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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202화 (202/296)

202화 월드시리즈 챔피언 03

김민이 물었다.

“빈스가 순순히 팔까요?”

“지금 빈스의 상황은 좋지 않다고. 우리가 적당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적당한 가격.

사실 이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렉스는 5천만 달러면 인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빈스가 생각하는 가격이 5천만 달러라는 보장이 없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게다가 이번 시즌은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했어. 시장 가치가 낮더라도 내가 빈스라면 싸게 팔지는 않을 거야.’

김민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렉스, 이번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킴, 자네는 빈스가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빈스는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그 가격 제시를 위해서는 빈스의 상황을 조금 더 알아야 합니다.”

그렉스가 멈칫했다.

“흠, 돈이 급한 정도로는 안 된단 말인가?”

“그렇죠.”

김민은 정보를 더 모은 뒤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액의 투자를 단순히 소문만 듣고 할 수는 없다.’

그렉스는 김민의 차분한 목소리에 기세가 꺾였다.

“내가 너무 성급했던 모양이군.”

“아뇨. 가장 먼저 제게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스 쪽에 대해서는 제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킴이 그걸 알 수 있는 건가?”

“예,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전 에이전트 그룹의 대주주이기도 하니까요.”

그렉스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민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음, 나도 새로운 소식을 접하면 바로 전화하겠네.”

그렉스는 김민이 함께 투자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와 동업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그만큼 강하게 김민을 믿고 있었다.

탁.

김민은 그렉스가 돌아간 뒤 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엘, 요즘 우리 구단 쪽에 뭔가 이상한 소식 돌지 않아?”

엘린이 에이전트가 된 것도 벌써 2년이 넘었다. 현재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상당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빈스 구단주 이야기 말입니까?”

김민이 미간을 좁혔다.

‘엘이 알 정도라면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나쁠지도 모르겠군.’

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빈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줬으면 해.”

“제가 들은 이야기는 그가 IT 버블 때 타격을 입었다는 정도입니다.”

“구체적인 건 없나? 은행이나 투자 같은 것 말이야.”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돈이 많이 들어도 좋으니까. 가능하면 자세히, 그리고 최신 정보로 부탁해.”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군요.”

“빈스가 망하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도 위험해지니까.”

메이저리그는 단순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효율적인 경영, 지역 경제 활성화, 팀 마케팅 성공, 팜 육성 등이 맞아떨어져야 명문 구단이 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믿을 만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 보겠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 주고.”

“물론이죠.”

뚝.

김민은 전화를 끊은 뒤, 컴퓨터를 켜고 자신의 계좌를 정리했다.

“여섯 개 계좌에 총 2,700만 달러(334억 원),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을 인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그는 메이저리그 3년 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금액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금액이 모두 그의 돈은 아니었다.

김민은 수입의 대부분이 스폰서와 광고 수입이었기 때문에 돈이 들어오고 난 이후 세금을 정산했다.

“이번 세금은 대략 500만 달러(62억 원) 정도인가?”

계좌를 탈탈 턴다면 2,200만 달러(272억 원)까지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그렉스가 어느 정도 예산을 생각하고 있느냐가 중요하겠군.”

이번 오프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빠질 것 같았다.

* * *

띠리리릭.

새벽 2시에 울린 전화벨.

평소 같으면 컨디션 유지 차원에서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김민은 졸린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

“엘?”

“킴, 알아냈습니다.”

김민은 침대에서 일어나 자세를 바로잡았다.

“말해 보게.”

엘린이 설명을 시작했다.

“기자로 일하는 친구와 투자사 쪽 친구들에게 정보를 얻었습니다. 빈스는 현재 새로운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김민은 미간을 좁혔다.

‘결국 실리콘 밸리 투자 실패로 인한 어려움은 아니었다. 이 말이군.’

엘린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가 새로 투자하려는 분야는 방산 쪽이라고 합니다. 대테러 전쟁이 길어지는 것을 보고 그쪽에 투자하려는 것 같습니다. 전쟁을 통해 득을 보려 하는 것이죠.”

김민이 물었다.

“혹시 은행 대출 관련 소식도 알고 있나?”

“빈스가 탬파베이 구단 주식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금액이 너무 커서 은행들이 거절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렉스가 말한 것과 엘린이 알아낸 소식은 조금 달랐다.

‘금액이 너무 커서 거절했다는 말은…… 빈스가 생각하는 탬파베이의 가치가 시장 가치와 다르다는 말이군.’

그는 구단 인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혹시 얼마나 대출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나?”

“5천만 달러(620억 원)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그가 원하는 것보다 크게 낮은 3천만 달러(372억 원)를 불렀다고 합니다.”

대출금은 담보물보다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은행이 3천만 달러를 불렀다면, 빈스가 가진 지분의 시장 가격은 5천만 달러 전후라고 보는 게 옳았다.

‘5천만 달러라면 그렉스가 맞췄군. 하지만 빈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40% 지분의 가치를 7천만 달러(870억 원)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2천만 달러(248억 원) 차이는 쉽게 메울 수가 없어.’

이번에는 엘린이 김민에게 물었다.

“킴,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혹시 탬파베이 인수를 생각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겠죠?”

“혹시가 아니라. 정말로 생각하고 있어.”

엘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역시 그랬군요. 지금 탬파베이 선수 몇 명이 구단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상에서 돌고 있습니다.”

김민은 그렉스 또는 그 지인을 통해 소문이 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빈스는 가격을 올려 받으려 할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내가 구단을 인수하려고 했던 것은 빈스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 때문이었어. 그의 재정상태가 좋다면, 난 빠질 생각이야.”

“인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계신다면…… 이쪽에서 인수를 철회한다는 소문을 흘리는 게 좋을 겁니다.”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 줘.”

엘린은 인터넷에 소문을 흘리는 데 능숙했다.

그가 작업을 시작한다면,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자들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럼 지금 즉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엘, 부탁해.”

김민은 전화를 끊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역시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어.”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주가 된 자신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어울리지 않아. 난 그냥 마운드에 있는 게 가장 낫겠어.’

* * *

김민은 그렉스와 마주 앉았다.

“빈스가 그렇게 곤란한 상황은 아니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일단 만나는 볼 작정입니다.”

김민은 의외로 가격이 낮다면 구단을 인수할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김민의 예상대로라면 빈스는 자신이 가진 지분의 가치를 7천만 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예산을 미리 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렉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3천만 달러(372억 원) 정도를 낼 수 있네.”

“그렉스, 노후 자금은 따로 빼놓는 게 좋을 겁니다.”

“300만 달러(37억 원) 정도 빼놨어. 나와 와이프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 자네는 얼마나 있는가?”

그렉스는 사치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예상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

“전 2,200만 달러(272억 원) 정도가 가능합니다.”

“예상보다는 많군.”

그렉스는 둘이 합하면 무난하게 5천만 달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3:2로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3천만 킴이 2천만인가?”

“그렇습니다.”

김민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가치가 크게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커지는 것은 확실해.’

메이저리그 구단을 구입한다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투자 중 하나였다.

“빈스와 약속은 내일 2시로 잡았습니다.”

김민은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구단주와 약속을 잡기가 쉬웠다.

“점심을 먹은 다음이군. 자네 혼자인가?”

“일단은 그렇습니다. 구단의 오프 시즌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니까요.”

“킴은 슬쩍 떠볼 생각이군.”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떠보긴 할 겁니다. 하지만 인수를 하는 선수는 제가 아니라 그렉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현역인 제가 나서는 것보다 은퇴한 그렉스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나을 겁니다.”

그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선수 노조와 입장을 생각하면 그게 낫겠지.”

그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말로 김민을 격려했다.

“일단 내일 미팅 후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기다리겠네.”

김민은 그렉스와 헤어진 뒤 집으로 향하는 대신 택시를 잡았다.

“아메리칸 뱅크 부탁드립니다.”

* * *

빈스의 대저택.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는 티타임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잔이 놓이자 금발의 웨이트리스가 차를 따랐다.

쪼르륵.

하얀 잔에 맑은 찻물이 가득 담겼다.

“난 이곳에서 에프터눈 티를 즐기곤 하지.”

김민은 잘 정리된 정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유로운 취미시군요.”

“후후, 그렇게 생각하나?”

빈스는 탬파베이 우승에 크게 만족한 상황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연봉 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이미 약속한 터였다.

“이번 오프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할 거야.”

그는 김민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민은 고개를 내저었다.

“보너스보다는 FA를 잡아 주십시오.”

“FA라고?”

“그렉스가 은퇴합니다.”

그렉스는 비교적 싼 연봉으로 이번 시즌 지명타자 포지션을 소화했다.

같은 기량을 가진 FA 선수를 영입하려면 적어도 연간 500만 달러(62억 원)는 필요했다.

“으음…….”

우승을 했지만, 빈스는 여전히 짠돌이였다. 그는 김민의 FA 요구를 쉽게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기존 선수를 잡는다면 모르겠지만, 외부 영입까지는 힘들지 않을까 싶군.”

반대.

뭐, 이것은 예상한 결과였다.

김민이 다른 것을 요구했다.

“그럼 머레이를 잡아 주십시오.”

머레이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탬파베이 외야 수비의 핵심이었다.

빈스는 머레이를 잡아 달라는 요구에도 확답을 하지 못했다.

“노력은 해 보겠네.”

김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외부는 물론 내부 FA도 힘들다는 말인가? 이런 식으로 팀을 운영한다면 우승을 한다고 해도 1회성에 그치고 말 거야. 은행들이 팀 가치를 낮게 본 건 빈스, 당신 때문이기도 해.’

그는 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속 우승으로 왕조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빈스, 부르스와 클락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두 사람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계약이 끝났다.

빈스가 찻잔을 들며 대답했다.

“그 두 친구는 잡아야지.”

부르스는 과거와 같은 위력이 없었기 때문에 싼값에 잡을 수 있고, 클락은 팀 운영상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선수였다.

빈스도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건 다행이군요.”

“다행이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야.”

빈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김민을 바라보았다.

‘MVP급 선수를 500만 달러(62억 원)에 다년 계약이라니, 자넬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군.’

물론 이러한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주제에서 어긋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빈스는 김민의 말에 멈칫했다.

‘설마 소문의 그 선수가?’

그는 탬파베이 선수가 탬파베이 구단을 인수하려 했다가 철회했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었다.

빈스는 김민이 그 소문의 선수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인가?”

“제 친구 중 한 명이 이라크에서 무장 경호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빈스는 구단 인수에 관한 것이 아님을 알고는 낮게 신음을 흘렸다.

“으음…….”

“꽤 벌이가 좋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투자금의 5배를 벌었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빈스가 대답했다.

“2001년 이후로 전쟁은 호경기지. 군인들이 죽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그쪽으로 돈을 버는 이들에게는 황금시대나 다름이 없다네. 자네 친구가 한 말은 아마 사실일 걸세.”

그는 대답한 다음 입맛을 다셨다.

‘쳇, 다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돈을 벌고 있는데. 난 여기서 야구단이나 운영하고 있군.’

월드시리즈 우승이 하찮게 느껴졌다.

‘탬파베이 따위로는 우승을 해도 큰돈은 만지기 힘들어.’

김민은 빈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미끼를 물었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쪽에 투자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빈스는 자신도 하지 못하는 투자를 김민이 하려 하자 미간을 좁혔다.

“자네가? 자네는 돈도 없지 않은가?”

“5천만 달러(620억 원) 정도 있습니다.”

빈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뭐, 뭣?”

너무나 큰 금액에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킴이 올해 받은 연봉의 10배나 되는 돈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수가 없군.’

김민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전부가 제 돈은 아닙니다.”

빈스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겠지.”

“하지만 절반 정도는 제 돈입니다.”

“으음…….”

절반이라고 하면 2천5백만 달러(310억 원).

“킴, 큰돈을 모았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았나?”

“스폰서 수입이 연봉보다 훨씬 크니까요.”

빈스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스폰서 수입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금액을 알고 나자 속이 뒤틀렸다.

‘큭…… 겨우 야구 몇 년 한 걸로 내가 가진 돈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벌다니.’

그는 더욱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자해야 해. 3배만 벌어도 1억 달러(1,240억 원)를 넘길 수 있다고. 하지만 무슨 수로 이라크에 투자를 한단 말인가? 아! 그 수가 있었구나.’

김민은 빈스의 눈에 초점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곤 재빨리 물었다.

“빈스, 안 되겠습니까?”

빈스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킴, 메이저리그 선수가 그런 투자를 한다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걸세.”

“…….”

김민이 침묵하자 빈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돈은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는 모양이군. 뭐, 평생 야구만 했으니, 그게 당연하겠지.’

그가 시선을 멀리 돌리며 김민에게 물었다.

“5천만 달러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내가 좋은 투자처를 알려 주지.”

김민이 눈을 크게 뜨며 연기를 시작했다.

“어떤 곳입니까? 알려 주신다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빈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단에 투자하는 거야.”

“예?”

“자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구단주가 되고 싶지 않은가?”

김민은 크게 놀란 듯 입을 떡 벌렸지만, 속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바늘을 끝까지 삼켰군. 끝까지…….’

빈스는 김민과 그 친구에게 자신의 지분 40%를 인수하라고 제안했다.

“5천만 달러(620억 원)라면 파격적인 가격이지.”

그가 구단 매각을 결심한 것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머레이와 그렉스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면 월드시리즈 우승은커녕 포스트 시즌도 어려울 것이다.’

빈스는 구단 가치가 올라와 있는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고 생각했다.

‘최고 가격은 아니지만, 일시불로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이쪽도 나쁘지 않아.’

김민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정말 그 가격에 가능한 겁니까?”

“난 말을 물리는 사람이 아닐세. 하지만 머뭇거리면 가격이 올라가게 될 거야.”

김민이 빈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 뒤쪽으로 장소를 옮겼다. 그리곤 그렉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렉스.”

“킴?”

“성공입니다.”

그렉스가 눈을 크게 떴다.

“뭣?”

“5천만 달러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렉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구단주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성공을 전하는 김민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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