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209화 (209/296)

209화 2004 스프링 캠프 03

“두 번째 선수들이 팀을 떠났습니다.”

스프링 캠프 인원은 이제 45명까지 줄어들었다.

이반 감독이 말했다.

“괜찮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준비가 미흡했어.”

25인 로스터에 들어 있는 선수라면 스프링 캠프에서 서서히 몸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그 외에 있는 선수라면?

스프링 캠프 시작과 동시에 뭔가를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내일부터 시범경기입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홈에서 시범경기를 치를 수 있는 두 팀 중 하나였다.

“출전 명단은 작성했나?”

바이슨 수석 코치가 리스트를 내밀며 말했다.

“첫 경기는 이렇게 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시즌 25인 로스터에 들었던 선수 반, 그 외의 선수가 반.

“괜찮군. 1번 타순만 바꾸면 될 것 같아.”

“칼튼은 힘들다는 말씀이십니까?”

“교체로 내보내자고, 아직 몸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것 같으니까.”

탬파베이 테이블 세터를 구성했던 브라이튼과 칼튼, 두 사람은 오프 시즌 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매일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었다.

“그 친구 한 번 써 보는 것이 어때?”

“산체스 말입니까?”

산체스는 이번 탬파베이 캠프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였다.

“킴이 직접 영입했다는 후문이 있어. 뭐, 구단주의 눈치를 보자는 말은 아니야. 난 그런 감독은 아니니까.”

바이슨 수석 코치는 산체스가 선발 명단에 들어가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산체스는 3번의 연습 경기에서 4할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충분히 들어갈 자격이 있죠.”

“그럼 산체스를 1번에 놓고, 나머지는 이대로 가지.”

“알겠습니다.”

다음 날.

탬파베이 레이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시범 경기를 가졌다.

선발 투수는 지난 시즌 4선발로 활약했던 설리반.

기자들은 설리반의 등판에 고개를 갸웃했다.

“1차전부터 레귤러 선발이 나오는군요.”

“첫 경기부터 설리반이 나오는 걸 보면, 몸이 잘 만들어진 모양이군.”

“그가 좋은 투구를 보여 줄 것 같습니다.”

설리반은 기자들의 예상과 달리 1회 초 잇달아 3안타를 맞았다.

“타이거즈가 선취 득점을 올립니다. 스코어는 1-0입니다.”

“설리반의 제구가 크게 흔들리는군요.”

블렛소 투수 코치는 메모지에 뭔가를 계속 적고 있었다.

“그게 뭡니까?”

블렛소 코치가 클락의 물음에 대답했다.

“써클 체인지업을 체크하고 있어.”

“실전에 사용하는 건 아직 이를 텐데요?”

블렛소 투수 코치가 설리반에게 써클 체인지업을 전수한 것이 보름 전이었다.

클락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실전에서 써 보고 싶어 하더군. 결과는 좋지 않지만 말이야.”

설리반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킴처럼 다양한 구질까지는 아니라도 위닝샷이 최소한 2개는 필요해.’

그는 호흡을 가다듬곤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설리반의 패스트볼은 지난 시즌과 같은 위력이었다.

“설리반! 첫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이번 패스트볼은 좋았습니다.”

중계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탬파베이 시범 경기는 전 경기가 케이블 TV를 통해 플로리다 전역에 중계되었다.

팡! 팡!

디트로이트 타자들은 설리반이 강속구를 뿌려대기 시작하자 고개를 흔들었다.

“시작했군.”

“저 강속구는 공략이 쉽지 않아.”

“처음에는 뭔가 다른 구종을 시험해 보려고 했던 모양이군.”

팡!

미트에 꽂힌 공이 묵직한 소리를 냈다.

“스트라이크!”

스미스가 미트에서 공을 꺼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볼!”

리듬을 찾은 설리반은 레귤러 선발의 강력함을 보여 주었다.

“설리반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이번 시즌은 4선발이 아니라 2, 3선발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1선발 김민을 제외하곤 선발 로테이션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설리반이 좋다면, 설리반을 킴의 뒤에 배치한다. 클락이 좋다면, 클락, 렉터가 좋다면 렉터다.’

물론 세 명의 투수가 모두 좋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우승 다음 시즌은 허니문 징크스가 찾아온다.’

“탬파베이가 1회 말 공격에 나섭니다.”

1회 말 탬파베이 선두 타자는 산체스.

김민은 산체스 타석에 집중했다.

‘산체스,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려면 연습 경기에서 보여 준 이상을 보여 주어야 한다.’

디트로이트 선발 투수 마조는 배터 박스에 선 산체스의 눈빛과 표정을 보곤 마른침을 삼켰다.

‘어려 보이는데 눈빛이 대단하군. 마치 날 씹어 먹을 것 같잖아.’

그는 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5승 6패를 기록한 유망주였다.

‘좋은 눈빛이지만, 나도 물러설 수 없다고!’

마조는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은 뒤 바깥쪽으로 강하게 던졌다.

슉!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는 패스트볼.

산체스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킴의 패스트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공이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산체스, 초구를 노려 안타를 만듭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박수를 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배팅! 산체스!”

이반 감독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타이밍이군.”

“밸런스가 좋은 타자입니다.”

탬파베이는 선두 타자 안타로 기세를 높였지만, 2, 3번 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나면서 점수를 뽑지 못했다.

“2사 주자 2루입니다!”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스나이더입니다.”

스나이더가 4번에 들어선 것은 아울과 윌리엄 두 선수가 모두 결장했기 때문이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스나이더에게는 이번 시즌이 고비가 될 겁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스나이더는 이번 시즌이 2년 차였다.

많은 선수들이 2년 차 징크스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반 감독이 말했다.

“브라이튼과 킴은 이겨냈어.”

두 선수는 2년 차 징스크를 이겨내고 올스타 레벨에 올랐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어깨를 으쓱했다.

“감독님, 두 사람처럼 올스타 레벨에 올라간 선수보다 마이너리그로 떨어진 선수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들보다는 록튼이나 볼튼을 예로 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두 사람은 올스타 레벨에 이르지 못했지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레귤러로 성장했습니다.”

이반 감독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귤러와 올스타인가?”

바이슨 수석 코치는 스나이더가 적어도 2할 5푼에 10홈런은 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나이더, 네게 많은 것은 바라지 않는다. 지난 시즌보다 살짝 떨어져도 좋아. 레귤러로 라인업을 지켜 줘.’

딱!

경쾌한 타격음.

하지만 공은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탬파베이, 선두 타자가 출루했지만, 득점에 실패합니다.”

더그아웃에 들어온 스나이더에게 코스타 타격 코치가 다가갔다.

“어깨의 힘을 조금 빼고 가볍게 치는 게 좋겠어.”

스나이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배팅 타이밍이 조금 늦었던 것 같습니다.”

코치의 조언은 어느 한 선수만을 향하지 않았다.

말론 주루 코치가 산체스에게 다가갔다.

“산체스, 다음 타석 때 또 출루한다면 그걸 해봐.”

“도루 말입니까?”

말론 주루 코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타석에 또 출루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산체스는 대답을 마친 뒤, 글러브를 들었다.

이반 감독이 외야로 달려가는 산체스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레이먼드,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중견수 자리를 맡겨도 될 것 같나?”

레이먼드 수비 코치가 대답했다.

“연습 경기 때는 좋았지만, 시범 경기와 정규 시즌은 또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수비 능력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습니다.”

레이먼드 수비 코치는 대답과 달리 산체스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좋은 컨택과 수비, 그리고 빠른 발과 파워…… 여기에 어깨까지 제대로 된 5툴 플레이어군.’

산체스가 입단하기 전까지 탬파베이에서 5툴 플레이어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윌리엄이었다.

그는 훌륭한 컨택과 좋은 수비, 강력한 파워와 준수한 송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에게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빠른 발 정도였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홈런이군요.”

바이슨 수석 코치는 공이 펜스를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반 감독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까?”

그의 예상대로 공은 펜스를 넘어가는 대신 워닝 트랙 앞에서 멈췄다.

“산체스가 공을 잡아냅니다!”

“타구 판단과 스타트가 빨라 안정적으로 공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수비 결과를 체크하며 말했다.

“설리반의 구위가 아웃 카운트를 만들었군요.”

“설리반의 구위만이 아니야. 이번 아웃 카운트에 대한 지분은 산체스가 절반을 가지고 있어. 그의 빠른 판단이 아니었다면 외야를 가르는 2루타가 되었을 타구야.”

김민 역시 이반 감독과 생각이 같았다.

‘빠른 타구 판단,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른 발. 산체스의 중견수 수비는 이미 메이저리그급이다.

그는 산체스가 타격에서 다소 고전을 하더라도 중견수를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2회와 3회 그리고 4회.

두 팀은 경쟁하듯 점수를 뽑아냈다.

“투수들보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낫군요.”

“여긴 플로리다니까.”

날씨가 쌀쌀한 3, 4월에는 타자보다 투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탬파베이에서는 예외였다.

이곳의 따뜻한 날씨는 쌀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했다면 어땠을까요?”

“글쎄…….”

탬파베이가 지금 경기를 벌이고 있는 곳은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닌 탬파시에 위치한 트리플A 구단의 홈구장이었다.

“안타! 안타입니다!”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인 순간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었다.

“세이프!”

탬파베이의 결정적인 득점.

탬파베이는 록튼의 적시타와 칼튼의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에 힘입어 디트로이트를 7-6으로 격파하는 데 성공했다.

“탬파베이가 시범 경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합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시즌 스타트는 좋았다.

* * *

툭. 투툭…….

비가 그라운드를 적셨다.

“오늘 경기도 취소군요.”

예상하지 못한 강우.

“쉬라는 하늘의 뜻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은 미간을 좁혔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시범 경기 첫 경기를 승리한 뒤, 3연패에 빠졌다.

이래서는 어느 선수가 좋은 선수인지 제대로 가려낼 수가 없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니…….”

다음 두 경기가 끝나면 그는 열 명의 선수를 더 마이너리그로 보내야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때가 가장 안타까웠다.

첫 탈락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쯤 되면 준비를 잘해 오고도 캠프를 떠나는 이들이 있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열심히 했다고 해서 로스터 한자리를 맡길 수는 없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마이너리그로 돌아갈 수밖에.’

그는 한 선수의 이름을 리스트에서 지우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디펜딩 감독 치곤 걱정이 많으십니다.”

유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신임 감독 케빈이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돌렸다.

“케빈, 자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옛 친구에게 인사를 좀 하려고 왔지.”

두 사람은 마이너리그 시절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있었다.

그것이 벌써 30년 전.

“텍사스라니, 피츠버그는 어떻게 된 건가?”

“잘렸지.”

“잘린 사람이 바로 텍사스 감독으로 오나?”

케빈 감독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 사정이 있는 거야.”

케빈 감독은 피츠버그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구단주의 소극적인 투자에 매번 불만을 표하곤 했다.

- 아무리 스몰 마켓이라고 해도 이런 지원으로는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없습니다!

구단주에게 미운털이 박힌 그는 3년의 계약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피츠버그를 떠나야 했다.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자네 팀이 최고라면서?”

이반 감독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무슨 소리? 우린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고.”

“그런가?”

“반지 보여 줄까?”

케빈 감독은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었다.

“허, 이 틈에 반지 자랑인가?”

“농담이야.”

케빈 감독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갑갑하지?”

“음?”

“구단주와 함께 더그아웃에 있는 것 말이야.”

이반 감독이 입술 끝을 올렸다.

“별걱정을 다하는군.”

“구단주와 사이가 좋은가?”

“우리 팀 에이스야.”

“투수 중에는 차가운 친구들이 많지.”

이반 감독이 고개를 흔들었다.

“킴은 정반대야.”

“말로서 루틴을 이어나가는 스타일이군.”

“그 이상이야. 그는 팀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

이번 시즌도 탬파베이 레이스 라커룸 리더는 김민이었다.

“투수가?”

“투수가 라커룸 리더면 이상한가?”

“이상하지. 라커룸 리더는 파이팅이 좋은 포수나 내야수가 하는 게 보통이니까.”

케빈 감독은 탬파베이 더그아웃을 돌아보곤 오른손을 들었다.

“내일 좋은 경기를 하자고.”

이반 감독은 케빈 감독의 뒷모습을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저 친구 설마 우리 팀의 전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애리조나가 아니라 플로리다를 선택한 건가?”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는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두 곳에서 열렸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플로리다보다 애리조나 리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시범 경기는 플로리다 리그를 선택했다.

“내 착각이겠지. 텍사스는 우리와 경쟁할 여력이 되지 않아.”

텍사스는 이번 겨울 팀의 기둥인 에이로드와 400홈런 타자 강타자 라이프, 올스타 포수 퍼지(이반 로드리게스)가 팀을 떠났다.

양키스에서 3명의 선수를 받아왔지만, 전력 상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문가들은 텍사스가 지구 꼴지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케빈 감독은 순순히 하위권으로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텍사스를 쉽게 보다가는 큰코다치게 될 거야.’

* * *

휙! 휙!

배트가 바람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밤에도 훈련하는 건가?”

상대의 물음에도 선수는 배트를 멈추지 않았다.

휙! 휙!

“과묵하군.”

선수는 한마디 더 하고 나서야 배트를 멈췄다.

“특별한 용건이 있는 겁니까?”

배트를 들고 서 있는 선수는 산체스, 그의 앞에 서 있는 선수는 윌리엄이었다.

“너무 무섭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어서 해본 말이야.”

산체스는 다시 배트를 들었다. 그리곤 강하게 휘둘렀다.

휙! 휙!

“산체스, 알고 있나? 지나친 훈련은 몸을 상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산체스는 배트를 멈추지 않고 말했다.

“어설픈 훈련으로는 그 공을 때려낼 수 없습니다.”

“그 공이라면…….”

산체스의 머릿속에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이 떠올랐다.

‘공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떠올랐다. 지금보다 강해지지 않으면 그 공을 때릴 수 없다.’

윌리엄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의 옆에 앉았다.

“어떤 공을 보았는지 몰라도 이렇게까지 배트를 휘두르는 건 좋지 않아. 시즌은 길다고.”

그는 맹렬한 연습보다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산체스가 순간 배트를 멈추며 물었다.

“윌리엄은 처음부터 탬파베이 선수가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캔자스시티에 있었지.”

“그곳에 있을 때 킴과 대결한 적이 있습니까?”

윌리엄이 짧게 대답했다.

“물론.”

“그럼 그 공을 보았겠군요.”

윌리엄이 미소를 지었다.

“라이징 패스트볼을 본 모양이군.”

“그 공을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부르는 모양이군요.”

“위로 떠오르니까.”

산체스는 말을 주고받는 순간에도 배트를 쉬지 않았다.

휙! 휙!

윌리엄이 말했다.

“그런데 그것 알고 있나? 메이저리그에서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지는 건 킴만이 아니야.”

순간 산체스의 배트가 멈췄다.

“설마?”

“모든 투수가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지냐고? 그렇지는 않아. 메이저리그는 초인 리그가 아니니까.”

산체스의 배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이스급만 던질 수 있다는 말이군요.”

윌리엄이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며 말했다.

“강력한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는 슈퍼 에이스들이 그런 공을 던지지. 킴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쳐 낼 수 있다면, 그 어떤 투수의 공도 칠 수 있을 거야.”

“윌리엄은 칠 수 있습니까?”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MVP 후보까지 올랐던 윌리엄.

그러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아직은 힘들어.”

산체스는 말없이 배트에 힘을 주었다.

‘윌리엄이 칠 수 없다면…… 나도 칠 수 없을 것이다.’

최강의 적.

그러나 그는 그 적을 상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 공을 쳐 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