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제국의 반격 01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
3년 전에는 누구나 다 그들을 이렇게 불렀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뉴욕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 부르는 이는 찾을 수가 없었다.
- 3년 연속 실패.
양키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패한 뒤, 최고의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그리고 이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 다음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에게 잇달아 무너졌다.
“4년을 허락하면 5년, 아니 그 이상도 허락하게 될 것이다.”
양키스 오너는 단호했다.
“이번 시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손에 넣어야 한다.”
양키스 프런트는 오너의 지시에 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에이로드를 영입했습니다. 그가 더해진 타선에 맞설 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케먼스 단장은 승리를 자신했다.
‘최강의 전력에 새로운 감독과 코칭 스텝이 더해졌다. 우리가 질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시즌이 시작했고, 뉴욕 양키스는 10승 1패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채 2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탬파베이 레이스라…….”
지난 시즌 자신들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에서 막아선 팀.
그 팀은 패배를 모른 채 순항 중이었다.
“현재 11승 무패입니다.”
케먼스 단장은 탬파베이 견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머레이가 빠졌음에도 그 정도란 말인가?’
그가 머레이를 중견수로 영입한 것은 중견수 자리가 빈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템파베이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산체스라는 신인을 발굴해 그 자리를 메웠다.
“맞대결은?”
“4일 뒤입니다.”
이번 시리즈가 끝난 다음 시리즈.
케먼스 단장이 전화를 들었다.
“케먼스입니다.”
“단장님이 무슨 일로…….”
말을 줄인 사람은 양키스의 신임 감독 존 맥코비였다.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이 2번이나 있는 맹장이었다.
“탬파베이와 시리즈가 곧 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팀을 꾸리는 것은 단장의 몫이지만, 시즌을 운영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었다.
맥코비 감독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난 시즌 우승팀 탬파베이 레이스를 신경 쓰고 있었다.
“대비는 되어 있습니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케이먼 단장은 미간을 좁혔다.
“그것으로는 안 될 텐데요?”
“정규 시즌은 장거리 경주입니다. 첫 기착지에서 싫어하는 상대를 만났다고 무리하면 다음 기착지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이번에 진다고 해도 다음에는…….”
맥코비 감독은 162경기를 치르고 나면 적어도 5게임 정도는 양키스가 앞설 것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케먼스가 원하는 것은 그런 계산적인 결과가 아니었다.
“맥코비, 이번 만남에서 탬파베이에게 패한다면 오너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브라이슨이 움직인다는 겁니까?”
“이기는 것이 좋을 겁니다.”
맥코비 감독은 생각했다.
‘양키스 감독이 독이든 성배라고 하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군. 오너와 단장이 동시에 압박을 주는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진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글쎄요.”
“아무 일도 없진 않겠군요.”
“그럴 겁니다.”
맥코비 감독이 말했다.
“그럼 이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케먼스 단장은 전화를 끊은 뒤, 두 손을 모았다.
“이번 시리즈에서 패한다면 나도 각오해야 할 것 같군.”
양키스 감독은 뉴욕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 어느 팀 감독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자리였다.
* * *
“14연승입니다. 우리를 만날 때까지 단 한 경기도 지지 않았습니다.”
“스케줄이 좋았다고 해도 이건 놀라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양키스 코칭 스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승의 힘은 역시 투수진이라고 생각합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다섯 명의 선발 투수가 14연승을 달리는 동안 11승을 거두었다.
“킴이 3승, 클락이 2승, 렉터가 2승, 설리반이 3승입니다.”
“부르스가 1승밖에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등판이 2경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도 나쁜 성적은 아닐 겁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양키스와 첫 경기에서 5선발인 부르스의 등판을 예고했다.
맥코비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를 보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반 감독은 정직한 감독이군.”
그가 탬파베이 감독이었다면 하루를 당겨 에이스인 김민을 첫 경기에 등판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이반 감독은 휴식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5인 로테이션을 철저하게 지켰다.
“우린 라몬스를 첫 경기에 내보내도록 하지.”
라몬스는 로저 클레멘스가 이적한 이후 양키스의 1선발을 맡고 있었다.
“하루 당기는 겁니까?”
“휴식일이 있지 않았나? 4일 휴식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162경기를 소화하는 메이저리그에서 4일 휴식 후 등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없을 겁니다. 라몬스는 지난 경기 투구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뉴욕 양키스는 탬파베이보다 한 경기 많은 15경기를 소화했다.
현재 성적은 14승 1패.
그들은 탬파베이와 승수가 같고, 패가 하나 더 많을 뿐이었다.
“전 무리하게 라몬스의 등판을 당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맥코비 감독에게 반기를 든 것은 투수 코치가 아니라 네네 타격 코치였다.
맥코비 감독이 입술 끝을 올렸다.
“네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우리 타선이라면 탬파베이 투수진을 박살 낼 겁니다. 그러니, 라몬스까지 당겨서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맥코비 감독이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곤 목소리를 높였다.
“네네, 우린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전장이야!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그는 토린 감독 이상의 맹장이었다.
“…….”
네네 타격 코치는 맥코비 감독의 고성에 몸을 움츠렸다.
맥코비 감독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하물며 우리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탬파베이다! 이길 수 있다면 어떠한 수단이든 상관없다! 내가 허락하겠다!”
그는 코칭 스텝과 함께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 * *
이틀 전.
뉴욕 양키 스타디움.
“2사 주자 2루입니다.”
“산타나, 승리까지 앞으로 한 타자 남았습니다.”
스코어는 2-1 토론토 리드.
요한 산타나는 8회까지 단 1실점으로 버텼다.
하지만 양키스는 끝까지 그를 물고 늘어졌다.
‘투구수 101개. 하지만 난 더 던질 수 있다.’
아웃 카운트 하나면 위기를 넘어 완투승을 따낼 수 있었다.
“타석에는 3번 타자 제레미입니다.”
제레미는 지난 시즌 윌리엄과 함께 최고 타자 자리를 다투었던 선수였다.
산타나는 슬쩍 1루를 확인했다.
‘1루 베이스가 비어 있다. 하지만 거를 수 없어.’
제레미를 거르면 다음 타자는 에이로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여기서 끝을 보아야 했다.
‘정면 승부다.’
산타나는 공을 강하게 쥐었다.
5분 뒤.
양키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끝내기 홈런입니다!”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은 제레미가 아닌 에이로드.
패전 투수가 된 산타나는 더그아웃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자존심이 경기를 날려버렸군.’
조금 전, 그는 제레미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스코어는 순식간에 2-2 동점이 되었고, 관중들은 더 큰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산타나는 자신이 이 시점부터 냉정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에이로드를 거르고 홀리스와 승부했다면 연장전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에이로드를 거르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에이로드를 잡아 날아간 승리를 보상받으려 했다.’
하지만 에이로드는 제레미 이상의 타자였다.
그는 산타나가 카운트를 잡으려고 던진 패스트볼을 정확히 받아쳤다.
“다 끝난 일이다.”
산타나는 오늘 경기를 더 이상 복기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싱은 어떻게 할 건가?”
“여기서 받겠습니다.”
산타나는 숙소 복귀가 늦더라도 조금 일찍 아이싱을 받기로 했다.
하나 둘, 선수들이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아이싱이 끝나자 산타나도 몸을 일으켰다.
‘숙소로 돌아가서 푹 쉬자.’
라커룸을 나선 순간이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산타나.”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지터, 무슨 일이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내 프라이드에 상처를 하나 더 남기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군.”
지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런 질문일지도 몰라.”
그는 산타나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산타나는 지터의 반응에 입술 끝을 올렸다.
“어떤 질문이지?”
“난 네가 킴과 동등한 투수라고 생각해. 그래서 묻는 건데…… 네가 아닌 킴이라면 그 상황을 그냥 넘길 수 있었을까?”
“그 상황인가?”
산타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2사 2루. 타석에는 제레미.’
그는 복기하기 싫은 장면을 다시 한번 복기해야만 했다.
‘킴이라면……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은 아직 그를 만나지 않았군.’
산타나가 지터의 옆을 스쳐가면서 대답했다.
“킴은 그런 장면을 만들지 않았을 거야.”
지터는 산타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는 산타나의 대답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었다.
‘구위가 같다고 해서 같은 레벨의 투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킴의 운영 능력은 산타나보다 한수 위. 그라면 애초에 이런 위기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지터는 산타나를 이겼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방심은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고 나서 해도 괜찮아.”
그는 반대쪽 출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 * *
4월 21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는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맞붙었다.
첫 경기는 부르스와 라몬스의 대결.
이반 감독은 선발 투수 예고를 본 순간 맥코비 감독의 뜻을 알 수 있었다.
- 연승을 끊고 말겠다.
그는 첫 경기를 내준다고 해도 나머지 두 경기를 잡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연승 기록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받는 게 아니지.”
달콤했던 월드시리즈 우승.
이반 감독은 그 기억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다.
“플레이볼!”
경기 시작과 함께 와인드업에 들어간 투수는 부르스였다.
탁!
배트에 빗맞은 공.
유격수 브라이튼이 빠르게 타구를 처리해 선두 타자 지터를 잡아냈다.
“지터! 1루에서 아웃입니다.”
지터는 아웃된 이후, 미간을 좁혔다.
‘투심? 아니 싱커인가?’
분명 지난 시즌까지는 던지지 않던 공이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부르스의 투구에 박수를 쳤다.
“나이스 피칭!”
부르스에게 싱커를 가르쳐 준 것은 바로 그였다.
‘부르스는 부상으로 투구 스타일을 바꾼 그 시점부터 싱커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의 싱커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 게 좋아.’
그는 부르스가 싱커를 배워 전혀 다른 투수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탁!
두 번째 타자도 땅볼.
이번에는 3루수 스나이더가 공을 잡아냈다.
“나이젤, 1루에서 아웃!”
맥코비 감독은 부르스의 싱커에 혀를 찼다.
“호이스트도 늙었군. 이 자료에는 싱커에 대한 것이 하나도 나와 있지 않잖아.”
전력분석팀의 호이스트에게도 변명할 말은 있었다.
- 오늘 경기 전까지 부르스는 싱커를 던지지 않았다.
물론 부르스가 싱커를 아예 던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시범 경기와 연습 경기 내내 싱커를 시험했다.
하지만 시즌에 들어와서는 싱커를 던지지 않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을 조합했다.
그래서 호이스트는 구종 항목에 싱커를 추가하지 않은 것이었다.
“다음 타자를 보면 확실히 알게 될 겁니다. 부르스가 어떤 공을 던지는 지.”
다음 타자는 3번 타자 제레미.
메이저리그 투수 중 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제레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제레미, 이번 시즌도 무섭습니다. 벌써 6호 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록튼은 외야수들에게 뒤로 물러나라는 사인을 보냈다.
‘제레미의 파워와 배트 스피드라면 싱커도 걷어 올릴 수 있어.’
부르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제레미는 위험해.’
그러나 그를 거를 수는 없었다.
다음 타자가 바로 에이로드였다.
‘호랑이 다음은 귀신인가?’
부르스는 싱커 그립을 강하게 쥐었다.
‘해 보는 수밖에.’
슉!
싱커가 록튼의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딱!
듣기 좋은 타격음과 함께 공이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제레미, 안타입니다!”
양키스의 안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에이로드가 유격수 옆을 꿰뚫는 안타를 때려, 상황은 주자 1, 3루로 바뀌었다.
“이제 5번 타자 홀리스가 배터 박스에 들어섭니다.”
위기의 순간, 부르스는 타임을 걸었다.
“타임! 사인 미스!”
마운드에 올라온 록튼이 물었다.
“사인 미스라고? 오늘은 가장 간단한 패턴 A잖아.”
부르스가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사인 미스가 아니야.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
록튼이 미트로 입을 가렸다.
“흠, 뭔데?”
“킴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졌을까?”
1, 3루 위기 상황에서 클린업.
록튼이 주변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킴이라면 그 공을 던졌겠지.”
“그 공이라면, 라이징 패스트볼 말인가?”
“그래, 그게 가장 자신 있는 공이니까. 질문은 이제 됐어?”
“만족해.”
록튼이 홈플레이트로 돌아가자 부르스가 초구 사인을 냈다.
‘하이 패스트볼이라고? 부르스, 그 구속으로 던질 수 있는 거야?’
부르스는 이제 패스트볼에 강점이 있는 투수가 아니었다.
느린 하이 패스트볼은 제구가 어긋날 경우, 배팅볼이나 다름이 없었다.
‘부르스, 설마 하이 패스트볼이 가장 자신 있는 공은 아니겠지?’
이윽고 부르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빠른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왔다.
‘높은 코스!’
타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
그러나 홀리스의 배트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예상하지 못한 공이라고 해도 이 정도 스피드라면 때려낼 수 있다.’
배트가 공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났다.
탁!
‘히팅 포인트가 어긋났어.’
홀리스가 속으로 혀를 차는 순간 록튼이 오른손을 들었다.
“1루수!”
1루수 아울의 시선은 이미 공을 쫓고 있었다.
“맡겨 줘!”
아울의 미트에 공이 들어왔다.
팡!
“홀리스,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납니다!”
부르스가 위기를 넘기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록튼은 그런 부르스를 따라가 물었다.
“부르스, 하이 패스트볼 말이야. 가장 자신 있는 공이었어?”
부르스가 대답했다.
“난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진 게 아니야.”
“음?”
“가장 자신 있는 투구를 한 거지.”
구위를 잃어버린 지금.
부르스에게 가장 자신 있는 투구는 타자의 허를 찌르는 투구였다.
모두가 질 것이라고 생각한 경기.
부르스는 6회까지 단 2점만을 내주며 호투했다.
그가 호투하고 있는 사이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냈다.
“라이트! 2루타입니다!”
“이것으로 스코어는 6-2까지 벌어지는군요.”
양키스는 믿었던 라몬스가 5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믿기지 않는군. 라몬스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타선이 있다니.”
“탬파베이 타자 전원이 좋은 리듬을 타고 있어.”
김민은 라몬스의 실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라몬스답지 못한 피칭을 했어.”
라몬스는 오늘 탬파베이 타자들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고집했다.
록튼이 물었다.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아니야?”
“아니, 라몬스는 월드시리즈의 복수를 하고 싶었던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정면 승부로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싶었던 것이겠지. 물론 결과는 실패야.”
김민은 복수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라몬스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터, 포사다, 그리고 제레미…… 내일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