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제국의 반격 03
“그렉스와도 상의한 일입니다. 곧 프런트에서 정식 통보가 갈 겁니다.”
라몬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마이너리그 팀 감독이라고? 감독은 적어도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나 그에 버금가는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 아니었던가?’
그가 마스크를 손에 든 채 물었다.
“킴, 그래도 괜찮은 건가?”
“구단주의 억지라고 해도 좋습니다. 라몬은 유망주들을 잘 키워낼 겁니다.”
“킴…….”
김민이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연습 투구를 시작하죠.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라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크를 섰다.
“준비 됐어.”
“갑니다!”
휙!
큰 호를 그린 공이 미트에 꽂혔다.
팡!
라몬이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볼!”
록튼은 김민이 라몬과 함께 몸을 풀고 있는 것을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은 원정 경기도 아닌데 라몬입니까?”
포터 불펜 코치가 대답했다.
“라몬과 킴의 마지막 피칭이니까.”
록튼의 눈이 커졌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는 못 들었나?”
록튼은 김민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라몬이 해고되는 겁니까? 그는 훌륭한 불펜 포수입니다.”
“해고는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는 것 같더군.”
“아…… 그렇군요.”
록튼은 그렇다면 라몬이 공을 받아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라몬이 다른 곳으로 간다니, 섭섭하군. 프런트 쪽인가?’
그는 라몬이 현장보다는 프런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 * *
무시나는 불펜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마이크.”
낮지만 멀리까지 퍼지는 목소리.
양키스에서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무시나가 고개를 돌렸다.
“포사다, 무슨 일이야?”
포사다가 불펜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부탁할 게 있어서 말이야.”
“어려운 것이라면 사양하겠어.”
무시나의 대답에는 반쯤 농담이 섞여 있었다.
포사다도 농담을 섞어 말을 받았다.
“어려운 것이지. 하지만 난 부탁할 거야.”
“뭔데?”
“오늘 경기…… 포스트 시즌 때처럼 집중해 줘.”
무시나의 표정이 굳었다.
“음, 15연승 때문인가?”
포사다가 무시나에게 부탁하는 이유는 탬파베이 연승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터가 약물 게이트를 여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해. 탬파베이 못지않게 우리 팀에도 약물에 빠진 선수가 많아. 그리고…… 일이 커지면 메이저리그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어.’
그는 약물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포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연승 때문이야. 녀석들에게 아메리칸 리그 연승 기록을 세우게 할 수는 없잖아.”
무시나가 글러브를 들었다.
“오케이. 그런 부탁이라면 받아들이지.”
“7이닝까지 던진다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투구해 줘.”
“다른 부탁은 없어?”
“없어.”
무시나가 재차 물었다.
“있는 것 같은데?”
그는 감이 좋았다.
‘포사다가 뭔가 감추고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일 같은데 그게 무엇이지는 정확히 모르겠군.’
포사다가 대답했다.
“개인적인 일이야.”
무시나가 섭섭하다는 듯 말했다.
“파트너인 나한테도 이야기해 줄 수 없는 건가?”
포사다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이크, 사랑싸움은 원래 남이 참견할 수 없는 거야.”
무시나는 그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애인하고 잘 되지 않는 모양이군.”
“맞아, 그래서 이야기하지 않은 거야.”
포사다는 불펜을 빠져나오면서 상념에 잠겼다.
‘마이크, 미안해. 이건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문제라서 말이야.’
그는 오늘 경기를 이기면 더 이상 마이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 * *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사인.
지터는 배트를 세운 채 김민을 노려보았다.
‘올스타전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열심히 하는 신인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괜찮은 투수, 그리고 지금은…… 메이저리그를 어지럽히는 중심.’
그는 김민이 약물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약물이 아니라면 이닝과 구속이 함께 늘어난 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
슉!
초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지터는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우측 펜스를 향해 날아갔다.
‘설마!’
지터는 자신이 때린 타구에 당황했다.
코스를 처음부터 노린 것도 아니었고, 타이밍을 정확하게 젠 것도 아니었다.
김민에 대한 상념에 잠겨 있다가 바깥쪽 공이 날아오기에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두른 것뿐.
그런데 타구는 그가 생각한 이상으로 멀리 날아갔다.
툭……
공이 떨어진 곳은 펜스 밖이었다.
“홈런입니다! 지터가 킴을 상대로 선두 타자 초구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킴의 시즌 첫 피홈런이군요. 지터, 멋진 스윙이었습니다.”
김민은 다이아몬드를 도는 지터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지터가 예상하고 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가 지터에게 던진 공은 89마일(143km) 패스트볼이었다.
스플리터와 같은 구속을 지닌 패스트볼.
김민은 지터처럼 눈이 좋은 타자에게 이 공을 던지곤 했다.
오늘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선두 타자 초구 홈런.
미간이 절로 좁아지는 결과였다.
포사다는 지터의 홈런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작이 좋아!”
맥코비 감독도 박수를 치며 지터의 홈런에 기뻐했다.
“훌륭한 타격이군.”
양키스 선수들은 오늘만큼은 탬파베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는 2번 나이젤입니다.”
“나이젤과 킴의 대결은 이번 시즌, 아니 데뷔 이후 처음입니다.”
나이젤은 오늘도 트래쉬 토크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배터 박스에 들어서자마자 록튼에게 고개를 돌렸다.
“시작부터 홈런이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등판을 거르는 게 좋았을 텐데 아쉽군요.”
트래쉬 토크에 록튼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킴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직접 확인해 봐.”
그는 김민이 사인을 내기 전 먼저 사인을 냈다.
- 가운데 높은 코스로 하나.
김민은 록튼의 사인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록튼이 애송이의 도발에 말려들었군.’
그러나 그는 사인을 수정하는 대신 록튼의 사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너무 기어오르면 곤란하니까.’
슉!
높은 코스로 패스트볼이 날았다.
나이젤의 눈에 맹렬히 회전하고 있는 공이 들어왔다.
‘하이 패스트볼인가? 그쯤은 배트 컨트롤로 쳐 낼 수 있다.’
그는 몸을 살짝 눕히며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평범한 하이 패스트볼과 달랐다.
배트가 공을 지나쳐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6마일(154km).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물었다.
“어때?”
나이젤은 그래도 트래쉬 토크를 멈추지 않았다.
“구속만으로 컨디션을 논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조금 더 봐야죠.”
“그래?”
이번에는 록튼이 사인을 내기 전 김민이 먼저 사인을 냈다.
- 바깥쪽 스플리터.
록튼은 고개를 끄덕이곤 미트를 들었다.
‘킴, 애송이에게 에이스가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보여 주라고.’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향했다.
슉!
‘바깥쪽 빠른 공. 아래 코너를 노리는 건가? 무리하게 당기지 않고, 가볍게 민다.’
나이젤은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깨의 힘을 뺐다.
그러나 이번에도 배트는 공이 아닌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나이젤은 미간을 좁혔다.
‘스플리터잖아.’
“비겁하게…….”
나이젤의 혼잣말을 들은 록튼이 심리전을 걸었다.
“스플리터가 비겁하다고?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군.”
“뭐?”
나이젤이 한마디 하려는 순간 주심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잡담은 줄이도록. 오늘 경기는 TV로 전국에 중계 되고 있다고.”
어느 정도 트래쉬 토크는 허용하겠지만, 공을 던질 때마다 트래쉬 토크를 주고받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주심의 주의 이후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휙!
‘여기서 커브라고?’
나이젤은 떨어지는 공을 끝까지 따라가서 커트해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관중석에 떨어졌다.
“나이젤, 1루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입니다!”
김민은 결정구를 커트해낸 나이젤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입만 살아 있는 신인은 아니군.’
현재 나이젤은 산체스, 라이트와 함께 신인왕 후보에 올라 있었다.
이 정도 기량은 절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김민은 그립을 고쳐 잡았다.
‘이 공까지 쳐 내면 이번 시즌 신인왕으로 인정하지. 산체스도 때려내지 못한 공이니까.’
그는 미트를 확인하곤 공을 뿌렸다.
슉!
나이젤의 눈에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공이 보였다.
‘바깥쪽? 이번에는 멀다.’
그는 김민이 실투를 던졌다고 판단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더니, 킴의 이번 공이 그렇군.’
하지만 이 공은 절대 실투가 아니었다.
바깥쪽으로 향하던 공이 어느새 스트라이크존으로 향하고 있었다.
‘뭐, 뭐야!’
나이젤이 놀라는 사이,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통과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룩킹 삼진.
나이젤은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확인했다.
‘슬라이더가 90마일(145km)이라고?’
배리 본즈와 산체스를 돌려세웠던 바로 그 공.
김민이 선택한 두 번째 승부구는 백도어 슬라이더였다.
“킴이 첫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멋진 슬라이더군요. 지난 포스트 시즌부터 부쩍 이 코스의 슬라이더가 늘었습니다. 아마 슬라이더 제구에 자신이 붙은 것이겠죠.”
나이젤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미간을 좁혔다.
‘구속, 코스, 둘 다 말도 안 되는 슬라이더군. 이런 걸 어떻게 치란 말이야.’
그는 김민이 왜 최고 투수인지 알 것 같았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번 타자 제레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킴과 제레미의 대결,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입니다.”
제레미는 김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김민을 상대로 0.25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킴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은 파워가 부족해서다. 나나 알렉스처럼 확실한 파워가 있다면 킴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는 배트를 세운 뒤 공을 기다렸다.
슉!
바깥쪽 빠른 공.
‘또 이 공이군.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군.’
제레미가 배트를 낸 순간 공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약물로 강화된 눈은 이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훗, 정직한 공은 아니군.’
제레미가 손목을 움직여 배트의 각도를 조정했다.
‘이 정도면 됐어.’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탁!
배트가 공에 닿는 순간 제레미는 자신의 승리가 날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타구는 바운드 이후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제레미는 파울을 때린 뒤 시선을 마운드로 돌렸다.
‘킴, 뭘 던진 거냐?’
그는 김민의 스플리터가 평소보다 더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김민은 제레미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곤 속으로 혀를 찼다.
‘쳇, 하나만 보고도 알아차린 건가? 파워에 선구안까지 더해진 모양이군.’
그가 던진 공은 포크와 슬라이더 사이에 위치한 공이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스프링 캠프에서 이 공을 보고 포크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몬은 완벽한 포크볼은 아니라고 말했다.
- 하드 스플리터 정도 아닐까? 아니면 라이트 포크나.
김민은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냥 스플리터라 말했다.
“킴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포크볼이 멋지게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 공이 포크볼이란 말입니까?”
캐스터의 물음에 해설자가 대답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포사다의 눈에도 포크볼로 보였다.
‘백도어 슬라이더에 포크까지 던지는 건가? 저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진화하는 거야.’
그는 김민이 강한 건 약물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약물은 파워와 체력을 늘려 줄 수는 있어도 공을 다루는 기술을 늘려 주진 않았다.
‘공을 다루는 재주는 킴이 메이저리그에서 제일이야. 만약 킴이 약물을 쓴다면…… 그것은 아마 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일 거야.’
포사다는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김민이 싱커나 너클볼 같은 변화구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운트 0-1, 킴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슉!
두 번째 공은 높은 코스였다.
‘하이 패스트볼?’
제레미는 배트를 멈췄고, 공은 살짝 떨어지면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
팡!
“스트라이크!”
이번 공은 패스트볼에 가까운 스플리터.
제레미는 자신이 본 것에 혼란을 느꼈다.
‘떠오르는 공이 아니라 떨어지는 공이라고? 이 높이에서?’
김민은 제레미의 미간이 좁아진 것을 보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만들지.’
그는 그립을 바꿔 잡았다. 그리곤 한가운데를 향해 던졌다.
슉!
‘뭐야? 가운데? 아니, 가운데 일 리가 없지.’
제레미는 스플리터를 가정하고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은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두 타자 연속 삼진.
지터의 선제 홈런으로 가라앉았던 트로피카나 필드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나이스 피칭!”
“K! K! K!”
외야 관중석 뒤쪽에 걸려 있는 K 판넬도 2장으로 늘어났다.
“킴이 화끈한 피칭으로 제레미를 잡아냅니다.”
“한가운데에 공을 던졌습니다. 킴, 힘으로 제레미를 압도합니다.”
김민은 제레미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모자를 벗었다.
‘이것으로 상대 타율은 0.237이군.’
이번 시즌 안에 상대 타율을 0.200 이하로 내리는 것이 목표였다.
“마지막 타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인가?”
우승을 위해 양키스가 영입한 슈퍼스타.
그는 지난 시즌보다 뜨거운 배트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군.”
이반 감독의 말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동의했다.
“킴에게 가장 어려운 승부가 될 겁니다.”
에이로드는 제레미의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하면 간단했다.
‘더 강한 파워, 더 좋은 선구안. 그러고 보니 이런 조건을 가진 친구가 한 명 더 있었지.’
배리 본즈.
그는 김민이 상대했던 타자 중 가장 강한 자였다.
김민은 에이로드도 좋은 타자지만 배리 본즈만은 못하다고 생각했다.
‘본즈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잡을 수 있다.’
그는 초구를 바깥쪽 패스트볼로 정했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을 향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1루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에이로드는 초구가 볼이라는 것을 깨닫곤 고개를 갸웃했다.
‘하나 정도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졌다. 킴의 제구가 좋지 않은 건가? 그게 아니라면 초구부터 의식하고 볼을 던졌다는 건데…….
스플리터처럼 떨어지는 공도 아니고 하나 정도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패스트볼.
선구안이 좋은 타자라면 대부분 거를 수 있는 공이었다.
물론 그는 그 공을 거르지 않고 배트를 내밀었다.
김민이 던진 공이었기에 어떤 무브먼트가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나 더 보면 알게 되겠지.’
에이로드는 집중력을 유지한 채 배트를 세웠다.
슉!
다시 한번 빠른 공.
‘이번에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다.’
연속해서 바깥쪽 낮은 코스.
에이로드는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뒤쪽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이번에는 떠오르는 공이었다.’
김민이 던지는 패스트볼은 어느 하나 같지 않았다.
‘스피드, 무브먼트,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다르다.’
에이로드는 카운트를 확인하곤 배트를 들었다.
‘0-2, 다른 투수라면 브레이킹볼 타이밍이다. 하지만 킴이라면 패스트볼을 가능성이 크다.’
이윽고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예상대로 빠른 공.
‘안쪽? 로케이션인가?’
에이로드는 드디어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배트를 스쳐 지나갔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타자 연속 삼진.
에이로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투심 패스트볼…… 기가 막히는군. 그 타이밍에 들어올 줄이야.’
그는 김민이 시즌이 거듭 될 때마다 더욱 강해진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