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제국의 반격 05
“킴이 에이로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합니다!”
“12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믿기지 않는 기록이군요. 100년 안에 이 기록이 깨어질 수 있을까요?”
관중들은 이전보다 더 큰 함성으로 김민의 이름을 연호했다.
“킴! 킴! 킴!”
김민은 3회 초 그랬던 것처럼 모자를 벗어 환호에 답했다.
팬들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K! K! K!”
그의 삼진 퍼레이드는 이제 트로피카나 필드의 팬들만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TV로 이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미국 전역의 메이저리그 팬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믿기지 않아!”
“어떻게 이런 투구를 할 수 있는 거야!”
다른 팀도 아닌 양키스를 상대로 한 연속 삼진 기록.
메이저리그 팬들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 아메리칸 리그에도 야구의 신이 등장했어.”
“에이로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공 봤어? 어떻게 저런 공을 던질 수 있는 걸까?”
“메이저리그를 30년 동안 봤지만, 지금까지 봤던 투수 중에 킴이 최고야.”
몇몇 팬들은 로저 클레멘스의 슈퍼 패스트볼이나 마스터(그렉 매덕스)의 꾸준함, 랜디 존슨의 괴력도 김민의 마술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킴은 정말 마술사야. 평범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단 말이지.”
“이번 시즌은 운영의 마술사를 넘어 경기를 완벽히 지배하고 있어.”
12 타자 연속 삼진.
지터가 때려낸 선두 타자 홈런은 팬들의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지고 말았다.
상황이 이쯤 되면 양키스도 번트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맥코비 감독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다음 이닝까지 생각을 좀 해봐야할 것 같군.”
에이로드의 아웃으로 이닝이 끝났기 때문에 그에게는 다음 공격까지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
4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 브라이튼이 무시나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다.
“탬파베이, 첫 타자가 출루합니다.”
“선두 타자 출루이자 오늘 경기 첫 번째 출루입니다. 킴의 연속 타자 삼진 기록에 타선도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점수를 뽑아 주면 킴이 더욱 힘을 낼 것 같습니다.”
2번 타자 산체스.
‘무시나의 커브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커브 중 제일이다. 이걸 노리는 것보다는 패스트볼을 노리는 것이 낫다.’
그는 배트를 세우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때린다.’
슉!
빠른 공이 안쪽으로 날아왔다.
기다렸던 공.
산체스는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다.
탁!
둔탁한 소리는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았음을 뜻했다.
‘큭,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볼이었다.’
이제 산체스가 할 수 있는 일은 1루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뛰는 것뿐.
“배트에 맞은 공이 유격수 쪽으로 흐릅니다!”
지터는 한 발 빠른 수비로 산체스의 타구를 잡아낸 뒤 2루를 향해 토스했다.
2루수 나이젤이 지터의 토스를 받았다.
포사다는 1루에서 산체스가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토스가 낮아. 이대로는 1루 송구가 힘들어.’
바로 그 순간 나이젤이 몸을 허공에 띄웠다.
“나이젤! 브라이튼의 태클을 피해 점핑 스로우!”
멋지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송구.
지나칠 정도의 트래쉬 토크가 흠이었지만, 실력은 진짜였다.
팡!
1루수 미트에 공이 들어간 순간 1루심이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아웃!”
산체스의 병살타.
탬파베이 공격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반 감독이 미간을 좁혔다.
“오늘 무시나는 최고군.”
“커브만이 아닙니다. 패스트볼 제구도 상당합니다. 쉽게 공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시나는 3번 타자 윌리엄마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곤 무실점으로 4회 말을 끝냈다.
“무시나가 노히트 게임을 이어갑니다!”
“아직 이르지만, 오늘 노히트 게임이 나오면 대단할 겁니다. 킴의 12연속 타자 삼진 기록이 앞서 나왔거든요.”
탬파베이 코칭 스텝은 김민의 호투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4이닝 동안 볼넷 하나뿐이군.”
“클린 히트가 없습니다.‘
“경기가 끝나기 전에 무시나를 공략할 방법을 찾아야 해.”
바이슨 수석 코치와 코스타 타격 코치가 미간을 좁혔다.
“주자가 나가지 못하니, 작전을 쓸 수도 없습니다.”
“브라이튼이 나갔을 때, 적극적으로 작전을 썼어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4회 공격을 후회했지만, 지나간 찬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5회 초 양키스 공격.
맥코비 감독은 공격에 앞서 선택을 해야 했다.
- 번트로 연속 타자 삼진 기록을 끝낼 것인가? 아니면 당당히 강공으로 맞설 것인가?
맥코비 감독이 네네 타격 코치를 불렀다.
“오스번의 컨디션은 어떤 것 같나?”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5번 타자 오스번은 앞선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래?”
“번트를 지시할까요?”
맥코비 감독이 반색하며 말했다.
“번트? 그런 걸 왜 해야지?”
“…….”
“우린 양키스야! 기록 따위를 겁내는 팀이 아니라고! 우리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지 킴의 하이라이트 필름이 아니라고!”
네네 타격 코치는 대기타석의 오스번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오스번이 되물었다.
“강공입니까?”
“감독님의 지시야.”
“알겠습니다.”
휴식 시간이 짧았기 때문일까?
김민은 연습 투구를 짧게 끊었다.
“타자 배터 박스로.”
주심의 지시에 오스번이 배터 박스로 향하려 했다.
지터가 그를 불러 세운 것은 그쯤이었다.
“오스번!”
오스번이 고개를 돌렸다.
“지터, 무슨 일이야?”
지터가 대답했다.
“무조건 당겨.”
“뭐?”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면 안쪽 공을 당기는 수밖에 없어.”
오스번이 배트를 두드리며 말했다.
“난 삼진 따위는 무섭지 않아.”
“킴의 컨디션은 오늘 최고야.”
“최고라고 해도 100마일(161km)을 던지는 건 아니잖아.”
오스번은 12연속 삼진이 우연이라는 변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스번, 킴을 무시하지 마.”
주심이 미간을 좁히며 두 선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오스번이 잠시 시간을 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시간을 번 그가 지터를 향해 말했다.
“지터, 잘 들어. 난 절대 킴을 무시하지 않아. 그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킴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투구가 특기이지. 그리고 그는 오늘 12번 가위바위보를 해서 모두 이겼어. 그것뿐이라고.”
지터는 생각했다.
‘오스번, 행운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운이 아니라 실력이야.’
지터가 물었다.
“그래서 13번째에 도전하는 건가?”
“그게 양키스다운 것 아닐까?”
오스번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지터, 내가 알고 있는 양키스는 초조함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어. 높은 곳에서 다른 팀들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팀이었지. 하지만 지금 양키스는 어떤 줄 알아? 동부지구 1위라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있어. 그런 팀이 다시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난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
지터는 오스번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스번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양키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배터 박스로 들어가는 오스번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난 미스터 뉴욕이라는 별명에 취해 양키스를 바로 보지 못했다. 양키스는 돈으로 치장한 슈퍼 팀이 아니었을 텐데……’
지터는 탬파베이와 김민을 시기하는 자신이 추하게 느껴졌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기 전 목소리를 높였다.
“오스번, 크게 휘둘러.”
오스번이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물론이지.”
양키스의 5번 타자 오스번이 김민을 상대하기 위해 배트를 세웠다.
‘와라! 난 피하지 않는다.’
슉!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
오스번은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백네트에 꽂혔다.
퍽!
“파울!”
오스번은 초구를 타격하면서 타이밍을 잡았다.
‘패스트볼은 이 타이밍이군. 하지만……’
그가 걱정하는 것은 체인지업과 커브였다.
지금 잡은 타이밍으로는 앞에 언급한 두 가지 공이 날아오면 컨택이 불가능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오스번은 배트를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휙!
걱정했던 커브.
오스번은 앞으로 나가던 배트를 멈췄다.
‘어차피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
기대할 수 있는 건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것.
하지만 김민의 커브는 스트라이크존을 정확히 통과했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0-2.
김민은 단 2개의 공으로 오스번을 코너에 몰아넣었다.
‘초구 스윙은 나쁘지 않았다. 느린 공보다는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췄다고 보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여기서 느린 공을 하나 더 던진다면……’
배터 박스에 선 타자는 처음 계획을 계속 유지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으로 나뉜다.
김민은 오스번을 후자라고 생각했다.
카운트와 공에 따라서 자신의 계획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타자.
‘그렇다면 이 공이 좋겠지.’
김민은 호흡을 조절하곤 팔을 크게 휘둘렀다.
슉!
빠른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갔다.
‘라이징 패스트볼!’
오스번은 몸을 눕히면서 배트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 커브나 체인지업보다는 차라리 이게 좋다.’
스윙은 당연히 풀 스윙!
툭.
그의 귀에 배트에 공이 닿는 소리가 들렸다.
‘감촉이 얕다.’
소설 속에서 말하는 상대의 옷깃을 베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배트는 공을 앞으로 밀어내지 못했다.
팡!
포수 미트에 꽂힌 공.
‘파울 팁 삼진…….’
오스번은 그 누구보다 결과를 잘 알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격렬한 제스처와 함께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킴! 13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합니다! 자신이 4회 초 세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30분도 안 되어 갈아치웁니다!”
“이쯤 되면 당당히 정면으로 승부하는 양키스 타자들이 더 대단해 보이는군요. 그들은 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맥코비 감독이 더그아웃 앞의 펜스를 강하게 잡았다.
“빌어먹을! 이번에는 소리가 났다고!”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그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네네 코치 역시 배트가 낸 소리를 들었다.
“조금만 배트가 빨랐더라면…….”
‘그랬다면 저 공을 칠 수 있었을까?’
네네 코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랬다고 해도 저 공은 칠 수 없었어.’
호이스트는 포수 뒤쪽에 앉아 있었다.
그가 이곳에 앉아 있는 딱 하나였다.
김민의 공을 분석하기 위해.
“대단하군.”
김민의 투구를 보고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단하다는 말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어떻게 매년 성장할 수 있는 걸까?”
경기 시작 전.
그는 한 가지 자료를 코칭 스텝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이것은 양키스가 패하기를 바라서가 아니었다.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잘못된 자료일 가능성.
그것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 자료를 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료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시즌보다 회전수가 상승했어.”
그가 전달하지 않은 자료는 바로 김민의 분당 회전수였다.
자료에 따르면 김민의 분당 회전수는 지난 시즌보다 5% 증가해 있었다.
‘킴의 분당 회전수는 이미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다. 거기서 5%라면 다른 투수들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분당 회전수를 가진다는 말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공은 너클볼을 제외하면 모두 회전이 걸린 공이었다.
‘공의 회전수는 마그누스 효과에 따라 모든 공에 영향을 미친다. 패스트볼은 회전이 많을수록 떠오르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커브는 반대로 아래 앉는 움직임이 커진다.’
다시 말해 김민의 패스트볼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높이 떠올랐으며, 커브는 더욱 깊이 가라앉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김민은 6번 타자 머레이를 잡아내곤 14타자 연속 삼진 기록을 완성했다.
“킴이 지난 시즌 팀 메이트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대기록을 수립합니다! 14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이것은 절대 가상의 상황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14타자 연속 삼진! 킴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양키스, 킴을 상대로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머레이도 풀 스윙으로 킴을 상대했습니다! 그들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김민과 양키스 타선의 대결을 관전했다.
“14연속 타자 삼진…… 게임에서도 하기 힘든 기록이야.”
“양키스가 킴을 돕고 있어. 배트를 짧게 잡고 컨택만 하면 피할 수 있는 기록인데…….”
다음 타자는 7번으로 타순을 옮긴 포사다.
포사다는 배터 박스에 들어서기 전 마음의 결정을 이미 내렸다.
‘풀 스윙.’
삼진을 당할지라도 풀 스윙.
기록을 의식해 배트를 짧게 잡는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킴, 이번 타석만큼은 내가 널 막아서겠다!’
그는 배터 박스에 들어서자마자 배트를 세웠다.
김민도 머뭇거림 없이 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슉!
빠른 공.
김민은 14연속 타자 삼진을 잡았지만, 패턴을 바꾸지 않았다.
마치 이 패턴을 공략해 보라는 듯.
포사다는 공을 주시하며 배트를 크게 돌렸다.
딱!
강한 타격음은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타구가 높이 뜹니다!”
홈런과 거리가 먼 타구.
그러나 그 타구에 양키스 타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적어도 삼진은 아니었다.
“아! 타구가 관중석으로 향합니다!”
포사다의 강한 타구는 1루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파울!”
초구는 파울.
포사다는 배터 박스에서 물러나 배트를 내려놓았다.
‘카운트 0-1, 그뿐이다.’
그는 다시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더그아웃에서는 여전히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강공.’
맥코비 감독은 20연속 타자 삼진 기록을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야구는 삼진을 많이 잡는다고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야.”
누군가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스윙 스트라이크!”
떨어지는 커브에 크게 헛스윙.
포사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트볼 타이밍으로는 절대 커브를 칠 수 없다.’
오스번이 얻었던 것과 같은 결론.
김민의 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게스 히팅이 필수였다.
‘노릴 공은 역시 패스트볼인가?’
그는 배트를 살짝 짧게 잡았다.
이윽고 김민의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바깥쪽 빠른 공.
코스는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포사다는 배트를 움직였다.
‘이건 슬라이더다.’
눈으로 공의 속도를 읽은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그런 좋은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 공이 슬라이더라고 믿고 있었다.
‘킴이 내게 스트라이크에서 빠지는 패스트볼을 던질 이유가 없다.’
김민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상대는 배리 본즈나 에이로드 뿐이었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공이 휘어지는 것이 보였다.
예상대로 김민의 이번 공은 슬라이더였다.
‘백도어 슬라이더!’
딱!
배트에 맞은 공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타구가 내야를 넘어갑니다!”
안타인가? 아닌가?
포사다는 타구의 결과를 주시했다.
“산체스! 산체스가 잡아냅니다!”
중견수 산체스는 타구를 잡아낸 뒤 글러블 번쩍 들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호수비였다.
그러나 팬들은 그이 수비를 칭찬하기보다 김민의 연속 타자 삼진 기록이 끊긴 것에 대해 탄성을 터트렸다.
“아아!”
“잡히고 말았어!”
“여기서 끝나다니!”
긴 탄성이 트로피카나 필드를 감싸고돌았다.
TV 캐스터가 그 탄성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포사다,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입니다! 산체스가 좋은 수비를 보여 줬습니다!”
“킴의 연속 타자 삼진 기록이 끝났습니다. 14타자 연속 삼진. 메이저리그 신기록입니다.”
맥코비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포사다에게 다가가 주먹을 세웠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런 타구를 날리라는 거야!”
포사다는 어색한 얼굴로 맥코비 감독과 주먹을 마주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포사다의 스윙에 박수를 치고 있었다.
‘포사다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웠다. 그는 양키스를 대표하는 전사다웠다. 그에 반해 난 그러지 못했다.’
김민은 연속 타자 삼진 신기록이 끊겼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내 임무는 타자들이 점수를 내줄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것이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오자 다시 한번 모든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4회 초까지는 몇몇 양키스 팬들이 일어서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5회 초가 끝난 지금.
그들을 비롯한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킴! 킴! 킴!”
김민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전 멈춰 서서 모자를 흔들었다.
불펜에서 그 모습을 본 리베라가 나직이 말했다.
“진짜 슈퍼스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