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95화 (195/296)

195화 대관식 01

월드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61%.

산술적인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절대적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반 감독은 1차전 승리는 우승을 향한 한걸음에 불과하다고 인터뷰했다.

“1차전 승리를 해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우린 홈에서 첫 경기를 이겼을 뿐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첫 경기를 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첫 경기를 홈에서 패한 팀의 우승 확률을! 우린 그 낮은 확률을 제거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언론은 배리 본즈와 김민의 대결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 배리 본즈는 본즈답게 쳤고, 킴은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2루타를 맞았지만,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김민이었다.

18년 차 해설자 조지는 이렇게 말했다.

“월드시리즈와 슈퍼스타. 멋진 조합이긴 합니다만, 결국 야구는 팀 스포츠죠. 팀의 승리를 지킨 쪽이 더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은 경기가 끝난 뒤 숙소에서 1차전 투구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안타는 많이 맞지 않았어. 하지만 평소보다 투구수가 많았지. 100개 이상 던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날 경기에서 김민이 던진 투구수는 104개.

연장전을 제외하면 포스트 시즌 동안 가장 많은 투구수였다.

‘배리 본즈를 너무 의식한 걸까?’

띵동.

벨 소리에 김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지?”

그는 문으로 다가가 밖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음?’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그는 누군가 찾아온다면 포수인 록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찾아온 선수는 바로 내일 선발 투수로 예정된 클락이었다.

딸칵.

문을 열자 클락에 미소를 지었다.

“여! 아직 자지 않았구나.”

“경기를 복기하고 있었어. 한데 아직도 안 잔 건가?”

클락이 대답했다.

“잠이 오질 않았어. 솔직히 말해서 미치겠어.”

김민이 그를 안으로 이끌며 말했다.

“월드시리즈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어. 포스트 시즌 중 한 경기라고 생각해.”

클락이 의자에 앉으며 가슴을 가리켰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곳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아. 그리고…….”

“그리고?”

클락이 두 손을 살짝 위로 올렸다.

“본즈 말이야. 상대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김민이 시원한 음료수를 내밀며 말했다.

“뭘 그렇게 고민해. 본즈가 상대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방법이 있잖아.”

고의사구.

배리 본즈를 상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하지만 클락은 배리 본즈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킴,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

클락은 좋은 구위를 지난 좌완 투수였다.

몇 가지 구종은 A클래스로 분류될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배리 본즈와 맞설 수 있느냐?’하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무리야.”

“킴은 해냈잖아.”

김민과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클락은 김민이 배리 본즈를 상대로 역투하는 것을 보았다.

‘그처럼 던지고 싶다.’

그는 월드시리즈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사나이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

김민이 말했다.

“본즈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배리 본즈를 상대한 방법을 말해 줄게.”

김민이 배리 본즈를 상대한 방법.

클락은 귀를 쫑긋 세웠다.

“첫 번째는 배리 본즈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야.”

실제로 김민은 배리 본즈 앞에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주자를 내보낸다면 좋은 승부를 할 수가 없지.”

“그건 어떤 타자도 마찬가지잖아.”

김민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상대가 배리 본즈라면 위험한 정도가 아니야. 그냥 실점이나 마찬가지지.”

클락은 김민이 배리 본즈를 과장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킴, 배리 본즈의 시즌 타율은 가장 좋을 때도 0.370에 불과했어. 열 번 타석에 나와 여섯 번을 치지 못했다고.”

“그건 200개에 육박하는 고의사구를 계산하지 않은 수치야.”

배리 본즈를 상대로 스트라이크존에 패스트볼을 꽂을 수 있는 강심장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투수들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로 그와 싸웠다.

그 결과 배리 본즈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볼넷을 얻어냈다.

“치지 않는다면 볼인 공까지 공략한 결과가 0.370이야. 출루율이나 볼넷이 안타나 홈런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 본즈는 그런 공들을 버리고 스트라이크에만 집중했을 테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그건 바꿔 말하면…… 볼넷을 각오하고 던지면 본즈를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주자가 없는 상황이 중요하다고 말한 거야. 주자가 1루에 있는데 본즈를 볼넷으로 내보낼 수는 없잖아?”

클락은 이제야 김민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주자를 지우고, 볼로 승부한다. 분명 맞는 대답이다. 하지만…… 킴은 그렇게 던지지 않았어.’

그는 김민이 안쪽으로 패스트볼을 꽂아 넣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클락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킴은 볼을 던지지 않았어.”

김민은 그의 말에 멈칫했다.

“그건…….”

클락의 목소리가 커졌다.

“킴은 과감하게 승부했어.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피하진 않았다고.”

그가 옳았다.

김민은 볼로 유인하면서 범타를 바라는 승부를 펼치지 않았다.

“후…….”

김민이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며 말했다.

“클락, 난 욕심을 부렸어.”

“…….”

“비웃어도 좋아. 난 역대 최고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면 승부를 택한 거야.”

“킴?”

김민이 되물었다.

“역대 최고가 현재 최고인 선수에게 등을 돌리면 안 되잖아?”

클락은 김민의 대답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면 승부를 택했군.”

“피할 수 없었지. 홈런을 맞는다고 해도. 솔직히 윌리엄이 첫 홈런을 때렸을 때, 안도감이 들었어. 본즈에게 홈런을 하나 맞아도 패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그런…….”

클락은 완벽한 것 같았던 김민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보았다.

‘킴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어.’

그가 김민에게 물었다.

“킴은 경기 상황을 모두 계획대로 컨트롤하는 게 아니었어?”

김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떤 선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낼 수 있겠어? 그건 그냥 만화에나 나오는 거야. 난 홈런을 맞을 각오를 하고 본즈와 맞선 것뿐이야.”

클락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킴을 만나면 뭔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가슴이 더 답답해지는군.”

김민이 빈 컵을 치우며 말했다.

“고민하기보다는 타자들이 점수를 한가득 뽑아 주길 바라라고.”

“그러는 게 좋을 것 같군.”

클락이 일어서려는 순간 김민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클락, 본즈가 아무리 중요해도 야구가 팀 스포츠인 것은 잊어서는 안 돼.”

클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난 본즈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 투수가 되기 위해서 마운드에 오르는 거라고.”

김민이 그의 어깨를 놓았다.

“그럼 됐어.”

클락은 김민과 대화에서 내일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배리 본즈에 대한 집착은 넣어 두겠어. 난 역대 최고를 노리는 투수가 아니니까.’

그는 문을 열고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 * *

월드시리즈 2차전.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클락.

1회 초.

2사 1, 2루.

상황은 좋지 못했다.

“5번 타자 테닝험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테닝험은 클락이 배리 본즈를 볼넷으로 내보냈기 때문에 잔뜩 독기가 올라 있었다.

‘본즈를 내보내고 날 상대한다고?’

배리 본즈를 거르고 테닝험을 상대하는 것은 내셔널 리그 팀들의 기본적인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테닝험은 본즈가 걸어 나갈 때마다 미간을 좁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날 얕보고 있어.’

슉!

바깥쪽 빠른 공.

‘이 정도쯤이야!’

테닝험은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다.

딱!

강한 타구가 총알처럼 뻗어 나갔다.

그러나 테닝험은 웃지 못했다.

팍!

유격수 글러브에 꽂힌 공이 둔탁한 소리를 냈다.

“브라이튼! 멋진 수비로 타구를 잡아냅니다!”

라인 드라이브 타구였기 때문에 1루 송구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테닝험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배리 본즈가 다가와 테닝험의 등을 두드렸다.

“괜찮아. 우리 공격은 8번이나 남아 있다고.”

테닝험은 고개를 끄덕이곤 배리 본즈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1회 말.

탬파베이 공격.

브라이튼이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갔다.

“브라이튼이 공격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배터리, 브라이튼의 도루를 조심해야 합니다.”

브라이튼은 두 번의 견제구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도루를 성공시켰다.

무사 2루.

샌프란시스코가 1회 초 잡았던 기회보다 훨씬 좋은 기회였다.

“탬파베이가 시작부터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브라이튼이 혼자 만든 기회입니다. 이 선수 이번 포스트 시즌 활약이 대단합니다.”

탬파베이에는 브라이튼만 있는 게 아니었다.

2번 타자 케니히와 3번 타자 윌리엄은 연속 2루타로 선발 투수 조슈아를 두들겼다.

“윌리엄! 멋진 타구입니다! 탬파베이가 2-0으로 앞서 나갑니다.”

탬파베이의 1회 말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타자들은 흔들리는 조슈아를 집중 공략했다.

“그렉스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윌리엄이 홈으로 들어옵니다.”

“스코어 3-0보다 힘든 것은 아직 조슈아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조슈아는 시즌 내내 2선발로 활약한 준수한 투수였다.

하지만 물이 오른 탬파베이 배트를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회 말이 끝났을 때, 점수는 5-0까지 벌어져 있었다.

“오늘 경기는 틀렸군.”

누군가의 한숨에 피올라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헛소리를 하는 거냐! 다섯 점으로 경기를 포기하는 선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의 말대로 아직 경기를 포기하기에는 일렀다.

터닝험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상대 투수도 조슈아 못지않게 흔들리고 있다. 5점은 무리더라도 3점 정도는 충분히 뽑을 수 있다. 3회 초까지 3점, 그것만 기억하도록 하자.”

그의 말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샌프란시스코는 2회 초 1점, 3회 초 다시 1점을 보태 5-2로 따라붙었다.

“자이언츠가 쉽게 물러서지 않는군요.”

이반 감독이 팔짱을 끼며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을 받았다.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팀이 쉽게 물러날 리가 없지 않은가?”

윌리엄을 비롯한 탬파베이 타선은 4회 말 조슈아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조슈아, 더는 버티지 못합니다.”

3과 2/3이닝 7실점.

조슈아의 월드시리즈는 참혹했다.

5회 말.

다혈질의 피올라 감독이 돌을 던졌다.

“루다가 등판합니다.”

루다는 샌프란시스코 추격조 중 가장 낮은 순번.

KBO에서 흔히 말하는 패전 처리에 해당하는 투수였다.

“스코어가 11-3까지 벌어져 있으니, 투수를 아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월드시리즈 2차전, 탬파베이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최종 스코어는 14-5 탬파베이 승리.

“탬파베이가 1, 2차전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습니다.”

“1차전 승리와 2차전 승리는 그 느낌이 크게 다를 겁니다.”

패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유일한 이득은 배리 본즈가 시리즈 첫 홈런을 기록했다는 사실이었다.

경기 직후.

클락이 이이싱을 한 채로 김민의 옆에 앉았다.

“킴의 말이 옳았어.”

“홈런 말인가?”

클락은 점수가 크게 벌어진 6회 초 배리 본즈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쳤다.

“정확히 제구된 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넘겨 버리더군.”

“배리 본즈니까.”

“야구의 신이라는 말…… 과장된 표현이 아니더군.”

김민은 배리 본즈의 전성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첼 리포트, 아니 그 이전이던가?’

배리 본즈의 전성기는 약물 스캔들과 함께 끝날 것이다.

“킴, 그런 괴물을 어떻게 잡아낸 거야?”

“나도 맞았잖아. 홈런이나 다름없는 2루타를.”

클락이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블렛소 투수 코치가 다가왔다.

“클락, 승리 투수 인터뷰야.”

클락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6이닝 4실점도 인터뷰를 하는 겁니까?”

“배리 본즈를 상대로 맞은 홈런은 빼도록 하지.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군. 이쯤이면 인터뷰 할 자격이 충분하지. 그러니까 브라이튼과 함께 인터뷰룸에 가서 그 고약한 기자들을 제대로 상대하라고.”

브라이튼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5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 2도루로 펄펄 날았다.

* * *

샌프란시스코에서 펼쳐진 월드시리즈 3차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선발 투수는 렉터였다.

이날 경기는 1, 2차전과 다른 저득점 경기였다.

5회까지 난 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1점이 전부.

“투수전이군.”

“탬파베이의 렉터는 그렇다고 해도 브로닝겐이 이렇게까지 잘 던질 줄이야.”

“월드시리즈에서 미치는 건 타자만이 아니야. 투수도 충분히 미칠 수 있다고.”

브로닝겐의 호투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야수들의 호수비가 있다곤 해도 탬파베이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 낼 줄이야.”

브로닝겐은 싱커를 주무기로 하는 싱커볼러였다.

이반 감독은 낮게 떨어지는 브로닝겐의 싱커를 보곤 혀를 찼다.

“마치 케빈 브라운처럼 던지는군.”

코스타 타격 코치도 브로닝겐의 싱커에는 두 손을 들었다.

“브로닝겐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브로닝겐이 무실점으로 막고 있는 사이, 배리 본즈가 월드시리즈 두 번째 2루타를 뽑아냈다.

“자이언츠, 본즈의 2루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납니다.”

“멋진 타격이군요.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퍼 올렸습니다.”

렉터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7이닝 2실점으로 패전인가? 너무하는군.”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는 탬파베이의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어깨가 싱싱한 특급 불펜이 있다.’

월드시리즈 3차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그들이 자랑하는 필승조를 처음으로 가동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양키스를 막아 냈던 두 명의 투수가 탬파베이를 상대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 주었다.

“3이닝 동안 단 한 명의 주자도 나가지 못했어.”

“2차전 4안타였던 브라이튼이 오늘은 무안타야.”

홈으로 돌아온 샌프란시스코는 탬파베이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샌프란시스코 3:0 탬파베이

김민은 1, 2차전의 손쉬운 승리가 독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방심이라는 독이 팀 곳곳에 퍼졌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에게 다가와 물었다.

“킴, 컨디션은 어떤가?”

1차전 등판 후 3일.

예정대로라면 내일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킴, 이번 시즌 마지막 투구라고 생각하고 던져 주게.”

3차전을 패했지만, 4차전을 잡게 된다면 우승을 위한 팔부 능선을 넘게 된다.

“최선을 다해 던져 보겠습니다.”

“믿겠네.”

김민은 대답한 이후, 손가락 끝을 만져 보았다.

“통증은 개선되었다. 하지만 체력이…….”

100개 이상을 던진 뒤 3일 휴식 후 등판.

챔피언십 시리즈 등판까지 생각한다면 상당히 하드한 일정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수는 없다.”

그는 주먹을 꾹 쥐었다.

* * *

“오늘 경기는 정말 최악이었어.”

김민의 앞에 앉아 있는 선수는 록튼이었다.

“3차전은 잊는 게 좋아.”

“내일 경기에 집중하란 말이군.”

“내일 패하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김민이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정리한 자료를 내밀었다.

“어떻게 생각해?”

“배리 본즈를 제외하면 대부분 짧은 안타군.”

“샌프란시스코는 이기기 위해서 스타일을 바꿨어.”

록튼은 미간을 좁혔다.

“그에 비해 우리는…….”

“별반 대비가 없었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방심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세밀하게 대비했어야 했어.”

“AT&T 파크에서 이렇게 점수가 안날 줄은 몰랐다고.”

김민이 그의 말을 받았다.

“점수가 나지 않는 게 당연해 AT&T 파크는 투수 친화구장이야.”

“뭐라고?”

전력분석팀 자료에 따르면 AT&T 파크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었다.

“킴,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AT&T 파크는 홈런이 다른 구장보다 많이 나오는 곳이야.”

“록튼, 숫자를 그대로 읽으면 곤란해. 데이터는 합리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록튼이 고개를 갸웃했다.

“합리적이라니?”

“샌프란시스코에는 배리 본즈가 있잖아. 그의 기록을 빼면 AT&T 파크는 장타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는 구장이야.”

“그런가?”

“바람이 외야에서 홈 쪽으로 불어오거든.”

김민은 렉터가 오늘 호투한 것도 AT&T 파크의 특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킴, AT&T 파크가 플라이볼 투수에게 유리하다면, 오늘 브로닝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해?”

브로닝겐은 싱커볼러로 전형적인 그라운드 볼러였다.

김민이 오른손 식지를 빙글 돌리며 대답했다.

“그건 그냥 브로닝겐이 잘 던진 거야.”

샌프란시스코의 엑스 팩터는 브로닝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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