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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208화 (208/296)

208화 2004 스프링 캠프 02

- 초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불펜 포수 라몬은 김민과 그렉스를 돕기 위해 며칠 전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라이브 피칭 내내 투수들의 공을 잡으며, 그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흠, 킴의 바깥쪽 패스트볼이라. 산체스가 깜짝 놀라겠군.’

캠프에 모인 투수 중 김민처럼 날카로운 제구를 보여 주는 투수는 없었다.

라몬은 산체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투지로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러시가 아니라 킴이 직접 던진다고? 젠장! 날 놀린 건가!’

밤새 고민에 빠졌던 자신을 생각하자 화가 치솟아 올랐다.

그는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구단주라고 해도 사람을 가지고 놀다니, 부숴 버리겠어!’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바깥쪽 빠른 공.

스피드건이 없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대략 94마일(151km) 정도 되는 빠른 공.

라몬은 김민이 이 공을 던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좋은 공이다.’

그 순간 산체스의 배트가 움직였다.

딱!

날카로운 타격음과 함께 공이 3루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주심으로 나선 호트의 외침에 라몬이 눈을 크게 떴다.

‘마이너리거가 이걸 쳤어?’

놀란 것은 라몬만이 아니었다.

그렉스 또한 입을 쩍 하고 벌렸다.

‘킴의 제구된 바깥쪽 공을 제대로 때려냈다. 산체스의 재능이 이 정도였나?’

김민은 라몬으로부터 공을 받아들곤 입술 끝을 올렸다.

‘그래, 이제야 내가 알고 있는 산체스로 돌아왔군.’

그는 두 번째 공으로 스플리터를 선택했다.

‘이걸 따라올 수 있다면 당장 25인 로스터에 합류시켜도 좋을 거야.’

슉!

바깥쪽 코너에서 떨어지는 공은 완벽하게 배트를 돌려세웠다.

“스윙 스트라이크!”

투 스트라이크 노 볼.

김민이 그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배팅 연습을 해 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산체스는 미간을 좁히며 맞받아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이너리그 타자들은 산체스와 김민의 대결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킴이 직접 라이브 피칭에 나설 줄은 몰랐어.”

“패스트볼 구위를 보니까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한 모양이야.”

“그건 그렇고, 산체스 녀석도 제법인데. 아까 초구 말이야. 좋은 공이었지?”

“맞아. 나라면 저렇게 때려내지 못했을 거야.”

산체스가 배트를 세우자 김민이 다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이번 공은 안쪽 패스트볼.

‘로케이션!’

산체스는 이 공을 그대로 당겼다.

딱!

강하게 맞은 공이 그대로 왼쪽 펜스를 강타했다.

퍽!

“파울!”

그렉스는 산체스의 스윙에서 강한 힘을 느꼈다.

‘메이저리그 클린업을 칠 수 있는 파워다.’

산체스는 배터 박스에서 나가지 않은 채 다음 공을 기다렸다.

‘반드시 쳐 주겠어!’

김민은 고개를 끄덕이곤 4번째 공을 던졌다.

휙!

이번에는 낮게 떨어지는 커브.

산체스는 앞으로 나가던 배트를 황급히 멈췄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왔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볼이었다.

“산체스가 골라냈어.”

“저 녀석…… 선구안이 이렇게 좋았던가?”

“그러게 말이야. 어제만 해도 러시에게 삼진을 당했었잖아.”

김민은 모자를 고쳐 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공을 골랐단 말이지?’

그는 그립을 고쳐 잡았다. 그리곤 포수 미트를 향해 강하게 팔을 휘둘렀다.

슈욱!

산체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만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떠오르는 공.

‘떠, 떠오른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강력한 패스트볼.

틱!

배트에 스친 공이 그대로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파울 팁 삼진.

산체스는 분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김민은 그 모습에 만족했다.

‘삼진이 되긴 했지만 좋은 타이밍에 배트가 나왔다. 떠오르는 공이 아니었다면, 내가 당했을 거야.’

그는 두 타자를 더 상대한 뒤 라이브 피칭을 끝냈다.

김민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라몬이 미트를 들며 물었다.

“벌써 끝내는 건가?”

“첫 라이브 피칭은 한 이닝이면 충분합니다.”

김민은 라몬과 첫 피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산체스를 불렀다.

“산체스, 내가 던진 마지막 공을 기억해라. 그게 바로 메이저리거의 공이니까.”

‘메이저리그의 공!’

그의 한마디는 산체스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산체스가 주먹을 꾹 쥐면서 말했다.

“다음에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그의 두 눈은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그러면 기회를 주도록 하지.”

산체스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반드시 올라갈 겁니다!”

김민은 생각했다.

‘좋은 눈이다. 당분간 저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날 저녁.

김민과 그렉스가 저녁을 함께했다.

“괜찮은 친구죠?”

그렉스가 고기를 자르며 물었다.

“산체스 말인가?”

“그 친구 말곤 없죠.”

그렉스는 자른 고기를 접시에 옮겨 담았다.

“킴, 그 순진한 친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훈련하는 내내 배트가 아니라 불꽃을 휘두르더군.”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수 있도록 자극을 좀 주었죠.”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마이너리거들은 어떻게 튀어 오를지 모르니까.”

김민은 고기 대신 감자를 썰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산체스가 껍질을 깼으면 좋겠습니다.”

“그 껍질은 이미 깨졌어. 배트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더군. 마치 윌리엄을 보는 것 같았단 말이지.”

김민은 감자를 씹었다.

‘좀 퍽퍽한데.’

그렉스가 물었다.

“그래서 그 친구를 40인 로스터에 올릴 건가?”

김민이 대답했다.

“40인 로스터라니요. 중견수로 쓰려고 데려온 친구입니다.”

“진심인가?”

“사실은 저 친구 때문에 캠프를 확장한 겁니다.”

그렉스가 낮게 신음 소리를 냈다.

“음…… 그 정도인가?”

“이번 시즌은 산체스에게 걸고 있습니다.”

“저 친구가 실패한다면?”

“유타 해변이 되겠죠.”

김민이 언급한 유타 해변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격전지 중 하나였다.

한마디로 산체스가 실패하면, 2004 시즌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말.

“돌먼은 자신이 중견수로 기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돌먼은 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중견수를 맡았던 유망주였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5년을 버틴 선수로 그 누구보다 메이저리그를 갈망하고 있었다.

“돌먼에게도 기회를 줄 겁니다.”

“스프링 캠프에서?”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돌먼이 산체스 이상의 능력을 보여 준다면 전 그를 중견수로 기용할 겁니다. 아니, 기용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되겠죠.”

산체스의 25인 로스터 합류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

스프링 캠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김민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좋아.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한번 달려 보도록 하지.”

의욕을 불태우는 그렉스에게 김민이 말했다.

“그렉스, 김빠지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스프링 캠프가 시작하면 우린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렉스가 멈칫했다.

“으음…….”

“그렉스는 사장으로, 전 선수로 말이죠. 팀을 이끄는 것은 이반 감독이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은 이반 감독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렉스가 김민의 의견에 동의했다.

“알겠네. 이번 캠프가 끝날 때까지만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도록 하지.”

이후 두 사람은 야구가 아닌 다른 쪽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 * *

“스프링 캠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은 바이슨 수석 코치였다.

스프링 캠프 기강을 잡는 것은 바로 그의 몫이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스프링 캠프는 노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전쟁터다! 전사하는 자는 즉시 마이너리그로 돌려보내겠다!”

처음 스프링 캠프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첫 탈락자가 되긴 싫어.”

“끝까지 살아남아서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거야.”

반면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속했던 이들은 여유가 있었다.

“2004 시즌, 이번에도 우승해야지.”

“물론.”

“칼튼은 어땠어?”

“오프 시즌?”

“지중해로 휴가를 다녀왔다면서?”

칼튼이 미소를 지으며 스미스의 말을 받았다.

“이탈리아 아가씨들은 최고였지.”

4, 5년 차 선수들이 여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스프링 캠프 조 배정이 시작되었다.

“투수조는 A조와 B조로 나눈다.”

지난 시즌보다 간략해진 방식.

A조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로, B조는 그렇지 않은 선수들로.

이는 훈련의 강도를 조절하기 위함이었다.

“A조 조장은 부르스다!”

에이스 김민이 아닌 부르스가 조장.

이것은 부르스의 경험을 높이 산 기용이었다.

“A조를 맡게 된 조장 부르스라고 한다. 다들 한 달 동안 열심히 달려 보자.”

연차가 쌓인 선수들이 미소로 화답했다.

“오케이, 부르스.”

B조 조장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스페이츠가 맡았다.

“난 B조 조장 스페이츠라고 한다. 최선을 다하면 메이저리그에 남게 될 것이다. 반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마이너리그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마이너리거 투수들이 스페이츠의 말에 목소리를 높였다.

“알겠습니다!”

워밍업과 함께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었다.

“하나! 둘! 하나! 둘!”

타자조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아닌 포지션에 따라 조를 배분했다.

“내야수는 A조, 외야수는 B조, 포수와 지명 타자는 C조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지난 겨울 캠프에 참가했던 마이너리거들은 전원이 스프링 캠프 참여를 지시받았다.

그들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유난히 눈에 띄는 타자 한 명을 발견했다.

“흠, 저 친구는…….”

그가 주목한 선수는 바로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무섭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괜찮은데.”

“누가 괜찮단 말인가?”

질문을 던진 것은 레이먼드 수비 코치였다.

“레이먼드?”

“유령이라도 본 얼굴이군. 누가 괜찮다는 말이야?”

코스타 타격 코치가 시선을 그라운드 왼쪽으로 이동했다.

“59번 말이야.”

“산체스?”

레이먼드 수비 코치는 그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자네도 주목하고 있는 선수인가?”

“어제 주력 테스트를 했는데 브라이튼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어.”

코스타 타격 코치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로 브라이튼을 넘어섰단 말이야?”

브라이튼은 칼튼과 함께 탬파베이 최고속을 다투고 있었다.

그런 브라이튼을 꺾었다면 대단한 스피드였다.

레이먼드 수비 코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브라이튼의 몸 상태가 좀 좋지 않았어. 오프 시즌 동안 너무 논 것 같아.”

브라이튼에게 2003년 겨울은 꿈같은 오프 시즌이었다.

모델과의 데이트, 해외 투어, 그리고 유명 뮤지션들과 공동작업.

그러나 꿈같은 오프 시즌을 보낸 결과 그의 몸은 지난 시즌의 50%도 채 되지 않았다.

“브라이튼은 몸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3월 중순까지는 경기에 내보내지도 않을 생각이야.”

“그건 심한데?”

“브라이튼도 깨닫는 게 있어야지. 메이저리그는 만만한 곳이 아니야.”

시즌 준비가 부족한 선수는 브라이튼만이 아니었다.

“칼튼도 좋지 않아. 어제 1위를 하긴 했지만, 간신히 산체스를 따돌렸지.”

코스타 타격 코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윌리엄은 어때?”

“그 녀석은 기계 같아. 이번 시즌도 대단할 거야.”

윌리엄과 케니히 그리고 아울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을 잘 만들었다.

그들은 탬파베이가 자랑하는 모범생들이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김민은 블렛소 투수 코치와 마주했다.

“킴, 오프 시즌 훈련은 어땠어?”

“70% 정도입니다.”

“벌써 그 정도인가?”

“지난 시즌은 지금쯤 90%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지난 오프 시즌은 특히 바빴잖아. 구단주가 되기도 했고.”

“구단은 이제 그렉스에게 맡길 작정입니다.”

“그래, 그렉스가 팀을 떠났지.”

블렛소 투수 코치는 그렉스의 빈자리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새로운 피가 나올 겁니다.”

“그렇게 될까?”

“그렇게 될 겁니다.”

김민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의심하지 않았다.

“손가락은 어때?”

“의사 말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뭐라고?”

“무리하면 언제든 다시 심해질 거라고 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미간을 좁혔다.

“투구수를 조절해야 할까?”

“250이닝만 넘기지 않으면 될 거라고 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 친구 농담이 늘었군.”

김민이 농담이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 시즌은 정말 아쉽게 되었습니다. 250이닝을 꼭 던지고 싶었거든요.”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말했다.

“자네가 고집을 부린다고 해도 절대 던지지 못하게 할 거야.”

* * *

스프링 캠프 5일 차.

첫 탈락자가 나왔다.

“러시, 클라우드, 젠, 그리고 미야모토! 넷은 캠프를 떠난다.”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들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시작이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선수만이 25인 로스터에 들 수 있어.”

4년 전 김민도 그들처럼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선수들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곤 그들이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 앞을 가로막았다.

선수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킴!”

선수 겸 구단주인 김민.

마이너리거들에게 그는 하늘 같은 존재였다.

김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깨를 펴라! 야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선수 중 한 명이 애써 어깨를 펴며 말했다.

“아, 알고 있습니다.”

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갈고닦으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 그것을 잊지 말도록!”

네 명의 선수가 일제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김민은 돌아가는 그들의 등을 일일이 두드려 주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킴이 점점 무서워지는군요.”

“구단을 인수한 것도 모자라 선수단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블렛소 투수 코치 옆에 서 있는 인물은 바이슨 수석 코치였다.

“킴이 있는 한 탬파베이는 잘 될 겁니다.”

“동감이야.”

두 사람은 탬파베이가 이번 시즌에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포스트 시즌 그 이상은 불가능할까요?”

블렛소 투수 코치의 물음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흔들었다.

“우승은 하늘만이 알고 있어.”

“그렇겠죠?”

“그렇지.”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숙소로 향했다.

첫 연습 경기.

이반 감독과 바이슨 수석 코치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거 전면에 포진시켰다.

“라인업의 70%가 마이너리그 친구들이군.”

“메이저리거들은 믿는다는 건가?”

“그런 것 같아.”

디펜딩 챔프의 연습 경기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딱!

날카로운 타구가 나오자 1루 더그아웃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이스 배팅!”

좋은 타구를 날린 주인공은 중견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돌먼이었다.

“저 친구가 돌먼인가?”

“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0.288에 15홈런을 때렸지. 이번 시즌 유력한 중견수 후보야.”

“경기 수가 적은 것을 감안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20홈런 정도를 기대할 수 있겠군.”

딱!

다시 한번 경쾌한 타격음이 들렸다.

“중견수!”

중견수는 유격수의 콜이 있기 전 스타트를 끊었다.

“빠른데?”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 중견수가 공을 글러브에 넣었다.

“좋은 수비.”

중견수의 좋은 수비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귀루하는 주자를 확인하곤 2루를 향해 강하게 공을 뿌렸다.

슈욱!

외야를 가르며 날아간 공이 그대로 유격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파앙!

유격수는 공을 받자마자 당황하는 주자를 터치했다.

“아웃!”

기자들은 엄청난 외야 송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아. 저게 가능한 거야?”

“누구지 저 59번?”

“선수 명단을 보니, 이름이 산체스군.”

“산체스라면 지난 오프 시즌 메츠에서 트레이드되어 온 유망주야.”

“아! 그 트레이드, 나도 기억해. 남아도는 유망주를 맞바꾼 것이었지?”

1루 주자 돌먼은 산체스의 강한 송구에 솜털이 바짝 곤두섰다.

‘저 녀석…… 대단한 어깨다.’

그는 본능적으로 산체스가 자신의 라이벌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반 감독은 김민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산체스, 확실히 물건이군.’

산체스는 다음 공격에서 2루타를 쳐 내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나이스 배팅!”

“잘했어!”

산체스는 활짝 웃는 대신 무표정한 얼굴로 하이 파이브를 받았을 뿐이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그가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 경기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모습이군. 그릇이 커. 마치 누구처럼.’

그는 산체스에게 김민의 그림자를 보았다.

이날 경기는 이반 감독과 산체스가 속한 레드 팀이 8:5로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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