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전설의 탄생 04
“너답지 않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포사다에게 말을 건 선수는 앞서 아웃된 오스번이었다.
포사다가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삼진이든 뜬 공이든 같은 아웃이야.”
“같은 아웃이 아니야.”
포사다가 장비를 착용하며 미간을 좁혔다.
“오스번,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너다운 스윙을 하라고.”
그다운 스윙.
포사다는 오스번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하지 말고 타격에 전념하라는 말이겠지.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잖아.’
오늘 경기에 패한다면 지터는 뉴욕 타임즈에 전화를 걸 것이다.
‘그것만은 무슨 수를 써도 막아야 해.’
지터는 포사다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일찍 그라운드로 향했다.
포사다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야.”
“그래, 9회 초가 있지. 하지만 8회 말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9회 초에서 1, 2점 뽑아도 아무 의미가 없어.”
오스번은 수비에 나설 포사다에게 집중력을 요구했다.
“8회 말은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어.”
“9회 말 반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래야지.”
포사다는 장비를 착용한 뒤 그라운드로 향했다.
“거기에서 보고 있으라고. 우리가 무실점으로 막는 걸 말이야.”
오스번은 지명타자였기 때문에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수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8회 말.
탬파베이는 7회 말과 달리 집중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땅볼로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기록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양키스의 9회 초 공격뿐이군요.”
김민은 이미 메이저리그 한 경기 삼진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팬들의 갈망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아웃 카운트가 3개 더 남았어.”
“3명 다 삼진을 잡는다면…….”
“25개지.”
“27명을 상대로 25개의 삼진. 가능할까?”
“아무리 킴이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겠지. 9회에 나와 호투한다고 가정할 때 23, 24에서 멈추게 될 거야.”
앞으로 추가할 삼진은 1개 내지 2개.
이것은 메이저리그 팬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김민은 마운드로 향하기 전 블렛소 투수 코치를 찾아갔다.
“블렛소.”
“킴인가? 마운드로 올라가 최고의 피칭을 보여 주게.”
김민은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안타를 맞으면 교체해 주십시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멈칫했다.
“그게 무슨…….”
“구위가 이전 이닝만 못할 겁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투구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음…….”
‘삼구삼진만 잡은 것도 아니고…… 22개의 삼진을 잡기 위해서 8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8회까지 총 투구수는 89개.
‘한계 투구수가 100개라고 하면, 아직 10개 정도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킴은 교체를 언급했다. 평소보다 더 집중했다는 말인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 삼진을 22개나 잡았으니.’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좋아. 불펜을 가동하도록 하지.”
팬들은 클로저 볼튼이 불펜에 오르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킴이 교체인가?”
“그럴 리가? 저건 그냥 대비 차원이겠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에이스가 9회에 등판할 경우 불펜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맥코비 감독이 불펜에 선 볼튼을 보며 말했다.
“킴의 구위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
“안타가 나오면 바꿀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안타가 나오지 않으면 계속 갈 거야. 녀석은 지금 메이저리그 역사를 쓰고 있거든.”
맥코비 감독은 자신이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대타를 쓰지.”
“알렌을 빼는 겁니까?”
“알렌과 에드, 다 빼도록 해.”
“그럼 수비가…….”
“9회 초에 동점을 만들지 못하면 9회 말 수비는 없어. 어떻게 해서든 동점을 만들어야 해!”
네네 타격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곤, 프랑코와 에스테반을 대타로 준비시켰다.
“프랑코로 될까?”
수석 코치의 물음에 반즈 투수 코치가 대답했다.
“킴 같이 노련한 투수라면 데이터가 없는 프랑코 쪽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민은 프랑코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프랑코를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홈런을 펑펑 칠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바깥쪽 공에 강하고 의외로 안쪽 공에 약한 타입. 그렉스를 대신할 대타 후보를 고르다가 발견한 친구지.’
양키스가 아닌 디트로이트에 적을 두고 있었다면, 유망주 트레이드로 노려볼만한 타자였다.
‘양키스는 운이 좋아. 이 친구도 그렇고, 나이젤도 그렇고, 드래프트 순번도 낮은데 어디서 이런 좋은 신인들이 튀어나오는지 모르겠어.’
지터가 이 말을 들었다면 그에게 그대로 돌려주었을 것이다.
마운드에 선 김민.
그는 그립을 살짝 고쳐 잡았다.
‘초구는 약점을 노려보도록 하자.’
슉!
빠른 공이 안쪽을 향했다.
프랑코는 안쪽 공에 움찔하며 배트를 내지 못했다.
팡!
“스트라이크!”
프랑코는 김민의 과감한 안쪽 승부에 혀를 찼다.
‘제길…… 시작부터 약점을 파고드는군.’
맥코비 감독은 프랑코의 배트가 움찔하며 나오지 못하자 크게 화를 냈다.
“대타는 무엇보다 적극성이야! 저 친구 대타 맞아?”
네네 타격 코치는 프랑코가 안쪽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킴이 프랑코의 약점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킴이?”
“어쩌면 포수인 록튼이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에도 김민은 안쪽에 집중했다.
팡! 팡!
2개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사이에 두고 들어왔다.
“카운트 1-2, 킴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승부구를 던질 타이밍이군요. 프랑코, 승부를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노리는 공이 들어온다면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둘러야 합니다.”
삼진만큼은 당하고 싶지 않다.
프랑코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K! K! K!”
트로피카나 필드의 관중들은 김민이 투구에 들어갈 때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23번째 삼진.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었다.
슉!
안쪽 빠른 공.
‘칠 수 있다.’
그러나 배트가 앞으로 나간 순간 공이 안쪽에서 사라졌다.
‘이것은?’
다음 순간 공이 미트에 꽂혔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23번째 삼진.
에이로드가 혀를 찼다.
“그 공이군.”
스플리터보다 조금 느리고 더 크게 떨어지는 공.
프랑코는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그건 분명 포크였다.’
맥코비 감독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저 친구 제대로 미쳤군.”
그가 언급한 이는 바로 김민이었다.
“이제 아셨습니까? 지금 마운드에 서 있는 건 야구의 신입니다.”
경기 종료까지 앞으로 아웃 카운트 2개.
이반 감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킴이 경기를 마무리 짓겠군.”
약간의 긴장감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긴장감보다는 김민이 주는 안정감이 더 컸다.
이반 감독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고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팡!
미트에 꽂힌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94마일(151km)이군. 아직 힘이 있어.”
“불펜을 준비해달라고 했지만, 킴은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내고 싶을 겁니다.”
김민을 상대하고 있는 에스테반은 5년 동안 7개 팀을 거친 저니맨이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탁!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관중석에 떨어졌다.
“카운트 2-2입니다!”
“에스테반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지터는 대기 타석에서 에스테반의 배팅을 주시했다.
‘스윙이 나쁘지 않다. 이런 친구가 어째서 저니맨이 된 걸까?’
수비가 나쁘다고 해도 이 정도의 스윙이라면 지명타자로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팀들은 에스테반을 라인업에 올리는 것을 꺼렸다.
‘어쨌거나 케먼스가 제대로 된 대타 자원을 구했군.’
에스테반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한 타석이지만, 그에게는 생존이 달려 있는 한 타석이었다.
‘이 이상 팀을 옮기는 건 싫다.’
슉!
다섯 번째 빠른 공.
에스테반은 손목을 움직여 공을 커트했다.
탁!
“파울!”
김민은 에스테반이 커터마저 커트해내자 모자를 벗었다.
“후…… 쉽지 않군. 컨택 능력만은 메이저리그급이라고 하더니, 거짓말이 아니군.”
그러나 그의 시선은 배터 박스에 선 에스테반이 아니라 대기 타석의 지터에게 향해 있었다.
‘지터에서 시작해서 지터에서 끝난다. 영화 시나리오라면 이것도 나쁘지 않군.’
김민은 공을 받은 뒤 빠르게 사인을 냈다.
‘에스테반을 상대로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
그는 힘차게 공을 뿌렸다.
슉!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가는 공.
‘하이 패스트볼? 아니, 그보다는 낮다.’
에스테반은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배트가 닿으려는 순간 공이 떠올랐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라이징 패스트볼!’
에스테반의 배트는 공의 아래를 스치고 지나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캐스터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24번째 삼진입니다! 믿어지십니까! 24번째 삼진입니다!”
“TV를 시청하시고 계신 여러분! 지금 이 상황을 그저 즐기면 되는 겁니다. 24번째 삼진이 나왔습니다. 킴이 오늘 믿기지 않는 야구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과 탬파베이 선수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나이스 피칭!”
자리에서 일어선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트로피카나 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K! K! K! K!”
외야에 거는 K 플랜카드는 모두 동나 급조한 K 카드가 걸렸다.
“27명의 타자를 상대로 24개의 삼진을 빼앗았습니다. 이제 28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
“지터는 킴을 상대로 유일한 타점을 올린 타자입니다. 그가 배트로 우리에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요?”
맥코비 감독은 지터에게 아무 사인도 내지 않았다.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뜻.
“마지막 타자.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터가 배트를 세우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미스터 뉴욕이 배트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뉴욕이 아닙니다.”
김민은 호흡을 조절한 뒤 초구를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볼, 볼입니다! 지터가 초구를 골랐습니다.”
지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86마일(138km), 슬라이더 구속이 떨어지고 있다.’
9회 초 마지막 타자.
지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록은 내줬지만 승리까지 내줄 수는 없다.’
지터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딱!
타구가 3루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지터! 좋은 타이밍입니다!”
김민은 지터의 배트 스피드를 확인하곤 속으로 혀를 찼다.
‘쉽게는 끝내주지 않겠다는 거군.’
그는 공의 바깥쪽을 잡곤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이게 통하면 좋겠는데……’
슉!
빠른 공이 한가운데로 날아왔다.
지터는 김민이 정직하게 한가운데로 공을 던질 리 없다고 생각했다.
‘커터? 아니면 스플리터다!’
배트를 비스듬하게 내리면서 공을 끝까지 주시했다.
‘커터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총알처럼 날아갔다.
“타구는!”
팍!
공이 그라운드에 닿은 순간 라인을 따라 뿌려진 하얀 가루가 피어올랐다.
“파울! 파울입니다!”
“공 하나 차이였습니다! 이전 타구 이상으로 아슬아슬한 공입니다!”
“지터는 스릴러를 즐기는 모양입니다.”
김민은 지터의 타구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1루수 땅볼을 노렸는데 훨씬 강한 타구가 나왔어.’
그는 삼진이 아니라 땅볼을 유도하는 피칭을 하고 있었다.
‘삼진 기록은 여기까지.’
김민은 다시 한번 땅볼을 노리는 그립을 잡았다.
하지만 탬파베이 팬들은 여전히 삼진을 원하고 있었다.
“K! K! K!”
트로피카나 필드의 배경음이 된 듯 'K'가 흘렀다.
지터는 가볍게 연습 스윙을 하고 다시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킴, 어설픈 공은 통하지 않는다. 날 잡고 싶다면 제대로 던져라.’
그의 두 눈에 김민이 와인드업하는 것이 보였다.
슈욱!
지터는 낮은 코스의 공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장타는 맞기 싫다는 말인가?’
앞으로 나가던 배트가 멈췄다.
팡!
“지터가 볼을 고릅니다!”
“카운트가 2-2로 변했군요. 이 승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김민은 록튼으로부터 공을 받은 뒤 글러브를 벗었다. 그리곤 두 손으로 공을 비볐다.
‘끈질긴 승부, 양키스다운 승부인가?’
그는 미간을 좁히곤 글러브에 공을 넣었다. 그리곤 오른손을 들어 모자창을 만졌다.
‘이제 경기를 끝낼 때다.’
높이 든 발.
지터는 빠른 공이 날아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라이징 패스트볼이 온다! 히팅 포인트를 당겨야 해!’
슈욱!
공은 예상대로 빨랐다.
지터는 집중했다.
‘잡았다!’
그는 손목을 움직여 공을 끝까지 따라갔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라이징 패스트볼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지터가 라이징 패스트볼을 제대로 때려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김민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이 타구는 절대 펜스를 넘지 않는다.’
김민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높이 뜬 공! 산체스가 펜스 앞에 서 있습니다.”
다음 순간, 공은 산체스의 글러브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팡!
“아웃! 아웃입니다! 탬파베이! 연승을 이어갑니다!”
“탬파베이 레이스, 정말 강합니다! 양키스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습니다.‘
이반 감독이 박수를 치곤 바이슨 수석 코치와 악수를 나누었다.
“최고의 경기였네.”
“오늘 승리는 킴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김민은 마운드를 내려오는 대신 록튼과 마운드에서 얼싸안았다.
“해냈어!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라고!”
김민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까 해냈잖아.”
다른 동료들까지 다가와 김민을 축하했다.
“킴, 축하해!”
“믿기지 않는 투구였어.”
“아들을 낳게 되면 꼭 자랑할 거야.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 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산체스가 김민에게 다가와 글러브를 열었다.
“킴, 기록구입니다.”
김민이 공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한 경기에서 나온 두 가지 기록.
14타자 연속 삼진.
한 경기 삼진 24개.
김민은 한 경기에 2개의 기록구를 챙기는 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오늘 경기로 김민이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은퇴해도 명전이야!”
“대단한 임팩트야. 양키스를 상대로 그런 경기를 펼치다니.”
“난 지금까지 킴이 이리저리 타자들을 피하는 투수인 줄 알았어. 한데 그게 아니더군. 오늘 킴은 그 어떤 투수보다 공격적으로 삼진을 잡아냈어.”
맥코비 감독은 패배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오늘 우리 팀은 최선의 경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 투수가 너무 강하더군요. 눈으로 봤지만 믿기지 않는 피칭이었습니다. 그래서 패한 것입니다.”
“오늘 양키스는 번트를 거의 대지 않았습니다. 킴의 기록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번트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데 양키스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으신 겁니까?”
맥코비 감독이 조금 마이크를 당겼다.
“우린 오늘 이기기 위해서 경기를 했습니다. 강하게 배트를 휘두르고,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하지만 지터의 홈런 하나를 제외하면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뿐입니다.”
“기록은 의식하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시군요.”
“기록은 이기기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기록을 의식한 플레이는 승리를 배반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오직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맥코비 감독은 양키스다운 플레이, 승리에 대한 집착을 강조했다.
“기자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선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 주십시오. 그들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배트를 휘둘렀습니다.”
24개의 삼진을 내주며,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맥코비 감독은 조금도 선수들을 원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