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제국의 반격 04
1회 말.
탬파베이 공격.
무시나의 커브가 한가운데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브라이튼의 삼진 아웃.
무시나의 삼진 퍼레이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번 타자 산체스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이스!”
그 모습을 본 코스타 타격 코치가 혀를 찼다.
“너클 커브가 좋군요.”
“전부터 커브가 긁히는 날에는 로저 클레멘스 못지않았지.”
이반 감독이 미간을 좁혔다.
“그건 그렇고, 오늘 경기 시작이 별로야.”
믿었던 김민은 선제 홈런, 출루를 담당해야 할 타자들은 삼진 아웃.
1회만 놓고 보면 양키스의 판정승에 가까웠다.
“1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윌리엄이 남았다는 말이군.”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적시타를 칠 타자를 고르라면 전 망설이지 않고 윌리엄을 선택할 겁니다.”
이반 감독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배리 본즈가 아니라 윌리엄인가?”
그의 물음에 코스타 타격 코치가 움찔했다.
“저희 팀 선수 안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오랜만에 이반 감독이 웃었다.
“후후후…… 윌리엄을 밀어주려면 끝까지 밀어야지. 난 배리 본즈 대신 저 친구를 쓰겠어.”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윌리엄.
그는 배트를 세우고는 초구를 기다렸다.
‘오늘 무시나는 커브가 좋다. 하지만 커브만으로 경기를 지배할 수는 없다. 커브는 패스트볼과 더해질 때 진정한 위력이 나온다.’
윌리엄은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노렸다.
‘온다!’
예상대로 카운트를 잡는 공은 패스트볼이었다.
이 공을 놓치면 아마 브라이튼이나 산체스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여기서 무시나를 잡는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날아갔다.
“중견수 머레이가 뛰어갑니다!”
윌리엄은 1루를 향해 뛰면서 미간을 좁혔다.
‘조금 모자랐어.’
펜스를 넘기기에는 공에 실린 힘이 부족했다.
그는 이 타구가 펜스 앞에 떨어지는 2루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머레이의 호수비가 나왔다.
“머레이! 워닝 트랙 앞에서 공을 잡아냅니다!”
“전력질주해서 그대로 공을 낚아챘습니다. 머레이! 양키스가 왜 자신을 영입했는지 그 이유를 플레이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윌리엄은 과거 동료였던 머레이의 호수비에 어깨를 으쓱했다.
“저 친구…… 핀프라이트를 입더니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군. 그런 공은 좀 놓쳐도 좋잖아.”
이반 감독도 입맛이 썼다.
“윌리엄의 타구가 빠졌다면 동점을 노려볼 수 있었는데 아쉽군.”
“다음 이닝에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시나는 2회와 3회를 완벽하게 막으면서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홉 타자 연속 범타 처리.
평소라면 호투하고 있는 무시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야 했다.
하지만 캐스터와 해설자는 무시나보다 등번호 30번을 단 투수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킴! 킴이 해냅니다! 삼진입니다!”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니면 어디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까요?”
지터의 삼진.
이것은 그 혼자만의 삼진이 아니었다.
탬파베이 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K! K! K!”
캐스터가 이내 목에 핏대를 세웠다.
“킴! 9연속 타자 삼진입니다! 자신의 종전 기록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해설자의 목소리도 격양되어 있었다.
“이것으로 양키스는 선발 타자 전원 삼진을 기록했군요. 킴, 정말 믿기지 않는 피칭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나이젤에서 시작한 삼진 퍼레이드가 한 타순을 돌아 지터에 이르렀다.
맥코비 감독은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9명 연속 삼진이라고? 지금 몰래카메라를 찍는 건가?”
네네 타격 코치의 얼굴은 어두웠다.
“킴의 볼 배합을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김민은 지터에게 맞은 선제 홈런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 삼진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었다.
맥코비 감독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선발 투수 무시나가 완벽하게 탬파베이 타선을 틀어막고 있다는 것이었다.
4회 초.
양키스 공격.
선두 타자는 2번 타자 루키 나이젤이었다.
“나이젤, 여기서 연속 삼진 기록의 굴욕을 끊어야 합니다.”
삼진을 당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번트를 대는 것이다.
하지만 양키스 코칭 스텝은 그에게 번트 사인을 내지 않았다.
그들은 가장 양키스다운 방법으로 이 치욕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있었다.
‘클린 히트로 탈출하라는 건가?’
나이젤은 앞선 타석에서 김민의 위력을 똑똑히 확인했다.
‘클린 히트는 무리야. 내야 땅볼 정도로 타협하자고.’
그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삼진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또 빠른 공인가?’
바깥쪽 빠른 공.
가볍게 민다면 3루수 쪽으로 향하는 땅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안쪽으로 휘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백네트에 꽂혔다.
“파울!”
나이젤은 이마를 찌푸렸다.
‘제길…… 공을 앞으로 보내지 못했어.’
안타도 아니고 내야 땅볼.
겨우 그것을 바라고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며칠 전, 아니 오늘 경기 전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면 나이젤은 주먹을 올려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무슨 공이 저렇게 움직인담.’
장갑을 고쳐 낀 나이젤이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말이 없군.”
록튼의 트래쉬 토크.
나이젤은 그 트래쉬 토크를 받지 않았다.
‘한가롭게 이야기나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떻게든 킴의 공을 때려내야 해.’
록튼은 나이젤이 어떤 기분으로 타석에 서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삼진 기록 때문에 평소보다 집중하고 있군. 하지만 집중에는 긴장이라는 껄끄러운 동료가 따르기 마련이지.’
긴장을 극복하지 못하면, 절대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슉!
안쪽 빠른 공.
나이젤은 급히 배트를 냈다.
급하다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말.
배트는 다시 한번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스치지도 못했어.’
나이젤의 배트는 공의 위쪽을 지나갔을 뿐이었다.
캐스터의 빠른 목소리가 긴장감을 키웠다.
“카운트 0-2입니다.”
“여기서 삼진을 잡으면 10연속 타자 삼진이군요. 성공한다면 킴은 자신의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하게 됩니다.”
‘10연속 삼진. 이번에는 가능하다면 하고 싶은데.’
김민은 호흡을 조절한 뒤 포수 미트를 보고 강하게 공을 챘다.
슈욱!
나이젤은 스플리터와 백도어 슬라이더를 경계했다.
‘스플리터는 헛스윙, 백도어 슬라이더는 룩킹 삼진이다. 이 둘만 조심하면 돼.’
하지만 나이젤은 지금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공은 대체……’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그런 공이 날아오고 있었다.
‘틀렸어.’
그는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양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배트를 스쳐 지나간 공이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일반 라이징 패스트볼도 아니고 업 라이징 패스트볼.
나이젤이 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킴! 톰 시버의 10연속 타자 삼진과 타이를 이룹니다! 아메리칸 리그 신기록이자. 메이저리그 타이 기록입니다.”
김민은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들은 뒤,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탬파베이 팬들이 환호로 대기록에 답했다.
“킴! 킴! 킴!”
“나이스 피칭!”
“K! K! K!”
“대기록을 축하한다!”
이반 감독과 동료들도 박수로 그의 대기록 수립을 축하했다.
“멋진 피칭이군.”
“킴의 K는 삼진의 K야.”
“누가 킴이 삼진을 못 잡는 투수라고 하는 거야? 킴은 그냥 삼진을 안 잡을 뿐이야. 삼진을 잡고자 한다면 오늘처럼 된다고.”
양키스의 맥코비 감독은 주차 단속에 걸린 사람처럼 침울한 얼굴이었다.
“네네, 우리가 리드하고 있는 것 맞나?”
“맞습니다. 우리가 1-0으로 리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위기는 뭐야?”
“그야 킴이 10연속 타자 삼진 기록을 세웠으니…….”
맥코비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왜 하필 우리 팀을 상대로 그런 기록을 세우느냔 말이야!”
김민은 딱히 양키스를 저격한 것이 아니었다.
손끝의 감각이 모두 느껴질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그렇기에 한 번 도전해 본 것이었다.
‘최고의 컨디션은 확실하군. 기록 도전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다음 타자는 제레미였다.
삼진 기록에 신경을 쓰다가는 다시 한번 큰 것을 얻어맞을 수 있었다.
‘삼진을 10개 잡아도 홈런을 2개 맞는다면 말짱 꽝이지.’
반면 제레미는 김민의 삼진 기록을 크게 의식하고 있었다.
‘연속 타자 삼진을 기록이라고? 내가 그 기록의 희생양이 될 것 같아?’
그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킴, 4회 초 두 번째 타자와 마주합니다.”
“여기서 제레미를 잡으면, 아메리칸 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하게 됩니다. 킴, 톰 시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김민은 제레미를 상대로 어설픈 공을 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잔뜩 독이 오른 제레미를 상대로 삼진은 무리라고. 여기서는 우익수 플라이 정도로 타협하는 게 좋겠지.’
그는 공을 강하게 잡고 안쪽을 향해 투구했다.
‘안쪽이냐!’
안쪽은 항상 장타의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슉!
안쪽으로 들어간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더 안쪽으로 휘어졌다.
‘커터?’
탁!
배트 안쪽에 맞은 공이 포수 어깨를 스치고 뒤로 흘러나갔다.
“파울!”
제레미의 타격 후, 주심이 록튼에게 고개를 돌렸다.
“록튼, 괜찮나?”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니폼에 스쳤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제레미의 타구는 록튼의 피부를 강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약간 아프긴 하지만, 제대로 맞은 것도 아니고, 스친 것으로 경기 리듬을 끊을 수는 없어. 지금 킴의 리듬은 최고야.’
그는 김민을 위해 고통을 참으며 미트를 앞으로 내밀었다.
슉!
두 번째 공도 빨랐다.
오늘 김민의 공은 전반적으로 빠른 공이 많았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이번에는 3루쪽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연속 파울.
카운트는 순식간에 0-2로 나빠졌다.
제레미는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제길…… 왜 앞으로 나가지 않는 걸까?’
그의 파워와 배트 스피드는 메이저리그 최상급이었다.
그러나 김민의 공은 항상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두 번째 공…… 분명 투심 패스트볼이었어.’
백도어 슬라이더가 날아왔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민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파울을 유도해냈다.
‘다음 공은 뭐지? 라이징 패스트볼? 아니면 스플리터?’
두 가지 공은 상대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다.
라이징 패스트볼은 다운스윙으로 공을 찍어 눌러야 했고, 스플리터는 어퍼스윙으로 공을 걷어 올려야 했다.
만약 어퍼스윙으로 라이징 패스트볼을 상대하고 다운스윙으로 스플리터를 상대한다면, 결과는 한 가지 밖에 없었다.
‘헛스윙 삼진.’
김민은 데뷔 초부터 타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강요했다.
“스플리터를 노리면 라이징 패스트볼에 당한다. 반대로 라이징 패스트볼을 노린다면 스플리터에 여지없이 헛스윙을 하고 만다.”
이반 감독의 말을 코스타 타격 코치가 받았다.
“그래도 저라면 스플리터를 노릴 겁니다.”
“왜지?”
“라이징 패스트볼은 노려도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없거든요. 반면 스플리터는 제대로 노린다면 충분히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반 감독이 재차 물었다.
“투수가 그것을 알고 이용한다면?”
코스타 타격 코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삼진을 당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양키스 타자들이 10연속 삼진을 당한 메커니즘이 바로 이것이었다.
“제레미가 좀 깨 줬으면 좋겠는데.”
맥코비 감독이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제레미의 배트가 크게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의 11번째 삼진은 스플리터도 라이징 패스트볼도 아니었다.
그의 결정구는 메이저리그 투수 대부분이 던질 수 있는 체인지업이었다.
“킴! 메이저리그 신기록입니다! 톰 시버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양키스를 상대로 대기록을 쓸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주심이 잠시 타임을 부른 사이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킴! 킴! 킴!”
김민은 다시 한번 모자를 벗었다.
해설자는 김민의 대기록에는 양키스도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키스가 강공이 아닌 번트를 시도했다면, 킴의 기록은 이뤄지지 않았을 겁니다.”
맥코비 감독이 마치 해설자의 말을 들은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번트 따위 쓸 것 같으냐! 클린 히트가 될 때까지 강공이다!”
그는 대기록을 피하기 위해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양키스다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케시먼 단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기록을 내어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양키스의 색을 잃으면 그것은 치명적이다.’
그는 패하더라도 고개를 숙이거나 도망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4회 초 마지막 타자는 에이로드입니다.”
양키스의 우승을 위해 영입된 조커.
그러나 그는 우승이 아닌 연속 삼진 기록을 막는 방패가 되어 있었다.
‘연속 삼진 신기록이란 말이지?’
그는 지금까지 김민이 뛰어난 투수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메이저리그를 지배할 수 있는 투수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김민은 오늘 그에게 공으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
‘킴은 충분히 리그를 지배할 수 있는 투수다.’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적당한 스피드의 공이라면 공을 끝까지 보고 팔꿈치 앞에서 공을 때려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김민의 초구는 상당히 빨랐다.
‘95마일(153km)쯤 되는 것 같군.’
좋은 타이밍으로 휘두른 것 같은데 공은 어느새 포수 미트에 꽂혀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라이징 패스트볼인가?’
김민의 떠오르는 공은 알고도 치기 어려운 공이었다.
하지만 에이로드는 클린 히트의 꿈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삼진만 면하면 된다? 그건 아니야.’
그는 적어도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슉!
두 번째 공이 안쪽을 파고들었다.
‘로케이션 투구? 아니야. 이건……’
에이로드의 배트가 멈춘 순간 공이 아래로 떨어졌다.
팡!
“에이로드가 스플리터를 골라냅니다.”
카운트 1-1.
에이로드는 확실히 쉬운 타자가 아니었다.
‘타이밍을 조금 흔들어 주는 게 좋겠어.’
김민은 그립을 고쳐 잡았다.
휙!
손끝을 떠난 공이 큰 호를 그렸다.
에이로드는 그 공을 본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퓨즈!’
공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공략 방법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1루쪽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김민이 다시 투 스트라이크 원 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공은 아마 라이징 패스트볼이 될 겁니다.”
가장 느린 공 다음에 날아오는 가장 빠른 공.
전자의 잔상이 남아 있다면 절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에이로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퓨즈의 잔상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하지 말자. 저 느린 공은 두 번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췄다.
‘하나, 하고 바로 배트를 낸다. 놈의 승부구는 분명 패스트볼이다.’
김민은 에이로드의 심각한 표정을 읽곤 오른손을 어깨에 가져갔다.
‘누군가는 도박이라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난 자신이 있어.’
이윽고 그가 투구에 들어갔다.
휙!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다시 한번 큰 포물선을 그렸다.
‘연속으로 이퓨즈라고! 이대로라면 헛스윙이다!’
에이로드는 앞으로 나가던 배트를 급히 멈췄다.
다음 순간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49마일(79km).
메이저리그 연속 삼진 신기록을 경신한 공의 스피드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