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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탬파베이 레이스 01
구단 지분 40% 매각대금 5천만 달러(620억 원).
21세기 메이저리그 구단 매각 대금 중 최하위.
이유는 간단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마켓 규모와 접근성은 메이저리그 최악이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과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았다.
“에이스인 킴은 몰라도 다른 선수들은 곧 팀을 떠나게 될걸?”
“이번 시즌 FA로 풀리는 머레이와 클락, 두 사람 중 한 명만 잡아도 대성공이야.”
“난 둘 중 한 명도 잡지 못할 것 같아.”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빛에 가려진 어두운 문제들.
김민과 그렉스는 그 어둠을 잊지 않았다.
“킴, 잘 생각하게. 한 번 투자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
그렉스의 조언에 김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전 현역이라 괜찮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텐데요. 오히려 그렉스가 신중하게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은퇴자금까지 모두 들어간 것 아닙니까?”
“노후 자금 정도는 빼놨다니까.”
구단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그렉스는 구단주 겸 사장이 되어 단장인 홀먼과 함께 팀을 꾸려나가게 될 것이다.
“좋아. 그럼 이대로 가지.”
김민과 그렉스의 최종 지분비는 1:1.
이는 원래 계획이었던 2:3을 살짝 바꾼 것이었다.
김민은 그렉스와 같은 3천만 달러(372억 원)의 투자금을 맞추기 위해 아마존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빌린 돈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갚으면 될 거야.’
김민은 2000년대 후반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정확히 언제 발생하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김민과 그렉스는 5천만 달러로 주식을 구입하고, 나머지 1천만 달러(124억 원)로 세금과 그 밖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다.
“서류 검토도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뿐이군요.”
“킴, 내일 10시일세. 잊지 말게.”
“알람을 2개 맞춰 놓도록 하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김민은 그렉스와 헤어진 뒤 숙소로 돌아왔다.
“메이저리그 구단주인가?”
그는 허공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
20년 뒤로 돌아왔을 때, 그는 구단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슈퍼스타가 되고자 했다.
“목표를 초과달성했군.”
슈퍼스타를 넘어 구단주.
물론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끝에 1, 2위에 해당하는 구단이었다.
“남은 것은 팀의 가치와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인가?”
그는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빈곤의 라이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주변에 거대 마켓인 샌프란시스코가 존재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이미 자이언츠라는 명문 구단이 있어 조금의 이득도 거둘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지역 팬의 일부를 자이언츠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그에 비해 탬파베이는 온전한 광역권인 탬파를 가지고 있었다.
같은 플로리다주 팀인 플로리다 말린스는 탬파베이에서 한참 떨어진 마이애미에 연고지를 두고 있어 영향이 미미했다.
“새로운 구장을 탬파에 오픈할 수 있다면, 올랜도까지 우리가 차지할 수 있어.”
플로리다 중심에 위치한 대도시 올랜도는 광역권 인구가 100만을 넘었다.
프로 구단으로는 NBA 팀 올랜도 매직이 존재했다.
김민은 이들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올랜도 주민이 플로리다 말린스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반나절 이상 달려야 한다. 하지만 탬파베이 경기는 고속도로를 1시간 정도 달리면 끝이야. 접근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아.”
그의 말대로 구장이 탬파시에 위치하고 있다면 접근성은 탬파베이의 압승.
지금까지 올랜도 야구팬들이 탬파베이 경기를 보러오지 않는 것은 교통 체증 덕분에 탬파시에서 트로피카나 필드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구장에 올랜도인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어. 일단 내일 계약에 집중하자.”
그는 몸을 침대에 눕혔다.
그렉스와 미팅을 몇 시간 가진 것뿐이었는데 한 경기를 끝까지 던진 듯한 피로가 몰려왔다.
잠시 뒤, 김민이 코를 골기 시작했다.
* * *
슥…… 슥…….
계약서의 빈공간이 빠르게 채워졌다.
탁.
빈스가 계약서 작성을 마치자 김민과 그렉스가 뒤를 이었다.
모든 공란이 채워지자 공증을 맡은 사무국 직원이 세 사람에게 말했다.
“이것으로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지분 40%는 킴과 그렉스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빈스는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누곤 미소를 지었다.
“그렉스, 최고의 선택을 했군. 축하하네.”
그의 미소는 두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5천만 달러라. 세금을 빼고 나면 연간 수익률이 5%정도 밖에 안 되는군. 국채보다는 낫지만…… 우량 기업에 투자한 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그는 자신이 지난 8년 동안 긴 터널에 갇혀 있었다고 생각했다.
‘야구 놀이는 끝이다. 이제 빛으로 나갈 때가 된 거야.’
그렉스가 빈스에게 만찬을 제안했으나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따로 가 볼 곳이 있네.”
빈스의 마음은 이미 걸프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매각 대금을 전부 군수기업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익은 커진다.’
김민은 빈스가 서둘러 떠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돈이라면 피로 만들어진 것도 거부하지 않는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앞으로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다.
김민은 전쟁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중요한 것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다.’
오늘부터는 그가 그렉스와 함께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를 꾸려 가야 했다.
김민이 고개를 그렉스에게 돌렸다.
“그렉스, 축하합니다.”
그렉스가 환하게 웃으면서 김민의 말을 받았다.
“킴, 자네도 축하하네.”
두 사람은 계약서 서명이 끝난 뒤, 가볍게 샌드위치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계약서 작성 30분 뒤에 회의라. 킴, 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은 것 아닐까?”
김민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뇨. 이런 게 좋습니다. 구단 스텝들에게 새로운 구단주의 의지를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그는 적극적으로 구단 경영에 개입할 생각이었다.
* * *
“선수단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홀먼 단장의 물음에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린 지금까지와 다르게 탬파베이를 경영할 생각입니다.”
그는 빈스와 달리 선수단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킴, 선수단에 대한 투자는 좋은 일입니다만…… 적자가 나게 되면 다른 대주주들이 반발할 겁니다.”
홀먼 단장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빈스가 40%로 최대 주주였고, 나머지 60%를 12명의 대주주가 나눠 가지고 있었다.
이들 12명이 힘을 모은다면 두 사람에게서 경영권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
물론 연고가 서로 다른 12명이 힘을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민은 홀먼 단장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단장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적자가 나지 않는 선에서 투자해야겠죠. 그리고 적자가 날 만큼 위험한 상황이라면 대주주인 제가 책임질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에 투자할 예정이었다.
“킴이 책임진다면…….”
“다른 대주주들에게는 나쁜 일이 아닐 겁니다.”
그렉스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홀먼, TV 중계권 협상까지 몇 년 남았습니까?”
홀먼 단장이 재빨리 대답했다.
“다음 시즌이 끝나면 바로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 성적이 중요하겠군요.”
홀먼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다음 시즌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면, 빈스는 구단을 팔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포스트 시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낮은 음성으로 말한 사람은 운영팀장 코너였다.
탬파베이가 포스트 시즌에 나가기 위해서는 빅마켓인 뉴욕과 보스턴, 두 팀 중 하나를 꺾어야 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목표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군요.”
김민의 말에 코너가 목소리를 낮췄다.
“FA 선수들을 다 잡을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지만, 지금 예산으로는 세 명 중 한 명 정도만 잡을 수 있습니다.”
김민과 그렉스는 코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구단주 앞에서 예산을 언급하는 이유는 하나뿐이야.’
‘코너는 FA를 잡기 위한 돈을 원하고 있군.’
물론 그들은 코너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었다.
“코너, 얼마나 필요한가요?”
김민의 물음에 코너가 대답했다.
“클락이라면 연간 1천만 달러(124억 원), 머레이도 700만 달러(87억 원)는 줘야 할 겁니다.”
언급되지 않은 부르스까지 계산하면 대략 2천만 달러(248억 원).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이번 시즌 구단 수익이 얼마였죠?”
김민은 구단을 인수하기 전 모든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했다.
그는 이미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2003년 구단 수입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코너에게 직접 답을 듣고 싶었다.
코너는 구단주의 물음에 비교적 상세하게 대답했다.
“중계권 수익 1,200만 달러(148억 원)에 티켓 판매와 광고 등 구장 수입 3,100만 달러(384억 원) 그리고 관련 상품과 초상권 사용, 사무국 지원 등 수익 1,300만 달러(162억 원)입니다. 총합은 5,600만 달러(694억 원)까지 늘어납니다. 하지만 선수단 연봉과 마이너리그 구단과 구장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면, 수익은 400만 달러(50억 원)까지 떨어집니다.”
다음 시즌이 이번 시즌과 수익이 같다면 페이롤(팀 연봉) 증가는 딱 400만 달러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탬파베이는 월드시리즈 진출 팀이라고 하기에는 수익이 너무 낮다.’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상대 팀이었던 뉴욕 양키스는 선수단 페이롤만 해도 1억5천만 달러(1,860억 원)에 육박했다.
양키스는 천문학적인 페이롤을 지출하고도 메이저리그 수익 1위를 달성했다.
그들은 탬파베이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그렉스가 김민에게 투자를 신중히 결정하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성적에 비해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구단이었다.
“중계권 수익이 문제군요. 탬파베이는 다른 구단에 비해 상당히 낮습니다.”
“그건 재계약을 할 때 해결될 겁니다.”
코너는 김민에게 재계약 목표 금액이 연간 2천만 달러(248억 원)라고 말했다.
“코너, 더 높여야죠.”
“예?”
코너가 눈을 가늘게 떴다.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의 중계권이 그 정도 금액이면 곤란하죠.”
김민은 다음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다음 시즌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탬파베이는 포스트 시즌에 나갈 겁니다. 그리고 연간 4천만 달러(496억 원)의 중계권 계약을 따낼 겁니다.”
김민은 말을 마친 뒤 그렉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렉스, 셋 다 잡는 게 좋겠습니다.”
그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김민은 다시 코너에게 고개를 돌렸다.
“코너, 셋을 합쳐 2천만 달러면 괜찮겠습니까?”
코너는 김민이 너무 쉽게 돈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세 선수의 이번 시즌 연봉 합계는 1,200만 달러(148억 원)였습니다. 그들에게 2천만 달러(248억 원)를 투자한다면 팀 페이롤이 800만 달러(99억 원) 정도 늘어나게 됩니다.”
“상관없습니다. 다음 시즌 수익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코너는 고개를 갸웃했다.
“수익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페이롤을 늘리면 버텨 낼 수 없습니다. 이번 시즌 연봉 조정신청 대상자만 해도 록튼과…….”
김민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
“록튼밖에 없지 않습니까?”
원래는 김민과 록튼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민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연장 계약을 맺음으로써 연봉 조정신청 대상자는 록튼만이 남게 되었다.
“그, 그렇군요.”
코너는 자신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선수일 때는 귀여운 친구였는데 구단주로 마주하니, 만만치 않군.’
그는 숫자로서 김민을 압박하려 했으나 김민은 그보다 더 숫자를 다루는데 능숙했다.
“록튼의 상승하는 페이롤은 은퇴로 빠지는 그렉스의 페이롤로 대체하면 될 겁니다.”
이번에는 스카우트 팀장 그레이가 손을 들었다.
“킴, 그렇게 되면 지명 타자를 영입할 자금이 없어집니다.”
김민이 말했다.
“내부 FA 3명을 모두 잡는다면 외부 FA는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명타자는 팜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진리를 오래전에 깨달았다.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이후에도 김민은 주도권을 쥐고 회의를 이끌었다.
2시간 뒤.
탬파베이 구단 스텝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번 구단주도 만만치 않군.”
“열의는 있는데 너무 저돌적이야.”
김민은 냉철한 계산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구단 스텝들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암초들을 계산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당장 다음 시즌 부상 선수가 나와서 팀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맞아, 킴 본인이 이미 부상을 입었잖아.”
김민은 현재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태였다.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 구단주의 말대로 시즌이 돌아간다면 우리는 지긋지긋한 마켓 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민을 두둔하고 나선 사람은 운영팀장 코너였다.
홀먼 단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코너, 킴은 이제 마이너리그 선수가 아니라고. 유망주를 지지하듯 말하는 건 그만둬.”
“아뇨. 킴은 유망주입니다. 구단주계의 유망주.”
그의 한마디에 홀먼이 피식 웃었다.
“이 친구…….”
이날부터 탬파베이 구단 스텝들은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실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 * *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구단 명칭을 탬파베이 레이스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렉스의 발표에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이유가 뭡니까?”
“구단 매각에 따른 교체입니까?”
그렉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데블 레이스보다 레이스가 부르기 더 쉽지 않겠습니까?”
“…….”
“농담입니다. 레이스로 구단 명을 교체한 것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기자들에게 두 가지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첫 번째 계획은 탬파베이 레이스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창단 10년이 되지 않은 신생 구단입니다. 하지만 우린 벌써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획득했습니다. 전 탬파베이가 이 강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몰 마켓 특유의 파이어 세일은 없다.
그렉스의 선언에 빅마켓들이 입맛을 다셨다.
“탬파베이는 이번 윈터 시즌 동안 선수를 팔지 않을 생각이군.”
“FA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다 잡을 생각인가?”
“적어도 2명은 잡을 모양이야.”
“월드시리즈 우승 후 그대로 팀을 유지하는 스몰 마켓이라. 새로운 구단주의 배짱이 두둑한데?”
보스턴과 뉴욕의 야구팬들은 탬파베이가 지난 시즌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미간을 좁혔다.
“스몰 마켓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나오는 거야?”
“다음 시즌도 쉽지 않겠어. 녀석들이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들 테니까.”
“언제부터인가 녀석들이 껄끄러워졌어.”
탬파베이가 껄끄러운 상대로 바뀐 것은 김민이 데뷔한 2001 시즌부터였다.
그렉스가 밝힌 두 번째 장기 계획은 그 규모가 첫 번째 것보다 컸다.
“탬파에 신구장 건축이라고?”
“탬파베이 같은 스몰마켓이 현대식 시설을 갖춘 신구장? 가능하긴 한 거야?”
새로운 구장 건축에 따르는 비용은 3억 달러(3,720억 원) 이상으로 김민과 그렉스가 탬파베이를 인수한 금액의 6배에 달했다.
물론 이 금액을 탬파베이 레이스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구장 건설은 구장이 들어설 탬파시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했다.
김민과 그렉스가 신구장 건설 계획을 과감하게 발표한 이유는 트로키파나 필드를 그대로 쓰는 한, 구단 수익이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구장 이전은 단순히 입장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탬파는 물론 올랜도와 플로리다 전체를 마켓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구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렉스가 올랜도를 언급하자 당황한 쪽은 플로리다 말린스였다.
“탬파에 새로운 구장이 들어서게 되면, 올랜도 팬들이 그쪽으로 이동할 거야.”
“성적도 탬파가 더 좋단 말이지.”
그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탬파베이 레이스를 견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탬파베이는 짧은 거리라는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스포츠 기자들은 새로운 구단주 그렉스의 청사진에 10점 만점에 7점을 주었다.
“그렉스의 발표는 나쁘지 않았어.”
“괜찮더군. 물론 그대로 시즌이 흘러가진 않겠지만.”
“킴은 어떻게 될까?”
“선수 출신 구단주?”
“선수 노조에서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고.”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인터넷을 통해 김민과 그렉스의 탬파베이 매입을 환영했다.
- 이제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이 메이저리그 구단주가 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린 그것을 새로운 도전으로 보고자 합니다.
김민과 그렉스.
두 사람은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