 뽑지 못할 줄이야.”

“그 이상한 시프트 때문이야.”

텍사스는 양키스를 잡아냈던 시프트를 그대로 탬파베이에 적용했다.

김민은 말없이 노트에 시프트를 그렸다.

‘케빈 감독이 오늘 사용한 시프트는 2010년대 중반에 등장할 법한 것이다. 설마 케빈 감독도 나처럼 과거로 돌아온 사람은 아니겠지?’

그는 미간을 좁혔다.

‘그렇다면 곤란해.’

칼튼이 김민의 노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킴, 뭐 해?”

“시프트를 그려보고 있어.”

“이 괴상한 시프트는 누구 거야?”

김민이 짧게 대답했다.

“산체스.”

“뭐?”

산체스는 좌우 어느 쪽으로든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타자였다.

그런데 김민이 그린 시프트는 한쪽으로 크게 치우쳐져 있었다.

‘아울처럼 강하게 당기는 타자도 아니고 산체스에게 이런 시프트를 취한다고? 이상하군.’

클락이 재차 물었다.

“킴, 산체스를 상대로 이런 시프트를 쓴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구종을 특정한다면 아니야.”

산체스는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들어올 경우 무리하게 당기지 않고 미는 스타일이었다.

‘좌타자인 산체스가 민다면 공은 2, 3루 쪽을 향하게 된다.’

케빈 감독은 2루수를 2루 베이스에 놓고 유격수 위치를 3루와 2루 중간까지 당겼다.

‘1, 2루 사이에 큰 구멍이 나지만 3루 쪽은 베이스부터 빈틈없이 지킬 수 있다.’

텍사스 시프트는 외야까지 적극 확장되었다.

‘외야도 왼쪽으로 움직였어. 중견수가 10m 이상 움직였고, 우익수도 센터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는 시프트를 깰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 홈런.

201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에 홈런 열풍이 불었다.

홈런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에 공인구 조작 의혹까지 일었다.

하지만 당시 홈런 열풍은 적극적인 시프트의 산물이었다.

타자들은 시프트를 깨기 위해서 타구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펜스를 넘기는 것을 선호했다.

코칭 스텝도 타자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삼진을 당해도 좋다. 펜스를 넘기면 시프트와 상관없이 점수를 뽑을 수 있다.”

“홈런은 가장 쉽게 점수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이다.”

“어퍼 스윙으로 크게! 병살타를 치는 것보다는 삼진이 낫다!”

그리고 2018 시즌.

양대 리그 타자들의 홈런 숫자는 약물의 시대를 넘어섰다.

물론 이것은 김민이 알고 있는 미래일 뿐이었다.

“칼튼, 산체스가 보이지 않는데?”

김민의 물음에 윌리엄이 답했다.

“화가 나서 제일 먼저 나가버리더군.”

산체스는 오늘 3타수 무안타 2병살타로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버스로?”

“아마 그렇겠지.”

김민은 노트를 챙겨 버스로 향했다.

* * *

“텍사스의 시프트를 공략할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그래.”

산체스는 김민을 항상 넘어야 할 산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표정이 복잡했다.

“내가 널 돕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나?”

산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은 그렇습니다.”

“널 데려온 게 나라면?”

“선수가 트레이드에 관여…….”

산체스는 스스로 말을 끊었다.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킴은 단순한 선수가 아니다. 그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구단주다.’

구단주 겸 선수.

믿기 힘든 사실이었지만, 김민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그 타이틀을 획득했다.

산체스가 물었다.

“정말로 절 데려온 게 킴입니까?”

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이너리그에 있던 그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면 오래전부터 그를 눈여겨 보았음이 틀림없었다.

산체스는 생각했다.

‘킴이 내 경기를 보러온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그를 발견하지 못한 건가?’

김민이 말했다.

“직접 관전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야. 스카우트 팀에서 추천한 선수 중에 널 골랐지.”

“이유가 뭔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산체스가 김민을 주시했다.

“이유가 뭡니까?”

“타구 방향이 좋았어.”

이 한마디는 거짓말이었다.

김민은 산체스의 기록을 본 것이 아니라 그의 이름과 고향을 먼저 확인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산체스가 아니라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먼저 체크한 것이었다.

“좌우 어느 쪽으로 쳐 낼 수 있기 때문에 널 스카우트했지.”

산체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오늘 시프트에 당했습니다.”

김민이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텍사스가 널 꼼꼼하게 분석했더군.”

그는 노트를 펼쳤다.

“바깥쪽 슬라이더. 대부분 넌 왼쪽으로 밀어치더군.”

“그게 답이 아닙니까?”

“맞아. 백도어 슬라이더는 당기면 좋은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작지.”

텍사스 수비진은 투수가 슬라이더를 던질 때 왼쪽으로 크게 이동했다.

“이번에는 커브야. 넌 커브를 퍼 올리기보다는 빠르게 굴리더군.”

“레벨 스윙으로 내려내면 빠른 타구가 나오죠.”

“FM이군.”

김민은 산체스에게 커브를 어퍼 스윙으로 때려낼 것을 주문했다.

“삼진을 당해도 괜찮아. 강하게 퍼 올려.”

“플라이볼은 어떻게 합니까?”

“괜찮아. 시프트에 잡혀 병살타가 되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아.”

그는 슬라이더도 당기라고 말했다.

“좋은 타구가 나오는 비율은 분명 줄어들 거야. 하지만 제대로 맞은 센터로 날아갈걸?”

홈런을 노린 극단적인 파워 스윙.

산체스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스윙은 텍사스에게 통하지 않아.”

“…….”

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가 천재라면 내가 말한 것을 해낼 수 있을 거야.”

그가 고개를 돌리자 지금까지 앞 좌석에서 듣고 있던 아울이 말했다.

“그거 내게도 통하는 조언이지?”

김민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

아울은 길을 찾았다는 표정이었다.

“킴, 내일 홈런을 친다면 한턱내겠어.”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쪽에 앉아 있던 브라이튼이 말했다.

“선수가 구단주에게 밥을 사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홈런을 쏘면 당연히 밥은 킴이 사야죠.”

아울이 고개를 돌렸다.

“킴이 왜?”

“내일 선발 투수니까요.”

김민이 버스에서 내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분발해 달라고. 내일 홈런을 치는 선수에게는 로렉스를 사 줄 테니까.”

1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시계 로렉스.

곳곳에서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우! 구단주님, 그 말 꼭 지켜야 합니다.”

“킴, 정말이지?”

“어떤 로렉스야. 내가 아는 그 시계 맞지?”

김민이 버스 안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시계 맞고, 2명이 치면 2명 모두 사 줄 거야. 그러니까 홈런이나 많이 쳐 달라고.”

“오케이!”

김민의 한마디에 가라앉았던 타선이 살아났다.

* * *

텍사스 레인저스를 이끄는 케빈 감독은 경기에 앞서 전력분석팀의 보고를 받았다.

그는 보고서를 넘기다가 고개를 들었다.

“지난 시즌보다 높아진 회전수가 삼진을 증가시켰다?”

“저희는 그렇게 분석했습니다.”

전력분석팀이 케빈 감독에게 건넨 자료는 김민에 대한 것이었다.

“회전수는 어떻게 해서 증가한 것이지?”

“그것까지는…….”

사실 이건 전력분석팀이 알아낼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들은 경기를 보고 분석하는 이들이지 김민의 주변을 맴도는 탐정이 아니었다.

“그 답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음?”

케빈 감독의 물음에 답을 내놓은 것은 데빈 투수 코치였다.

“휴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휴식이라고?”

데빈 투수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듣기로 킴은 그 어떤 선수보다 오프 시즌에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오프 시즌은 연습을 할 수 없었죠.”

케빈 감독이 물었다.

“구단 인수 때문인가?”

“그것도 그렇고…… 손가락 부상 때문에 공을 잡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케빈 감독이 턱을 쓰다듬었다.

“음…… 오프 시즌 동안 충분히 쉰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인가?”

“아마 그럴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뿐인데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케빈 감독이 그 하나뿐인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나 데빈 투수 코치는 대답을 망설였다.

“대답하기 곤란한 내용인가?”

“헛다리를 짚었다가는 큰일 날 수 있으니까요.”

케빈 감독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후후후…… 스테로이드를 생각한 모양이군. 그건 나도 생각해 봤어. 하지만 킴은 아니야. 킴은 스테로이드를 한 선수들과 외견에서 너무 차이가 나거든.”

“약하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그렇습니다.”

케빈 감독이 손을 내저었다.

“그럼 효과도 미미하지. 건강식품에 불과할 거야.”

그는 김민의 성적 향상이 충분한 휴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다.

“연습만이 능사가 아니야. 때로는 휴식이 연습보다 더 큰 이득을 가져올 수도 있지.”

“그래서 공략 방법은 찾으셨습니까?”

데빈 투수 코치의 물음에 케빈 감독이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그런 게 있다면 내가 아니라 양키스가 먼저 찾아냈겠지.”

“그럼…….”

“오늘 경기는 길게 끌고 갈 수밖에.”

케빈 감독이 생각한 김민의 최대 약점은 투구수였다.

‘포스트 시즌이라면 모를까? 정규 시즌이라면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길게 경기를 가져가 킴이 없을 때 승부를 낸다.’

그의 구상을 실체화하기 위해서는 김민과 맞먹는 투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텍사스에는 김민을 상대할만한 투수가 없었다.

‘슈퍼 에이스가 없는 팀에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수비를 믿고 던지는 것뿐이다.’

케빈 감독은 시프트에 승부수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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