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전설의 탄생 02
“킴! 킴! 킴!”
열광하는 관중들 아래, 에이로드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조금 느리고 더 떨어지는 스플리터라고? 그건 포크잖아.”
김민이 포크를 던진다.
이 사실은 양키스 타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슬라이더, 투심, 포크, 커브, 스플리터, 이퓨즈. 녀석이 던지지 못하는 공은 없는 건가?’
에이로드는 굳은 얼굴로 더그아웃을 향했다.
7회 말.
무시나가 탬파베이 타선을 막기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그러나 그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맥코비 감독도 그가 아닌 김민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2이닝이나 남았는데 메이저리그 신기록인가?”
반즈 투수 코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무서운 투수입니다. 하지만 아직 저희 팀이 리드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승리만큼은 절대 넘겨주지 않을 겁니다.”
1점 리드.
끝까지 지키면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맥코비 감독은 지키는 야구가 아닌 공격하는 야구를 지향했다.
그가 반즈 투수 코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바보 같은 소리!”
맥코비 감독은 타자들에게 공격하고 또 공격할 것을 주문했다.
“기록 따위는 상관하지 마라. 공격하고 또 공격해라! 월드시리즈 반지가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그러나 7말은 탬파베이의 공격 시간이었다.
양키스 공격에 앞서 탬파베이 타자들이 무시나를 상대로 동점에 도전했다.
“7회 말 선두 타자는 1번 타자 브라이튼입니다.”
“브라이튼, 어제까지 좋았던 컨디션이 오늘 차갑게 식었습니다.”
브라이튼은 배터 박스에 들어선 뒤 포사다에게 고개를 돌렸다.
“커브 좀 빼 주는 게 어때요?”
“커브?”
“너무 휩니다.”
“오케이, 볼 배합에 커브를 추가하지.”
두 사람의 대화는 트래쉬 토크보다는 농담에 가까운 것이었다.
“고향 사람 좋다는 게 뭡니까?”
포사다가 정색하며 반문했다.
“난 푸에르토리코 출신인데?”
멈칫하는 브라이튼.
“뉴욕이 고향 아니었습니까?”
“절대.”
“그, 그렇군요.”
브라이튼은 어색한 대화를 마무리한 뒤, 배트를 세웠다.
‘커브를 추가하겠다고 말했지만, 초구는 아마도 바깥쪽 패스트볼.’
무시나의 초구 볼 배합은 김민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있다면 바로 배트를 낼 텐데, 무시나의 패스트볼은 그렇지 않단 말이지.’
무시나는 스트라이크존에서 패스트볼을 하나 또는 반 개를 빼면서 타자들을 농락했다.
슉!
예상대로 초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뻔하긴 한데. 까다롭단 말이야.’
브라이튼은 몸을 숙이며 두 손으로 배트를 잡았다.
‘이건!’
포사다가 크게 놀라 몸을 일으켰다.
맥코비 감독도 브라이튼의 기습 번트에 눈을 크게 떴다.
‘저 녀석이……’
다음 순간 브라이튼이 배트를 뒤로 뺐다.
팡!
“볼, 볼입니다!”
김민은 브라이튼의 움직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번트를 대기 위해 자세를 낮춘 것이 선구안을 좋게 만들었어.”
브라이튼은 몸을 숙이기 전까지 무조건 번트를 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을 숙이자 패스트볼의 궤적이 바깥쪽으로 살짝 어긋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볼을 칠 필요는 없다.’
그는 번트 타구가 파울이 된다면 대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판단했다.
칼튼이 그의 판단을 지지했다.
“기습 번트라고 해도 볼을 무리하게 델 필요는 없지.”
그는 탬파베이에서 기습 번트를 가장 능숙하게 사용하는 선수였다.
포사다가 미트에서 공을 빼며 미간을 좁혔다.
‘당했군. 녀석의 움직임 때문에 프레이밍을 전혀 하지 못했어.’
무시나의 초구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반 개 정도 빠지는 패스트볼이었다.
7회까지 포사다는 프레이밍으로 이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넣고 있었다.
그러나 브라이튼이 기습 번트를 시도함으로써 그의 프레이밍은 깨져 버리고 말았다.
이반 감독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포사다가 프레이밍을 쓸 찬스를 놓쳤군.”
과묵한 숀 배터리 코치가 감독의 말을 받았다.
“포사다가 프레이밍에 실패한 것은 기습 번트를 막기 위해 몸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브라이튼은 계속해서 유리하게 카운트를 끌고 갔다.
‘공을 잘 보고 볼은 무조건 거른다.’
무시나는 이후 스트라이크 하나와 볼 하나를 던져 카운트를 2-1로 만들었다.
“아직은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입니다.”
“아직은 말이지.”
이반 감독은 유리한 카운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날의 컨디션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무시나의 컨디션은 브라이튼의 컨디션을 아득히 능가한다. 과연 여기서 브라이튼이 안타를 때려낼 수 있을까?’
그가 해내지 못한다면 팀의 승리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탁!
둔탁한 소리는 타구가 배트 중앙에 맞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이반 감독이 미간을 좁혔다.
‘또 범타인가?’
그의 시선이 공을 따라갔다.
‘이건 어쩌면…….’
느린 공이 3루 베이스를 타고 흘러갔다.
“3루수 에이로드가 달려 나옵니다.”
에이로드의 3루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빠른 주자를 잡기 위해 급히 글러브를 내민 것이 실수로 이어지고 말았다.
툭.
글러브에 맞은 공이 오른쪽으로 굴절되었다.
“공이 빠졌습니다!”
“에이로드가 이런 실수를 할 때가 있던가요?”
맥코비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에이로드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에서 3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번 실수는 포지션 변경에 대한 세금 같은 것이군.’
“브라이튼이 1루에 들어갑니다! 내야 안타입니다!”
타구의 방향이 좋았기 때문에 기록원은 에이로드의 실책이 아닌 브라이튼의 안타로 기록했다.
“탬파베이 레이스, 오늘 첫 안타를 뽑아냅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공략한 공이 먹히고 말았군요. 하지만 방향이 좋았습니다.”
무시나의 노히트 게임은 7회 말 첫 타자를 앞에 두고 소리 소문 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리베라가 말했다.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군요.”
“무시나의 노히트 게임 말인가?”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제임스 불펜 코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보다는 킴의 삼진 기록에 가려졌다가 맞는 말이겠지.”
리베라는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제임스 코치가 입을 열었다.
“리베라, 아직 7회 말이야.”
“8회 말에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설마…….”
“설마가 아닙니다. 오늘 무시나는 평소보다 집중해 공을 던졌습니다.”
제임스 코치가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컨디션이 좋아서 패스트볼 구속이 평소보다 더 나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무시나는 경기 전 포사다의 주문을 그대로 들어 준 것뿐이었다.
‘포스트 시즌 모드, 꽤 힘들군.’
그는 모자를 벗은 뒤 땀을 닦았다.
무사 주자 1루.
아직 교체를 생각할 시점은 아니었다.
‘이번 이닝까지는 던진다.’
무시나는 배터 박스에 선 타자를 확인했다.
‘2번은 산체스인가?’
무시나와 산체스의 대결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처음 만나는 타자와 투수는 투수에게 조금 더 유리했다.
그 덕분일까?
무시나는 지금까지 산체스를 훌륭하게 막아 내고 있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물었다.
“번트를 댈 까요?”
이반 감독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필요 없어.”
에이스가 마운드에 있고 1점 차이.
공격력이 부족한 팀이나 하위 타순이라면 번트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반 감독에게는 번트를 포기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산체스는 나이젤과 같은 신인이다. 번트를 주문해도 그것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지 모른다. 여기서는 강공이 좋아.’
산체스는 더그아웃의 주문대로 자신의 스윙을 가져갔다.
탁!
초구는 패스트볼을 공략해서 파울.
“강한 타구가 3루 더그아웃 펜스를 강타합니다!”
산체스는 왼손으로 배트를 쓰다듬었다.
‘아슬아슬하게 히팅 포인트를 빗나갔군. 아니, 이건 무시나가 빗나가게 만든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는 다시 배트를 세웠다.
휙!
높은 코스에서 떨어지는 커브.
산체스는 그 공도 때려냈다.
“파울!”
이번에는 3루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이었다.
“산체스가 다시 한번 파울을 기록합니다.”
“적극적인 타격이군요.”
“1루 주자를 2루에 보내기 위해서일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러나 해설자는 산체스의 스윙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금 산체스는 패스트볼과 커브에 모두 배트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노리고 있는 공이 없다는 뜻입니다. 무시나 같은 베테랑을 상대로 임기응변은 통하지 않습니다. 진루타를 노리더라도 확실한 코스를 정하게 스윙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체스도 공을 골라 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시나는 산체스가 고를 수 없을 만큼 까다로운 투수였다.
‘무시나는 메이저리그에서 100승을 넘게 한 투수다. 루키인 내가 쉽게 볼 투수가 아니야.’
처음에는 김민이 목표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면서 산체스는 김민 못지않게 뛰어난 투수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시나는 내가 경험한 투수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투수다.’
슉!
이번 공은 안쪽 패스트볼.
산체스는 다시 한번 배트를 냈다.
탁!
빗맞은 공이 배터 박스 뒤쪽으로 흘러나갔다.
“파울!”
코스타 타격 코치는 연속된 산체스의 파울을 보고 혀를 찼다.
‘타이밍이 맞는데도 파울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공의 무브먼트가 심하다는 뜻이다. 무시나의 오늘 컨디션이 킴 못지않다는 건가?’
그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산체스의 배트가 공을 강하게 때렸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외야로 날아갔다.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깨끗한 안타입니다. 조금 전 제 해설을 무색하게 만드는 안타군요.”
발이 빠른 브라이튼은 그대로 3루까지 내달렸다.
우익수가 급히 송구했지만, 브라이튼의 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이프!”
무사 주자 1, 3루.
무시나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여기까지인 모양이군.”
반즈 투수 코치도 무시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더 이상은 힘들다.’
그가 맥코비 감독에게 고개를 돌렸다.
“불펜을 가능하겠습니다.”
맥코비 감독은 아직 무시나가 더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무시나가 무너질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게.”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양키스 불펜 투수들이 일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포사다는 안타를 맞은 무시나의 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쪽에 꽉 찬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안타가 나왔다. 타자들의 눈에 공이 익었다고 보는 게 맞겠지.’
3번째 타석.
공이 눈에 익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부터는 볼 배합과 로케이션으로 승부해야 한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동점이 아닌 역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사 1, 3루에 윌리엄, 1, 2점으로 끝날 상황이 아닙니다.”
이반 감독이 그 말에 동의했다.
“이 상황이라면 강공이 좋겠지.”
탬파베이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더블 플레이로 1루 주자와 타자가 동시에 사라지는 것뿐.
물론 이 경우도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무사 주자 1, 3루는 탬파베이게 최고의 꽃놀이 패였다.
포사다는 사인을 내기에 앞서 3번 타자 윌리엄을 살폈다.
‘윌리엄은 전형적인 해결사다. 그는 볼넷을 고르기보다는 그것을 외야로 처내려 할 것이다.’
그는 볼 배합을 바꾸었다.
- 초구는 패스트볼이 아니라 커브.
휙!
무시나의 손을 떠난 공이 날카롭게 휘어졌다.
포사다의 예상대로였다.
윌리엄의 배트가 움직였다.
‘걸렸어!’
포사다가 속으로 환호한 순간 1루 주자 산체스가 2루로 내달렸다.
“산체스 뜁니다!”
윌리엄의 배트는 허공을 쳤지만, 무시나는 공을 2루에 던질 수 없었다.
“세이프!”
포사다는 공을 오른손에 쥔 채 마른침을 삼켰다.
‘타이밍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가 2루에 공을 던지지 못한 것은 비단 타이밍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3루에 위치한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기에 그는 2루에 공을 던지지 않은 것이었다.
“1루가 비었습니다.”
무사 주자 2, 3루.
원한다면 윌리엄을 거르고 아울을 상대할 수도 있었다.
“무사 만루라. 그런 선택을 할 감독은 없네.”
맥코비 감독은 윌리엄은 본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시나는 지금까지 잘 버텨 줬다. 한순간 흔들린다고 해서 그를 바꿀 수는 없다.’
물론 바꾸고 싶다고 해서 당장 투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양키스 불펜 투수들은 막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들을 지금 마운드에 올린다면 무시나보다 나은 투구를 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다.
“윌리엄, 두 번째 공을 기다립니다.”
포사다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1루 주자를 한 베이스 진루시켰지만, 첫 카운트를 잡는데 성공했다. 침착하게 가면 막을 수 있다.’
그는 두 번째 사인을 내곤 미트를 들었다.
슉!
빠른 공이 안쪽을 파고들었다.
윌리엄은 무시나가 투구에 들어가기 직전 내야수들의 위치를 살폈다.
그들은 대부분 앞쪽으로 나와 있었다.
‘내야 땅볼을 유도해 홈에서 3루 주자를 잡을 생각이군.’
윌리엄은 안쪽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팡!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카운트 1-1입니다!”
포사다는 윌리엄에게 여유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타석에서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는 건가? 어렵게 가는군.’
무사 만루.
포사다는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할 수 없지.’
슉!
세 번째 공은 바깥쪽 패스트볼.
윌리엄은 그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바짝 붙어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져도 반 개 정도군. 이 정도면…….’
안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외야 플라이를 만들 수 있다.
딱!
윌리엄의 배트에 맞은 공이 우익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우익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3루 주자 브라이튼의 스타트.
우익수는 홈으로 공을 뿌렸지만, 브라이튼의 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이프! 탬파베이! 동점을 만듭니다!”
“윌리엄이 해결사다운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깨끗한 플라이였습니다.”
탬파베이 1:1 뉴욕
탬파베이 레이스 팬들은 윌리엄의 이름을 연호하며 수건을 돌리기 시작했다.
“윌리엄! 윌리엄!”
분위기는 탬파베이 쪽으로 흘렀다.
“무시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리베라의 한마디.
무시나는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4번 타자 아울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트로피카나 필드를 침묵시켰다.
“2사 3루인가?”
“여기선 점수를 뽑기 힘들겠는데?”
“아웃 카운트 하나가 올라갔을 뿐인데 분위기가 바뀌었어.”
무시나는 동점을 내줬지만, 빠르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 상황을 반전시켰다.
“무사 2, 3루에 중심 타선, 여기서 1점이면 솔직히 만족스러운 점수가 아닙니다.”
“그렇죠. 여기서는 적어도 2점은 더 뽑았어야 했습니다.”
중계진이 탬파베이의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5번 타자 라이트가 타석에 들어섰다.
“라이트가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요?”
“그건 아마 힘들 겁니다.”
중계진은 라이트의 오늘 성적을 이야기하며 무시나의 승리를 예상했다.
양키스 코칭 스텝도 중계진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라이트로서는 무시나를 넘을 수 없다.
무시나로 7회를 막고, 불펜으로 8, 9회를 버틴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계획은 단 한 번의 스윙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따악!
타격음이 터져 나온 순간 포사다는 고개를 숙였다.
중견수 나이젤 또한 걸음을 멈췄다.
이 타구는 그만큼 확실했다.
“큽니다!”
캐스터가 목에 핏대를 세운 순간 공이 스코어 보드를 직격했다.
팍!
“역전 투런 홈런! 라이트! 초구를 그대로 넘겼습니다!”
“멋진 홈런이군요. 이것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라이트는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무시나의 초구…… 앞선 두 타석과 확실히 달랐다.’
포사다는 자신의 잘못으로 홈런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아울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무시나의 볼 끝은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벤치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내 실수다.’
라이트가 홈을 밟은 직후, 맥코비 감독이 마운드로 향했다.
“투수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