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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211화 (211/296)

211화 괴물 신인과 노망주 01

탬파베이 개막전 로스터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디펜딩 챔프의 로스터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군.”

“선수 출신 구단주의 한계 아닐까? 머레이와 그렉스의 빈공간이 커 보여.”

“난 반대로 두 사람이 실리를 추구했다고 생각해. 산체스와 라이트는 시범 경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 줬으니까 충분히 기용할 만하다고.”

탬파베이 개막전 라인업은 다음과 같았다.

1번 유격수 브라이튼

2번 중견수 산체스

3번 우익수 윌리엄

4번 1루수 아울

5번 지명타자 라이트

6번 좌익수 케니히

7번 3루수 스나이더

8번 포수 록튼

9번 2루수 칼튼

이번 시즌도 탬파베이 리드오프는 브라이튼이 맡았다. 그는 오프 시즌 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시범 경기를 거치면서 컨디션이 빠르게 올라왔다.

이반 감독과 코칭 스텝은 그가 1번 타자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브라이튼은 이번 시즌 다시 한번 올스타를 노릴 것입니다.”

“브라이튼이 출루하고 윌리엄과 아울이 타점을 올리는 것이 우리 팀의 공격 방식입니다.”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브라이튼보다는 2번 타자 산체스였다. 트리플A 기록도 없는 신인에게 2번을 맡긴다는 것은 상당한 도박이었다.

“산체스가 실패하면 탬파베이의 이번 시즌은 상당히 힘들 거야.”

“돌먼이라는 보험이 있긴 하지만, 머레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테지”

“만에 하나 성공한다면 탬파베이는 동부지구를 몇 년 더 호령하게 될 거야.”

3번 타자는 지난 시즌과 다름없이 윌리엄이 맡았다.

윌리엄의 기량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윌리엄이 지난 시즌과 같은 성적을 낸다면 보스턴 정도는 넘을 수 있을 테지.”

“보스턴 정도라니, 보스턴이 다른 지구였다면 지구 1위를 확정했을걸?”

전력이 약해진 시애틀이나 오클랜드와 달리 보스턴은 꾸준한 FA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시즌 동부지구 3위라는 예상 성적표를 받았다.

뉴욕 양키스와 탬파베이 레이스.

이 두 팀을 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4번 타자는 아울. 이건 이견이 없지.”

“아울은 팀의 대들보 같은 타자야. 멀티 홈런을 밥 먹듯 날리는 거포는 아니지만, 필요할 때 해준다고.”

“포스트 시즌 때도 그랬지. 크레이지 모드는 아니었지만, 4번 타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 줬어.”

6번 타자 지명타자 라이트.

야구 평론가들은 라이트의 메이저리그 콜업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성적만 보면 라이트가 최고였지. 3할 20홈런 그리고 80타점이라고. 트리플A에서 이렇게까지 해 주는 타자는 드물어.”

“난 오히려 그런 좋은 성적을 낸 것이 걸리는군. 트리플A에 정형화된 타자가 아닌지 의심스럽단 말이지.”

“그의 실력이 진짜라고 해도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아?”

“하긴 다른 구단이라면 나이 때문에 콜업에 실패했을 거야.”

라이트는 유망주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나이가 많은 27세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25세가 넘은 유망주들의 콜업을 꺼리는 경향이 짙었다.

“라이트를 콜업하게 된 건 그렉스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야.”

“흠, 그건 그렉스가 자신의 후계자를 직접 결정했다는 건가?”

“그것보다는 나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하더군.”

“노장의 배려인가?”

“어느 쪽이든 라이트가 잘해 주면 팀은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라이트가 부진하면 꽤 힘들어지겠지.”

좌익수 케니히, 그는 지난 시즌까지 브라이튼과 함께 테이블 세터를 맡았다.

하지만 이번 개막전에서 그는 산체스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6번으로 내려왔다.

“케니히가 6번으로 내려오면서 탬파베이 하위 타선에 무게가 실렸어.”

“그러게 말이야. 케니히라면 준수하잖아.”

“3할은 무리라도 2할 후반에 15홈런은 쳐 줄 수 있는 타자지.”

케니히는 약팀이라면 클린업을 칠 수 있는 타자였다.

“케니히까지 보면 탬파베이 타선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난 반대야. 지난 시즌보다 못하다고, 머레이와 그렉스의 빈자리가 커 보여.”

7번 타자부터는 큰 변화가 없었다.

7번에 스나이더 8번에 한 타순 올라온 록튼, 그리고 마지막 9번 타자는 칼튼이었다.

“하위타선에서는 칼튼이 9번까지 내려왔군.”

“칼튼 말이야. FA 이후 하락세지?”

“하락세긴 한데 낙폭은 크지 않아.”

칼튼은 9번까지 내려갔지만,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는 9번 타순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거 아십니까? 원래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겁니다.”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타자, 그가 바로 9번 타자 칼튼이었다.

* * *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사인과 함께 공을 던진 투수는 바로 김민이었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날아갔다.

“산체스 달립니다!”

슬라이딩에 들어간 중견수 산체스.

하지만 타구는 그의 글러브 바로 앞쪽에 떨어진 뒤, 뒤로 빠져나갔다.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산체스는 땅을 쳤다.

‘젠장!’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하지만 타구는 그를 비웃듯 글러브 앞을 통과했다.

우익수 윌리엄이 백업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타자는 홈까지 질주했을 것이다.

“코버의 3루타! 보스턴! 시작이 좋습니다!”

김민은 산체스를 향해 손을 들었다.

“나쁘지 않았어.”

무리한 수비가 3루타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내가 초구에 안타를 맞은 게 먼저야. 그건 그렇고, 산체스는 의욕이 지나친 게 문제군.’

이반 감독은 팔짱을 꼈다.

“머레이라면 바로 펜스 플레이에 들어갔을 거야.”

바이슨 수석 코치가 말을 받았다.

“머레이의 발로는 잡을 수 없는 타구였으니까요. 산체스의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가 독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무사 3루.

산체스의 넓은 수비 범위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수비 실패가 가져온 결과는 뼈아픈 것이었다.

“1회 초부터 실점 위기군.”

“킴이라고 해도 여기서 무실점은 힘들 겁니다.”

김민은 지금부터 보스턴 레드삭스의 2, 3, 4번 타자를 상대해야 했다.

‘내야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 하나만으로도 실점인가? 상황이 좋지 않군.’

그는 2번 타자 노라를 보곤 깊게 심호흡했다.

“후흡…….”

클러치 상황에서는 1번 타자 코버보다 뛰어난 타자가 노라였다.

‘마무리 투수처럼 던진다면……’

그렇게 던진다면 무실점이 가능할 수도 있다?

김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무엇이 그렇게 조급한 걸까? 경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슉!

패스트볼이 바깥쪽을 향해 질주했다.

팡!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간 순간 배트가 크게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95마일(153km).

“95마일 패스트볼이 배트를 뿌리칩니다!”

“킴이 시작부터 구속을 올리는군요.”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컨디션이 최고라고 판단했다.

“오프 시즌 동안 훈련이 부족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킴은 역시 킴이군요.”

“괜한 엄살은 아니었을 거야. 12월 말까지 공을 잡지 못했으니까.”

이반 감독은 김민이 노력으로 부상 공백을 메웠다고 생각했다.

‘킴은 삼진을 노리는 것 같은데…… 상대가 좋지 않군.’

팡!

두 번째 공도 타자의 배트를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다시 헛스윙! 노라의 배트가 무거워 보입니다.”

노라는 미간을 좁혔다.

‘제길…… 떠오르는 공 다음에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고속 슬라이더. 욕이 절로 나오는군. 다음에는 스플리터인가?’

절대 배트에 맞추지 못하게 하겠다는 김민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레드삭스의 호이스 감독은 김민의 뜻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킴이 무리한 수비를 한 루키를 보호하려 하는군. 하지만 노라를 상대로 그게 가능할까?”

“맞는 말씀입니다. 무리하면 꺾이는 법이죠.”

팡!

세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노라는 이 공을 참아냈다.

“카운트 1-2입니다!”

“위기에 몰렸지만, 노라는 침착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탬파베이 관중들이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K! K! K!”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플레이는 삼진을 잡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민은 역으로 삼진을 포기했다.

‘세 번째 공에 속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제 삼진은 포기야. 삼진에 집착하다가는 노라에게 얻어맞을 테니까.’

슉!

빠른 공이 바깥쪽을 향했다.

‘또 떠오르는군.’

노라는 어깨의 힘을 최대한 빼고 컨택에 집중했다.

‘이 공에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언젠가는 쳐 내야 할 공.

탁!

둔탁한 타격음.

노라는 보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또 중견수 플라이군.’

물론 중견수 플라이라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3루 주자 코버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 노라의 중견수 플라이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노라는 1루로 발을 내디디며 타구를 확인했다.

‘어설퍼.’

“중견수 쪽으로 공이 날아갑니다.”

레이먼드 수비 코치가 미간을 좁혔다.

“애매하군요.”

이반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3루 주자가 코버가 아니었다면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예상을 할 수가 없을 것 같군.”

팡!

산체스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간 순간 3루 주자 코버가 스타트를 끊었다.

‘아무리 어깨가 좋아도 이 거리에서 내 발을 따라잡는 건 무리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코버가 달립니다!”

산체스는 홈을 향해 강하게 공을 뿌렸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는다!’

슈욱!

공이 바람을 가르며 홈으로 날아들었다.

“공은 홈으로!”

록튼은 산체스의 송구 위치가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코스가 좋아! 이건 승부할 수 있어!’

그는 홈플레이트 측면을 막고 섰다.

레이먼드 수비 코치는 그의 자세에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 4년 차. 록튼도 발전했군요.”

룰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주자의 진로를 한쪽으로 유도하는 포지셔닝.

코버는 록튼의 자세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귀찮은 녀석이군.’

그는 진로를 살짝 수정하며 포수 옆을 노렸다.

‘이대로 홈플레이트를 스치고 지나간다!’

마지막 몇 걸음.

코버는 있는 힘을 다했다.

촤악!

먼지와 함께 미트와 발이 교차했다.

“아웃!”

주심의 단호한 판정.

코버는 항의하지 않았다.

홈플레이트에 발이 닿기 직전 미트가 자신의 몸을 터치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동 테그인가?”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 것은 호이스 감독이었다. 아문 수석 코치가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런 것 같습니다.”

산체스는 주자를 잡은 뒤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산체스! 홈에서 주자를 저격했습니다! 이것으로 단 번에 아웃 카운트 2개가 올라갑니다!”

트로피카나 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은 조금 전 실수를 잊은 듯 산체스의 이름을 연호했다.

“산체스! 산체스!”

우익수 윌리엄은 팬들의 반응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슈퍼스타의 탄생이군.”

그는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스타는 타고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는 단순히 노력만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야 비로써 넘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메이저리그에서 슈퍼스타로 빛날 수 있는 것은 축복받은 재능을 지니고 있는 몇 명뿐. 산체스, 넌 정말 운이 좋은 거야. 야구의 신에게 축복을 받았으니까.’

윌리엄은 김민 이상으로 산체스를 높이 평가했다.

“킴의 어깨가 가벼워졌군.”

이반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민이 다음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킴, 3루타를 맞았지만, 호수비의 도움을 받아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반 감독은 탬파베이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턴이 넘어갔군.”

위기 뒤에 기회.

기회 뒤에 위기.

야구의 격언대로 탬파베이는 1회 초 위기를 넘기고 1회 말 기회를 맞이했다.

“브라이튼의 2루타로 무사 2루입니다.”

보스턴 선발 웨이크는 이마를 찌푸렸다.

‘떨어지는 공을 외야로 날려버리다니, 저 녀석…… 발만 빠른 게 아니었어.’

브라이튼은 오프 시즌 동안 느슨해져 있던 감각을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를 통해 다시 조이는데 성공했다.

스카이 박스에 자리를 잡은 운영 팀장 코너가 구단주인 그렉스에게 말했다.

“브라이튼도 3년 차. 다음 오프 시즌이 걱정 되는군요.”

이번 시즌까지 올스타에 뽑힌다면 3년 연속 올스타였다.

연봉 조정 신청 권한을 얻게 되면 적어도 500만 달러(62억 원), 많으면 800만 달러(99억 원)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탬파베이 레이스로서는 770만 달러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렉스가 말했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에게 좋은 대우는 당연한 거야.”

그 당연한 것을 빈스는 거부했다.

왜?

스몰 마켓 구단은 빅 마켓처럼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할 수 없었다.

2, 3명의 코어 플레이어에 롤플레이어.

이것이 스몰 마켓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코너는 빈스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렉스는 아직 우리 구단의 낮은 페이롤을 모르는 것일까? 브라이튼이 800만 달러를 받게 되면 FA 중 누군가는 트레이드를 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렉스와 김민은 선수를 트레이드 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구단을 탬파로 옮길 때까지 지금의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 시즌까지 어느 정도 적자는 각오하고 있다.’

탁!

파울 타구가 나오면서 카운트는 2-2로 바뀌었다.

“산체스, 유리한 카운트에서 패스트볼을 노렸지만, 파울이 나왔습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히팅 포인트가 어긋났군요.”

산체스는 배트를 내려놓곤 장갑을 고쳐 꼈다.

‘킴의 패스트볼과 달리 움직임이 무디다.’

그는 웨이크가 적어도 김민의 70%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웨이크는 김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투수는 내 상대가 되지 않아.’

그는 다시 배트를 들었다.

웨이크는 자신을 노려보는 루키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풋내기가 날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군. 건방진 녀석.’

그는 그립을 고쳐 잡곤 강하게 안쪽으로 던졌다.

슉!

맞아도 상관없다고 던진 공.

하지만 코스는 타자가 아닌 스트라이크존에 가까웠다.

‘93마일(150km) 정도인가? 킴의 패스트볼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딱!

맞는 순간 장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웨이크는 고개를 숙인 채 신발을 만졌다.

‘다음 타자가 윌리엄이라는 것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어.’

산체스를 맞춰 내보내면 무사 1, 2루.

메이저리그 최강 타자 중 한 명인 윌리엄이 이 찬스를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그래서 웨이크는 마지막 순간 산체스가 아닌 포수 미트를 보았다.

그것이 바로 그의 패인이었다.

“와아아아!”

트로피카나 필드를 가득 채운 함성.

이것만으로도 웨이크는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산체스! 첫 타석에서 투런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멋진 홈송구에 이은 투런 포! 대단한 데뷔전입니다.”

다이아몬드를 도는 산체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는 그라운드를 돌았다.

“차가운 친구군.”

“그릇이 큰 거야.”

기자들은 산체스에 대한 기사 작성에 여념이 없었다.

“뉴욕 메츠에 저런 보석이 숨겨져 있었다니…….”

“메츠도 산체스의 재능을 알긴 알았어. 이번 시즌 40인 로스터에 등록하려고 했으니까.”

“산체스의 재능은 40인 로스터 수준이 아니잖아. 저걸 보라고.”

그렉스는 산체스의 재능을 깨운 것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산체스의 재능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 재능은 투쟁심이 빠진 채 마이너리그를 표류하고 있었다. 킴이 아니었다면, 산체스는 지금 모습이 되는데 몇 년은 더 걸렸을 것이다.’

탬파베이 2:0 보스턴.

웨이크는 3번 타자 윌리엄을 직선타로 잡아냈지만, 아울에게 다시 2루타를 맞으면서 위기에 몰렸다.

“웨이크,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1회 말에만 장타가 3방입니다.”

“더그아웃에서 움직여야할 것 같습니다.‘

해설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이스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웨이크, 너무 패스트볼에 의존하고 있어.”

웨이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커브 제구가 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음 타자는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풋내기야. 저런 친구들이 어떤지 알지?”

웨이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패스트볼에 강하고 유인구에 약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저런 친구를 힘으로 잡으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거야.”

이번 시즌부터 보스턴의 안방을 맡게된 루카스는 호이스 감독의 조언이 적절했다고 생각했다.

‘힘으로 제압하려다가 산체스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말았지. 여기서는 힘이 아닌 경험으로 승부를 해야 해.’

호이스 감독이 웨이크의 어깨를 두드리곤 마운드를 내려갔다.

“1사 주자 2루. 배터 박스에는 5번 타자 라이트입니다.”

“라이트는 산체스와 함께 이번 시즌 처음으로 25인 로스터에 등록되었습니다.”

라이트는 산체스와 달리 긴장한 표정으로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꿀꺽.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배트를 세웠다.

‘드디어 메이저리그 첫 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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