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윈터 미팅 02
스카우트 팀장 그레이는 김민이 지목한 선수를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산체스를 영입하자는 말입니까?”
A. 산체스는 뉴욕 메츠의 유망주로 지난 시즌 트리플A로 승격되어 이번 시즌 40인 로스터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발이 빠른 외야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는 구단주의 말에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산체스는 재주가 많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 특별한 곳이 없습니다. 수비, 주루, 컨택, 파워, 송구…… 모두 C+에서 B급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등급은 B+ 이상.
그러나 산체스는 B+ 이상을 기록한 항목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B+ 이상 받은 항목이 없다고 해서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선수는 포텐에 따라 얼마든지 메이저리그 콜업이 가능했다.
‘그레이는 영입에 부정적이군. 뭐, 어쩔 수 없지.’
김민은 그레이를 무리하게 설득하지 않고, 홀먼에게 고개를 돌렸다.
“홀먼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홀먼은 그레이보다는 선수 보는 눈이 무뎠다.
“전 도박을 한번 해 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팀의 핵심 자원을 내주는 것은 반대입니다.”
40인 로스터에 막 진입하는 선수를 위해 탑5 유망주를 내줘서는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머레이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산체스의 포텐은 인정하지만, 그가 당장 다음 시즌에 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홀먼도 부정적.
김민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트리플A에서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루키를 메이저리그에 올리겠다고 한다면 그 누구라도 반대하겠지. 하지만 산체스는 반드시 성공한다.’
그는 산체스가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년 전 산체스는 무섭게 치고 무섭게 달렸다.
마이너리그 무명 투수였던 김민에게 산체스는 너무나 먼 곳에 존재하는 선수였다.
‘데뷔 이후 20-20만 다섯 번. 호타 준족의 상징.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레이저빔 송구는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다섯 번이나 수상하게 해 줬지. 어디 그뿐이던가? 멋진 타격 자세와 준수한 외모는 그를 11번이나 올스타 게임으로 이끌었다.’
한마디로 산체스는 모든 것을 갖춘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아직 40인 로스터 안에도 들지 못한 상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치고 나오는 것은 이번 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무조건 데려온다.’
미래를 100% 확신할 수 없었다.
2003년 메이저리그 우승팀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였듯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김민이 알고 있는 미래에서 산체스는 윌리엄에 버금가는 선수였다.
“이렇게 가는 게 어떨까요?”
김민은 양손을 펴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한 명은 노장, 한 명은 유망주를 선택하는 겁니다.”
그의 말에 홀먼과 그레이가 동시에 신음 소리를 냈다.
“으음…….”
“그것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선수는 지금의 예산으로 영입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직 터지지 않았거나 전성기에서 내려온 선수를 영입하자.
정석은 아니었지만, 해 볼 만한 방법이었다.
홀먼 단장이 말했다.
“그렇다면 유망주는 산체스 쪽으로 가시는 겁니까?”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망주는 산체스, 노장은 그레이가 추천해 주십시오.”
스카우트 팀장 그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김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FA 선수들과 아직 팀과 연봉 협상 중인 선수 중에서 찾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좀 주셨으면 합니다.”
“윈터 미팅이 끝난 다음에도 상관없습니다. 그레이, 천천히 최고의 선수를 찾아 주세요.”
김민은 두 사람과 회의를 끝내고 그렉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렉스.”
“킴.”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알고 있어.”
그렉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머레이의 FA 계약과 양키스의 초대형 트레이드.
이 두 가지는 디펜딩 챔피언 탬파베이를 겨냥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렉스, 그쪽 여론은 어떻습니까?”
“머레이는 어쩔 수 없다는 쪽이 강해. 클락과 부르스를 일찍 잡은 것이 지역 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그럼 다행이군요.”
“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야. 남은 돈으로 수준급 FA를 영입하지 못하면…….”
김민은 그렉스의 말을 끊고는 자신에 뜻을 전달했다.
유망주와 노장으로 구성된 패키지.
그렉스가 미간을 좁혔다.
“킴, 그것으로 되겠어?”
“800만 달러의 예산으로는 수준급 중견수를 구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유망주와 노장이라니, 복권을 두 번 긁는 셈이잖아. 팬들이 납득하지 못할 거라고.”
김민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이건 혼자만의 확신이지만…… 산체스는 대박이 날 겁니다.”
그렉스가 멈칫했다.
“자네하고 친분이 있는 선수인가?”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친구 플레이를 봤습니다. 정말 대단했죠.”
그렉스는 김민을 믿었다. 그가 대단하다고 하면 대단한 것이 맞다.
“음, 킴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자네 생각대로 하게. 하지만 보험을 하나 정도 들어 두는 게 좋을 거야.”
그는 노장답게 신중했다.
“보험이라면?”
“트리플A에서 괜찮은 성적을 냈던 친구들을 살펴보라고.”
남들이 찾지 않는 자유계약선수를 스플릿 계약으로 영입하자는 뜻.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쪽은 홀먼 단장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킴이 직접 안 하는 건가?”
그렉스는 김민의 선수 보는 눈을 믿었다. 그래서 그는 김민이 직접 선수 영입에 나서길 바랐다.
“전 산체스에 집중하고 싶어서…….”
“흠, 킴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선수는 처음인데. 정말로 그렇게 뛰어난 건가?”
김민이 살짝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8할은 성공할 겁니다.”
“반드시 데려오고 싶은 모양이군.”
“두 번째 우승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입니다.”
그렉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쪽 일은 모두 킴의 뜻에 맡기지. 망설이지 말고 뜻대로 추진해.”
그는 공동 구단주인 김민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 * *
윈터 미팅 마감 이틀 전.
탬파베이 레이스는 뉴욕 메츠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홀먼, 그쪽이 먼저 우리를 만나고자 할 줄은 몰랐습니다.”
메츠는 2000년 시즌까지만 해도 내셔널 리그 동부지구 강호였다.
하지만 최근 성적이 급락해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션, 우린 어느 팀과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메츠의 단장 미션은 이 자리에 나오기 전 탬파베이 상황을 면밀하게 체크했다.
- 탬파베이 레이스. 2003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선이 양키스나 보스턴과 비교하면 다소 약하고, 투수진도 구단주 겸 에이스인 킴을 제외하면 위력적인 선수가 없다. 최근에는 중견수 머레이를 잃어 외야에 큰 공백이 생겼다.
그는 탬파베이가 트레이드를 제안한다면 외야, 그중에서도 센터필더가 될 것을 확신했다.
‘우리 팀 외야 레귤러는 모두 30세 전후,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미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께서 원하시는 선수가 우리 메츠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탁.
홀먼이 탁자에 휴대폰을 올려놓았다.
“우리 팀 외야에 큰 구멍이 있다는 소식은 아실 겁니다.”
그는 처음부터 강하게 치고 들어갔다.
‘미션을 상대로 말을 빙빙 돌리는 건 좋지 않아.’
미션은 홀먼이 강하게 치고 들어오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군. 노리는 것은 센터필더, 하지만 싼값에는 팔지 않을 거라고.’
그의 머릿속은 탬파베이에서 데려올 선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외야라면 역시 센터겠죠. 하지만 우리 팀도 센터 플레이어에 여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뉴욕 메츠의 센터는 하버스가 맡고 있었다. 그는 지난 시즌 0.256의 타율에 19홈런을 기록했다.
타율과 출루율은 낮고, 홈런은 어느 정도 있는 타입.
미션이 계속해서 말했다.
“하버스를 원하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려서 선발 투수 한 명은 내놓으셔야 할 겁니다.”
뉴욕 메츠가 원하는 것은 선발 투수.
“선발 투수라면…….”
“킴을 제외한 빅3 중 한 명이면 어떨까요?”
킴을 제외한 빅3.
이는 클락, 렉터, 설리반을 말하는 것이었다.
홀먼이 속으로 혀를 찼다.
‘센터 공갈포로 10승 투수를 데려가려고 하는군. 웃기지도 않지.’
미션은 탬파베이가 승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흥정은 세게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클락이나 렉터를 데려올 수 없더라도 하버스라면 수준급 투수를 데려올 수 있다.’
그는 설리반이나 스페이츠 같은 준수한 투수를 바라고 있었다.
홀먼 단장이 대답했다.
“그건 곤란하군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우리도 주전 센터필더를 내주는 겁니다.”
“2할 중반의 타율 20홈런이 되지 않는 파워. 10승 투수와 견주기에는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희소성이 있죠. 게다가 지금 시장에는 이만한 센터필더가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야수가 드문 FA 시장, 미션은 배짱을 튕겨 보기로 했다.
“터커는 어떻습니까?”
지난 시즌 터커는 5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다.
그러나 이 정도에 만족할 미션이 아니었다.
“터커라면…… 선발 로테이션에도 들지 못하는 선수 아닙니까?”
“지난 시즌은 그랬지만, 지지난 시즌은 로테이션 안에 들었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터커가 빠진 것은 그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설리반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미션은 터커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날 바보로 아는 건가?’
그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설리반과 스페이츠, 그 둘이 아니면 딜을 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바닥을 친 성적.
미션은 배짱을 부렸다.
‘킴의 말대로야. 미션은 제대로 된 거래를 할 생각이 없어.’
홀먼 단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미션은 승부의 추가 자신에게 기울었다고 생각했다.
‘강한 척해도 소용없어. 홀먼, 탬파베이는 센터에 난 구멍이 너무 크다고.’
홀먼이 휴대폰을 들었다.
“통화 좀 하겠습니다.”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5분 정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런 정도의 수준.
홀먼은 전화를 마치곤 미션에게 말했다.
“곤란하군요.”
“네?”
“터커 이상의 매물은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 통화는…….”
“새로운 구단주와 통화였습니다. 메츠의 요구에 맞추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미션은 더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터커 정도 투수가 온다고 해서 우리 팀 수준이 나아지는 건 아니야.’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홀먼이 말했다.
“유망주 트레이드는 어떨까요?”
뉴욕 메츠는 이제 막 하위권에 들어선 상태였다.
‘우린 1, 2년 차 유망주는 많지만, 숙성된 유망주는 아직 많지 않다. 반면 탬파베이는 3, 4년 전만 해도 하위권을 머물고 있었다. 이는 나이가 찬 유망주 쪽은 우리보다 낫다는 뜻.’
미션의 눈빛이 달라졌다.
“유망주라면 패키지입니까?”
“한 명도 괜찮고 패키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카드를 맞춰 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이쪽의 마음을 읽히지 않는 것이었다.
‘킴이 원하는 것은 산체스, 하지만 처음부터 산체스를 요구할 경우, 상대가 높은 가격을 부를 것이 뻔하다.’
처음 언급했던 하버스는 사실 연막에 불과했다.
미션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희 쪽은 투수 유망주가 풍부합니다. 그쪽 카드는 어떻습니까?”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선발 투수가 부족한 뉴욕 메츠는 트리플A와 더블A에도 눈에 띄는 투수가 없었다.
반대로 야수진은 산체스가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할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웠다.
홀먼이 말을 받았다.
“투수 쪽은 저희도 괜찮습니다.”
“…….”
“투수와 투수를 바꾸는 건 별로겠죠?”
미션은 생각했다.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는데도 테이블을 접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뿐이다.’
뭐가 되었든 빈손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
미션은 홀먼의 생각을 읽곤 혀를 찼다.
‘마음에 드는 전개가 아니군. 비싼 값을 부르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날 테니까.’
이럴 경우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일어서던가?
아니면 불필요한 자원을 서로 교환하던가?
미션이 먼저 카드를 제시했다.
“포수는 어떻습니까?”
“포수 유망주 말입니까?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에 로페즈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홀먼은 바로 대답하는 옆에 앉은 스텝에게 로페즈에 대해 물었다.
“메츠의 로페즈를 알고 있나?”
홀먼과 함께 한 스텝은 바로 브라이언이었다.
“로페즈는 트리플A에서 백업 포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주전도 아니고 백업인가?”
“20세에 불과하거든요.”
젊고 유망한 포수.
이런 포수를 매물로 내놨을 때는 분명 하자가 있는 것이다.
‘어차피 포수는 필요가 없었으니까.’
홀먼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포수도 좋지만 저희는 외야수가 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미션이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은 센터필더를 찾는 모양이군.’
“메이저리그에서 뛸 정도의 유망주는 저희도 많지 않습니다.”
“모리스는 어떻습니까?”
모리스는 메츠 산하 트리플A 팀의 주전 센터필더였다.
미션은 결국 홀먼이 모리스를 얻기 위해 이 테이블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모리스가 목표였나? 그렇다면 비싸게 받아 주지.’
그가 홀먼을 주시하며 말했다.
“모리스는 좋은 선수죠. 하지만 탬파베이에 걸맞은 카드가 있을지는…….”
“람이 어떻습니까?”
람은 이번 시즌 더블A에서 9승을 거둔 선발 자원이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90마일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지난 파이어볼러였다.
미션은 람을 알고 있었다.
‘람을 주고 모리스를 받아가겠다? 이쯤 되면 사기가 아니라 강도군.’
그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더블A 투수로 트리플A 센터필더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이쪽의 나이가 더 젊습니다. 그리고 트리플A란 것이 유망주에게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홀먼이 튕기자 미션이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모리스도 많은 나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산체스는 어떻습니까?”
트리플A 센터필더도 아닌 더블A 센터필더.
선수 가치로 보면 람과 산체스는 동급이었다.
미션은 생각했다.
‘센터필더가 아주 급한 모양인가? 아니, 그렇다면 차라리 FA를 찾아보는 게 낫지 않나? 더블A 유망주를 노릴 정도는 아닐 텐데……’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산체스까지 내려가는 겁니까?”
홀먼이 대답했다.
“유망주 패키지도 일단은 팀의 구멍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군요. 물론 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2, 3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하겠죠.”
미션은 홀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FA로 센터를 영입하겠지만, 일단 보험을 들어 두겠다는 거군.’
그는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스카우트 팀에 전화를 걸었다.
“스카우트 팀입니다.”
“산체스 말이야. 지난 시즌 봤을 때는 특별한 강점이 없었는데 자네들이 보기에는 어떤가?”
“산체스는 점점 좋아지는 선수입니다. 물론 아직 어떤 부문에 강점이 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유망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말이군.’
미션이 전화를 끊고 홀먼에게 말했다.
“람과 산체스 1:1 트레이드는 모양이 좋지 않습니다. 윈터 미팅이니까요. 유망주 패키지 정도는 돼야 팬들이 인정할 겁니다.”
홀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어. 이제 산체스를 데려올 수 있어.’
그는 몇 명의 유망주를 나열하면서 이 중 한 명을 더 패키지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션은 한참을 생각한 뒤 투수 유망주 한 명을 더 포함시켰다.
“둘 다 투수군요.”
“이쪽도 팀의 구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홀먼은 내야 유망주 한 명을 더 지명해 내야와 외야의 균형을 맞췄다.
“2:2 유망주 패키지입니다.”
“서류 작성은 어떻게 할까요?”
“바로 이 자리에서 하도록 하죠.”
미션은 홀먼이 계약을 서두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윈터 미팅이 끝나기 전 뭔가 하나 터트리겠다는 것이군. 하지만 유망주 패키지는 약해.’
그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텅 빈 팜에 투수를 채워 넣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홀먼, 서류를 작성하도록 하죠.”
이날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메츠가 합의한 트레이드는 다음과 같았다.
뉴욕 메츠 영입: 람(투수), 카일(투수)
탬파베이 레이스 영입: 산체스(외야수), 첸 룽(내야수)
람과 산체스는 40인 로스터가 유력한 수준급 유망주.
카일과 첸 룽은 아직 1, 2년은 더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싱글A 선수들이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느 쪽에 더 치우쳤다고 보기 힘든 유망주 교환이었다.
30분 뒤.
홀먼이 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막 서류 교환을 끝냈습니다.”
홀먼 단장의 보고에 김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그는 속으로 비명을 지를 정도로 기뻤지만, 밖으로 그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산체스는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홀먼은 창의적인 능력은 없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단장이었다.
“산체스 트레이드, 그럼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탬파베이는 최소한의 출혈로 미래의 올스타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