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98화 (198/296)

198화 대관식 04

슬라이더의 제왕 라이브도 이번만큼은 김민의 슬라이더가 자신을 능가했다고 생각했다.

‘저런 슬라이더가 있으면서도 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걸까?’

전력분석팀에서 강조한 김민의 주 무기는 라이징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였다.

슬라이더는 던질 수 있는 구종에 속했지 주의해야 할 구종은 아니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배리 본즈가 라이브를 찾아갔다.

“미안하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그가 라이브에게 했던 약속은 6이닝 2실점이면 승리 투수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

하지만 배리 본즈와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김민에게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이런 게 야구잖아.”

라이브는 배리 본즈의 사과에 어깨를 으쓱했다.

‘계획대로 경기가 이어진다면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할 감독이 없지.’

배리 본즈가 라이브 뒤로 돌아간 순간 5번 타자 하울러가 타석에 들어섰다.

“킴, 배리 본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5회 말을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하울러입니다.”

“하울러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배리 본즈의 삼진 장면을 다시 한번 보시겠습니다.”

TV 화면에 김민의 백 도어 슬라이더가 정확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것이 보였다.

“백 도어 슬라이더가 정확히 들어갔군요. 이건 본즈라도 골라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사용했다면, 킴이 라이브를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캐스터의 물음에 해설자가 미소를 지었다.

“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상대 투수의 주 무기로 상대 팀의 4번 타자를 제압한다. 멋진 퍼포먼스인데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배리 본즈는 퍼포먼스의 대상이 될 만큼 만만한 타자가 아닙니다. 제 생각에 킴은 가장 강한 상대에게 최고의 공을 던진 것 같습니다.”

데릭 지터는 본즈의 삼진 장면을 보곤 혀를 찼다.

“백 도어 슬라이더라. 우리하고 싸울 때는 100%가 아니었단 말인가?”

포사다 또한 표정이 좋지 못했다.

“저런 슬라이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본 적이 없었어.”

“우리를 상대로 저런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으니까.”

두 사람은 포사다의 저택에서 함께 월드시리즈를 시청하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본즈가 킴에게 잡히는 모양새가 되겠어.”

“모양새가 아니라 실제로 잡히고 있어. 다음 타석마저 실패하면 본즈의 완패야.”

데릭 지터는 이번 월드시리즈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팀과 팀의 대결만이 아니야. 배리 본즈와 킴은 야구의 신이란 타이틀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어.”

김민은 데뷔 3년 차의 영건이었다. 그러나 데릭 지터는 그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본즈가 이기면 패자의 수성이고 킴이 이긴다면 새로운 승자의 탄생인가?”

“아마 그렇게 되겠지.”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5번 타자 하울러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킴의 삼진이 많아지는데?”

“좋은 리듬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야.”

김민은 6번 타자 테닝험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곤 5회 말 수비를 마쳤다.

“1회 말 내야 안타가 아니었다면 퍼팩트군.”

“오히려 그때 안타를 맞은 게 지금의 좋은 리듬을 만들어 준 거야. 지금까지 퍼팩트였다면, 킴은 몰라도 동료들이 퍼팩트나 노히트 게임을 의식하기 시작했을걸?”

“그건 지터 말이 맞아. 퍼팩트나 노히트 게임 같은 걸 의식하면 나도 모르게 플레이가 나빠지거든.”

0-0 팽팽한 상황.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아직 실책이 나올 상황은 아니야.”

지터의 말에 포사다가 콜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실책이란 언제 어떻게 나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그는 시즌 동안 콜라를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하지만 오프 시즌 동안은 종종 이렇게 콜라를 마시곤 했다.

6회 초.

라이브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데릭 지터가 그의 굳은 얼굴을 보며 말했다.

“비장한 표정인데?”

라이브는 1차전과 전혀 다른 피칭을 보여 주고 있었다.

“라이브는 홈으로 돌아와 안정감이 생긴 모양이야.”

“시즌 내내 홈 쪽이 더 좋았지?”

“맞아. 그리고 지난 월드시리즈에서도 홈에서 성적이 원정보다 좋았어.”

두 사람은 지난 월드시리즈에서 라이브와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원정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지.”

“나도 알아. 그 두 가지. 폴 코치가 말해 준 거지?”

원정과 홈 성적이 크게 다른 선수들.

그중에서도 원정 성적이 홈에 비해 떨어지는 선수들.

양키스의 수비 코치 폴은 그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 번째 유형은 자기 관리가 되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자기 관리란 단순히 술이나 마약, 여자 같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잦은 파티나, 클럽 출입, 또는 오랜 시간 취미에 몰두하는 일등이 모두 자기 관리의 실패였다.

이런 유형은 원정에 나가면 자유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이브는 이런 타입은 아니었다.

그가 원정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두 번째 타입이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타입은 루틴을 지키지 못할 경우 크게 흔들리는 선수들이었다.

라이브의 경우는 이랬다.

집에서 클럽하우스로, 클럽하우스에서 불펜으로.

그는 정확한 시간을 지키며 루틴을 유지했다.

하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이게 잘되지 않았다.

일단 숙소와 구장의 거리가 홈과 달랐으며, 원정팀을 위한 라커룸이 있을 뿐, 클럽하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특별히 일탈을 하는 것이 아닌데 달라진 생활환경 때문에 루틴과 컨디션이 변하는 것이다.

폴 코치는 이와 같이 민감한 유형은 컨디션 유지를 위한 또 하나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6회 초, 탬파베이 선두 타자는 브라이튼이었다.

“오늘 안타가 없는 브라이튼입니다.”

“브라이튼답지 않은 성적이군요.”

브라이튼은 배트를 짧게 잡은 뒤, 배터 박스에 바짝 붙었다.

‘안쪽 공은 버리고, 바깥쪽 공을 유도한다.’

라이브는 브라이튼의 저돌적인 자세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애송이가 무리하는군.’

그는 패스트볼 그립을 잡은 뒤 안쪽 높은 코스에 공을 뿌렸다.

슉!

브라이튼은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보곤 크게 놀랐다.

‘위협구!’

“크윽!”

주저앉듯 뒤로 물러난 순간 공이 미트에 꽂혔다.

파앙!

주심의 판정은 볼.

카운트는 1-0으로 유리하게 변했다.

하지만 브라이튼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위협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붙었잖아.’

배터 박스 안쪽에 바짝 붙지 말라는 경고.

이반 감독은 미간을 좁히며 바이슨 수석 코치에게 말했다.

“위협구가 한 번 더 날아오면 그라운드로 나갈 테니, 날 말리지 말게.”

“감독님…….”

“이건 팀의 사기가 달린 문제야.”

브라이튼은 배트를 두어 번 휘두른 뒤 다시 배터 박스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위치는 처음과 동일했다.

이는 위협구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

브라이튼이 배트를 세우며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모범생 아저씨, 할렘가 출신의 배짱을 무시하지 말라고. 이쪽은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살아왔으니까.’

라이브는 배터 박스에 바짝 붙은 브라이튼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겁이 없는 녀석이군.’

그는 그립을 고쳐 잡은 뒤 다시 한번 안쪽으로 공을 던졌다.

슉!

빠르게 날아간 공은 그대로 타자의 몸을 강타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브라이튼이 쓰러졌다.

“힛 바이 피치 볼입니다!”

이반 감독은 즉시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주심을 향해 소리쳤다.

“제길! 고의로 맞췄잖아!”

주심은 라이브에게 경고를 준 뒤, 이반 감독에게 다가갔다.

“고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패스트볼이 아닌 슬라이더였거든요.”

이반 감독이 마운드로 시선을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녀석은 슬라이더의 제왕이야! 패스트볼처럼 슬라이더를 제구할 수 있다고, 손에서 공이 빠졌다는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주심은 이반 감독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포사다가 데릭 지터에게 물었다.

“지터, 어떻게 생각해?”

데릭 지터가 팝콘을 먹으며 대답했다.

“힛 바이 피치볼이지.”

“정말로 라이브가 맞췄다고 생각해?”

“다른 투수라면 모르겠지만, 라이브라면 맞추지 않았을까? 녀석의 제구는 진짜거든. 자네는 다르게 생각하는 건가?”

라이브는 김민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구력이 상당히 좋은 투수였다.

“위협구 한 번, 그리고 다음 공은 힛 바이 피치볼. 타자와 투수의 상황만 보면 그런데…… 6회 초 첫 타자 진루는 그리 좋지 않은 리듬이거든.”

포사다는 한 발 뒤로 물러나 경기 전체를 바라보았다.

지금 주자가 나가는 것은 자이언츠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난 라이브가 브라이튼의 기세에 눌린 게 아닌가 싶어.”

“베테랑이 루키의 기세에 눌렸단 말인가?”

“브라이튼은 루키는 아니라고.”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이반 감독이 퇴장하고 브라이튼이 1루로 걸어 나갔다.

“탬파베이 선두 타자가 1루에 나갑니다.”

“라이브,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타자는 케니히입니다.”

케니히는 좋은 눈으로 공을 골라내는 대신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툭.

배트에 맞은 공이 투수 정면으로 흘러갔다.

“타구 방향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라이브는 2루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방향은 좋지 않았지만, 타구가 생각보다 느렸고, 1루 주자 브라이튼이 반 박자 빠른 스타트를 끊었다.

무리하게 2루에서 주자를 잡으려 한다면 주자와 타자를 모두 살려 줄 가능성이 있었다.

라이브는 포수의 콜에 따라 1루에 공을 던졌다.

팡!

“타자 주자를 1루에서 잡아냅니다.”

“케니히가 주자를 2루에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1사 2루.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윌리엄.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반드시 점수를 뽑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오늘의 승부처군.”

지터의 한마디에 포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점수를 뽑지 못한다면 자이언츠가 유리해질 거야.”

배터 박스에 들어선 윌리엄은 물론 라이브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6회 초, 1사 2루. 승부처다.’

그는 2루 주자 브라이튼을 살폈다.

‘리드가 길군.’

좌투수는 1루 주자가 2루에 가는 것을 쉽게 견제할 수 있었지만, 2루 주자가 3루로 향하는 것은 견제가 쉽지 않았다.

물론 3루는 2루에 비해 홈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송구가 더 빠르게 도착했다.

“라이브가 투구에 들어갑니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윌리엄은 이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볼, 볼입니다.”

“윌리엄이 슬라이더를 골라내는군요.”

윌리엄은 상대가 끈질긴 승부를 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치기 좋은 공은 오지 않는다.’

1루가 비어 있었다.

라이브는 무리해서 윌리엄과 승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역으로 이용해서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이 아는 라이브는 그런 투수가 아니었다.

라이브가 두 번째 공을 던지려는 순간 2루 주자 브라이튼이 스타트를 끊었다.

이반 감독은 그 모습에 숨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놀랐다.

‘위험해!’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루 찬스.

도루 실패로 주자가 사라진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피올라 감독은 반대로 두 손에 힘을 주었다.

‘3루 도루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테리, 녀석을 잡아 버려!’

팡!

테리가 공을 잡은 순간 두 팀 감독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반 감독은 다소 안도하는 얼굴이었고, 피올라 감독은 이마를 찌푸렸다.

“테리가 3루에 송구합니다!”

캐스터가 긴박감을 높이려는 듯 목소리를 높였지만, 두 감독은 이번 승부의 결과를 알고 있었다.

‘브라이튼의 승리다.’

‘테리의 패배군.’

팡!

3루수가 글러브를 내민 순간 브라이튼의 손이 베이스를 터치했다.

“세이프! 세이프!”

3루심이 두 번이나 판정을 반복한 것은 이번 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브라이튼! 3루 도루를 성공시킵니다!”

“브라이튼이 큰 경기에 확실히 강하군요.”

이반 감독은 브라이튼의 도루 성공에 박수를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상대 볼 배합을 멋지게 읽었어.”

도루 직전 라이브가 선택한 공은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는 패스트볼보다 캐칭과 송구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대략 0.05초 정도.

브라이튼에게는 그 짧은 차이만으로도 충분했다.

“1사 3루. 라이브 위기입니다.”

“탬파베이가 선취점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타임을 건 것은 다름 아닌 체인저 투수 코치였다.

라이브는 마운드로 올라오는 체인저 투수 코치를 보며 생각했다.

‘큭…… 애송이의 기세에 눌려 더그아웃이 움직이게 만들었군.’

그가 브라이튼에게 던진 힛 바이 피치볼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두 번째 공으로 안쪽에서 한가운데로 흐르는 슬라이더를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제구가 어긋나면서 공은 브라이튼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한마디로 힛 바이 피치볼은 그의 실투였다.

“라이브.”

“말씀하시죠.”

체인저 투수 코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한 점 주고, 아웃 카운트를 잡아.”

“그래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1점으로 끝날 경기가 아니야.”

체인저 투수 코치는 김민이 뛰어난 피칭을 보여 주고 있었지만, 경기를 끝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3일 휴식 후 등판, 서로 힘든 건 마찬가지야.’

라이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외야 플라이를 노려보겠습니다.”

“부탁하네.”

체인저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라이브가 그립을 고쳐 잡았다.

‘윌리엄, 욕심부리지 말고, 이 정도로 타협을 보자고.’

그는 경험이 많은 투수답게 외야 플라이를 유도해 내는 코스와 구종을 잘 알고 있었다.

슉!

높은 코스로 패스트볼이 날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2개 정도 빠지는 공이다. 친다면 외야 플라이는 만들 수 있지만, 안타는 힘들다.’

윌리엄은 눈이 좋은 타자였기 때문에 라이브의 의도를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볼넷으로 걸어 나갈지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얻을지 선택하라는 거군.’

전자는 대량 득점을 위한 발판을 만들 수 있었고, 후자는 안정적인 선취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아울과 머레이가 뒤에 있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아.’

그는 배트를 움직였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중견수 방향으로 떠올랐다.

“타구가 높이 뜹니다!”

브라이튼은 3루 베이스로 움직이면서 공의 궤적을 확인했다.

‘조금 얕아. 하지만 뛸 수밖에.’

그는 자신의 다리를 믿고 승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팡!

중견수 맥기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간 순간 브라이튼이 스타트를 끊었다.

“브라이튼이 달립니다!”

팍! 팍!

스파이크가 힘차게 흙을 뒤로 밀어냈다.

브라이튼은 스프린터처럼 한 호흡으로 홈까지 내달릴 생각이었다.

“맥기도 홈으로 공을 송구합니다.”

브라이튼의 발과 맥기의 어깨.

승부는 싱겁게 판가름 났다.

촤악……

흙먼지와 함께 브라이튼의 손이 홈플레이트를 스치고 지나갔다.

“세이프!”

맥기의 송구가 다소 높았기 때문에 테리는 마지막 승부조차 시도해 보지 못했다.

중견수 맥기의 완패.

“탬파베이!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습니다!”

배리 본즈는 탬파베이의 선취점을 확인하곤 글러브를 두드렸다.

‘라이브는 잘못이 없다. 6이닝 1실점은 기대 이상의 투구였으니까. 문제는 우리 타자들이다.’

그는 5회 이전에 라이브에게 선취점을 뽑아 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브라이튼! 좋았어!”

브라이튼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었다.

“세이프야! 내가 해냈다고!”

“멋진 주루였어.”

스코어 1-0 탬파베이 리드.

이반 감독은 윌리엄이 팀의 중심 타자다운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투수전이다. 선취점은 단순한 1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윌리엄이 욕심을 버리고 잘 선택을 했다.’

김민은 전광판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엄은 날 믿고 배트를 휘두른 거야.’

윌리엄이 그를 믿지 못했다면 대량 득점을 위해 희생 플라이가 아닌 볼넷을 선택했을 것이다.

딱!

아울의 강한 타구가 그대로 3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아울, 초구를 공략했지만, 호수비에 막히고 말았습니다.”

“라이브, 6회 초 1점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를 잡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6이닝 1실점 7K.

라이브의 오늘 피칭은 A를 받아도 손색이 없었다.

문제는 그가 아닌 타선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선은 선취점을 내준 6회 말 반격은커녕 김민에게 완벽하게 압도되고 말았다.

피올라 감독은 9번 타자인 투수 라이브 타석에서 대타를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지만, 흐름을 바꾸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8K.

김민과 라이브의 선발 대결은 김민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라이브를 대타로 교체했으니, 자이언츠는 불펜을 가동할 수밖에 없겠군.”

“그쪽은 원래 불펜이 좋잖아. 불펜으로 밀고 나가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

지터는 아직 승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배리 본즈의 타석이 한 번 더 남았어.’

포사다 역시 배리 본즈와 김민의 대결을 주목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장타가 나온다면…… 이 경기, 흐름이 바뀌게 된다.’

브라이튼의 발이 그랬던 것처럼 배리 본즈의 장타도 단번에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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