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제국의 반격 02
부르스는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내는 동안 조용히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부르스, 아이싱은 안하는 건가?”
렉터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아직 교체 사인이 나지 않았어.”
“음, 그 말은…….”
“7회 초에도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지.”
부르스가 양키스를 상대로 6이닝 2실점의 호투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금도 기대 이상이다. 코칭 스텝은 부르스에게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인가?’
렉터가 미간을 좁힌 순간 블렛소 투수 코치가 다가왔다.
“부르스, 괜찮나?”
“괜찮습니다.”
“한 타자 정도 더 상대해 주었으면 하는데 할 수 있겠지?”
7회 초 양키스의 선두 타자는 데릭 지터.
‘좌타 라인업이 등장하기 전까지 마운드를 맡기겠다는 뜻이군.’
부르스가 힘을 주어 말했다.
“할 수 있습니다.”
“부르스, 부탁하네.”
탬파베이 공격이 끝나자 부르스가 글러브를 들고 마운드로 향했다.
“아! 이건! 부르스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이반 감독, 컨디션이 좋은 선발 투수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군요.”
맥코비 감독은 잔뜩 인상을 썼다.
“설마 부르스가 완투승을 노리는 건 아니겠지?”
반즈 투수 코치가 감독의 말을 받았다.
“부르스는 지터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맥코비 감독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다음 타자가 좌타자라서?”
“그렇습니다.”
- 좌타자는 우투수에게 강점을 가진다.
이를 믿는 현장 코칭 스텝은 아직도 많았다.
맥코비 감독이 얼굴을 찡그린 채 생각했다.
“좌우가 중요한 게 아니야. 경기에서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떤 스윙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
지터는 배터 박스에 들어선 뒤 마운드의 부르스를 주시했다.
‘킴이 나타나기 전까지 부르스는 탬파베이의 에이스였다.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와 선발 로테이션 끝자락에 걸쳐 있는 선수. 그는 지금 어떤 기분으로 공을 던지는 것일까?’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일까?
지터는 그답지 않은 감상에 빠져들었다.
‘후후…… 그러고 보니, 기분이 문제가 아니군. 여기서 패하면 15연승을 내주게 되는데.’
그는 조용히 배트를 세웠다.
“플레이!”
주심의 경기 재개 사인과 함께 부르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90마일(158km) 전후의 패스트볼과 그보다 살짝 느린 싱커. 칠 수 없는 수준의 공은 아니다.’
투수의 손끝을 떠난 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싱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터는 이 공이 싱커라고 확신했다.
‘이 지점이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빠른 바운드를 일으켰다.
‘그대로 빠져 나가라.’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통과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브라이튼의 글러브가 타구를 막아섰다.
“브라이튼! 다이빙 캐치로 공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수비 위치가 깊습니다!”
브라이튼은 급히 일어나 1루에 공을 던졌다.
슉!
빠르고 강한 송구.
하지만 지터의 발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울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1루심이 양손을 좌우로 폈다.
“세이프!”
1루심의 세이프 판정에 부르스가 입맛을 다셨다.
‘마지막 단추를 잠그지 못했군.’
그는 마운드를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이반 감독이나 블렛소 코치가 마운드로 향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저 그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바꾸지 않는 건가?’
배터 박스에 들어선 타자가 그를 노려보았다.
양키스의 신예 나이젤이었다.
네네 타격 코치가 말했다.
“나이젤이 지난 타석의 타격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맥코비 감독이 담배를 씹으며 말했다.
“여기서 해 주지 못하면 곤란해. 우리 팀은 6-2로 지고 있단 말이지.”
나이젤은 좌우 타석을 모두 사용하는 스위치히터로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는 좌타석에 들어서곤 했다.
그가 록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망치지 않았군.”
록튼이 말끝을 올렸다.
“도망쳐?”
“마운드의 올드보이 말이야.”
록튼이 미트를 두드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보디가드가 많아서 그런가? 겁이 없는 모양이군.”
“겁은 무슨…… 실력이지.”
나이젤은 스타 군단 양키스에서도 당돌하기로 소문이 난 선수였다.
그는 개막 후 15경기에서 타율 0.331과 1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애송이라고 무시하기에는……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눈이 좋다.’
록튼은 신중하게 사인을 냈다.
- 초구는 안쪽으로 바짝 붙이자고.
부르스는 록튼의 사인을 확인했다.
‘더블을 노리는 모양이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포심 그립을 잡았다.
“부르스가 막을 수 있을까요?”
바이슨 수석 코치는 마운드에 선 부르스가 위태롭게 보였다.
이반 감독이 시선을 마운드에 그대로 둔 채 말했다.
“부르스는 지금까지 잘 막아왔어.”
“하지만 지금부터는 세 번째 타석입니다.”
“그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군.”
“믿지 못한다기보다는 걱정이 되는 것뿐입니다.”
슉!
빠른 공이 배터 박스 라인을 향해 날아갔다.
‘안쪽으로 바짝 붙는 공? 설마, 트래쉬 토크 몇 마디 했다고 맞추겠다는 건가?’
나이젤이 미간을 좁히며 뒤로 물러났다.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은 분명 볼이었다.
하지만 타자를 맞출 정도로 바짝 붙지는 않았다.
“카운트 1-0, 나이젤이 공을 골라냈습니다.”
나이젤은 코스를 확인하곤 쓴웃음을 지었다.
‘뭐야. 위협구도 제대로 못 던지는 건가?’
그는 다시 배트를 세웠다.
“늙은이는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클락이 나이젤을 보며 말했다.
“여기서는 좌투수를 내는 게 좋지 않을까?”
김민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이젤은 스위치라고. 좌투수를 내보내도 마찬가지야.”
이반 감독의 판단도 김민과 같았다.
“부르스가 잡을 수 없다면 라우리도 잡을 수 없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2루수 쪽으로 흘렀다.
“2루수!”
2루수 칼튼은 글러브에 공이 들어오자마자 그것을 꺼내 유격수 브라이튼에게 토스했다.
“칼튼! 브라이튼에게 토스, 브라이튼! 다시 1루로 송구! 그대로 아웃입니다!”
탬파베이 키스톤 콤비의 멋진 수비.
양키스는 눈 깜짝할 사이 주자와 타자를 모두 잃고 말았다.
“멋진 더블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부르스! 위기를 탈출합니다.”
“양키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군요.”
맥코비 감독은 나이젤의 타구를 보곤 고개를 흔들었다.
“경험이 부족한 모양이군.”
부르스가 나이젤에게 던진 두 번째 공은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싱커였다.
맥코비 감독은 나이젤이 그 공을 당기지 말고 밀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안쪽으로 깊게 들어온 초구 때문인지 바깥쪽 싱커에 반응이 늦었다. 차라리 치지 않는 것이 좋았을 텐데…… 아쉽군.’
나이젤은 자신이 병살타를 쳤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싱커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왜 치지 못한 걸까?’
2루에서 아웃된 지터가 다가와 나이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리한 타격이었다.”
당돌한 나이젤이었지만, 미스터 뉴욕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지터?”
“좌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싱커를 당기기 위해서는 제레미가 가지고 있는 파워와 스피드가 필요하다. 네게 그런 파워와 스피드가 있다고 생각하나?”
“…….”
지터가 어깨의 손을 떼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2, 3루 사이를 향해 공을 밀도록 해.”
나이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록튼은 지터의 말을 옆에서 듣곤 미간을 좁혔다.
‘정확한 충고다. 양키스가 명문으로 계속 남을 수 있는 것은 지터 같이 중심을 잡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새 공을 부르스에게 넘겨주려는 순간 탬파베이 벤치가 움직였다.
“타임! 투수 교체.”
이반 감독이 제레미 앞에서 투수 교체를 선언했다.
포사다가 더그아웃에서 혀를 찼다.
“좋은 타이밍이군. 좌타자 앞에서 좌투수라.”
부르스 대신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라우리였다.
“라우리가 제레미를 상대합니다.”
딱!
강한 타구가 우측 펜스를 향해 날아갔다.
“큰 타구입니다!”
그러나 제레미의 타구는 펜스를 넘지 못했다.
팡!
공은 윌리엄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윌리엄이 펜스에 등을 기댄 채 공을 잡아냅니다.”
“외야수들이 깊이 수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수비였습니다.”
윌리엄은 공을 잡은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니었다면 넘어갔을 거야.’
트로피카나 필드의 우측 펜스는 상당히 깊었다.
덕분에 김민을 비롯한 탬파베이 투수들은 좌타자 안쪽으로 마음먹고 공을 뿌릴 수 있었다.
탬파베이는 7회 초 위기를 넘긴 뒤, 다시 한번 양키스 불펜을 두드렸다.
스코어는 8-2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8회 초, 에이로드가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8-3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추격은 딱 거기까지였다.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양키스를 격파하고 15연승을 내달립니다.”
“믿기지 않는 질주입니다.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탬파베이입니다.”
지터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낮게 중얼거렸다.
“내일은 킴, 자칫 잘못하면 스윕을 당할지도 모른다. 큭……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는 악연의 고리가 시작된 부분을 찾고자 했다.
* * *
툭. 툭.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터, 나야.”
지터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열려 있어.”
포사다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지터, 호텔방을 열고 지내면 어떻게 해. 도둑이 들어 올 수도 있다고.”
“5성급 호텔에?”
포사다는 지터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글라스를 보고 크게 놀랐다.
“지터!”
지터는 원정 경기는 물론 홈경기 때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시즌 중에는 온전히 야구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데릭 지터였다.
그러나 지금 지터의 손에는 술이 가득 든 글라스가 들려 있었다.
지터가 글라스를 빙글 돌리며 말했다.
“달모어 18년, 괜찮은 술이지.”
“지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포사다는 오늘 패배의 충격으로 지터가 술을 마셨다고 생각했다.
“포사다, 뭘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거야.”
“너답지 않아.”
지터는 오늘 4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하지만 팀은 8-3으로 패하고 말았다.
“포사다, 너무 화를 내지 말라고, 이건 그냥 위스키니까.”
“술 따윈 버리고, 킴을 잡을 생각이나 하라고.”
지터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우린 벌써 4년째 녀석을 상대하고 있어. 하지만 한 경기도 시원하게 놈을 잡은 적이 없지. 내일이라고 해서 다를까?”
“20승 투수도 한 시즌에 2, 3번은 잡힌다고. 그게 내일일 수도 있어.”
지터가 미소를 지었다.
“포사다는 긍정적이군.”
“지터.”
“걱정하지 마. 그냥 술을 따랐을 뿐이야. 마시진 않았다고.”
지터의 말을 사실이었다. 그는 아직 술을 마시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지터가 말했다.
“탬파베이가 왜 그렇게 강해졌는지 생각하고 있었어. 생각해 보라고, 이번 시즌 탬파베이는 머레이가 나가면서 센터가 비었다고.”
“하지만 그 자리는 산체스가 메웠잖아.”
산체스는 어제도 3타수 1안타로 활약했다. 그는 현재 타율 0.321에 3홈런 11타점으로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산체스의 마이너리그 성적을 봤나?”
“마이너리그 성적이라고?”
지터가 침대 위의 서류 뭉치를 포사다에게 던졌다.
툭.
포사다는 서류 앞부분을 빠르게 읽어 내렸다.
“이건…….”
“더블A에서 산체스는 평범한 선수였지.”
지터가 말한 평범함은 평균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팀에나 있는 유망주.
그게 지터가 말한 평범한 선수의 뜻이었다.
“탬파베이에 가서 괴물이 되었어. 무엇이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
“킴도 그래, 파드레스에 있을 때는 그저 그런 투수였단 말이지. 탬파베이에는 이런 선수들이 한 가득이야. 윌리엄, 케니히…… 전부 탬파베이에 합류한 뒤, 성적이 올랐어. 어디 그뿐이던가? 브라이튼과 볼튼, 라이트를 보라고, 데뷔 시즌부터 대단해. 마치 미래에서 온 녀석이 크게 될 유망주를 핀 포인트로 찍어내고 있는 것 같아.”
포사다가 미간을 좁혔다.
“악물인가?”
지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은 그래. 탬파베이 녀석들은 지금 약물을 광범위하고 쓰고 있어. 그게 아니라면 이 모든 변화가 설명이 안 돼.”
“지터, 설마…….”
“맞아, 내일 패하면 난 뉴욕 타임즈 기자에게 전화를 걸 거야. 아메리칸 리그의 강팀이 약물에 절어 있다고 말이야.”
포사다가 서류 뭉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위험한 발상이야.”
“난 약물을 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 팀 모두가 약물을 하지 않는 건 아니야.”
지터가 손을 멈칫했다.
“클레멘스는 나갔을 텐데?”
포사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팀에서 약물을 했던 게 클레멘스 한 명이라고 생각해?”
지터의 눈이 커졌다.
“설마…….”
포사다는 지터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깨닫고는 오른손을 내저었다.
“난 아니야. 하지만 우리 팀에는 약물을 하고 있는 선수가 적지 않아.”
그는 제레미와 에이로드가 약물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터는 너무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어. 약물 스캔들이 일어나면 탬파베이만 끝장나는 게 아니야. 메이저리그 전체가 끝장 날 수도 있다고.’
지터가 말했다.
“자네가 아니라면 난 상관없다고 생각해.”
포사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터!”
“약물을 빼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거야. 그럼 우린 탬파베이를 이길 수 있어.”
“지터, 그건 위험하다고.”
지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포사다! 약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들을 두둔하지 마! 그들은 지금 반칙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는 완강했다.
지터는 정말로 약물 스캔들을 언론에 폭로할 작정이었다.
포사다가 물었다.
“내일 이기면 되는 거지?”
지터가 되물었다.
“포사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날 막으려는 이유가 뭐야?”
“메이저리그의 추악함이 드러나는 게 싫으니까.”
포사다는 메이저리그가 꿈의 리그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 내일 우리가 이기면 전화를 거는 건 늦추도록 하지.”
지터는 언젠가는 전화를 걸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 *
트로피카나 필드에 입장한 관중 중 절반은 김민의 저지(유니폼)를 입고 있었다.
“킴의 인기가 대단하군요.”
“활약을 생각하면 이 정도 인기는 당연한 거야.”
기자들은 빈스 구단주가 있을 때보다 쾌적한 상태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기자석에 샌드위치를 가져오는 것조차 통제를 받았지.”
신입 기자가 고참 기자에게 물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메뉴얼에 그렇게 되어 있거든. 물론 이 메뉴얼을 지키는 구단은 없지. 하지만 빈스는 그것을 지키려고 했어.”
“원칙주의자였나요?”
“아니, 그는 기자들이 자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것을 싫어했을 뿐이야.”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김민이 워밍업을 마쳤다.
“최고의 컨디션이야.”
라몬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물었다.
“하루 더 쉰 게 효과를 발휘하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김민은 연습 투구에 들어가기에 앞서 라몬에게 말했다.
“라몬, 제 공을 받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겁니다.”
라몬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날 해고한다는 건가?’
“킴, 그게 무슨 말이야?”
“라몬은 불펜 포수로 끝낼 사람이 아닙니다.”
“…….”
김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싱글A 팀의 감독을 맡아주십시오.”
‘싱글A 팀의 감독?’
라몬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