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97화 (197/296)

197화 대관식 03

2회 초.

탬파베이 공격.

첫 타자는 4번 타자 아울.

라이브는 아울이 만만한 타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어느 타순에 가져다 놓아도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

팬들은 이런 선수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감독들은 달랐다.

그들은 한 시즌 폭발적인 성적을 내는 선수보다 아울처럼 꾸준한 선수를 더 높이 평가했다.

‘아울은 감독이 흔히 말하는 상수에 해당하는 선수지.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늘 난 그 상수를 철저하게 무력화시킬 예정이다.’

라이브는 아울을 상대로 철저한 유인구 피칭을 선보였다.

“3-2! 풀 카운트입니다!”

“아울,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를 정확히 골라냈습니다. 이제 라이브는 달아날 곳이 없습니다.”

달아날 곳이 없다.

라이브가 들었다면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는 달아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던졌던 3개의 슬라이더는 이것을 위한 목적구였다.’

슉!

빠른 공이 몸쪽으로 날아왔다.

아울은 미간을 좁혔다.

‘결정구는 로케이션인가?’

그는 얼굴을 굳힌 채 배트를 냈다.

‘타자의 시선과 몸의 중심을 바깥쪽으로 유도한 뒤, 안쪽 승부. 날카로운 볼 배합이다. 하지만 그 정도 볼 배합을 이겨내지 못해서는 메이저리그 타석에 설 수 없다.’

아울은 충분히 로케이션된 공을 쳐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배트가 채 돌기도 전에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했다.

파앙!

‘더 빠른 공!’

평소 던지던 88마일(142km) 패스트볼이 아닌 94마일 패스트볼(151km).

공이 미트에 꽂힌 순간 주심의 목소리를 높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반 감독은 라이브의 구속을 확인하곤 미간을 좁혔다.

“94마일이라. 이러면 곤란한데…….”

떨어졌던 타격감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데 한 가지 문제가 더 발생했다.

상대 선발 투수의 좋은 컨디션.

이반 감독은 애써 새로운 문제를 잊으려는 듯 바이슨 수석 코치에게 물었다.

“설마 원정 경기 내내 이런 것은 아니겠지?”

바이슨 수석 코치가 대답했다.

“곧 회복될 겁니다.”

현재 탬파베이는 2승 1패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원정 3경기를 모두 내준다면 2승 3패로 역전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딱!

강한 타구가 투수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노림수에 당했다!’

하지만 타구는 내야를 뚫지 못한 채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머레이, 초구를 노려 강한 타구를 때렸지만, 내야를 뚫지 못합니다.”

“유격수 로드리게스가 수비로 라이브에게 도움을 주는군요.”

남은 타자는 이제 한 명.

라이브는 여유를 찾았다.

‘6이닝 2실점, 충분히 할 수 있어.’

6번 타자 스나이더가 배트를 두드리곤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2사, 지금은 강하게 휘두르는 게 좋겠어.’

그는 큰 것을 노리고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스윙 스트라이크!”

라이브는 스나이더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이반 감독은 스나이더가 투 스트라이크에 몰리자 혀를 찼다.

“스나이더로는 무리야. 한 타순 돌 때까지는 방법이 없겠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나이더가 삼진으로 돌아섰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환호하는 관중들 사이에서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브, 2회 초도 삼자범퇴입니다! 멋진 투구입니다.”

김민은 달아오른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지나치게 시끄러워.’

샌프란시스코 야구팬들은 탬파베이 야구팬들보다 훨씬 열성적이었다.

그들은 수건을 돌리면서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홈런! 홈런! 홈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들이 홈런을 연호하는 이유는 단 하나.

다음 타자가 배리 본즈라는 것이었다.

배리 본즈는 타석에 들어선 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단풍나무 배트를 세웠다.

‘킴, 오늘은 어떤 공을 가지고 나왔는지 한 번 볼까?’

그는 김민을 좋아했다.

김민은 도망치지 않고 그와 승부했다.

내셔널 리그에는 이런 투수가 몇 명 없다.

‘커트 실링, 랜디 존스, 마스터, 그리고 두세 명 정도 더……’

앞에 세 명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투수들.

김민은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도망치지 않고 배리 본즈와 맞섰다.

‘킴, 날 이긴다면 그들과 같은 위치가 아니라 그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설 수 있단 말이지.’

김민은 공을 글러브에 넣은 뒤 록튼과 사인을 교환했다.

- 바깥쪽 패스트볼.

평범한 사인.

그러나 눈빛은 평범하지 않았다.

‘배리 본즈라는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 한다.’

야구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민은 그 정도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마음으로 공을 던지면 절대 배리 본즈를 잡을 수 없다. 그는 야구의 신이다.’

“후우…….”

호흡을 길게 내뱉은 뒤 투구에 들어갔다.

슉!

바깥쪽 패스트볼.

배리 본즈는 미소를 지었다.

‘제구된 공을 바깥쪽 낮은 코너에 꽂아 첫 카운트를 잡겠다는 건가? 순진한 건가? 아니면 곧은 것인가?’

단풍나무 배트가 빠르게 움직였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공을 밀어냈다.

높이 올라간 공은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첫 타구는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

배리 본즈는 미간을 좁혔다.

“쳇, 코너가 아니었어.”

김민이 그에게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대략 70%정도 빠진 공이었다.

‘반 개 이상, 하나 이하.’

그의 패스트볼 제구는 메이저리그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킴, 물러서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었습니다.”

중계진의 눈에는 김민이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스트라이크로 보였다.

“킴이라면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아메리칸 리그 최고 투수라는 자존심이 있거든요.”

옛날 어느 장군은 이런 말을 남겼다.

- 젊은이의 몸에 깃든 노인의 영혼. 이것이 명장을 만들어 낸다.

김민은 과거로 돌아왔지만, 노인이라 불릴 정도로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그의 나이를 야구 선수로 계산한다면, 노인 그 이상이었다.

‘내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구종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긴 야구 경험이다.’

김민은 호흡을 조절하곤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슉!

두 번째 공도 바깥쪽 패스트볼.

배리 본즈는 배트를 멈췄다.

‘킴, 이건 아니지.’

팡!

록튼이 재빨리 플레이밍을 가져갔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진 폭이 초구보다 컸던 것이다.

“볼이군요. 카운트 1-1입니다.”

“배리 본즈의 선구안은 정말 대단합니다. 하나 정도 빠진 공을 정확히 골랐습니다.”

배리 본즈는 타임을 건 뒤, 배터 박스에서 물러났다.

‘볼만 2개라. 킴이 끝까지 도망칠 리 없어. 언젠가는 반드시 안쪽으로 승부를 걸어온다.’

김민은 배리 본즈가 타임을 거는 것을 보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노련하군. 패스트볼 2개에 바깥쪽으로 움직인 히팅 포인트를 타임으로 끊어냈어. 그러고 보니, 배리 본즈도 나와 같군.’

젊은이의 몸에 깃든 노인의 영혼.

물론 이쪽은 진짜 영혼이 깃든 것은 아니었다.

백전노장이 약물의 힘으로 젊은이의 몸을 얻은 것뿐.

‘결국에는 서로 공평하단 말이군.’

김민은 공을 꾹 쥐었다.

“플레이!”

그는 주심의 경기 재개 사인이 떨어지자 빠르게 사인을 교환했다.

- 안쪽 스플리터.

록튼은 고개를 끄덕이곤 미트를 내밀었다.

‘너무 떨어뜨리진 말아 줘.’

슉!

빠른 공이 안쪽을 향했다.

배리 본즈는 강하게 던진 패스트볼과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의 스피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오감이 뛰어난 선수였다.

‘이건 뻗는 공이 아니군.’

홈플레이트 앞에서 공은 변할 것이다.

문제는 어느 쪽으로 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오른쪽 타자라면 간단한 문제가 되겠지만, 좌타자인 내게 이 공은 그리 쉬운 공이 아니야.’

스플리터라면 아래로, 커터라면 바깥쪽으로, 투심 패스트볼이라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움직일 것이다.

하나의 공에 부여된 세 가지 무브먼트.

배리 본즈는 셋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투심.’

배트가 바깥쪽 낮은 코스를 향해 움직였다.

그가 투심 패스트볼을 선택한 것은 1차전의 기억 때문이었다.

‘두 번 당하지는 않는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높이 뜬 공! 하지만 방향이 좋지 않습니다.”

배리 본즈는 배트를 든 채 공의 궤적을 살폈다.

‘틀렸어.’

힘이 제대로 실리긴 했지만, 캐스터의 말처럼 방향이 좋지 못했다.

결국 타구는 구장을 벗어났다.

“장외입니다! 대형 파울 타구가 나왔습니다!”

“믿기지 않는 힘입니다. 배리 본즈 대단합니다!”

캐스터와 해설자는 배리 본즈의 파워를 칭송했지만, 배리 본즈는 미간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킴, 이 정도로 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김민은 새로운 공을 받아들었다. 그는 조금 전 파울을 보고 확신했다.

‘배리 본즈라고 해도 모든 공을 다 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는 두 발을 살짝 벌린 뒤 어깨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 하이 패스트볼.

록튼은 김민의 사인을 받곤 미트를 두드렸다.

‘하이 패스트볼이라면, 업 라이징 패스트볼인가? 좋아. 첫 타석 삼진으로 기선을 제압하자고.’

김민의 손을 떠난 공이 위로 떠올랐다.

슈욱!

배리 본즈는 위로 떠오르는 무브먼트를 보곤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이제야 기다리던 공이 들어오는군.’

업 라이징 패스트볼.

배리 본즈는 월드시리즈 1차전 결정적인 장면에서 그 공에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업 라이징 패스트볼이 무적의 구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내리 찍는다.’

어퍼 스윙이 아닌 다운 스윙.

‘홈런은 나오지 않겠지만, 충분히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배리 본즈는 홈런만이 야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딱!

타격음이 둔탁했다.

배리 본즈는 속으로 혀를 찼다.

‘손끝의 감각이 무디다. 뭔가 잘못됐어.’

미간을 좁힌 순간, 공이 큰 바운드를 일으켰다.

“바운드가 큽니다!”

투수의 머리를 훌쩍 넘기는 큰 바운드.

그러나 공은 두 번째 바운드를 그리지 못했다.

“2루수 칼튼이 몸을 날립니다!”

칼튼은 저돌적인 수비로 두 번째 바운드를 막아 냈다.

“칼튼! 칼튼이 잡아냅니다!”

배리 본즈는 1루로 뛰었지만, 약물로 느려진 발은 공을 이길 수 없었다.

“아웃! 배리 본즈! 1루에서 아웃입니다!”

배리 본즈는 더그아웃으로 직행하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왜지? 왜 안타가 나오지 않은 걸까?”

김민은 배리 본즈의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업 라이징 패스트볼이 아니니까.’

그가 던진 공은 평소 던지던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업 라이징 패스트볼과 라이징 패스트볼.

두 구종은 모두 떠오르는 듯 보였지만, 그 높이가 달랐다.

김민은 배리 본즈를 잡아낸 다음 5번 타자 하울러를 우익수 플라이 6번 타자 칼테라를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킴, 이번 이닝도 삼자범퇴로 막아 냅니다.”

김민의 호투는 1, 2회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3회와 4회도 무실점으로 막아 내며 승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5회 초 탬파베이 공격입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라이브를 상대로 아직까지 단 한 점도 뽑지 못한 상태였다.

이반 감독은 타선의 침묵이 너무 길어진다고 생각했다.

‘3차전 무득점을 생각하면 13이닝 동안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5회 초 공격도 실망스러웠다.

7번 타자 칼튼부터 시작된 공격은 삼진 2개와 땅볼 하나가 고작이었다.

“너무하는군.”

이반 감독의 말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머리를 긁적였다.

“타자들이 조급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 초반은 삼자범퇴로 끝나도 잘 맞은 타구가 1, 2개 정도는 나왔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잘 맞은 타구가 전혀 나오고 있지 않았다.

“단순히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경기를 풀기 힘들 것 같군.”

그는 노림수를 가지고 배터 박스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킴, 수고했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민에게 블렛소 투수 코치가 글러브를 내밀었다.

“두 번째 타석이라서 힘껏 휘둘러 봤습니다만…….”

결과는 삼진 아웃이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 무리하지 말라고.”

메이저리그에는 타격과 피칭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김민은 타격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1할을 치면 잘 치는 것이겠어.’

그는 고개를 내젓곤 마운드로 향했다.

이번 5회 말.

김민은 배리 본즈를 다시 상대해야 했다.

“5회 말 첫 타자는 배리 본즈입니다.”

배리 본즈가 첫 타자로 등장한다는 것.

그것은 1회 말 맥기의 내야 안타 이후 자이언츠가 한 명도 주자를 내보내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김민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열두 명의 타자를 상대해 단 한 명만 내보냈을 뿐이었다.

“킴을 꺾지 못하면 시리즈에서 이길 수 없다.”

피올라 감독은 배리 본즈가 김민을 꺾어주길 원하고 있었다.

‘본즈, 난 널 믿는다. 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야.’

김민은 모자를 고쳐 쓰곤 팔을 가볍게 휘둘렀다.

블렛소 코치는 그 모습에 미간을 좁혔다.

‘투수들이 보통 팔을 휘두를 때는 체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3일 휴식 후 등판.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김민이 팔을 휘두른 것은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타석에 섰기 때문에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썼어. 이렇게라도 풀어 주지 않으면, 피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그는 스트레칭을 마친 뒤 두 발을 모았다. 그리곤 배리 본즈를 주시했다.

‘이번 타석도 막아 낸다.’

김민은 록튼과 사인을 교환한 뒤 초구를 던졌다.

슉!

안쪽을 파고드는 공.

배리 본즈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강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1루 쪽 펜스를 강타했다.

“파울!”

배리 본즈는 파울을 치곤 배트를 장갑을 고쳐 꼈다.

‘차분히 볼 여유가 없는 와일드한 공이었어.’

김민이 던진 초구는 97마일(156km) 패스트볼.

이 정도 스피드라면 배리 본즈의 눈도 스트라이크와 볼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이반 감독은 전광판을 확인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킴이 97마일을 던질 수 있었나?”

블렛소 투수 코치가 대답했다.

“지난 시리즈에서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감독님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던가? 하지만 킴은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3일 휴식 후 등판이라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보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습니다.”

김민의 컨디션은 블렛소 투수 코치의 예상대로 100%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투구 리듬은 100%, 아니 그 이상이었다.

‘공이 손을 떠날 때 느낌이 좋았어.’

블렛소 투수 코치는 어쩌면 지금이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타자들의 경우 몸에 힘을 뺀 상태에서 최고의 타구가 나온다고 한다. 이는 투수도 마찬가지다. 있는 힘으로 공을 밀어낼 때보다는 좋은 리듬으로 공을 던질 때 최고의 공이 나온다. 킴의 리듬은 눈으로 확인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좋다. 최고의 공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딱!

배리 본즈의 배트에 맞은 공이 백네트 뒤로 날아갔다.

“파울!”

피올라 감독은 이번 파울에 멈칫했다.

‘배리 본즈의 타구가 백네트 뒤로 날아갔다고?’

이는 구위가 배트를 이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카운트 0-2, 킴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습니다.”

배리 본즈는 불리한 카운트에 놓였지만, 얼굴은 반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인정하지. 좋은 공이었다.’

그는 하나 더 온다면 반드시 쳐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리 본즈가 다시 타석에 들어섭니다.”

김민은 배트를 세운 배리 본즈를 보며 생각했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영건이라면 스트라이크존에 그대로 공을 꽂아 넣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영건이 아니다.’

그는 끓어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크게 허공을 치는 배트와 미트를 직격하는 패스트볼. 멋진 장면이지만, 배리 본즈를 상대로 그것을 바란다면 그것이 바로 사치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을 향했다.

배리 본즈는 이 공에 혀를 찼다.

‘정면 승부가 아니라 하나 빼는 걸 선택했단 말인가? 좋은 투구 리듬이었는데 아쉽군.’

실망과 함께 배트를 거둬들이려는 순간이었다.

공이 휘어지면서 스트라이크존으로 움직였다.

‘백 도어 슬라이더!’

좌투수가 우타자에게 우투수가 좌타자에게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

파앙!

미트에 공이 꽂힌 순간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배리 본즈는 주심의 판정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완패군. 멋진 슬라이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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